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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ㅠ 노예 ㅠㅠ
"아, 수업중에 말하는 거지만..오늘은 전학생이 있다. 좀 있으면 교무실 인사 끝나고 올거다!"
"오오~"
더운 여름,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부채질을 하던 무기력하던 아이들의 얼굴에 화색이 띈다.
"쌤, 여자예요, 남자예요??"
"글쎄다, 여잘까, 남잘까? 들어와보면 알지! 먼저 말해주면 재미 없잖냐."
"아, 차피 곧 볼건데 뭘그리 빼요~"
"맞아요~알려주세요!"
아이들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난리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한번 이 난리가 나면 왠만해선 멈추지 않으리라.
선생님은 못말린단 표정을 하고는 자포자기식으로 소리친다.
"아, 거참!.....여자다! 여자!"
"와~!"
"우~"
환호성과 야유가 겹쳐 이상한 소리가 난다. 환호성은 남자아이들이요, 야유는 여자아이들이다.
하지만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기분좋단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아이도 있다.
노랗고 긴 머리에 고양이귀. 외국인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토종 한국인, 그것도 충청도 토박이다.
이름은 시유.
고양이귀는 옛날에 서울에 처음 갔다가 놀이공원에서 산 거란다.
[드르륵]
문이 열렸다.
한복을 입은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들어온다.
한동안 침묵하던 교실은 이내 곧 아수라장이 된다.
"우와아아아아아아!!!개쩔어!!!!!"
"아아아!!신이시여!!!!감사합니다!!"
남자아이들의 엄청난 환호소리.
여자아이들도 흥미롭다는 표정이지만 그다지 좋은 표정은 아니다.
아니, 한명만은 다르다.
시유만은 뭔가에 홀린 듯 뚫어지게 정학생을 보고있었다.
"흠흠....그래, 됐고! 조용!
자, 전학생....일단 자기소개부터 하자!"
"네, 선생님."
깍듯한 말투.
전학생은 분필을 집어들고는 칠판에 커다랗게 두 글자를 썼다.
[세미]
"세미? 외자인가?"
"그런가봐."
"자, 조용! 소개좀 부탁한다, 세미야!"
세미는 조용히 선생님을 한번 쳐다보고 목례를 한 뒤, 시선을 학생들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서울에서 전학을 오게 된 세미라고 합니다.
특기는 수학, 취미는 수학, 장래희망은 수학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수학?"
"네, 그렇습니다."
모두가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아니, 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 어느 학생이 특기와 취미를 수학이라고 말하겠는가.
"아...그래. 잘알았고! 니들! 세미랑 친하게 지내고! 자, 세미는 저기....세미시유 팬픽이니까 시유 옆자리에 앉자!"
"네, 선생님."
세미는 선생님께 인사를 한 뒤 시유의 옆자리로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
시유는 당황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인사를 할때 혀를 깨물고 말았던 것이다.
"아..안녕! 잘 부탁혀! 내 이름은 씨.....아...으아.."
시유는 입을 잡고 한참을 씨름하다 겨우 다시 입을 열었다.
"시유여! 취미, 특기는 노래! 잘 지내 보자!"
".....응. 그래."
세미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시유는 그것이 자기와 짝이 되서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해 풀이 죽었다.
그러면서도 한번 더 다가가 보기로 한다.
"왜 그리 쌀쌀맞어? 뭐 씅깔나는일 있어?"
세미는 시유의 말투가 의외라는듯 시유를 흘끔 쳐다본다.
그리고는 다시 쌀쌀맞게 대답했다.
"...아니."
시유는 자기 때문이라고 확신한 듯 완전히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자꾸 세미를 보며 조금씩 말을 건다.
"서울 어디서 왔어?"
"수학은 얼마나 잘혀?"
"노래는 좋아혀?"
"한복은 왜 입어?"
등등..
시도때도 없는 질문 공세.
세미는 일일히 다 대답을 해주면서도 말투는 한결같이 짧고 차갑다.
그런 말투에 시유도 지친 듯, 어느샌가 말이 없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잠이 든다.
'수업시간인데..'
세미는 수업시간에 자는 시유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리 예체능이라 해도 그렇지...수업시간에 자지 않는 것은 상식이다.
자꾸 떠들어대는 것도 그렇고, 이 아이는 상식이 없는 걸까 라고 생각했다.
'흠...생긴건 영락없는 외국인같은데...이건 염색인가? 고양이귀는 또 뭐야?'
'옷도 이모양이고.....날라리?'
'내 옆자리에 이런 게 앉다니.....자칫하면 내가 물들겠군..'
한참 세미가 생각을 하던 중.
선생님이 칠판에 있는 문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문제는....시유가 풀어볼까?"
"아! 저유!!?"
화들짝 깨는 시유.
"어이구, 아주 이불을 깔지그러냐. 빨리 풀어!"
"아...알았시유.."
시유가 칠판을 보니 그곳엔 수학문제가 써 있었다.
세미는 시유를 흘끗 보며 생각했다.
'이정도도 못 푸는건 아니겠지..'
아니나 다를까, 시유는 저 문제가 뭔지 이해도 못하는 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에헤.. 쌤..곧 종쳐유!"
"아니야! 아직 좀 남았.."
타이밍이 좋다.
선생님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종이 쳐 버렸다.
선생님은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칠판에 있는 문제를 지웠고 시유는 없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보던 세미는 뭔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을 한 후 세미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이 시유라고 했나?"
시유는 깜짝 놀라 목소리 톤이 올라간 상태로 대답했다.
"아...어. 시유."
"그래...시유. 너 수학 성적은 어떻지?"
뜻밖의 질문.
시유는 당황하면서도 착실히 대답한다.
"십..이십....이십 점은 넘어."
세미는 얼굴을 찡그리며 또 질문했다.
"오늘 학교 끝나고는 뭘 할 계획이지?"
"어...딱히 계획이랄건 없지만 잠깐 또랑에 갈일이 있는데."
"또랑?"
"요 앞에 냇가. 내가 어제 가재잡이 그물을 쳐놨는데 말이여~"
신나서 말하는 시유.
세미는 그런 시유를 한심하단 눈으로 쳐다본다.
시유는 분위기를 읽은 듯 이내 조용해진다.
"옆에서 쫑알대기나 하고 잠이나 자고 있으니까 나도 수업에 집중을 못하겠잖아."
"미...미안혀.."
"90."
"구십?"
"다음 시험에서 너가 맞게 될 수학 점수다."
"뭐...뭐시여?"
"옆에서 쫑알대는게 시끄러우니, 공부를 봐주겠다 이 말이야. 널 수학 90 점으로 만들어주지. 불만있어?"
"아니...나는 머리가 나뻐.그리고 90 점이라니..그건.."
"또 쫑알대잖아..시끄러워 죽겠군. 가슴이 다 혓바닥으로 갔나..가뜩이나 없는 가슴 미분해버리기 전에 조용히 하는게 어때?"
"......"
"불만이 없다면 오늘부터 공부에 들어가지. 내 옆 자리에 앉게 된 이상, 잡담과 잠은 금지야!"
"아...알았슈.."
그렇게 세미와 시유의 기묘한 학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헤ㅔ헤헤헤헤이런분위기로 쓸줄은 몰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