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말 부터 여름까지 170일 동안 파업을 벌였던 MBC.
파업이 끝난 뒤
예년엔 없던 풍경이 연출된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천장.
곳곳에 CCTV가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다.
시사제작국이 있는 6층.
천장 곳곳에 cctv를 새롭게 설치했다.
이 사무실은 pd수첩과 2580등 시사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곳이다.
새로 추가된 cctv를 포함해 모두 8대에 이른다.
3층 교양제작국.
지난해 말 cctv가 추가로 설치됐다.
불과 1미터 남짓한 거리에 2대.
심지어 3대가 촘촘히 들어선 곳도 있다.
노조 조합원이 일하는 책상 바로 위에 부착된 경우도 많다.
이렇게 120명 남짓 직원들과 작가들이 근무하는 교양국엔 모두 13대의 cctv가 있다.
cctv 한 대당 9명 꼴이다.
이 cctv의 성능은 어느정도 일까?
cctv의 기종을 확인한 뒤 전문상가를 찾아 물어봤다.
방범용 치곤 HD급 고화질에 해당한다는 이야기.
실제 cctv에 촬영된 화면을 보면
사람의 얼굴은 물론
문구까지 선명하게 알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모든 사무실에 cctv가 설치된 것이 아니라는 것.
13대의 cctv가 설최되어 있는 교양제작국 바로 옆
외주제작국.
이곳에는 단 한 대의 cctv도 없다.
네트워크 서버등 중요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는
9층의 정보콘텐츠실 역시
cctv를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pd수첩 제작pd들이 있는 시사제작국과 보도국 등에만 집중적으로 설치된 셈이다.
지난 몇 달 사이 이들 사무실에만 10대가 넘는 cctv가 추가로 설치되었다.
절도용을 막는 방범용이라는 게
mbc사측의 공식입장.
하지만 고화질의 cctv를
기자, 피디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집중적으로 추가배치했다는 점에서
상시적인 직원 감시가 주된 목적이라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9월6일 MBC.
10여 명의 직원들이 정보콘텐츠실을 찾아가 항의했다.
mbc가 직원들의 컴퓨터에 몰래 설치한 것은 무엇일까?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로 작성한 개인메일은
그 내용이 그대로 노출되고
어떤 음식이 좋은지
지극히 개인적인 메신저의 내용 역시 고스란히 어디론가 보내지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mbc 9층에 있는
전산실 서버에 저장되고 있다.
날짜별로 일목요연하게 보관되어 있다.
사전 고지도 없이 개인정보가 수집된 것이다.
게다가 법적 의무사항인
개인정보에 대한 암호화 작업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누가 열람했는지 파악하는 기본장치도 마련해 놓지 않았다.
이는 모두 현행법 위반사항에 해당된다.
mbc노조의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5월
mbc는 직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에
이른 바 트로이안 컷으로 불리는 정보수집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그 결과, 노조 사무실의 컴퓨터에도 깔리기 시작했고
노조의 모든 컴퓨터 작업과 활동이 낱낱이 기록돼
사측으로 넘어갔다.
mbc 사내게시판에는 항의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개인용 컴퓨터를 감시하는 프로그램을 몰래 배포한 사실에 분노하며 mbc를 기무사령부에 비유했다.
자신은 물론 아내가 작성한 디자인 시안과 사업계획서, 거래처와의 내역까지 모두 유출되었다.
남편이 변호사인데 사건 의뢰인과 주고 받은 내용도 mbc전산실로 넘어갔다며 사생활 감시를 비난했다.
올해초까지 피디수첩에서 일했던 임채원 피디.
임 피디의 노트북을 확인해봤다.
여자친구와의 메신저 대화내용이 고스란히 사측으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엔 mbc 촬영기자의 집을 방문했다.
거실에 설치된 컴퓨터를 확인해봤다.
역시 사측에서 깔아놓은 정보수집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집안 컴퓨터까지 프로그램이 깔린 것일까?
집안 컴퓨터를 통해
회사 인트라넷에 연결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프로그램이 설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회사로 흘러들어간 정보는 어떤 것일까?
지난 6월부터 컴퓨터 조회한 것은 물론 자녀가 게임을 한 사실까지 드러난다.
직원 대부분은 이 프로그램이 깔렸다는 사실도 몰랐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의 용도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다.
3개월 동안 직원들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취재팀은 먼저 이진숙 본부장에게 물었다.
이번엔 mbc김재철 사장을 찾았다.
공식행사가 시작되기 전.
김사장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었다.
하지만 답변을 거부했다.
1시간 여를 기다린 뒤, 공식행사가 끝나고 다시 질문을 했지만
김재철 사장은 이리저리 자리를 피할 뿐이었다.
김재철 사장은 끝내 아무 말 없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MBC노조가
무차별 정보수집 사실을 폭로한 지 나흘째인 9월 6일.
mbc는 공식적으로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회사가 불법사찰을 시도했다며
김재철 사장과 안광한 부사장등 경영진 6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보관되어 있는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삭제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사안을 책임져야할 김재철사장.
하지만 지금까지 사과 등 공식적인 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