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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10시46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유람선 선착장 부근 한강에 박모씨(회사원·여)가 숨져 있는 것을 순찰 중이던 공익요원 김모씨(24)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한강둔치 순찰 중 165㎝의 키에 긴 생머리를 한 여성이 숨진 채 물에 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숨진 박씨의 손에는 스티커 사진 한장이 쥐어져 있었다. 죽음의 순간에도 놓지 않았던 사진 속 주인공은 신모씨. 4년간 애틋한 사랑을 나누었던 박씨의 남자친구로 한달 전쯤 뇌출혈로 사망했다. 퉁퉁 부은 명함판 크기의 사진 속에는 신씨와 박씨가 얼굴을 비비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신씨가 숨진 뒤로 박씨는 말을 잊고 살았다. 세상을 다 잃은 듯 늘 슬픔에 잠겼다. “4년간 사귀어온 남자친구가 사망한 뒤로는 무척 괴로워했다. 누구와도 쉽게 말을 하지 못해 너무 안쓰러웠다”고 박씨가 다니던 회사 사장 나모씨(38)는 숨지기 직전 최근의 박씨 모습을 전했다.
박씨는 2주 전쯤 신씨를 뒤따르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신씨의 유골이 뿌려지던 춘천의 소양강을 다녀와서부터다. 그는 말을 아꼈고, 차근차근 자신의 신변을 정리했다. 회사 경리를 맡고 있던 박씨는 여자동료에게 회사 금고의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 “만약에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알아서 처리하라…”는 말과 함께였다.
박씨는 유서조차 남기지 않았다. 다만 신씨 어머니 휴대폰에 숨지기 전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어제 저녁에 어머니 휴대폰으로 누나로부터 이상한 메시지가 와서 무척 걱정했는데 오늘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머니는 큰 충격에 말조차 잊었습니다.” 신씨의 동생 명호씨(가명)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박씨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내가 죽으면 남자친구와 영혼결혼식을 시켜주세요.”
〈황인찬기자 hi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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