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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22543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7
    조회수 : 435
    IP : 118.219.***.56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2/12/29 08:07:29
    http://todayhumor.com/?pony_22543 모바일
    팬픽] 굿바이 마이 레리티 (13)

    (12)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ony&no=22452&s_no=4280702&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271809

     

     

    혜진이는 오토바이에 올라탄 뒤 말했다.

     

    "랭보! 자리 옮기자!"

     

    그러자 랭보는 '좋아' 라고 말한 뒤 스스로 오토바이 트렁크를 열고서 그 안에 들어갔다. 오토바이 트렁크가 저렇게 유용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나도 레리티를 가방 속에 넣어주어야했다. 그러자 녀석이 말했다.

     

    "누누히 얘기했지만 이 가방은 답답해! 머리만이라도 바깥에 있었으면 좋겠어."

     

    목소리가 참 예뻤다. 마치 서양의 귀족 마님같았다.

     

    "목소리가 참 예쁘네."

     

    이렇게 얘기하며 녀석이 들어간 가방의 지퍼를 반만 잠그었다. 그러자 레리티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도 알아."

     

    가방을 어깨에 메고 혜진이의 오토바이 뒷 자석에 올라탔다. 중형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뒷자리에 푹신한 시트가 있어서 앉기가 편안했다. 그런데 어디를 잡아야 할지 난감한 구조였다. 스쿠터에는 뒷자석에 탄 사람이 잡을만한 손잡이 같은 것이 있는데 이 중형 오토바이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팔을 뒤로 해서 트렁크를 잡자 혜진이는 직접 내 손을 잡아서 자신의 배로 옮겨주었다. 그녀가 엎드린 자세로 오토바이를 탔기 때문에 나시티가 윗쪽으로 올라가서 배와 척추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심지어 청바지 위로 살짝 삐져나온 팬티 속에서 약간이지만 엉덩이 골까지 보였다. 내가 그녀의 배를 만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찔한 장면이었다. 혜진이는 트렁크에 헬멧이 있으니 쓰라고 말했다. 트렁크를 열자 랭보가 헬멧을 쓰고 있었다. 그것은 보라색이었다. 역시나 혜진이의 것과 색깔만 다를 뿐, 고양이 귀가 붙어있는 헬멧이었다.  그걸 랭보가 쓰고 있으니 강아지가 쓴 것처럼 귀엽게 느껴졌다. 녀석은 그것을 벗어서 나에게 건내준 뒤, 이렇게 말했다.

     

    "공간이 부족해서 썼던 것 뿐이야."

     

    누가 뭐래? 아마도 저 헬멧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듯 보였다. 

    헬멧을 쓰자 그 속에는 여자 향수냄새나 파우더, 스킨같은 냄새가 잔뜩 베어있었다.

     

    "꽉 잡아요."

     

    하고서 출발한 오토바이는 단번에 엄청난 속력을 내었다. 역시 중형이구나! 제로백까지 3초도 안걸리는 듯 했다. 그런 아찔한 속도 때문에 나도 모르게 혜진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오토바이를 숙이고 탔기 때문에 가슴 밑의 갈비뼈 부분을 끌어안듯 잡았는데 혜진이의 가슴이 커서 뭉클한 그 느낌이 팔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토바이는 마치 폭주족처럼 난폭하게 대로로 들어갔다. 계기판으로 표시 되는 속력은 160키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는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아악...!! 머.. 멈춰!!!"

     

    갈귀를 휘날리며 소리치는 레리티의 절규가 엔진음에 묻혔다.

     

    몇 분도 안걸려서 번화가의 어느 술집에 도착했다. 술집의 이름은 '수레바퀴'였다. 체인점이라 나도 몇 번 와본적 있었는데 인테리어 구조가 전부 룸으로 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 상관 없이 조용하게 마시기 좋은 장소였다. 이런 곳이라면 포니를 답답하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레리티는 오토바이의 후유증으로 몹시 지쳐보였다. 곱게 정리됐던 갈기는 엉망이었고 표정은 시무룩했다. 아마도 어지러운듯 했다. 난 술집에 들어가기 전에 녀석의 머리를 가방 속에 밀어넣고 지퍼를 잠갔다.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 워낙 지쳐서인지 내 행동에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따랐다. 혜진이는 어떻게 랭보를 그곳에 들일까 했는데 아예 오토바이 트렁크를 떼어서 통째로 들었다. 대단한 방법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술집에 들어가자 당연히 주인은 혜진이가 들고 있는 오토바이 트렁크를 미심적게 보았다. 아마도 그 속에 술이라도 들어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는 것이리라.

    우리들은 가장 구석진 자리를 요구했다. 그래서 알바생은 가장 후미진 곳으로 우리들을 안내했다. 복도를 걸을 때 룸 안에 찬 손님들의 소리가 세어나와서 왁자지껄 했지만 우리들의 룸 근처에는 손님이 없는지 조용한 편이었다. 룸 안에 들어갔을 때는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최적의 환경이었다.

    가방을 의자에 올려놓자 이제는 조건반사적으로 레리티가 뿅, 하고 튀어나왔다. 그런 뒤 가방 속에 들어있던 빗으로 자신의 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손거울을 마법으로 띄워서 보고 빗질은 앞발로 잡고서 했는데 도대체 포니들의 발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길래 빗을 잡을 수 있는건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발굽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데 트렁크에서 나온 랭보가 혜진이를 향해 소리쳤다.

     

    "역시 넌 최고의 라이더야!!"

     

    예~ 하며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하지만 랭보의 힘이 강했는지 혜진은 손바닥을 털며 '아오..' 라며 작게 신음했다. 그런데도 좋은가보다. 헤헤 웃는 것을 보면.

    메뉴판을 펼친 뒤, 무엇을 먹을까 혜진이한테 물어보았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는 랭보와 레리티를 위한 것이라면서 그들에게 선택권을 주자고 했다. 그러자 랭보는 아주 쿨하디 쿨한 사이다 후르츠를 먹자고 했다. 얼음 팍팍 넣은 걸로. 하지만 레리티는 모둠 과일을 먹고 싶다고 했다. 원래 숙녀는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데 우리집에 있을 때 먹은 과일이라곤 사과밖에 없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그 얘기가 '저는 손님이었지만 홀대받았어요. 당신은 최악의 주인이야!' 라고 다가왔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사이다 후르츠와 모둠 과일 둘 다 시켜주었다. 주류는 랭보가 맥주를 먹자고 해서 3000cc를 주문했고 내가 먹을 소주도 같이 시켰다. 그리고 문득 의문이 들었다.

     

    "포니가 술 먹어도 돼요?"

     

    "랭보와 저는 자주 먹었어요. 술 친군데요."

     

    라고 혜진이가 말하자 랭보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맞아. 혜진이는 최고의 술꾼이야! 저번에는 졌지만 이번엔 반드시 이겨주겠어!"

     

    "그세 주량이 얼마나 늘었나 볼까? 랭보?"

     

    "오토바이를 이 가게 앞에 놓고 가게 만들어주지."

     

    둘의 대화를 들으니 참 잘 맞는 짝꿍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콧방귀를 뀌며 레리티가 말했다.

     

    "술로 내기를 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술은 너무 많이 먹으면 피부에 해롭거든."

     

    그러자 랭보가 말했다.

     

    "난 그 말이 네가 술을 못 먹어서 하는 변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자 레리티는 소리쳤다.

     

    "그런 도발에는 안 넘어가! 난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고."

     

    "그래? 뭐, 알았어. 어리석지 않다는 건 인정해줄게. 이것도 술 못 먹어서 하는 변명일테지만."

     

    레리티는 참 단순했다. 이를 바득바득 갈더니 이 단순하고도 뻔한 도발에 휙 넘어가고 말았다.

     

    "좋아.. 그렇다면 난 과일 소주를 먹겠어! 딸기맛!"

     

    포니들은 우리가 주문한 것들이 올 때까지 가방과 트렁크에 들어가 있어야했다. 지금이 포니를 팔겠다는 말을 할 타이밍인듯 했지만 차마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얘기를 꺼내려고 마음을 먹을 때마다 시선이 레리티의 가방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혜진이가 말했다.

     

    "포니, 귀엽죠?"

     

    뜬금 없는 질문때문에 약간 당황했지만 적당한 대꾸의 말 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

     

    "네.. 뭐.."

     

    "랭보는 쿨한 것이 매력인 것 같아요. 저랑도 잘 맞고."

     

    "랭보랑 계속 살 생각이세요?"

     

    그러자 혜진이는 고개를 돌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푸념하듯 이렇게 말했다.

     

    "아뇨..."

     

    의외의 대답이라 놀랐다.

     

    "왜요?"

     

    "랭보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친구들을 찾아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지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왠지 슬퍼보였다. 잠깐, 레리티는 나에게 친구를 찾아야 한다고만 했지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야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물어보려던 찰라, 알바생은 룸의 문을 두드렸고 우리가 시켰던 많은 것들이 테이블 가득 올려졌다. 알바생이 나가고 곧장 포니들이 뛰쳐나왔다. 레리티와 랭보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불꽃이 튀겼고 곧장 서로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 그것을 마시려던 찰라, 혜진이가 말했다.

     

    "잠깐, 첫 잔은 건배부터 시작해야지."

     

    그러면서 나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래서 나도 혜진이의 잔에 맥주를 따르려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전 소맥이에요. 제가 따를게요."

     

    그러더니 맥주잔에 적당량의 소주와 맥주를 섞어 따랐다. 맥주를 따르면서 나에게 말했다.

     

    "실례지만 나이가..?"

     

    "24살요."

     

    "전 21살이니까 저보다 오빠네요. 건배 제의 해주세요."

     

    전부 손에 잔을 쥔 동물 두 마리와 여자 한 명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엉뚱한 조합과 말도 안돼는 만남을 어떻게 포현해야할지 몰라서 잠시 생각해보았다. 이 상황에서 떠오르는 문장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이 말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난 외쳤다.

     

    "마이 리틀 포니! 우정은 마법!"

     

    그렇게 외치고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아서 무척 후회했지만 이 멍청한 건배제의를 모두들 기쁘게 따라해주었다.

     

    "마이 리틀 포니! 우정은 마법!"

     

    하고 짠, 부딪히는 술잔들의 소리가 무척 경쾌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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