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전에 과제 때문에 어머니한테서 저 어릴 적 이야기를 하나 듣게 됐는데요. 제가 서너살적에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자기는 애들 데리고 절대 외식하지 않는다고 하셨대요. 어머니야 이 양반이 대체 뭔 소린고 했다고ㅋㅋㅋ
들어보니까 아버지는 자기가 식당에서 애들 시끄러운거 싫으니까 나도 안하겠다 애가 7살 되기 전까진 절대 밖에 안 데려가겠다라는 마인드셨는데 ㅋㅋㅋㅋㅋㅋ
어..뭐.. 되게 아버지스러운 발상이구나하고 납득은 갔어요 납득은ㅋㅋㅋㅋ어렸을때야 왜 우리집은 외식 안하지 힝힝 이랬지만 새삼 이제 다 커서 그 소리 들어봤자 싶기도 하고. 왜 요새 노키즈존 유행하기도 하고 이해가는 범위라고 생각은 했어요. 근데 왜인지 나중에 곱씹어 볼수록 뭔가 껄끄러운거에요.
우선 저희 아버지의 양육태도에 대해서 적자면 솔직하게 매일 보는 아버지인데도 불구하고 아버지 느낌이 전혀 안났어요. 되게 거부적인 태도셨거든요. 본인이 그런 의도였든 아니든 아이였던 저와 동생이 받아들이기엔 '아 이 사람이 날 거부하구나'란 메세지였어요. 생각해보면 그때도 어린이집 친구들은 나 부모님이랑 어디어디 갔다~ 뭐 먹었다 매일 자랑했는데 저는 그런게 하나도 없었어요. 일단 아버지가 싫어했으니까요.
물론 어머니도 아버지의 저 말을 듣고 내가 왜 우리 애를 감춰야 되냐 우리 애 데리고 내가 밥도 못먹냐고 했대요. 솔직히 저ㅋㅋㅋㅋ어릴 때부터 되게 얌전한 아이였거든요. 다치거나 길 잃어도 우는 법이 없었대요. 그래도 뭐 아버진 자기 싫은거 남한테도 피해주기 싫다고 죽어도 안간다고 하니까 늘 집에서만 먹다가 어쩌다 한 번 외삼촌네랑 외식할 기회가 생겼었어요. 당연히 아버지도 같이 가셨고 전 아버지랑 외식하는게 정말 간만이고 식당도 되게 이뻐서 우와 우와 하면서 되게 두리번거렸어요. 그렇게 식사하다가 어머니가 앞접시였나? 뭔가가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당연히ㅋㅋㅋ점원 부르면 되는 일을 전 뭣도 모르고 동생들 우르르 데리고 저희가 다녀올게요! 이러고 말릴 새도 없이 방에서 튀어나갔는데ㅋㅋㅋㅋ 어린 애들이 그 넓고 꼬불꼬불한 식당에서 길을 제대로 찾을리가ㅋㅋㅋㅋ요리조리 다니다가 점원분이 발견해주셔서 방으로 돌아왔는데 아버지가 되게 뭐라고 하시는거에요. 일단 그 애들 무리중에선 제가 장녀라고 저를 제일 혼내셨는데 그 뒤엔 그저 입 꾹다물고 조용히 밥만 빨리 먹은 기억이 있어요.
그게 계기였는진 몰라도 다른 가족들은 국수 먹을때도 후루룩 먹는데 저는 조용히 입에 담아서 우물거리면서 먹거든요. 동생이 왜 그러고 먹냐고 그렇게 먹는건 제대로 먹는게 아니라고 면을 입으로 흡입해서 먹어야된다는데 전 그걸 진짜 극도로 혐오했어요ㅋㅋㅋ 지금이야 덜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아버지의 태도가 저한테 여러 영향을 미쳤구나 싶더라고요. 지금도 친구들은 저랑 먹을 때 얘는 소리없이 엄청 빨리 먹는다고ㅋㅋㅋ얘랑 먹으면 혼자 먹는것 같다고 ㅎㅎ
암튼.. 저런 얘길 엄마한테 듣고 또 혼자서 생각해보니까 요즘 시대상으로 비춰보자면 아버지가 크게 잘못한것도 없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모습이지만 그걸 아이에게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서 아이한테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그냥 뭐.. 이런 이야기 하는 이유가.. 아까 이마트에서 장볼 때 애기가 제 카트에 와서 부딪혔는데 어머니분이 빠르게 와서는 저한테 엄청 사과하시고 애를 되게 잡듯이 혼내시더라구요. 사람들도 다 쳐다보고.. 저야 괜찮았는데 애는 카트 모서리? 부분에 이마 제대로 부딪혔거든요. 아무도 애가 이마 아파서 훌쩍거리는거 신경도 안쓰고 간간히 맘충소리도 들리고.. 그래서 전 괜찮다, 그보다 애가 머리를 세게 부딪혔으니 애 먼저 봐달라고 했더니 애 엄마가 진짜 죄송하다고 계속 인사하면서 애 데리고 가시더라고요. 솔직히 어머니분도 안타깝지만 제일 신경쓰였던건 아이였어요. 어머니쪽한테도 맘충소리하는데 애한테 보내는 눈길이 곱겠어요. 심지어 엄마마저도 애 아픈것보단 남 눈치 신경쓰면서 애 혼내는데.. 정작 당사자인 나는 괜찮은데 주변사람들이 이래서 애를 데려오면 안된다 하면서 엄마랑 애탓을 하는데 글쎄요. 애가 처음부터 성숙하고 조신하게 구는 경우가 어딨겠어요. 그렇다고 애를 집에만 두거나 부모랑 떼어두는것도 좀 이상하잖아요. 제가 아버지와의 일을 너무 투영하는건진 몰라도 자꾸 애가 신경쓰이더라구요. 아버지도 그렇고, 요새 사람들도 그렇고 아이에게 어른의 잣대를 들이대는게 참 슬퍼서요.. 그건 너무 힘들잖아요. 걍.. 아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라는 말이 오늘따라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