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방을 만드는 오유징어입니다.
한동안 많은 일들이 있어서 무척이나 정신이 없었는데, 아주 간만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꾸미는 일에도 관심이 없는 제가 가방을 만들겠다고 회사를 박차고 나와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올라온 것이 작년 이맘때였는데,
벌써 일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밀도있는 희노애락으로 점철된 한 해를 보냈습니다.
특히 오유에 계신 아주 많은 분들께서 응원을 아끼지 않아주신 덕분에 오늘도 조금씩 더 성장하고 있습니다.
연말이 다가올 즈음에 쓴 글이 마지막이었는데, 그 글에서 남겨주신 한 유저분의 댓글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광고의 색이 무척이나 짙다하여 이를 지적해주시는 그 말씀에 솔직히 그렇다는 말 밖에는 별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시다고, 가끔은 글을 남겨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에 힘을 많이 얻기도 해습니다.
그 때문인지 그 뒤에도 쓴 글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무척 조심을 하기도 했고, 이 글을 쓰는 것이 무척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조심스레 글을 써봅니다.
지난 연말은 무척이나 고단했습니다.
새로운 가방을 만들고 펀딩을 진행하는 간에 꽤나 커다란 문제가 생겼고, 그것을 해결하는데 한달이 넘는 시간과 함께
상당한 비용을 소모해야 했습니다.
이녀석이 그 문제의 가방입니다..
생산 공정상에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의 제품 불량률이 10%에 달하는..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문제가 있었던 제품들을 모조리 회수하고, 바로 새로운 가방으로 교환을 드리면서 하자가 심한 제품들은 폐기처분을 하기도 했습니다.
약 한 달 간에 걸쳐서 그런 소동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이 일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기도 하였고,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사장님께서 마음고생이 많으시겠네요. 힘내세요.'
아마 제 브랜드를 찾아주신 분들의 따뜻한 응원이 없었으면 저는 진작에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업을 찾아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라도 화가 나고 짜증이 났을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많은 분들께서 불평과 불만을 털어놓으시기보다는 따뜻한 응원의 한마디를 먼저 건네주셨습니다.
누가 보아도 명백한 저의 잘못이기 때문에 어떤 비판과 비난도 감수할 각오를 하였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 A/S만 끝나면 이 일을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으로 말미암아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의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덕분이었을까요. 고생한 보람이 있었는지 작년 연말에는 제가 펀딩을 주로 진행한 플랫폼이 주는 상도 하나를 받게 되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상이라는 것을 거의 처음 받아보는 상이었던 것 같은데,
무엇보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로 말미암아 받게 된 상이라서 그 의미가 무척 큽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정이 많이 가는 상이기도 합니다.
시작한 지 일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3평짜리 고시촌 방 한 칸에서 동생과 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마침내 자산이 하나가 생겼습니다. 캐논 EOS 100D를 하나 장만했습니다.
야외에서 사진을 찍을 때 마다 친구에게서 카메라를 빌리는 것이 매우 번거로운 일이면서 민폐였는데 이제 그런 불편함은 없어졌습니다.
물론 카메라가 생겼을 뿐,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여전히 사진도 제가 전부 찍고, 영상도 제가 전부 찍습니다.
스튜디오 촬영 역시 숭실대입구역의 창업카페에서 계속하는 것은 변함이 없는데
워낙 애용해서 그런지 거의 모든 직원분들이 이제는 저를 알아보시는 것 같습니다.
이녀석은 얼마전에 새로 만든 가방입니다. 친구놈이 왜 보스턴백을 안만드냐고 열심히 갈궈주신 덕분에 만들게 되었습니다.
보스턴백은 제가 거의 써본 적이 없는 가방이라서 만드는데 고생을 좀 했습니다. 평소보다 인천공항에서 조금 더 오래 살았던 것 같습니다.
새 가방을 만들고는 큰 마음 먹고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참 운도 좋아서, 계속 따뜻하고 맑은 날이 계속되는 중에 결정한 제주도 행이었는데
제가 간 3일 내도록 날은 흐렸고, 추웠습니다. 그래도 좋은 사진들을 몇 장 건질 수 있어서, 작게나마 고생한 보람은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만들었던 샘플이 조금은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서 다시 한 번 만들고, 얼마전에는 인천공항 근처의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서울이 날이 좋았기에 후드 하나만 달랑 걸치고 편하게 갔습니다만 겨울을 연상케하는 차가운 바람 때문에 몇 장 건지지도 못했습니다.
그런 덕분에 얻게 된 감기는 아직도 낫지를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감기 조심하세요. 이번 감기 무지하게 독합니다..
요즈음은 가방의 생산이 한창인지라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딱히 사무실도 없는 덕분에 버스와 지하철의 제가 앉는 자리는 그게 어디든 사무실이 됩니다.
언젠가는 작게나마 컴퓨터 한 대 놔두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작은 공간 하나라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아무도 제가 이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확신을 하지는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계속 살아남아서 조금씩 앞길을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언제까지 하게 될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저 제가 바라고 그리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버티고, 어떻게든 한발짝 더 앞으로 나가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첫발을 내딛는데 오유 분들의 너무나 많은 응원과 도움이 있었고, 그런 덕분에 지금도 힘을 얻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하루에 한걸음씩 느리더라도 꾸준히 나아가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가지 더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지금까지 너무 저의 이야기만 한 것 같아서, 과연 지금까지 한 것들을 토대로
어떤 도움이 될만한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가지고 사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텐데, 제가 네 번 정도 경험을 해보니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플랫폼은 그 업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비용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리하여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소개와 함께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팁을 전하는 형태로
연재를 해볼까 합니다. 아마 수요일이나 목요일 정도, 빠르면 그보다 더 일찍 그 연재물의 첫 글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기억해두셨다가 한 번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금은 재미없을 수도 있는 긴 글이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