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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이는 큰 모자 덕에 쉽게 찾은 매드해터의 집.
여기서 뭔가를 사 먹으면 왠지 목숨이 위험할 것 같다.
"우린 모두 미쳤어" 멋진 카페 이름이네.
?! 건물 안에 누군가 쓰러져 있다.
가까이 가보았다.
"음... 사장님... 싫어요... 야메떼... 제발... 야근은 모오 야메룽다... 더 이상은 네이버...음냐음냐..."
죽지는 않은 것 같다. 뭐가 익숙하고도 굉장한 잠꼬대를 하고 있다. 기분 탓인가?
다시 보니 바닥의 빨간 것은 피가 아니라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피웅덩이 모양의 러그였다.
하필 이런 거 위에 쓰러져서 자는 거지? 사람, 아니 미라 헷갈리게...
뭔가 엄청난 일이 있었던 것 같은 카페 내부.
바닥에 쓰러진 여자는 눈에 보이는 상처는 없어 보였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 여자를 깨워봤다.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져요)
***미니게임 : 물건찾기***
시계 11개
알파벳 a,s,k,y
영화 앨리스 인 원더랜드 체셔캣 얼굴
열쇠구멍
스페이드 모양
체스말
"..."
말이 없다. 잠이 덜 깬듯하다.
얼굴에 엄청난 다크서클이 있다. 사장이란 사람이 엄청 굴리나보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저런... 머리를 다친 것 같다.
"가게에... 좀비... 와장창... 빅.. 빠다 붐... 야근...
컵을 정리하고 정리해도... 줄어들지 않아... 사장님 나빠요..."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다 다시 잠들었다.
그냥 더 자게 놔둬야겠다.
문득 뒤통수가 따끔따끔해서 돌아보니 카운터에 토끼 귀를 한 여자가 나를 째려보고 있다.
"당신! 수리공 맞죠? 대체 왜 이제야 오는 거에요!!"
뭐지? 뭔가 엄청나게 멸시당하는 기분이 드는 포즈다.
다짜고짜 손님한테 고함이라니... 무개념 가게라고 트위터에 공유해서 소문내야지.
라 오유 : 아니, 저기, 나는....
토끼귀녀 : 됐고! 빨리 고치기나 해줘요. 요리해야 하는데 주방이 온통 물바다 라구요!
라 오유 : 허~ 이것 참...
여자는 열심히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 봤자 커다란 그릇에 야채들을 썰어 넣고 마구 휘젓고 있을 뿐이었지만...
주방은 정말 물난리가 나있었다.
내가 수리공은 아니지만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는 데다가
고치고 나면 매드해터가 어딨는지 알려주지 않을까 싶어서 공구를 손에 들었다.
이런건 원래 몇번 두드려주면 대부분 고쳐진다.
하수구 속에서 물에 잔뜩 불은 콩이 나왔다.
대체 얼마나 그 속에 들어가 있었길래 이렇게 커진 거지?
어딘가 쓸데가 있을 것 같아 신기한 콩을 주머니에 넣었다.
토끼귀녀 : 어머나! 금방 고쳤네요? 역시 실력은 좋은 수리공인가 보군요!
라 오유 : 저기... 그것 말인데요... 저 수리공 아닌데...
토끼귀녀 : 앗!힝!엨!훅!
라 오유 : (=_=)
토끼귀녀 : 호호호~ 진작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가게 문도 안 열었는데 들어오길래 손님이 아닌 줄 알았죠.
미라남 : 가게 문 열려있던데...
마치 : 수리공도 아닌데 고쳐주신 거에요? 우와 손님 멋쟁이~♥
제 이름은 '마치 우사미' 라고 해요 재일교포 알바생이죠.
앞으로 저희 가게 자주 놀러 오세요 제가 컵케이크 서비스 팍팍 드릴게요~♥
(하루에 대해 묻기)
미라남 : 가게가 이 모양인데 장사할 수 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마치 : 어휴...말도 마세요. 갑자기 술 취한 좀비떼가 들이닥쳐서 돈도 안 내고 가게 음식을 죄다 처먹더니
더 내놓으라고 난동을 부리지 뭐예요? 나 참 기가 막혀서...
사장님이 마법을 써서 겨우 뒤뜰로 몰아내고 가둬놨어요. 도망 못 가게요. 아침에 술 깨면 수리비, 정신적 피해 보상 다 받아낼 거에요!
저기 바닥에 자빠져 자고 있는 애가 '네즈미 후유노' 라고 저랑 같이 알바하는 일본인 친군데요.
밤새 청소하다가 갑자기 정신이 이상해지더니 잠들어버리더라고요...
저도 엄청 졸린데 그래도 식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설거지하다가 그만 하수구가 막혀버린 거예요.
라 오유 : 그럼 저... 혹시 '매드 해터' 란 사람이 여기 있나요?
마치 : 아, 사장님이요? 좀비들 상대하시다가 다쳐서 위층 침실에 계세요.
근데 청소하다가 책장이 무너져 내려서 그만 갇혀버렸지 뭐예요?
일단 귤 몇 개 던져드렸는데... 나중에 사람 불러서 치우게 하려고요.
윗층으로 가는 계단 앞에 커다란 책장이 쓰러져 있다.
최대한 힘을 줘서 치워보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
뭔가 뛰어넘어갈 수 있을 듯 하지만 어째선지 이 세계에선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 아 참, 중요한 요리 재료가 떨어졌는데 그게 뒤뜰에서만 구할 수 있는 채소거든요?
미라는 좀비 친척 같은 거니까 라오유씨가 가면 괜찮을지도 몰라요.
살짝 가서 몇 장만 가져다주시지 않겠어요? 네? 부탁드려요.
맛있는 케이크 공짜로 드릴게요.
그녀의 요청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매드해터를 만날때까진 딱히 할게 없기도 하고,
좀비를 실제로 본적이 없어서 궁금하기도 해서 나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라 오유 : 아...뭐... 일단 가봐서 할 수 있으면 하고 무리일 것 같으면 그냥 올꺼에요 =_=
마치 : 꺄~ 완전 사랑해요! 붕대 감은 천사님~♡
라 오유 : (쑥스...)
나는 얼른 뒤돌아 빨개진 얼굴을 감추며 뒤뜰로 달려갔다.
마치 : 후후후... 좀스코 부르려고 했는데 공짜 일꾼이 나타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