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와 육아에 지친 부부가
둘만의 시간을 갖기란 어려운 것.
몸이 힘들어서.
애가 안자서.
어쩌다보니.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 좀 너무하다 싶었던 오늘.
난 간단히 맥주 한캔 하고 샤워를 하러 가고,
남편은 여섯살 아이를 재우기로 했다.
약 30여분의 샤워가 끝나고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남편에게로 조심조심 다가가서
"여보, 양치질하고 와~(찡긋)" 하고 속삭이자,
어둠 속에서 움찔하며 희번덕 빛나는 남편의 눈이 보였다.
통하였구나!
남편이 슬금슬금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또렷하고 선명한 그 목소리.
"아빠, 못들었어? 엄마가 양치질 하고 오라잖아.
양치질 안하면 나처럼 치과가서 주사맞는다...."
정적...
하하...
안잤구나, 녀석.
아까 거의 잠들어가는 녀석을 확인하고 샤워에 들어갔건만.
그래.
양치질 안하면 치과 가야해서...
엄마가 아빠, 너처럼 주사 맞을까봐 챙겨준 거 맞아^^
12시 59분.
나는 덜마른 머리를 베개에 걸치고
녀석과 등을 딱 붙인 채 "어어~ 엄마 여깄어. 걱정말고 자," 를 연발한다.
저 멀리 들락날락, 남편이 애꿎게 거실 화장실을
반복하여 입퇴장 소리가 들린다.
여보, 오늘도 틀렸어.
치과가서 주사 안맞으려면 양치질 깨끗이 하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