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버스가 흔들린다. 살짝 열린 창문으로는 바람이 들어왔다.
기분좋은 바람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무거운 날이니까.
이번 면접도 완전히 죽쒔다. 이대로는 영락없이 재수.
그렇게 생각을 하자 한숨이 휙 나왔다.
버스 안을 둘러보자 몇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퇴근 시간이 되기 전이라 그런지 버스는 제법 한산했다.
열심히 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기사님 한 분.
내 뒷쪽에서 죽상을 짓고 있는 군인 한 명.
맨 뒷좌석의 바로 앞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여중생 두 명.
여중생의 맞은편에서 꾸벅 졸고있는 아저씨.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미녀 한 명.
아마도 나와 비슷한 또래일 것 같았다.
인간의 당연한 본능으로, 예쁘면 눈이 간다. 나는 한참을 그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움직였다.
홱 고개를 돌린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괜히 나무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봤을까?'
괜히 빤히 바라보고 있던 것을 들키면 쪽팔리니까.
"좀 아깝긴 하네."
중얼거리며 손목시계를 봤다. 이제 4시 44분이다. 왠지 불길한 시간이지만, 걱정 할 필요는 없겠지.
[쾅!! 끼이익!]
"뭐야!"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버스의 정지. 내 뒤에서는 군인의 짧지만 우렁찬, 더불어 신경질이 잔뜩 묻어나는 외침이 들렸다.
나는 버스 안을 둘러보았다. 여중생들은 깜짝 놀란 듯한 얼굴로 서로의 귀에 무언가를 속닥였고, 졸던 아저씨는 앞 의자에 머리를 부딪치셨는지 이마를 감싸쥐고 잔뜩 인상을 쓰고 계셨다.
군인은 열이 올라 있었고, 예쁜 그녀는 잠시 상황을 살피더니 다시 음악 삼매경.
갑자기 급정거한 버스는 다시 출발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군인이 내뱉는 욕지거리가 점점 드세지고 폭발할 것만 같기 직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저씨, 출발 안 하세요?"
운전석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나도 몰래 약간의 짜증이 묻어나 깜짝 놀랬다. 요새 신경쓸 것이 너무 많아 신경이 예민한 탓인가.
운전석에 다다르도록 조금의 반응도 없다. 나는 운전석에 다가가 계기판 쪽에 손을 턱 얹으며 말했다.
"출발 안하……읍!"
[털썩.]
뒤로 주저앉으며 나는 헛 구역질을 게워냈다.
"무슨 일이에요?"
군인이 다가오며 물었다. 자리에 주저앉은 나를 지나쳐 운전석을 살핀 군인은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뒤로 물러났다.
피로 물들다 못해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운전기사의 왼쪽 가슴에서는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을 것이다.
"이게 무슨……."
"움직이지 마세요!"
버스 안에 있던 아저씨가 다가왔다. 머리를 제법 세게 부딪쳤는지 빨갛게 부어오른 이마가 눈에 띄었다. 그는 지갑을 꺼내보이며 말을 이었다.
"오지형 형사입니다. 물러나주세요."
움직이지 말라고 해놓고 물러나라니. 아무튼 오 형사님은 운전기사 쪽으로 다가갔다. 잠시 얼굴을 찌푸리긴 했지만 비교적 담담하게 서있는 것을 보니 괜히 형사는 아닌가보다.
버스에서 정신 없이 졸고 있던 사람이 형사일 줄이야.
"가슴 쪽에 작은 폭발물이 있었던 것 같군요."
그렇게 말하며 형사님은 근처를 꼼꼼히 살폈다.
"아마 시……."
그 때였다.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고주파가 울려퍼지다가, 킬킬킬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
'안녕하세요, 신사 숙녀 여러분. 큭큭.'
"……라디오?"
그 이상한 목소리는 분명 버스 안의 스피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너는 누구냐! 네가 이 사람을 죽인거냐?"
'그렇습니다.'
저런 질문에 저렇게 태연하게 대답할 수 있다니. 대단한 녀석이다.
오 형사님은 인상을 확 구기며 소리쳤다.
"너는 누구야! 이게 무슨 짓이야!"
'아, 그건 천천히 알게 되실 겁니다. 뭐, 알지 못할 수도 있지만요.'
아무리 들어도, 기분 나쁜 목소리였다.
'아무튼, 여러분은 지금부터 제 명령을 따라주셔야겠습니다. 박철민 상병은 시체를 치우고 운전석에 앉아주세요.'
"……내가 왜 네 명령을 따라야하지?"
군인이 말했다. 그러자 버스 안에 설치되어 있던 스피커에서는 웃음소리가 한참을 흘러나왔다.
박철민 형과 오 형사님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 때, 의자에 앉아있던 그녀가 우리 세 사람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오 형사님에게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순간,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의자 밑을 살펴주시겠습니까, 오지형 형사님?'
오 형사님이 잠시 멈칫하다가 허리를 숙여 의자 밑을 살피더니 주먹으로 버스 바닥을 쾅 내리쳤다.
"젠장……. 목적이 뭐냐? 이렇게 버스에 수십 개의 폭탄을 설치하는 목적이."
"폭탄이라고요?"
좌석에 앉아 서로 손을 꼭 붙잡고 있던 여중생 중에 단발머리를 하고 있던 아이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 아이에게 향했다.
"저 갈래요! 현유야, 가자."
'오오, 성질이 급하시군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에, 현유의 손을 끌고 버스에서 내리려고 하던 그 아이가 멈칫했다.
'한 분이라도 버스를 빠져나가려고 한다면 모든 폭탄을 한번에 터뜨리겠습니다. 반경 10미터 정도는 완전히 날아가겠죠?'
"이……, 씨발, 개새끼야! 당장 튀어나와!"
'워, 오 형사님. 그 불같은 성질 잠시 죽여놓으셔야겠습니다. 제가 깜짝 놀라서 실수로 폭탄을 터뜨리기라도 하면 곤란하잖아요?'
오 형사님은 분한 표정으로 이를 꽉 다물었다. 잠시 말이 없던 오 형사님이 시체를 끌어내리고, 철민 형에게 말했다.
"일단 시키는대로 합시다. 최선의 방법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철민 형이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나에게 다가왔다. 좋은 향기가 난다.
"저, 무슨 일이죠……."
"모르겠어요, 저도. 하지만 곧 끝나겠죠. 형사님도 계시니까."
조금 퉁명스럽게 대답해버렸다. 긴장한건가? 풋, 나도 참…….
"예……."
'자, 그럼 박철민 상병은 운전석 아래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버스를 운전해주세요.'
철민 형이 의자 아래를 살피더니 종이 한 장을 찾아들었다. 무언가 표시가 되어 있는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녀석 말대로 지도 같았다.
부릉 하고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버스에 함께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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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보는 공포 미스테리(?) 글이네요..
서툴지만,, 많이 봐주세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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