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범한, 그저께 서울시장 투표를 한 여대생이예요.
난 공부를 못해요.
원래 못한건 아니었던거같아요.
유치원도 다녔고, [비록 원복 살 돈을 내지 못해 장구채로 손등을 맞았지만]
유치원을 졸업할 즈음 나름 살림이 펴서 엄마 친구에게 따로 영어도 배우고..
근데 나 되게 영어 잘했대요. 울엄마 친구라지만 사실 그렇잖아요.
수업비 제대로 준것도 아니라서 내가 열심히 안하거나 하면 잠깐 하다가 말려고 했대요.
그런데 초등학교도 안들어간 꼬마가 윤선생영어교실 파닉스를 그냥 술술 읽어넘기더래요.
마치 국어책처럼.
산수는 배우기 전이었지만 그래도 보통의 아이들처럼 언니 주판을 로라스케이트처럼 타고다니는
평범한 아이었어요.
초등학교 입학 후.
나는 국어와 영어가 좋았어요.
단한번도 받아쓰기를 틀린적이 없었죠
산수는 아직 어려웠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배우면 되니까.
초등학교 3학년때.
수학공부 열심히 한 보람이 있어요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짝꿍과 나란히 우수상,최우수상을 받았어요.
반 친구들이 박수도 쳐주고..
그런데 4학년 올라가면서 갑자기 수학이 너무너무 어려워졌어요.
조용하고 내성적인, 책 좋아하는 전 친구가 없었거든요?
성적도 차츰 떨어지고.. 하루하루가 한숨이었어요
아빠가 그런 제 마음을 어떻게 아셨는지.. 피스마크 아시나요?
얼마전 서울시장 투표할때 찍은 투표 도장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요
나쁜마크 아니예요.. 자유를 쟁취하려던 사람들이 쓰던 마크의 목걸이가 아주많이 생겼어요.
친구들과 나누어 목에 걸며 예쁘다-를 연발하고 있었어요.
그순간. 담임선생이 오더니
빨갱이다! 빨갱이가 나타났다! 그건 노예의 상징이야! 라며 절 벌레보듯 하셨죠.
다시 친구들과 소통하게 될 뻔 했는데. 박병례선생. 당신덕에 전 조용해졌어요 다시.
다시 공부하고싶었어요.
난 바로 얼마 전까지만해도 수학 잘한다고 칭찬받았었는데..
반 친구들이 다닌다는 학원에 갔어요.
우리 반 담임은 김지인이예요. 무지 예뻐요. 나도 커서 대학교 가면 저런 예쁜 언니가 되어있을것 같아요.
내 짝꿍은 우리 학원 1등아이예요.
부러워요. 모든 선생님들이 예뻐해요. 나도 열심히 해야지.
주간 수학시험을 보는데 어려운 속도계산 문제예요.
으어.. 어렵다. 포기했어요. 그치만 포기하면 혼나니까.. 음.. 내가 좋아하는 비례식으로 풀었어요.
공부 못하는애들이 시험답안은 제일 먼저내요.
내가 어려운문제 다 맞았대요.
우리반 애들 다 틀렸대요. 앗싸.
나랑 내 짝꿍 빼곤 다 틀렸대요.
예쁜 김지인선생님이 짝꿍꺼 베꼈지? 니가 이 문제를 풀 수 있을리가 없잖아. 하셨어요.
아 맞다. 저 공부 못하죠..
그 후로 시험을 못봐요.
자신감도 없어요.
평소엔 잘 하는데, 다 맞출수 있는데,
시험만 보면 다 틀려요
영어?
아직 잘해요.
원어민 친구들이랑 수다떠는데 문제 없어요.
그들은 나에게 말해요. 왜 그렇게 걱정이 많냐고. 왜 그렇게 자신이 없냐고..
저도 모르겠어요.
저는.. 다들 저 못한다는 소리만 했지
잘한다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고등학교 3년 내내 수학과외를 했어요.
뭐, 꾸준히 한건 아니고 필요할 때마다 했어요.
물론 성적은 오르지 않았구요. 매일 선생님한테 혼나기만 했죠
얼마전에 고3때 과외선생님을 만났는데 그러시더라구요
머리는 똑똑한데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럴때마다 생각나요.
예쁜 김지인 선생님. 왜그러셨을까.
칭찬을 못해줬으면 윽박지르지나 말지.
왜.. 왜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애들 반 아이들 앞에 혼자 세워놓고
컨닝이나 하는 나쁜애로 만들어요..
...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