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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23195
    작성자 : D스코d
    추천 : 16
    조회수 : 1622
    IP : 119.67.***.154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3/01/01 00:46:13
    http://todayhumor.com/?pony_23195 모바일
    [♬][팬픽][단편][혐] Romance Dismal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133



    "말도 안 돼…. 어떻게… 어떻게 네가 이럴 수, 흑!"


    플러터샤이는 자신의 목을 조여 오는 발굽의 차가움을 느끼며 조용히 흐느꼈다. 그녀는 속으로 절규했다. 그녀는 참으려했지만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엔젤의 잔해를 보자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발굽의 주인이 미소 지었다. 차가우리만치 섬뜩한 미소였다. 플러터샤이의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이 그의 발굽을 거쳐 팔꿈치에서 망울져 떨어졌다. 그는 일렁이는 샤이의 얼굴을 찬찬히 훑으며 말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너한테? 알고 싶어? 그게 그렇게 궁금해? 그렇게 중요한 거야? 지금 당장 죽을 지도 모르는데도?"


    다른 포니였다면 죽음의 공포 앞에서 최후의 발악을 하며 귀찮게 했을 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오히려 사지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곧 그녀의 하반신이 축축해지며 시큼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바닥에 침을 퉤 뱉은 그는 발굽을 휘둘러 플러터샤이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녀의 입에서 하얗고 빨간 것들이 튀어나왔다.

    그는 그 모습을 시큰둥하게 쳐다보다 히죽 미소 지었다. 그가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 살고 싶으면 한 번 도망쳐봐. 멀~리 멀리. 되도록이면 내가 따라잡지 못할 곳으로 말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플러터샤이는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 상황에선 단지 몸의 끝자락에 붙어있을 뿐인 날개가 사시나무처럼 사정없이 떨렸다. 이가 빠진 고통도, 아려오는 턱도, 발굽의 씁쓸한 맛도, 질척질척 기분 나쁜 하반신도, 살고 싶으면 도망치라는 그의 말도, 무엇 하나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어서 이 지옥 같은 상황이 지나가길, 되도록이면 꿈이길 바랄 뿐이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도저히 믿고 싶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기에 도망치기로 마음먹었다.


    "으흐흑!"


    어금니를 꽉 깨물었지만 심하게 찢어진 입술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그녀가 움직이려 한 순간.


    콰직!


    "----!!!"


    막 움직이려는 플러터샤이의 뒷발을 발로 내려찍자 그녀의 발은 기괴한 각도로 뒤틀렸고 그가 참을 수 없는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려는 그녀의 입을 막으며 목을 조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녀는 괴로움에 꺽꺽거렸다. 그리고 점점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기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려했지만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



    ☆신★년☆특★집―


    -가 가지지 못한 것이 -에게 유혹을 한다면

    -는 과연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Romance Dismal 



    이튿날 포니빌이 발칵 뒤집혔다. 이유는 난장판이 된 플러터샤이의 집과 그녀의 상태 때문이었다. 반은 그녀의 피로, 나머지 반은 엔젤과 각종 동물들의 피로 뒤범벅이 된 그녀의 온몸은 여기저기 멍들고 찢기고 뒤틀린 그야말로 그녀의 집과 같이 만신창이였다. 대시는 분노했다.


    “대체 누구야! 누가 플러터샤이를 이렇게….”

    “진정해, 대시.”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너 책만 보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그녀는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트와일라잇의 발굽을 거칠게 내쳤다. 트와일라잇은 내쳐진 발굽을 쓰다듬었다. 들것에 실려 나가는 플러터샤이를 따라 오열하는 래리티의 울부짖음이 높게 울려 퍼졌다. 대시는 귀를 틀어막고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트와일라잇도 고개를 푹 숙였다. 핑키도 오늘만큼은 입가에 한 점 희미한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 애플잭도 모자를 푹 눌러썼다.

    그날 오후,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사건이 사건인 만큼 캔틀롯의 치안담당관들까지 동원되었다. 분주히 증거를 수집하고 현장을 구석구석 살피는 그들의 모습을 모며 대시는 곧 용의자가 잡힐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트와일라잇과 애플잭은 그들의 능력을 의심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한 캔틀롯에선 이런 사건이 없었어. 적어도 내가 지내는 동안엔 말이야. 그저 단순한 지식으로만 배운 그들이 용의자를 제 때 잡아낼 리 없어.’


    트와일라잇은 작게 한숨 쉬었다. 애플잭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내가 용의자였다면 이러는 동안 벌써 멀리 도망쳤겠지.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도 여기엔 절대 오지 않을 거다.’


    대시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뭐가 불만이라 저런 표정들일까? 그녀는 이유를 물었고 트와일라잇은 캔틀롯 치안유지대의 실태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가며 말해주었다. 대시는 그 말을 듣자 눈앞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치안대가 썩 못미덥게 보였다. 애플잭은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언니!”


    웅성대는 군중 사이를 비집고 작은 조랑말 둘이 튀어나왔다. 애플블룸과 스크툴루였다.

    애플블룸은 애플잭을 부르며 품으로 달려들었다. 오전엔 급히 돌려보낸 덕분에 자세한 모습은 못 봤겠지만 마을 전체에 깔린 중압감만으로도 겁을 집어먹은 듯 했다.


    “애플블룸! 여기 오면 안 된다고 했잖아!”

    “그래도….”

    “으음…. 얘들아. 미안한데 나 먼저 농장으로 가볼게.”


    그녀는 대답도 듣지 않고 동생을 데리고 농장으로 돌아갔다. 같이 왔다 졸지에 혼자 남게 된 스크툴루는 내색하고 있진 않지만 역시 적잖이 떨고 있었다. 그녀는 슬금슬금 대시 옆으로 다가갔다. 대시는 아무 말 않고 그녀를 옆으로 바짝 끌어당겨 날개로 감싸주었다.

    그녀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오전부터 아무 말 없이 인상 쓰던 핑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얘들아. 샤이한테 가보자. 우리가 백날 뚫어져라 쳐다봐야 나오는 건 없잖아? 그러니 지금은 샤이한테 가보자. 어서.”


    그녀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중환자실에 입원한 플러터샤이는 여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의사의 말로는 엄청난 쇼크로 정신을 잃었는데 현재는 스스로가 깨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몸 상태로는 깨어나는 게 오히려 고역이니 당분간은 차라리 이 상태로 있는 편이 어쩌면 더 좋다고도 덧붙였다. 당분간은….

    플러터샤이는 현재 절대안정을 취해야 하기에 바로 옆까진 가지 못했다. 그래서 트와일라잇들은 숨소리도 잘 안 들리는 두꺼운 유리벽 너머로 쌕쌕거리는 그녀의 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습기 찬 호흡기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그녀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멍이 들어 심하게 부어오른 눈자위, 한쪽이 흉하게 일그러진 코, 입가로 조금씩 흘러내리는 핏물, 몸 여기저기에 감겨진 붕대 위로 붉게 떠오른 핏자국까지….

    대시조차 다 못 봐줄 만큼 처참했다. 스크툴루는 아예 처음부터 대시의 품에 안겨 몸을 떨고 있었다. 트와일라잇도 이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핑키만은 그녀를 눈도 깜빡이지 않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조금씩 핏발이 섰다.

    트와일라잇은 곁눈질로 그 모습을 흘겨봤다. 핑키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그리고 볼이 움푹 패일만큼 앙다문 입술에서 자그맣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용서 못해….”


    *


    “감식반에선 뭐라데?”


    캔틀롯 치안대의 치안대장은 감식반이 수집한 현장자료들을 한 장씩 넘기며 물었다. 그러자 금방 서류봉투 하나를 들고 온 포니가 대답했다.


    “음…. 일단 바닥에 찍힌 발굽자국은 피해자의 것만 발견됐구요, 용의자의 발굽자국은 전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데요?”

    “흠…. 그래? 그럼 페가수스가 용의자네?”


    치안대장은 맞받아치는 도중에도 자료 확인을 멈추지 않았다. 서류 포니가 다시 말했다.


    “그건 두고 볼 일이죠. 비단 페가수스가 아니라 어스포니라도 그 정돈 할 수 있어요.”

    “허이구, 그러셔.”

    “발굽자국은 둘째 치고 집안 곳곳에 뿌려진 혈흔자국을 조사했더니 흉기는… 이걸 흉기라고 해야 되나?”

    “뭔데?”


    서류 포니는 잠깐 뜸을 들이고 말했다.


    “발굽이래요. 둔기라고 돼있는데요?”

    “쯧!”


    치안대장은 세게 혀를 찼다. 서류 포니도 숨죽여 실소했다. 얘네도 어지간히 할 짓 없나보네.


    “이런 씨부럴, 그딴게 둔기면 나도 네 개나 가지고 있다!”

    “머리까지 다섯 개겠죠. 근데 아래건 매가리도 없으니 여섯 개는 안 되겠죠?”

    “육시럴! 딴 거!”


    서류 포니는 낄낄거리며 다음 장으로 넘겼다. 치안대장은 한번 흘끗 째려보고 다시 자료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이에 뒷받침하는 자료… 라…. 흠. 피해자가 기르던 애완동물을 맨발굽으로 찢어 죽였음. 와! 진짜 육시네?”

    “이런 씨….”

    “그리고! 피해자의 도주흔적이 있었으나 집밖으로 예닐곱 걸음이 고작. 그리고 그 부분에서 땅이 움푹 패인자국이 나왔으며 주변에 튄 혈흔으로 미루어 피해자의 신체 일부가 파손된 것으로 추청 됨. 패인 깊이는 약 한 발굽정도로 페가수스의 뼈를 맨발굽으로 으스러뜨릴 정도의 괴력! …아직까진 이게 전부라네요.”


    서류 포니는 다시 서류를 갈무리하고 치안대장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치안대장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그는 서랍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었다. 서류 포니가 재빨리 불을 붙여주었다. 치안대장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머릿속을 떠도는 니코틴을 음미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다 이윽고 숨을 내쉬었다. 서류 포니는 발굽사래를 치며 얼굴을 찌푸렸다.


    “후우…. 새끼들, 대체 건초나 처먹을 줄 알았지 외엔 할 줄 아는 게 뭐야?”

    “똥 싸고 자는 거죠, 뭐.”

    “…후우.”


    그들은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당분간은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


    이번에 벌어진 사건 때문에 혼자 잠자리에 들길 거부하는 애플블룸을 간신히 재운 애플잭은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후우. 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먹으려고 이런담? 포니빌에서 사건이라니….’


    애플잭은 이를 갈았다. 최근 농장일로 신경이 곤두서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사실 낮에 샤이의 모습을 봤을 땐 슬픔이나 분노보단 짜증이 먼저 솟구쳤다. 대체 왜 그랬는지는 자신도 잘 모르지만 이거 하나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용의자를 잡아야 되더라도 뭔가 된다.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든다.’


    정체불명의 사건인 탓일까? 왠지 타오른 불이 여기저기 불똥을 튀길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던 도중 농장을 가로질러 헛간으로 향하는 한 그림자를 보았다. 마치 나는 듯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대체 이 야밤에 누굴까? 그녀는 일단 경계심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곧, 그녀가 계단을 채 내려가기도 전에 작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그래. 이번엔 뭐 좀 나왔대냐?”

    “네. 더 두툼하네요.”


    서류 포니는 감식반에서 새로 가져온 서류를 꺼내 첫 장을 넘겼다. 그리고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이번 피해자는 워우. 일단 왼쪽 뒷다리 한 쪽이 뜯겨나갔구요, 앞다리는 반쯤 뜯어지다 말았다네요. 그리고 늑골은 다 나갔고 갈비 반쪽은 아예 으스러졌고, 에, 그리고 또… 척추는 두 군데가 부러졌고 두개골도 우측은 아예 함몰이라네요. 성대는 으스러져있었고, 결정타는 경추가 아예 으스러지면서 그 자리에서 즉사했구요. 사인은 이렇게 된다네요? 포니빌에서 가장 힘 센 어스포니 중 하나였다는데 신기하네요.”


    치안대장은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비벼 껐다. 그리고 서류 포니에게서 서류를 빼앗아 직접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류 포니가 투덜거렸다.


    “앗! 저도 아직 다 못 읽었다구요! 보시려면 좀 읽으면서 봐주세요~.”

    “…이 자식이.”

    “헤헤.”


    치안대장은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읽었다.


    “피해자의 격렬한 저항으로 집안 여기저기에 혈흔이 튀었지만 어째선지 용의자의 혈흔은 발견돼지 않았다. 그리고 농장이라 그런지 일반적인 곳보다 높은 습도가 측정 됐고… 수상한 점은 유리창도 깨지고 다 부셔졌는데 가족들 누구하나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서류를 집어던졌다.


    “이런 옘병할! 뭐 이딴 게 다 있어?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야? 끝마무리를 확실하게 지어야지, 새끼들! 으아!”


    서류 포니는 황급히 바닥에 널브러진 서류들을 주워 모았다. 그리고 씩씩거리는 치안대장을 뒤로한 채 다시 주워든 서류들을 하나하나 훑어봤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에 대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있을 법한 것도 전부 모호한 추측성 심증이 전부였다.


    “이래서야 원. 용의자를 잡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오?”

    “또 왜!”


    서류 포니는 서류 한 장을 빼 치안대장의 눈앞에 대고 흔들었다. 피해자의 가족들에 대해 나와 있었다.


    “그래니 스미스. 평소 심각한 난청을 앓고 있음. 빅 매킨토시.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 애플블룸, 이하동문. 뭐? 수면제?”


    그때였다.


    “대장님! 긴급 상황이에요!”


    *


    트와일라잇은 극심한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틀간 절친한 친구 둘을 잃었다. 아니, 하나는 숨이 붙어있으니 아직 이라고 해야 할까?

    대시는 설마 연달아 이틀이나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길길이 날뛰더니 아까부터 용의자를 직접 찾아내 없애버리겠다며 상공을 배회하기 시작했고, 래리티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스위티 벨과 함께 집의 문을 걸어 잠그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핑키는….


    “핑키. 꼭 이럴 필요는….”

    “시끄러워!”


    생머리를 한쪽으로 길게 늘어뜨린 핑키는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입에 물었다 발굽에 쥐었다 하며 로비를 서성거렸다. 트와일라잇은 살벌한 그녀의 모습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용기 내어 다시 한 번 말을 걸었다.


    “핑키, 제발. 나도 너만큼 슬퍼. 하지만 지금 이런다고 용의자가 잡히진 않아. 핑키….”


    뭐가 잘못 됐는지 불이 들어오지 않아 컴컴한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올리던 핑키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꺾어 트와일라잇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트와일라잇은 그녀의 살기가 왠지 자신에게로 쏘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말했다.


    “트와일라잇. 아냐. 난 알 수 있어. 지금 내 핑키-센스가 말해주고 있어. …일어나. 오늘 밤에도. 반드시.”

    “핑키….”


    트와일라잇은 힘겹게 침을 삼켰다. 한순간에 변해버린 친구의 모습을 마주대하기 어려웠다.


    “그, 그럼 오늘은 여기란 소리야?”


    그녀의 질문에 핑키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오늘도 벌어질 거라는 건 알고 있어.”


    핑키의 감각이 그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일어날 것이다.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트와일라잇은 그렇게 믿었다. 아아. 핑키. 이 일이 이제 끝났다고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쨍그랑!!


    2층에서 창문이 깨지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트와일라잇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핑키가 먼저 2층으로 달려들었다. 마치 신기에 가까운 몸놀림이었다. 그녀는 입에 칼을 문 채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으으으어어어!!!”


    그 괴성의 메아리가 가시기도 전에 쉭쉭거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두어 차례 들리더니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막 2층으로 올라선 트와일라잇의 머리 위로 핑키가 날아가며 1층으로 추락했다. 테이블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트와일라잇의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


    외침과 함께 감식반 배지를 단 포니가 방 안으로 급하게 뛰어들었다. 치안대장과 서류 포니는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서류를 몽땅 떨어뜨렸다. 순식간에 바닥이 종이 천지가 돼버렸다. 하지만 감식반 포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을 토해냈다.


    “지, 지금 사건이 또 터졌습니다!”

    “뭐! 이번엔 또 뭐야! 벌써 몇 번짼 줄 알아? 장난치려면 네 조카 놈한테나 해! 이런 우라질!”


    치안대장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감식반 포니와 함께 방을 뛰쳐나갔다.

    서류 포니는 그들이 나간 방향을 바라보다 바닥을 보았다. 그리고 서류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피해자 : 트와일라잇 스파클

    사인 : 과다출혈

    비고 : 양 무릎 관절이 역방향으로 꺾여있었으며 좌측 허벅지 파열 및 골절. 우측 어께 탈골. 막대한 마력 운용이 포착 되었으며 두부에 큰 충격으로 뇌출혈 발생. 이후 수십 회의 자상으로 인한 출혈과다로 사망.

    비고 : 피해자의 조수인 스파이크는 검게 타버린 형체만 남음. 현장 적발 당시 핑카미나 다이앤 파이가 쓰러진 채 발견. 피해자의 상처와 일치하는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음. 또 주황빛이 도는 페가수스의 깃털을 발견. 감식 결과 스크툴루의 것으로 판명 되었음.


    서류 포니는 다 읽은 서류를 다시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방을 나섰다.


    *


    “이거 놓으란 말이야! ”


    흥분에 미쳐 날뛰던 핑키는 결국 포박당한 채 의자에 묶이게 되었다. 그녀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눈덩이를 호되게 얻어맞은 서류 포니는 부어오르기 시작한 자신의 눈두덩을 문지르며 자리에 앉았다. 조그마한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그녀의 몸부림은 지금 당장이라도 포승줄을 끊고 자신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그는 작게 한숨 쉬었다.


    “자. 핑카미나 다이앤 파이 양? 이제 그만 진정하고 제 말을….”

    “당장 이거 풀지 못해! 난 가야 돼! 친구들한테 가야한단 말이야!”

    “저… 핑카미나 다이….”

    “어---서---!!!”


    쾅!


    순간 실내가 정적에 휩싸였다. 서류 포니는 책상을 내리친 손을 들어올렸다. 그는 너무 세게 내리쳐 아린 발굽을 주물럭거렸다. 그가 말했다.


    “자. 이제 진정 된 것 같으니 진솔하게 대화를 나눠보죠.”

    “…대화는 무슨 대화야.”


    서류 포니는 양 발굽을 마주쳤다. 그리고 방금 읽었던 서류를 가져오지 않은걸 후회했다. 그래도 태연한척 말을 이었다.


    “저희는 당신이 죽은 피해자의 방에서 피범벅이 된 채, 피해자의 혈흔이 가득한 흉기를 쥐고 쓰러져있었다는 사실에 일단 구속해 이곳으로 데려왔고, 지금 그것이 매우 잘못 된 행동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실내를 둘러보았다. 구석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진 의자 몇 개와 바닥엔 깨진 전구의 잔해들이 즐비했다. 그는 질린다는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 휘파람을 불었다. 그 틈에 핑키가 치고 들어왔다.


    “그렇다는 말은 지금 내겐 아무런 죄가 없다는 소리잖아? 그럼 빨리 이걸 풀어. 풀어줘. 어서! 어서, 어서, 어서, 어서, 어서, 어서, 어서, 어서…. 제발….”


    포승줄이 살갗을 파고듦에도 그녀는 몸부림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녀는 매우 초조해보였다.

    서류 포니는 그녀에게 더 이상 흥분으로 점철 된 적개심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의 포박을 풀어주었다.


    *


    대시는 격분해 소리쳤다.


    “스크툴루! 대체 왜 그런 거야?!”


    그녀는 밀려드는 흥분을 가까스로 제어했다. 스크툴루는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스크툴루는 입을 열었다.


    “…그냥.”

    “뭐?”

    “…다들 잘 날아다니는 꼴이 보기 싫었어요. 저는 이렇게… 이렇게 노력해도 날지 못하는데…. 날개도 없는 어스 포니들까지 날아다니고….”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대시가 소리쳤다.


    “그럼? 그럼 애플잭은 왜! 그 무식하게 힘 센 애플잭은 또 왜! 그런 무리한 짓까지…!”

    “…나한텐 없는 언니가 있….”


    그녀는 다시 말을 끝맺지 못했다. 대시는 머리끝까지 피가 솟는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발굽을 치켜들었지만 곧 천천히 내려 스크툴루의 어께에 얹었다. 스크툴루의 몸이 크게 떨렸다. 대시는 차분히 말했다.


    “그래. 그럼 난 일단 래리티에게 갈 거야. 가서 이 웃기지도 않는 상황을 다 말해준 다음 그녀를 편하게 만들어주겠어. 그리고 이번엔 혼자서 다시 플러터샤이한테 갈 거야.”

    “….”

    “넌….”


    줄곧 그녀들의 대화를 듣던 치안대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무심히 지켜보던 대시는 방을 나서기 전, 스크툴루를 감정 없는 눈빛으로 흘기며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그 다음이야.”


    대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다. 그때 옆방에서 고막을 찢을 듯 히스테릭한 울부짖음이 들렸다.


    “이거 놔! 당장! 지금… 지금 내 친구가 위험하다고!!”


    *


    치안대장은 현장의 끔찍함에 치를 떨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포니빌 최고 미녀‘였던’ 포니는 백옥 같았던 몸 대신 울긋불긋하고 보기 흉한 몸을 갖게 되었다.

    조그마한 창자로 목을 졸려 천장에 매달린 채, 입에는 그녀의 동생으로 추정되는 망아지의 머리가 척추 째로 쑤셔 박혀있었다. 그리고 하반신이 세로로 찢어져 그 안에서 흘러나온 내용물이 각각 벽의 양 끝으로 길게 늘어뜨려져 걸려있었다.

    그리고 머리를 잃은 동생의 몸은 세로로 찢어진 채 자신의 속을 언니의 오물로 가득 채우게 되었다.


    감식반 포니는 역겨움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토악질을 해댔다. 치안대장도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이상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사인은 딱 봐도 처음과 같은 맨발굽에 의한 처참한 살육이었다.

    치안대장은 이맛살을 있는대로 찌푸리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범인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처음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재빨리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페가수스의 깃털이었다. 망아지의 것도 아니고 주황빛도 아닌.


    *


    스크툴루는 범행방법을 대강 설명한 뒤 입을 다물었다.

    날지는 못하지만 구름을 탈 수 있는 그녀는 하늘 어느 곳이든지 떠다니는 구름을 구해 이동하며 모두의 눈을 피했고 트와일라잇 같은 경우는 먹구름을 십분 이용하여 모자란 힘을 보탰으며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애플잭은 신기루와 기압을 이용하여 간신히 처리했다고 한다. 여담으로 결국 빅맥과 애플블룸은 수면제의 과다투여로 영영 눈을 뜨지 못했으며 그들의 곁을 같이 따라가듯 스미스도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수면 효과를 주는 구름 따윈 어디에도 없으며 투약시간은 최소 10시간도 전이었다.

    그리고 래리티의 사망 시각은 이 여린 망아지가 서에 있을 때이다.

    그렇다. 이 두려움에 몸을 떠는 '상처 하나 없는' 망아지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였다.


    “씨발! 레인보우 대시 어딨어어?!”


    *


    불규칙적인 숨을 내쉬는 샤이 곁에 선 레인보우 대시는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나 왔어, 플러터샤이.”


    하지만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야아. 소꿉친구가 왔는데 이러기야? 어서 눈 좀 떠봐.”


    대시는 샤이의 팔꿈치를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의식 없던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눈꺼플이 힘겹게 뜨였다.

    눈을 뜬 그녀가 본 것은 머리부터 붉게 물든 자신의 소꿉친구와 그 소꿉친구의 가슴 한가운데를 뚫고 튀어나온 뜨거운 날붙이였다.

    소꿉친구의 입에서 튀어나온 핏방울이 그녀의 눈에 튀었다.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完



    ----

    아아 연말특집이 신년특집이 돼버렸네요..ㅜㅜ

    아니 그보다 신년을 여는 첫 팬픽이 이런... ..허억..!!

    으으....

    뭐 됐고

    포게 여러분들도 새해에는 

    무★병☆장★수

    !혈!기!왕!성!

    용.기.백.배.(크큭)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D스코d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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