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깁니다. 어디에도,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하기 힘든 이야기여서 속에서만 썩히고 있다가, 익명성을 빌어 글을 적어봅니다.
그녀가 오늘 결혼했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남자와.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6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은 아무 상관없었습니다.
저에겐 세상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그녀이고 그런 그녀의 나이가 저보다 6살 많은 것 뿐이니까요.
전 올해 24이고 그녀 이전에 연애경험은 없었습니다.
2007년 말, 처음엔 그녀가 먼저 다가왔고, 처음부터 불타오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바라볼수록 사랑할수밖에 없는 여자입니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저는 피로도 잊을 수 있었고, 가식적인 애교가 아닌
원래 몸에 배어있는, 자신은 그런지도 모르는 애교에 저는 항상 웃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만난 여자 중 나이를 불문하고 가장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처음에 그녀를 좋아하게 되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녀는 이미 2006년 말부터 사귀고 있는 한살 연상의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처음에는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남자친구도 있는데 나한테 이러면 안되는 것 아니냐.. 나도 물론 누나를 좋아하지만 이런 감정을 가지면 안될 것 같다.. 좋은 후배로 대해달라(자세한 설명을 드리면 혹시라도 이 글을 읽게 될 같은 학교분들이 있을까 생략하겠습니다만, 제가 그녀의 1년 후배입니다). 그녀는 알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에도 나를 무척이나 아껴주었고, 저는 그러면 안되는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전 감성에 의해 지배당한 적이 없었습니다. 스스로도 매우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나 그녀에 대한 마음은 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2008년 6월경부터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매일 만나게 되었습니다. 둘 다 학교 기숙사에 살고 있기에 늦은 밤에 만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낮 거리에서 공개 데이트는 거의 못했지만, 가끔씩 친한 선배와 후배를 가장하여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이상형의 여인이 있다는 것은. 아침 알람에 얼핏 잠이 깼다가 다시 자려고 하다가도 그녀를 떠올리고 혼자 피식 웃으면서 일어날 수 있었고, 맛있는 것을 먹거나 재미있는 것을 보면 항상 그녀가 생각났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잘 깨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모닝콜을 해주고, 졸린 목소리로 전화를 받고 고마워- 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관계는 위험했습니다. 2008년 7월에 그녀는 사귀던 남자친구와 약혼을 했거든요.. 저는 그 당시 도저히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녀도 저를 사랑했고요.. 전 몇번이나 그 이후에도 나에게 와달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녀는 이제와서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너에게 가고 싶지만 그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인 것 같다 하면서 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위험한 관계는 더욱더 깊어졌고, 서로의 몸도 원하는 단계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죄책감에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둘중 누가 자취라도 했으면 자신은 참지 못했을거라고 하더군요..
그녀는 노처녀가 되어 자신이 저평가 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결혼도 자기가 빨리 하자고 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남자는 그것을 이용해서 그녀의 집안에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고 결혼준비도 거의 그녀가 혼자 하도록 하고 오히려 신혼여행, 살 집 정하는 것도 빨리 못 정한다고 뭐라고 한다더군요.. 추운날 하루종일 발품 팔며 돌아다닌 그녀에게..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그녀가 그런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나 이 사람과 계속 같이 살 수 있을까?" 이러면서도 나에게 오라는 말에 자신은 모든 것을 되돌릴 용기가 없다는 말을 할 뿐이었습니다. "부모님도 결혼을 반대하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한다며.. 내가 너 힘들지 않게 도와줄께 다시 생각해봐.. 난 정말로 너 평생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대답은 항상 절레절레..
결국 그녀는 오늘 결혼했습니다. 전 차마 보지 못하고 한시간 전에 가서 신부대기실에 곱게 화장을 하고 앉아 있는 그녀만 멀리서 보고 돌아왔네요.. 내가 오면 표정관리 안 될 것 같다고 오지 말라던 그녀였는데, 오늘은 왜 이리도 이쁜지..
최루탄이라고 난리를 치는 영화를 보아도 눈물 하나 안 흘리는 저인데, 집에서 이불을 덮고 있자니 뜨거운 것들이 제 볼을 타고 마구 흘러내리네요. 애초에 시작하면 안되는 사랑이기에 제가 지금 이렇게 벌 받고 있는 것일까요? 이전에 그렇게 아름다워 보였던 세상이 너무나도 슬픕니다. 가슴이 아프다 못해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이렇게 쓰고 나니 기분은 좀 낫네요. 긴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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