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장수 ▣
당신은 용맹하고 책임감이 강했던 장수의 전생을 가졌던 사람으로, 당신의 전생은 목표를 향한 끈기와 저력이 뛰어났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사로운 일에 가려 큰일을 보지 못하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15C 말 일본, 넓은 지역을 소유하고 있던 영주의 아들로 태어난 당신은, 어려서부터 욕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것이 항상 우선이었고, 당신이 가지고자 했던 것은 꼭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당신의 생활도 길게 가지는 못하였습니다.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성의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영주인 아버지의 정치에 불만을 가진 무리들이 쿠테타를 일으켰던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성을 가까스로 빠져 나온 당신은 모든 것이 어리둥절한 나머지 눈물만 흐를 뿐입니다. 몸에 상처를 입은 어머니는 울고 있는 당신에게 마지막 유언을 전합니다. "...아들아! 아버지와 나의 복수를 해다오."말을 끝내고 곧, 어머니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평소의 웃음을 짓던 어머니와는 다른 무서운 표정으로 말하던 어머니의 모습과 죽음, 당신에겐 모든 것이 너무도 무섭게 생각되었습니다.
상대의 목검에 머리를 맞은 당신의 얼굴 여러 곳에는 이미 수많은 피멍자국이 보입니다.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이 숨을 몰아쉬던 당신은 다시 일어섭니다. '쓰러지면 안돼! 여기서 쓰러지면 부모님의 복수를 하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듯 더욱 굳게 입술을 다물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주검을 고이 묻은 당신은 이곳저곳을 헤매 다녔습니다. 성 바깥의 생활은 성안의 고급스런 생활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것들 뿐 이었습니다. 너무도 배가 고파 음식점의 음식을 몰래 집어먹다 주인에게 몰매를 맞기도 했고, 거지들에 의해 내몰림을 당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곳저곳을 떠돌기를 여러 달, 당신이 이곳 자객집단에 들어오게 된 것은 실로 우연이었습니다. 자신의 신분을 감춘 당신은, 고아라는 이유하나만으로 이 곳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비밀의 보장과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자객이라는 특성상 고아가 적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엄청난 훈련은 당신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은 단 한가지 목표만을 생각했습니다. 최고가 되어서 복수를 하는 것,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자객집단이 생긴 이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자객이 된 당신은, 아버지를 몰아낸 영주의 눈에 들기 위해, 계획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다른 지방의 세력을 견제하던 영주는 자객을 물색하고 있었고, 당신의 뛰어난 검술과 지략은 영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영주의 눈에 든, 당신은 영주를 보좌하는 호위장수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영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당신은, 항상 부모님의 복수에 대한 생각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영주를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 속엔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백성들을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며, 병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전국시대에서 자신의 백성들을 지키려는 굳은 심지를 지닌 영주의 모습은, 지금까지 당신의 머릿속에 그려진 교활하고 잔혹한 원수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것 이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영주와 전국의 패권에 대해 얘기하던 당신은, 예전의 영주였던 당신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슬쩍 꺼내어보았습니다. 영주는 말을 합니다. "참으로 문약하고 고집스런 사람이었지. 우리가 그토록 군사력을 키워 다른 세력의 침공에 대비하자고 했건만, 말을 듣지 않았어. 물론, 주군으로 모시던 사람을 그렇게 했으니, 신하로서, 인간으로서 죄를 지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네. 아마 그 사람의 아들이 나를 죽인다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네! 하지만, 나는 나의 목숨보다 백성들을 먼저 생각해서 그랬을 뿐이네... 나 하나의 욕심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네... 그때, 순순히 우리에게 자리를 넘겨주었더라면, 이제 병든 나 대신 그의 아들에게 이 자리를 넘겨줄 수 있을 텐데... 그게 맞는 것인데..." 영주의 말을 듣는 당신의 눈은 빨갛게 변해있었습니다.
그날 밤이었습니다. 머릿속의 혼란을 잠재우 듯, 당신이 빼어든 단검에서는 시퍼런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영주의 침소로 다가갑니다. "쿨럭 쿨럭" "괜찮으시옵니까? 벌써 각혈이 나온 지, 세 달이 넘었습니다." 영주의 기침에 잠이 깬 부인이 말을 합니다. 잠시, 기침을 진정시킨 영주는 말을 나직이 말합니다. "부인! 내가 갑자기 죽으면, 대신들에게 영주의 자리를 내가 신임하는 호위장수에게 넘겨주라고 말해 주시오.... 원래 그 사람이 내 자리에 앉을 사람이었오... 죽은 줄 알았더니만 훌륭히 자랐더군." 단검을 칼집에 넣는 당신은 놀라움과 당혹스러울 뿐입니다. 죽어간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며,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손에 든 단검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전국 최강이라는, 수만의 적을 여섯 번이나 막아낸 후 맞는 새벽기운은 코끝이 시릴 정도로 차갑습니다. 성벽 앞에서 칼을 든 채, 밀려들어오는 수많은 적들을 물리쳐낸 당신의 몸 이곳저곳에는 핏자국이 선연합니다. 영주님은 돌아가시며 당신에게 영주의 자리를 물려주었지만, 이제는 부모님의 복수도, 영주라는 자리도 그리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백성들을 위해, 나아가서는 전국의 평화를 위해 당신은 다시 전장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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