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께는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요. 전 정확히는 몰랐어요. 전 뭐든지 들으면 외우거든요. 게다가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왔던지 그 내용은 상상도 안해봤어요. 그런데 나를 너무나 심하게 때렸어요. 정말 너무 심했어요. 뽀르뚜까 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엉엉 소리내어 울고 말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그를 죽여버릴테니까요."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 너의 아빠를 죽이겠단 말이냐?" "그래요. 전 벌써 시작했는 걸요. 빅 죤슨의 권총을 빌려 꽝 쏘아 죽이는 것이 아녜요. 제 마음 속에서 죽이는 거예요. 사랑하기를 그만 두면 언젠가 완전히 죽게되는 거잖아요."
"지금은 달라졌어요. 슈루루까는 꽃 한송이 피우지 못하는 단순한 오렌지나무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렸어요. 그게 사실이예요. 하지만 아저씬 달라요. 아저씨는 제 친구이고, 그래서 전 곧 아저씨께 혼자만의 차가 될 우리의 자동차로 바람을 쏘이고 싶다고 한 거예요. 전 아저씨께 작별인사를 하러 온거에요." "작별이라니?" "네, 그래요. 아저씨도 아시겠지만 전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아이예요. 게다가 매맞고 구박 받는데 지쳐버렸어요. 이젠 더 이상 욕을 하고 다니는 아이도 되고 싶지 않아요." 자꾸만 목이 메어 왔지만 난 끝까지 얘기해 버리리라고 다짐했다. "그래서 도망쳐 버리겠다는 얘기니?" "아니예요. 이번 주 내내 생각했어요. 오늘 밤 망가라치바에 뛰어들겠다고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를 힘껏 끌어아았다.그리고 그 만이 할 수 있는 위로의 말을 해 주었다. "안돼 그렇게 해서는 안돼. 네겐 얼마든지 아름다운 미래가 있단다. 넌 뛰어나게 총명하기 때문이야. 그런 이야기 하면 벌 받고 말거야! 난 네가 그런 마음을 갖는게 싫다. 그런 얘긴 두번 다시 해서는 안돼. 제제, 나를 어떻게 생각하니? 넌 나를 좋아하지 않니? 만약 네가 나를 좋아한다면 더 이상 그런 이야기는 하지마." 그는 나를 으스러지도록 끌어안고는 내 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난 널 무척 사랑한단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그러니 자, 이젠 웃어봐야지.
난 머리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 혼자 천천히 걸어갔다. 모든 것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망가리치바 기차는 아무 것도 용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기차는 이 세상에서 가장 힘세고 난폭한 것이었다. 나는 두 세 번 더 토했지만 이젠 누구도 날 위로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내 생활 속에는 누구도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었다. 나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발길이 닿는 대로 마구 걸었다. 훌쩍 거리며 걷다가 셔츠 자락으로 얼굴을 닦곤 했다. 이제 다시는 뽀르뚜가 아저씨를 볼 수 없었다. 그는 멀리, 아주 멀리 가 버린 것이었다. 그가 내게 뽀르뚜가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하며 자동차에 매달리도록 해준 곳까지 걸어갔다. 나는 나무 그르터기에 앉아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었다. 이 때, 전혀 생각지도 않던 말들이 마음 속에서 부터 마구 터져나왔다. "아기 예수, 넌 나쁜 놈이야. 난 이번만은 네가 착한 신이 되어 나랑 같이 있어 줄 줄 알았어. 그런데 왜 너마저 다른 사람들처럼 날 미워하지? 난 아주 착해졌잖아. 싸움도 안하고, 욕도 안하고, 공부만 열심히 하고, 분다같은 나쁜 욕도 안 하는데 왜 넌 날 도와 주지 않니? 내 라임 오렌지나무를 자른다고 했을 때도 화도 안 내고 잠깐 울었을 뿐이었는데……. 이젠 어떡하란 말이야, 난 이제 어떡하란 말이야?" 다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기 예수야. 난 뽀르뚜가 아저씨가 돌아왔으면 좋겠어. 넌 내게 뽀르뚜가 아저씨를 돌려보내 줘야만 해."
이제는 아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매를 많이 맞아서 생긴 아픔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유리 조각에 찔린 곳을 바늘로 꿰맬 때의 느낌도 아니었다. 아픔이란, 가슴전체가 모두 아린, 그런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죽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팔과 머리의 기운을 앗아가고, 베개 위에서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 조차 사라지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사랑하는 마누엘 발라다리스 아저씨!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늘로써 저는 마흔 여덟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움 가운데서도 때로는 어린 시절이 계속 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제게 배우 사진이나 구슬을 갖다 주시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당신은 저에게 인생의 따뜻함을 가르쳐 주신 분입니다. 요즈음도 전 가끔 딱지나 구슬을 어린이에게 나누어 주곤 합니다. 그건 따스한 정이 없는 인생이란 뜻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가끔 저는 그런 인정과 부드러움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또 때로는 무엇이 가장 평범한 것인가에 대해 자신도 모르는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면 우리 둘만의 시간 속에서 저는 아주 오래된 기억을 떠올립니다. 한 바보왕자가 제단 앞에 끓어앉아 눈에 눈물이 가득한 채 물어 봅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진심으로 사무치도록 그리운 뽀르뚜가 아저씨! 당신은 너무도 많은 온정과 꿈과 사랑을 제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뽀르뚜가 아저씨! 내 마음 속에서 영원히…. 안녕히! 1976년 우바뚜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