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도 되기 전부터 배우자와 날 닮은 아이 셋을 낳아 북적북적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근데 너무 꿈 꾸다보니 정말로 하룻 밤의 꿈이 되려는지 서른 중반을 지나는 이 나이에도 우리 아이는 아직 우리에게 오지 않네요.
연애를 오래했고, 결혼 후에도 아이는 천천히라는 남편을 보채고 싶지 않아서 기다렸어요.
작년 초에서야 이제 노력해보자며 마음을 잡은 남편과 아이를 가지려고 피임하지 않았는데, 이제라도 마음 잡았으니 곧 생기겠지 했는데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더라구요.
올 해 초에 같에 일하는 친구의 소개로 자연임신 전문의를 예약했어요. 일단 왜 안생기는지, 그리고 어떻게해야 가장 자연스레 임신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어요.
워낙에 바쁘고 인기있는 의사라 몇 달 후에야 볼 수 있었고, 몇 주에 걸쳐 여러가지 기본 검사들을 하던 중 제 양쪽 난소에 자궁내막증이 꽤 크게 자리 잡았고, 한쪽은 난관을 막은 것 같다 하더라구요. 주변으로 협착 같은 것도 보인다구요.
검사 자체도 너무너무 아팠아요. 같이 간 남편이 제가 어지간해선 아파도 잘 참는데, 참다참다 눈물까지 글썽이니 마음아파서 어쩔 줄을 몰라 하더라구요.
그런데 결과도 그리 좋지 않다하니 그냥 머리가 멍해지다라구요. 이 모든게 그냥 사실이 아닐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어요.
전문의 말로는 수술해서 자궁내막증을 제거하고, 협착이 있다고 보이는 곳을 확장하거나 떼어내고, 수술 후에 신장투석액 비슷한 것을 주입해서 일단 구조상 모두 제자리로 돌려 놓으면 임신 확률이 좀 높아 질거라더라구요.
남편이 수술이란 말에 겁이 났는지 바로 물어보더라구요. 그럼 수술 전 인공수정은 어떠냐고. 전문의 소견으로는 지금 제 난소에 자궁내막증이 시기로 따지자면 3기 정도 되는데, 이 상태의 난소에 호르몬 자극을 더해서 무리를 주면 난소암의 위험에 높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인공수정에 포함되는 호르몬 사용을 전혀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그 당시에는 그냥 멍하더라구요. 아 그렇구나 내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구나. 내가 수술이라니 무섭네. 그러곤 집에 오는 길에 울었어요. 참 내 인생 쉬운 일이 없네 하면서요. 내 인생 자체에 대한 서러움이랄까요 그런 기분.
그 후로 일주일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그 말들이 하나하나 곱씹어져요.
아 그럼 내가 진짜 난임인건가, 난 그런 건 누군가의 친구의 이야기 인 줄 알았는데. 우리에게 아이란 정말 말 그대로 기적인건가. 내가 그리 오래도록 원했던 북적북적한 집도, 그이를 닮은 예쁜 눈을 가진 우리의 아이라는 것도 일기장 어느 한 켠에 적어두고 추억할 소원이었던 걸까.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를 해주면 하나같이 인공수정은? 이라고 물어보는데, 설명을 할 때마다 더 크게 다가와요.
난임이라면 당연히 인공수정이 다음단계라 생각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나는 난임이라는데 수술이 불가피하다는데 인공수정도 옵션이 아니라더라 라고 말할 때, 뭍어내지 않으려고 애써 웃음으로 포장하는 씁쓸함, 상실감, 죄책감, 그리고 신에 대한 배신감 등의 복합적인 감정들이 저를 더욱 자각시키고 우울하게 하네요.
그 전문의를 제게 소개해주고, 본인도 비슷한 수술을 받았다는 제 동료는 자신도 어려웠지만 아이를 둘 낳았으니 너무 실망하지 말라는데 저는 밥을 먹다가도 울컥하네요.
부모님들께는 아직 말씀 못드렸어요. 가뜩이나 행여 우리가 마음 상할까 임신의 ㅇ도 안꺼내시는데, 제 얘기 들으시면 얼마나 마음 아파 하실까 싶어서요.
그래도 누군가에게 제 얘길 하고 싶었어요. 오유에 글쓰면 애생겨요 될까 요행심에 전에 글을 올렸는데 역시 제게 요행같은 건 없나봐요... 쓰고 나니 더 착잡해지는 묘함이 있네요.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