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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227520
    작성자 : ㅁΩ
    추천 : 23
    조회수 : 2519
    IP : 125.189.***.88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3/14 23:31:22
    원글작성시간 : 2009/03/13 23:02:08
    http://todayhumor.com/?humorbest_227520 모바일
    식상한 이야기
    오늘 친구의 장례식이 있었다.
    친구와 나는 소위 말하는 불알친구로 오랫동안 볼 거 못 볼 거 다 보고 지내온 사이였다. 녀석에 관한 일이라면 부모님 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남들 앞에서 자신 있게 말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영정사진 앞에서 오열하는 녀석의 부모님에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친구를 죽인 것은 바로 나니까—

    몇 주 동안 연락도 끊고 두문불출하던 친구 녀석이 갑자기 내 자취방에 찾아왔다. 나는 놀라움과 걱정이 섞인 심정으로 친구를 맞이했다. 친구의 얼굴은 몇 주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두 뺨은 해쓱해져 광대뼈의 형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무언가를 찾는 듯 쉬지 않고 움직이는 눈 밑에는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는지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인마, 꼴이 이게 뭐냐. 무슨 일 있었어?”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녀석은 방안으로 들어가 아랫목에 자리 잡고 앉았다. 몸살에라도 걸렸는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던 친구는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나는 별수 없이 맞은편에 앉아 녀석이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꿈에... 꿈에 나왔어...”
    드디어 친구 녀석이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더듬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년이... 그 거머리 같은 년이 꿈에 나왔다고...”
    그 년... 이라하면 짐작 가는 사람이 있었다. 친구 녀석이 예전에 사귀었다가 차버린 여자다. 친구에게 그 여자는 단순한 장난감이자 노리개였지만 여자 쪽은 꽤나 진심이었는지 친구가 이별을 통보했을 때 안면몰수하고 끈질기게 매달렸었다.
    얼마 전에 그녀가 자살했다는 소문을 들은 기억이 있다. 부검을 하니 뱃속에 아이가 들어있었다나...
    그러고 보니 친구가 연락을 끊은 게 바로 그 일이 있고난 다음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아는 녀석의 성격으로 봤을 때 그녀의 죽음 때문에 연락도 끊고 저만큼 겁에 질린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았다. 정작 그녀가 죽었을 때도 ‘병신’이라며 그녀를 비웃었던 녀석이다.
    “야 너 설마 걔 자살한 것 때문에 그런 거야?”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내 말을 침까지 튀기며 부정한 녀석은 눈을 감고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들이마셨다.
    “그년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은 날... 나는 이상한 꿈을 꿨어...”
    이제 좀 진정이 됐는지 친구는 눈을 감은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꿈에서 나는 낯선 거리에 있었어... 한 번도 본적 없는 거리...... 거기서 헤매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가 손을 흔드는 거야... 그년이었어... 그년이 손을 흔들고 있었어... 이 꿈을 꿨을 때 나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그년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꿈을 꾼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어.”
    친구 녀석이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동공이 크게 확장된 녀석의 눈동자는 초점이 맞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똑같은 꿈을 꾸는 거야... 아니, 똑같은 꿈이 아니야... 상황은 동일한데 내가 점점 그년한테 가까이 가는 거야... 가기 싫은데 다리가 말을 듣질 않아... 그리고 점점 그년의 얼굴이 뚜렷해져... 눈구멍이 뻥 뚫린 채 얼굴에 있는 구멍에서 죄다 피를 흘리며 웃고 있는 얼굴이...
    거기서 말을 멈추고 친구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
    “이젠... 이젠 한계야... 그년의 손이 내게 닿을 만큼 가까이 왔어... 그 앞은... 그 앞은 어떻게 되지? 무서워서... 너무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아마도 그것이 녀석의 초췌한 몰골의 이유인 것 같았다. 나는 침착하게 물었다.
    “며칠 동안 잠을 안 잤는데?”
    “3일... 하지만 이제 한계야... 금방이라도 쓰러져 잠들 것 같아... 네게 도움을 청하러 왔어... 내가 잠들지 않게 해줘...”
    하지만 오늘 하루 잠들지 않는다고 해결될 일인가? 앞으로 계속 자지 않을 샘인가? 약간 회의감이 들었지만 녀석의 초췌한 몰골 때문에 승낙을 해버렸다.

    “좋아, 준비는 완벽해.”
    친구와 함께 밖에 나가 캔 커피와 피로회복제를 잔뜩 사왔다. 그리고 TV의 볼륨을 한계까지 올려 틀었다.
    이제 본격적인 밤샘이 시작됐다. 어쩐지 학창시절에 공부한답시고 밤을 새던 기억이 떠올라 즐거워졌다.
    그리고 1시간... 2시간...

    깜빡 잠든 친구를 바로 깨워 캔 커피와 피로회복제를 나눠 마시며 밤을 샌지 이제 15시간... 벌써 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보통이면 하루 일과를 시작할 시간이다. 오늘이 주말이라 다행인 샘이다. 하지만 나는 슬슬 지치고 있었다. TV에서는 재밌는 프로도 하질 않고, 무엇보다도 녀석에게서 눈을 때면 안됐기 때문에 너무 지루했다.
    정작 친구 녀석은 비몽사몽 상태로 내가 옆구리를 찌를 때마다 자신이 자지 않음을 어필하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16시간... 17시간...

    “으아아아아아악—”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마치 이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비명소리에 나는 황급히 눈을 떴다.
    나도 모르게 깜빡 졸았던 모양이다. 실수다!
    친구 녀석이 눈과 입을 한계까지 크게 벌린 채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크게 뜨인 눈동자의 동공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고 입에서는 괴성과 함께 게거품이 흘러나왔다.
    당황한 나는 구급차를 불렀지만 구급차가 도착 한 것은 친구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후였다...

    친구 녀석이 죽은 후로 죄책감과 자괴감에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오늘 장례식에서 돌아오니 무거운 피로가 나를 덮쳤다.
    친구가 죽은 건 다 나 때문이다. 내가 제대로 했으면 죽지 않았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저절로 눈이 감겼다.

    나는 한 번도 본적 없는 거리에 서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거리를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다.
    그 순간, 무언가 희끄무레한 형체가 눈에 띄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그쪽으로 다가갔다.
    자세히 보니 그 형체는—
    친구 녀석이 나를 유혹하듯 손을 흔들고 있었다.

    ----------
    처음 써본 소설인데요... 어쩐지 무섭지도 않고 소재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고...(그래서 제목이 식상한 이야기)
    그래도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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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3 23:16:31  122.4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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