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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225576
    작성자 : 쓸쓸쓸
    추천 : 3
    조회수 : 943
    IP : 129.255.***.62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1/10/27 10:38:36
    http://todayhumor.com/?gomin_225576 모바일
    베오베간 오빠많은 여자보다 정떨어지는 여자..
    ㅠㅠ괜히 혼자 씁쓸함에 젖어 반말로 회상했수다. 기분나빠하지 마시고.

    내 대학교때 여자친구는
    귀엽고 예의바른 사람이었다. 
    거짓말 아니고, 과속스캔들에서 박보영을 보고 좀 놀랬다. 많이 닮아서. 
    동아리후배랑 같이 다니는 거 보고 바로 끌려서 후배를 꼬드겨 동아리에 가입시키고
    6개월을 지극정성으로 챙겨서 사귀게 되었다. 

    1년 반만에 나가떨어졌다. 내가 알아서. 여친은 지금 생각해도 객관적으로는 잘못한 것 하나도 없다.
    차라리 그렇게 남자가 많다거나 하면..안겪어봐서 하는 소리일지는 몰라도 
    애가 애정결핍이구나 질투하라고 이러나보다 해서 귀여울 것 같다.

    예쁜데 친절하니까 따르는 남자들은 많았지만, 내가 딱 한번 정색하면서 말하자 알겠다고 하고 
    그때부터는 거의 개인적인 연락은 하지 않았다. 뭐 내가 알기로는 그런거긴 하지만 
    허튼 소리를 못하는 애라 뒤에서 속이고 다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둘다 학생이긴 했지만 내가 과외를 더 많이 했는데도 나한테 뭘 일방적으로 받는 일이 잘 없었다
    사귀지 않고 그냥 후배일때도 겨우 스무살짜리가 내가 밥을 사면 어떻게든 보답을 했다. 
    그게 날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다. 얼굴 예쁜 애들이 개념도 있나보다 했다. 
    그러다가 사귀자고 하니까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두어번 더 물어보니까 승낙해서
    그때는 정말 날아갈 것 같았다.

    막상 사귀고 보니 내가 뭘 하나 그냥 해주려면 빌다시피 해야했다.
    다른애들 하듯 꾸미고 다니는 거 보고 싶어서 그때 유행하던 강아지 머리핀 진품으로
    돈 모아서 선물했더니 이런 건 좀 부담스럽다고 그랬다.
    겨우 떠맡겼는데 거의 하고 다니질 않았다.
    기념일도 어떻게 그런 거 일일히 챙기냐는 반응이어서 그래도 받고 싶다고 하니까
    그냥 별말 안하고 발렌타인 때 초콜렛은 만들어줬었다. 크리스마스쯤에 목도리도 떠달라니 떠줬다.
    욕한마디 안하고 경우바르고 늘 밝게 웃었지만, 좀처럼 자기 원칙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집도 아니고 그렇게 통금 철저하지도 않은 기숙사일 뿐인데도 열한시 반까지는
    무조건 들어가고 100명 넘는 교양을 같이 들어도 절대 빠지지도 않았다. 내가 빠진다고 
    뭐라고 하지도 않았지만 내가 안들어간다고 해도 자긴 혼자 가버렸다.
    아침에 잘 붓는다고 저녁 식사 후에는 차 말고는 거의 안먹고 안마셨는데
    한번은 내가 술마시는데 너무 같이 마시고 싶어서 한잔 받아달라고 네살이나
    더 쳐먹은 새끼가 별 안하던 콧소리를 다 냈는데도 웃으면서 끝까지 거절하는데
    정말 순간 섭섭하고 정떨어졌다. 표정이 너무 변했는지, 딱 한잔 받아줬다.
    연락으로 귀찮게 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대신 떨어져있으면 아침 저녁으로 한두통씩
    꾸준히 보내는 그런 식이었다. 관심이 없는 거 아니냐고 보채면 또 그냥 웃고
    몇통쯤 더 넣어주는 식이었다.

    스킨쉽도 그랬다. 걔가 스무살에 나도 별로 경험없던 차라 급하게 진도 뺄 엄두같은 건 못내겠어서
    거의 백일가까이 돼서야 키스했다. 그런데 일년 넘어가도록 애무 이상으로는
    진도가 없다시피 했다. 만질때도 흥분하는 건 보였지만 흥분하는 걸 수치스러워하는 것 같아
    치한같은 기분이 들었다. 말 못하게 더럽고 치사한 기분이 들었다.

    다들 그렇게 참하고 예쁘고 성실하고 검소한 애를 어디서 만나냐고, 요새 세상에 그런 애가 어딨냐고
    친구라는 새끼들까지 내가 딸린다고 배부른 소리한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매번 사랑을 구걸하는 느낌이었다. 귀찮게도 안하고, 부족한 점도 없고
    예쁘고 똑똑했지만 얜 나를 싫어하진 않아도 별로 필요로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내가 없어진다고 해도 생활하나 안달라지고 눈물한방울 안흘리겠지. 
    내가 아니면 안될 이유를 모르겠고, 1년쯤 그 상태로 지나니까 내가 미친놈이 될 것 같았다
    거의 불평도 불만도 말하지를 않는 얘가 그냥 계속 거절하기 귀찮으니까 만나준 것 같았다.
    중간에 관심갖는 다른 놈들 거절한 것도 원칙적으로 옳아서, 또 귀찮아서 그런 것 같았다. 
    난 그냥 말할 용기가 있던 일번 타자였다. 


    결국 졸업하고 취업하면서 나는 거의 일방적으로 헤어졌다.
    동아리애들한테 별 미친 놈 욕을 다 먹고 지금은 연락하는 사람도 원래 친한 
    몇명밖에 없다.


    가끔 궁금한게 
    그내가 마음에 안든건지
    그냥 원래 아무도 특별히 마음에 안들어하는 건지 궁금하다.
    정말 좋아한 적이 있기나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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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27 10:46:56  203.90.***.138  오무려라하니
    [2] 2011/10/27 10:50:22  211.25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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