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화게시판에 실으려했다가,
드라마는 영화와 다르고,
또 단순히 한 드라마만 비판하는 내용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돌아보는 내용이라서
시사게시판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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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장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시청률을 계속 올리며, sbs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그 유명한 아내의 유혹이다.
비윤리적인 내용, 말도 안되는 스토리 전개 등이 거슬리긴 했지만, 그래도, 연기자들의 열연과 속도감있는 스토리 전개 등의 매력 때문에 그동안 이 드라마를 봐왔는데, 이젠 더이상 보기가 싫어졌다.
다름이 아니라 어제 드라마 막판에 나왔던 예고편 때문이다.
오빠가 악녀의 사주를 받고 여동생을 납치한다............................
물론, 오빠는 자기 여동생인줄 모르고 납치하는 것이고,
악녀도 소희가 은재라는 걸 모르고 사주한 것이지만,
글쎄.........................................................
아무리 막장이라고는 해도 이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자기 여동생과 비슷한 여자를 납치하고 싶어하는 오빠가 이 세상에 있을까?
나는 어제 예고편을 보고
"아무리 막장이어도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즐겨봐온 이 드라마에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개과천선한 줄 알았던 강재가
자기 여동생의 죽음의 의문을 풀 수 있다는 생각에서
애리의 명령대로 그런 납치를 자행한다.............................
내 가족이 중요하면 남의 가족도 중요한 것인데 그런 짓을.................................
마치 애리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교주,
강재는 그 집단의 광신도를 연상케 한다.
예전에 여로에서 못된 시어머니로 나왔던 박주아씨나
옛날판 사랑과 야망에서 정자 남편으로 나왔던 조형기씨도
시청자들도부터 미움을 참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아마 강재로 나온 이 탤런트는 앞으로 이보다 훨씬 더한 미움에 시달릴 것 같다.
이 드라마 게시판에 들어가보면,
그동안은 미리보기가 일주일분이 미리 올라와있더니,
오늘은 전혀 올라와있지 않다.
시청률이 40%에는 육박하는데,
그 40%를 넘을듯 넘을듯 하면서도 넘기가 힘드니까,
그걸 어떻게 해서든 넘겨보려고 몸부림치는 sbs의 행태에 치가 떨린다.
시청률만 많이 올리고 돈만 많이 벌면 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많고 막장스토리를 전개해도 되는 것인가?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이런 드라마는 결국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애리가 다른 불량배를 시켜서 은재를 납치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할 수 있지만,
강재를 시켜서 그런 짓을.....................
드라마 작가의 수준이 겨우 이 정도였나?
꼭 그런 식으로밖에는 스토리를 전개할 수 밖에 없었나?
이대를 나왔다는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나?
어느 만화가는 자기 자식의 장래희망이 검사라서 불량만화는 절대 못그린다고 하던데, 이 분은 자그마치 검사사모님이 이런 막장스토리를 쓰고있다.
물론, 작가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담당 PD의 지나친 간섭으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작가든 연출자든
이런 스토리를 만든 데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은
그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아무리 막장이어도 막판에는 용서와 화해로 끝나니까 큰 문제는 될 거 없다고 하던데,
이렇게 막장의 끝까지 가놓고서 결말만 용서와 화해로 끝낸다고 모든 게 해결되나?
사람들이 막장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싱거운 음식만 먹다가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열광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아내의 유혹은
싱겁다고 소금과 고춧가루, 후추를 자꾸 넣다보니,
이젠 너무 많이 넣어서 도무지 먹을 수 없게 된 음식과도 같다.
나는 이 드라마가
은재의 납치장면 이후로 시청률이 뚝 떨어진다면 모를까
그 후로도 계속 시청률이 올라간다면,
이건 시청자들에게도 큰 문제가 있는 것이고,
아울러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큰 문제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시청률만 40%가 넘는다고 해서 무조건 국민드라마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는 것이다.
막장의 시초로 불리는 인어아가씨의 경우에는
이런 막장을 원하는 시청자들이 있어서, 이런 드라마를 방영했겠지만,
이젠 제작자들이
인어아가씨의 성공을 보고
너도나도 막장으로 나가다보니,
이젠 오히려 시청자들이 볼 게 막장 밖에 없어서
막장드라마에 끌려다니는 기분이다.
히틀러가 말했듯,
"대중은 여자와 같다. 그래서, 자기를 지배해주는 사람이 나타나주길 기다린다."라고 했는데,
요즘 시청자들은
이런 드라마가 자신을 지배해주길 바라는 것일까?
올드보이, 왕의 남자, 과속스캔들, 쌍화점 등도 비난에 시달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너는 내운명의 경우는 시어머니와 친어머니가 똑같이 백혈병에 걸린다는 설정으로
맹비난을 받았지만,
그래도 아내의 유혹의 강재의 은재 납치장면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워낭소리의 흥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도 할 수 있다.
언젠가 동화작가 정채봉씨가
"내 동화가 스테디셀러인 이유는 갈수록 막가는 이 사회에서 순수가 그리운 사람들이 내 책을 사가기 때문입니다. 순수가 흔하다면 그리울리가 없을 것이고 저의 책이 팔릴리도 없겠지요! 때문에, 저 같은 사람이 망해야 그게 진짜로 살기좋은 사회입니다."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워낭소리의 흥행비결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떤 사람은 이 영화가 자극적인 요소가 없고 맹물 같아서 보기가 싫다고 하는데,
아무리 그렇다해도,
싱겁다는 이유로 소금 후추를 너무 많이 넣어서 오히려 맛을 버린 아내의 유혹보다는 낫다.
싱거운 음식 먹기도 괴롭지만,
그래도 너무 짜고 너무 매운 음식 먹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드라마제작자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아내의 유혹이
강재의 은재 납치장면 이후로
"아무리 막장이어도 너무 도에 지나쳤다"
라는 비난에 시달리다가
시청률이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
만약,
이렇게 도에 지나친 장면을 내보내고도,
시청률이 계속 올라간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엽기는 일상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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