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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온 부대는 전방의 k55 자주포 말단 독립포대
말단이다 보니 시설은 물론 보급도 후지고, 피엑스도 제대로 없고
심지어는 포상휴가증도 귀한 그런 골짜기 중의 골짜기 부대였다
게다가 예비사단이라서 한달에 한두번은 꼭 전술훈련을 실시하는 지옥같은 곳이었다.
08년 4월 군번인 내가 물일병을 막 달던 서늘한 가을날, 우리부대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2년에 한번씩 참가하는 ㅎㄱ훈련에 참가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ㅎㄱ훈련은 후방에 집결해서 군단VS군단 이 붙는 대규모 훈련인데다가
18박 19일간의 숙영을 해야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훈련이었다
쉽지 않은 훈련인지라 항상 인원이 부족한 말단 독립포대에서 부대원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잔류를 할 궁리만 하고 있었다
당시 대형차량 운전병이었던 나는 운전병 부족으로 어쩔수 없이 참가해야 하는 비운의 보직이었다
5톤트럭 달랑 2대만 기동을 해야하는데
수송분과 말번이었던 나는 예비운전병이라는 후줄근한 직책으로 참가를 하게되었다
나와 같이 예비 운전병으로 간 이병장은 중형차 운전병이었는데
포병 특성상 두돈반을 몰일이 없는데다가 차가 고장나서 운행이 없는 운전병의 탈을 쓴 그냥 작업병이었다
자신의 차가 없다는 것에 대한 히스테리와 학자 스타일의 꽉 막히고 논리적인 궤변으로 항상 나를 괴롭히는
매우 피곤한 스타일의 고참이었다 ㄱㅅㄲ야 잘사냐
결국 날짜가 다가왔고 4~5 시간이 걸린 긴 여정 끝에 우리는 충북XX군에 주둔지를 구축했다
그때부터 나의 악몽은 시작되었다
거기가서도 차를 몰일이 없는 이병장과 나는 경계조로 편성되고
항상 붙어다니며 몇날 며칠을 괴롭힘을 당했다
위장크림이 덜묻어있다고 ㅈㄹ 지가 하는 말에 안웃어줬다고 ㅈㄹ 이래서 ㅈㄹ 저래서 ㅈㄹ
담배도 지 혼자 피고 맛있는 것도 지혼자 먹고 맥심도 지 혼자 보고 하아..
우리 포대의 경계조는 나와 이병장이 한 조
계원 안이병과 김상병이 한조
이렇게 두 조였다
우리포대 고문관 1번인 안이병과 한 조가 된 김상병은 실질적으로 조를 짜를 계원이었으나
도저히 미친놈 취급을 받던 안이병과 한 조가 되기 싫었는지
이병장과 안이병을 한 조로 묶어버리고
마음이 잘 맞던 나와 한 조가 되었다
첫 기동훈련이 시작되었다
우리 포대의 첫 진지는 망한 온천 옆이었다
나와 김상병이 매복하게 될 곳은 오래 전에 망한 고깃집 XX가든이었다
담배가 매우 몰렸던 김상병과 나는 건물 뒷채로 숨어서 일단 담배를 피워댔다
김상병은 잠시 눈좀 붙일테니 눈치껏 이리저리 망을 보라고 하고 이내 곧 잠에 들었다
혼자 심심해진 나는 건물 뒷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1층은 식탁들이 많이 놓여있었던 고깃집 홀이었다
저 구석지에 뭔가 있길래 가봤더니......
군장이었다 그것도 5개 씩이나..위장포에 싸여있던 군장..
화들짝 놀란 나는 뛰어가 김상병을 깨우고 일단 군장들을 풀어헤쳤다
과자더미, 핫팩, 싸제담배, 방한용품..일단 눈에 보이는 탐나는 것들은 죄다 방독면에 쑤셔담았다
그리곤 함께 들어있던 수첩을 펴보았다.
강원도 화천군 XX면 XX리 수색대대 상병 OOO !!!!!!!!!!!!!!!!!!!
수색대!!!!!!!!!!!!!!!!!!!!!!!!!!!!!!!!적 특작부대!!!!!!!!!!!!!!!!!!!!!!!!!!!!!!!!!!!!!!!!!!!!!!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일단 무전기로 포대장에게 보고를 하고 나서 확인을 받았다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긴 포대장은 곧 자리를 떴고
다시 나 혼자 남게 되었다
워낙 없던 짬에 나온 훈련이라 뭔가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뜨거운 무언가가 나를 자극했다
일단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방치된 화장실에 아직 안마른 똥덩어리
먼지가 자욱한 바닥에 찍힌 뽀급 전투화 발자국.....
1층을 모두 뒤졌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조용조용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가운데 복도를 기준으로 양 옆에 여관방처럼 4개의 현관문들이 있는 구조였다
첫번째 방으로 들어갔다
오래된 이불들과 장농 먼지쌓인 낡은 가구들..마치 귀신이라도 나올법 했지만
역시나 여기도 전투화 발자국이 남아있었다.
3개의 방을 모두 뒤졌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마지막 방은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손으로 열어보았지만 안에서 잠겼는지 열리지 않았다
뭔가 의구심이 들어서 똑똑거려봤지만 아무 인기척이 없었다
다시 그 옆방으로 가보았다
활짝 열린 창문 아래로 내려다 보니 작은 난간이 있었다
이 난간을 타고 옆방으로 갈 수 있을것만 같았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나는 결국 창문 밖의 난간을 밟았다
조심조심 옆으로 발길을 옮기고 옆방창문에 다다랐다
한손으로 창문을 열려고 했으나 이것 또한 안에서 잠겨있었다
그 때마침 어렸을 때 동네 형이 알려준 잠긴창문 따는 스킬이 생각이 났다
허공에 몸이 떠있는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조심스레 양손으로 창문을 흔들었다
결국 오래된 창문은 쉽게 열리더라
고개를 실내로 들이밀었는데
오 이런 ㅆㅂ K-2 한정이 떨어져있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전투화발이 보였다
어휴 ㅅㅂ 이게 뭔일이래 아휴 ㅅㅂ 심장 떨려..
저기요......? 발 보이는데요........? 저기요?
그 발이 조심스레 옆으로 옮겨지는 것도 보고 있었다
저기요.. 들켰으니까 나오세요 다 보여요
내가 고개를 돌려도 안보이는 구석지에서
아........ㅆㅂ 아 ㅆㅂ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내 얼굴 바로 앞으로 공수 전투모를 쓰고 안면위장을 단단히 한 얼굴이 쑥 올라왔다
정말 무섭게 생겼었다. 영화 쉬리에 나오는 북한군 특수부대원처럼 너무나 날카로운 눈매였다
화들짝 놀라서 잡고있던 손을 놓칠뻔 했다
하아...포병아저씨 어디부대에요??
아 XX부대 포병이에요 다 나오세요 몇분이에요
3명이에요..........아...........ㅈ댓다 하아....
내가 해냈다
캐 짬찌인 내가 해냈다
옆건물 옥상에 숨어있던 한병장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한병장님!!!!!!!!!!!!!!!!!!!!!!포대장님께 무전좀 해주십시오
제가 수색대 잡았습니다!!!!!!!!!!!!!!!!!!!!!
소식을 들은 포대장이 뛰어왔고
수색대를 처음 본 우리 포대원들은 구경꾼 마냥 몰려들었다
대항군 2명은 수색정찰을 나갔다가 자주포들이 들어오는걸 보고 도망쳤고
잔류하던 3명은 갑자기 들어온 자주포부대가 진지를 구축하니까
이도저도 못하고 방안에 숨어있었던 것이었다
잠시후 대대1호차가 내 앞에 섰고
얼굴이 상기된 대대장이 누가 잡았어!!!누구야!!
일병!~ 양동시장통닭!!!!
니가 해냈어!!!!!!!!!!!!!!!!!아우 기특한놈!!!!!!!!!!!!!궁둥이 팡팡팡팡팡
너 이번에 훈련 끝나면 휴가 갔다와라!!!!!!!!!!!!!!!!!
야 수색대 니네 세명 차 뒤에 타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망이 가득찬 수색대원들은 알맹이 다 털린 군장 5개와 함께 레토나뒤에 실려서 그렇게 떠났다
기뻐날뛰던 김상병은 나한테 과자를 물려주었고
나를 그렇게 괴롭혀 대던 이병장도 기특하다며 담배 한개비를 물려주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 포병연대가 다 나왔는데 실적이 부진해서
사단장님이 매우 뾰루퉁해있었다고 한다
갑자기 날아온 무전으로 특작부대 3명 + 군장 5개를 생포했다고 하니
사단장님의 화색이 너무나 밝아지면서
사단장 -> 연대장 쓰담쓰담
연대장 -> 대대장 쓰담쓰담
대대장 -> 포대장 쓰담쓰담
포대장 -> 양동시장통닭 일병 쓰담쓰담
부대로 복귀하니 나의 무용담은 순식간에 우리 포대에 퍼졌고
보는 사람마다 우리부대 영웅이라면서 한동안 나를 띄워주었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내고향 광주를 향해 기차에 올랐다
귀찮은 것을 너무나도 싫어하는 나는 뭐든 대충대충이었다
표어경연대회 출품도 대충대충
그 경연대회 안보 표어 대대최우수상 수상
나중에 연대로 올라가서 또 최우수상 수상
휴가 ㄱㄱㄱ
당시 출품작 -> (소주한잔 영웅담 속 흘러넘친 군사기밀)
연대 어딘가에 팻말로 박혀서 내이름이랑 함께 쓰여있겠지
후에 모범운전병 포상 1장
모범분대장 포상 1장
전장비 포상 1장
포상휴가가 메마른 말단 독립포대에서 이렇게 한 획을 긋는 말썽꾸러기가 되어 제대한지 어언 3년이 지나 난 돼지가 되었다
요약 : 포상 휴가는 그냥 운이다. 몇날 며칠 노력한놈은 그냥 떨어진다 운을 타고나면 그냥 휴가 가는거다
그리고 제대하면 돼지된다 조심해라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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