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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격리의 달이 될 것 같습니다.
5월 말부터 시작된 메르스 대란이 크게 퍼지면서 점차 우리 주위를 위협하는 모습이 마치, 물난리를 피해 도망가다 더 이상 도망갈 곳 없어 목 근처까지 물이 차오르고 허우적대는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지난번 공개했던 첫 번째 자가격리 이후, 메르스 검사 음성 판정을 확인하고 응급실로 복귀했습니다. 이제 별 일 없이 순탄하게 응급실 근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메르스의 공포는 저희 응급실 의료진을 편하게 두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응급실 진료 중에 감염된 의료진이 인공호흡기에 체외순환기까지 달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려움이 훨씬 커졌습니다. 그 전까진 우리같이 젊은 사람에게 감염되어봐야 무슨 일 있겠느냐 하는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걸리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엄습해옵니다.
15일 근무 중, 밤 늦게 인천 모 병원 간호사 분이 저희 응급실을 방문하셨습니다. 고열과 심한 오한, 전신 근육통, 두통... 확진자를 직접 접촉한 것은 확인되지 않지만 직업상 호흡기계 환자들을 많이 만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고위험군이라 판단하고 야외 임시 진료소에서 메르스 확진 검사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환자는 고열로 많이 힘들어하고 계셨는데 주사 한 대와 약 말곤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게다가 근무 중에 메르스에 노출된 거라면? 인천 김포 일대에도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결론이 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 너무도 혼란스러워 애써 그 생각은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저는 일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자가 격리 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다음날 오후, 근무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던 저는 응급실에서 온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제 환자에게서 나갔던 검사에서 양성 의심 판정이 확인되었다는 것입니다. N95 마스크와 보호장구를 착용한 상태에서 진료했기 때문에 전염 위험도는 낮았지만 2차 3차 확진 검사가 확인될 때까지 자가격리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부랴부랴 데리고 있던 아이들을 장모님께 맡겨놓고 전 다시 격리공간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저번에 보여드렸던 작업실로 쓰는 집으로 말이죠. 이번엔 길면 2주간 격리를 유지해야 할 수도 있기에 먹을거리를 충분히 챙겨서 들어왔습니다. 자가격리도 한 번 해봤다고 조금 요령이 생기는군요.
다행히 다음날인 오늘 오전,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행한 2차 확진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되었고 오후에는 3차 확진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되어 최종 메르스 음성을 결정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아, 젊은 간호사였던 그 환자도 정말 다행이고, 진료 봤던 우리 응급실 팀에게도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격리를 풀고 아내와 아이들 곁으로 돌아와 기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언제든 겪을 수 있는 하나의 큰 파도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넘기려 하는데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각자 굳건하게 살아남아 이 파도를 넘기고 다시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다음 근무는 안전하게 마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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