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진보, 좌파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한미 FTA체결을 반대하며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한미 FTA체결하면 멕시코처럼 망한다"는 건데… 그런데, 과연 멕시코는 미국과 FTA를 체결(1994년 NAFTA)함으로써 진짜로 망했을까? 살림살이 졸라 힘들어졌을까?
PD수첩, 한겨레, 오마이등의 자칭 진보·좌파 언론들 및 지식인들은 멕시코가 미국과 NAFTA 체결한 이후 완전 나라 망한 것처럼 얘기한다. 울나라도 미국과 FTA 체결하면 멕시코처럼 나라 절단날 것처럼 말한다. "IMF보다 열배 백배 더 한 위기가 온다" 이러면서 말이지….
그런데… 글 맨 처음에 있는 멕시코 주가 그래프를 한 번 보시라. 대관절 망했다는 나라의 주가가 왜 저리도 올랐을까? 멕시코의 주가지수는 1998년 3,000 포인트 수준에서 2006년 현재 21,000 포인트 수준까지 8년 동안 자그마치 7배나 올랐다.
그 8년이라는 기간 동안 울나라는 대략 2배 정도 올랐을 뿐이며… 미국은 다우지수 기준 약 50% 정도의 상승만이 있었을 뿐이다.
도대체 FTA 체결로 나라 경제가 엉망이 되었다는데… 어찌 주가가 저리도 오를 수 있지? 이런데도… 걍 진보, 좌파들이 주장하는 "울나라도 미국과 FTA하면 멕시코처럼 망한다"는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으라고? 대체 누굴 바보로 아나?
전에도 얘기했지만… 단기론 주가가 경제와 무관하게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주가는 경제의 부침과 그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리고 위 그래프의 8년이란 기간은 주가가 경제의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충분히 긴 기간인 거구….
혹여 주가와 국가경제는 아무 관계없다는 새로운 학설을 주장하는 분 있으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당장에라도 난 주가가 경제와 같이 움직인 예를 백개, 천개는 들 수 있으나, 주가와 경제가 관계없다는 분께선 아마도 한 개의 예를 들기도 힘겨울 거다. 그러니…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거울이요. 경제의 바로미터라고 하는 것 아닌가?
말 난 김에 주가는 장기적으로 경제의 바로미터인 증거를 몇 개 대보겠다. 울나라의 경우, 건국 이래 최초로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고, 국민소득이 5천불을 넘어간 "3저 호황시대"인 80년대 후반 종합주가지수가 120포인트에서 1,000포인트까지 8배가 올랐으며, 반대로 IMF라는 커다란 위기를 맞았을 땐 300 포인트까지 주가는 추락했으며… IMF 극복과 함께 지금은 다시 네 자리수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로 눈을 돌려 보면… 1990년대에 미국 다우지수는 3,000에서 1만으로 오른 반면, 일본은 니케이 4만에서 1만대로 추락했다. 이는 미국의 경제가 90년대 내내 좋았던 반면, 일본의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으로 대변되는 아주 안 좋은 시기였던 것을 그대로 반영한 것 아닌가?
1990년대 울나라를 비롯한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등의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의 주가가 횡보세 내지 하락세를 나타낼 즈음 유독 중국 증시만 상승에 상승을 거듭했던 것 또한 중국이 전 세계의 생산기지가 되면서 나타난 중국경제의 부흥을 그대로 반영했던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구….
이런데도… 주가랑 경제랑 무관하다 하면 정말 할 말 없다. 우기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어쨌든… 미국과 FTA 체결하면 농민들이 어려워진다.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빡빡해진다 뭐 이런 소리야 이해할 만하고, 또 그에 따른 대책 같은 것도 필요하겠지만…, 다짜고짜 "한미 FTA 체결하면 IMF 10배 위기 온다"든지… "한미 FTA 체결하면 멕시코처럼 나라 망한다"든지 하는… 일단 졸라 공포감을 조성해서 어떻게든 목적을 달성하자는 식의 행동은… 제발 좀 자제해 줬으면 한다.
진보냐 보수냐, 좌파냐 우파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얘기하고 곡학아세하지 않는 속에서 토론하고 대화해서 제대로 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진짜로… 막연히… "멕시코는 좀 후진 나라이니 NAFTA 체결 이후 잘못되었겠지. 울나라도 멕시코처럼 된다 떠들면 먹히겠지" 이런 단순한 생각으로… 자꾸 멕시코, 멕시코 들먹이다간… 나중에 큰 망신당할 수 있음을… 제발 좀 명심했으면 좋겠다.
추가> 정태인 씨의 주장에 반박하는 LG 연구원의 글을 덧붙입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멕시코가 FTA 때문에 나라 조졌다는 얘기는 설득력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도 그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곡학아세하는 이런 짓은 제발 좀 그만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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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님, 안녕하세요.
지난번 국회 토론회에서 뵈었던 LG연구원입니다.
계속 바쁘시지요? 저도 요즘 (조금은 다른 이유로 ^^::)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저도 정 선생님이 멕시코에 대해 쓰신 글, 그리고 KBS 스페셜 등에서 멕시코 다룬 다큐 등을 보면서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멕시코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심지어 졸업논문도 멕시코 토지 개혁에 대해 썼고, 부전공으로 스페인어도 배웠을 정도입니다. NAFTA 이후 멕시코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계신 것 중 가장 큰 부분은 NAFTA 이전 멕시코인(특히 농민과 빈민)들의 삶의 질입니다.
전에 다른 글에서도 지적하셨지만, NAFTA 이후 멕시코의 토지 점유제도인 에히도 제도는 붕괴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에히도 제도는 오히려 멕시코 농업 발전을 가로막는 제도였습니다. 아… 농업 발전을 막았다기보다는 농업의 상업화를 가로막는다는 표현이 옳겠네요.
특정 지역의 경작지를 온 마을 사람들이 나눠 갖는 이 에히도 제도 하에서는 대농장과 같은 상업적 농업과 경쟁할 수가 없고, 결국 여기에서 생산된 농산물들은 수출보다는 내수, 특히 근교 지역 소비에만 겨우 쓰이는 정도였습니다. 더군다나 1970년 이후부터는 이 점유권을 비공식적으로 대자본가들에게 넘기고 농노가 되는 농민들이 많아졌구요.
하지만 NAFTA 이후 에히도 제도가 폐지되면서 그 때까지 점유하고 있던 토지 경작권을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되었고, 이 때 많은 멕시코 농민들(주로 농민 인구밀도가 높았던 남부)이 고향을 떠나 마낄라도라도 옮겨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이주는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슬픈 이주가 아니라 그들에게는 희망에 찬 이주였지요. 노예에서 노동자로 신분이 바뀌는 것이었으니까요. 단지 농토를 떠난 농민 비율이 높다는 것만으로 '농업 붕괴'를 주장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르띠야 가격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제가 멕시코를 처음 찾았던 1990년 6월 기준으로 또르띠야는 20장짜리 한 봉지에 30원, 또르따라고 불리는 바께뜨 비슷한 빵은 한 개에 8원 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당시 제도혁멱당(PRI) 정부가 저소득층을 달래기 위해 생산 원가의 80% 이상을 보조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제도였습니다. 대학교육 역시 거의 무료에 가까워 국립대학 1년 등록금이 1만원도 채 안 했구요.
하지만 이런 식의 정부 보조는 재정 악화를 초래했고, 결국 페소화 위기를 가져오게 되지 않았습니까? 더군다나 빵과 또르띠야 8배가 올랐다고 해봤자 100원도 안하는 저렴한 수준입니다. 오히려 자원의 효율적 배분 측면에서라도 공공 부문은 오히려 다른 쪽에 관여하는 게 더 옳지 않겠습니까?
멕시코에서 아무래도 비판적인 분들을 많이 만나셨겠습니다만, 굳이 지표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절대 빈곤 하에 있던 농민들 입장에서는 NAFTA 이후 개선된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멕시코 정부의 정책 실패와 비효율적 교육 인프라, 뿌리 깊은 계급의식 등에 의한 부분들은 디스카운트해서 고려해야 할 것 같구요.
한미FTA가 체결되면 (그 확률도 매우 낮아졌지만) 이후 우리 경제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저도 확신은 없습니다만, 최소한 멕시코의 예를 근거로 반대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건승하십시오.
ⓒ 12억의기적
출처:서프울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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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장 김규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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