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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01 - 휴가 중 할머니 구한 썰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689040&s_no=689040&page=5)
헤헤 저번에 이어서 계속 써보겠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서 즐겁네여.
이번에도 재밌게 봐주시길 ^^
저번에는 동기들 얘기를 썼으니 이번에는 제 얘기를 해보겠음.
말했듯이 공군 헌병은 하는 일이 참 많음... 그 중에 하나가 면회 접수 받는 일 임.
면회실 근무자라는 직책이 있는데, 주중에는 동일하게 근무 뛰다가 주말에는 면회실에서 근무를 함.
주말에 못쉬니까 안좋지 않냐고?
아님, 헌병은 크루근무라서 주말 같은 건 없음 -_-;; 주말에는 외부인이 안들어옴? 심지어 더 들어올때도 있음 ㅠ
헌병들 힘듦... 나중에 공군부대 갈 일 있으시면 헌병들 격려 좀 해주시길.
면회실에서 하는 일은 간단함. 면회객이 오면 접수를 받고 해당 장병을 호출한 후 서류와 전산으로 기록을 남김.
ㅋ 끝임.
접수를 받다보면 면회객의 절반은 가족들이고, 절반은 여자친구들임.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역시 생긴 분들이라 외모가 괜찮으신 분들임. 하... 어차피 임자 있는 분들이지만, 눈호강이라도 함.
하지만 난 어머님들이나 할머님들이 더 좋았음. 왜냐하면 이분들은 자기 자식들과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이셨나 봄.
겁나 챙겨주심 ㅠㅠ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났었음 ㅠㅠ 감사합니다.
치킨이며 피자며 보쌈, 과일, 몽쉘, 초코파이 등등 안먹어본 음식이 없을 정도임. 고맙습니다.
어, 근데 근무 중에 음식물 섭취하면 안되지 않냐고? ㅇㅇ 당연히 안됨.
안걸리면 되는거 아님?ㅋ 주말이라 간부들도 당직계통 밖에는 없었음.ㅋㅋ
(그러다 함 걸려서 ㅈ될뻔하긴 했지만....이 썰은 나중에 ^^)
한번은 서류정리를 끝마쳐놓고 컴퓨터로 딴짓을 하고 있었음. 그래봤자 타자연습정도...
그런데 어떤 처자 두 명이 쭈뼛쭈볏 거리면서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겠음?!?!?!
거기다가 손에는 미X터피자 박스가....!
'올 것이 왔구나'
그때부터 나는 겁나 일 열심히 하는 척을 함. 오른손으로는 서류에 뭔가를 끄적이면서 왼손으로는 컴터 자판을 두드림.
왜 그랬지...? 아마 빈틈없어 보이는 멋진 군인으로 보이고 싶었나 봄 -_-
그녀들은 그런 내게 쭈볏거리면서 다가옴.
지들끼리 막 속닥거림
'야 어떡해 니가 말해 ㅋㅋㅋ' '니가 말해~ 부끄럽잖아!'
좀 설렘. 군인버프로 인해 내 눈에는 천사 두 명이 걸어오는 듯 했음. 심장 터질뻔.
그녀들은 피자박스를 내게 내밀면서 수줍게 말했음. 엌ㅋㅋㅋㅋㅋㅋㅋ내 심장
"저기요..."
하....올 것이 왔구나. 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감추며 겁나 무심한 듯 시크하게, 하지만 한없이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했음.
"무슨 일이 십니까?"
그녀는 발그레한 표정으로 말함. 으...헉 내 시맞ㅇ
"이거... 어디다가 버리면 되나요?"
하....걍 쓰레기였음. 저기요, 바깥에 바로 쓰레기통있음다....ㅜㅜ 불쌍한 군인을 설레게 하다니....ASKY ㅎㅎ
반면 아버님들은 되게 시크하심.
아니 뭐랄까.... 귀찮아하심.
그도 그럴것이, 어머님들이나 애인들은 처음 들어와보는 군부대이니 신기하고 하겠지만,
아버님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곳일거임. 아마 세상에서 제일 오기 싫은 곳일지도. 왜 면회실에 담배 안파냐고 화내심
생각해보니 우리 아부지도 항상 면회와서 누워서 주무심 ㅠㅠ 아부지 ㅠㅠ
그날도 그럭저럭 한가했었음. 근데 갑자기 어떤 아버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오심. 나 좀 당황함.
"어이 근무자"
"...무슨 일이 십니까?"
"아나 이거"
하고 시크하게 말하시며 휴지에 곱게 싼 닭다리하나를 주고 그대로 가버리심.
10초 동안 멍때림. 이걸 먹으라는 건가... 어쩌라는 거지...?
음, 암튼 맛있게 먹음. 역시 치킨은 장X님 치킨인듯.
이처럼 면회실 근무를 하면서 가족들의 소소한 정들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음 ㅋ
면회실 썰은 사소한 게 굉장히 많은데... 가물가물하네요, 기억나면 그때그때 적겠습니다!
이번 편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른 썰로 찾아오겠습니다. 저녁 식사 맛있게 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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