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장경동 목사의 불교비하발언으로 파문이 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옛날 오유에는 법정스님이 하신 말씀이라면서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오기도 했었지요.
믿지않았다는 이유로 지옥에 보내는 당신네들의 신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차라리 지옥으로 가서
신에게 버림받은 영혼들을 구제하련다.
정말로 그리스도교는 믿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착하게 살았어도 죽은 후에 지옥에 떨어뜨리는 종교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No입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그리스도교는 원래는 가톨릭(천주교)였는데,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해서 프로테스탄트(개신교)를 세움으로써 갈라져나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독교는 그리스도교를 한자의 가차자로 표기한 것이죠. 때문에, 그냥 기독교라고 하면, 천주교와 개신교를 모두 합쳐서 이르는 말이 됩니다. 그러므로, 프로테스탄트교회만을 지칭할 때는 개신교라고 해야 올바른 표기가 됩니다.
원래는 천주교가 진짜 뿌리이고, 개신교는 여기서 갈라져나온 가지인 것입니다.
그런데, 천주교와 개신교를 비교해보면, 교리해석에서 여러 가지 차이가 납니다. 교회 밖에 구원이 있느냐 없느냐도 그 중의 하나이죠.
개신교는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가르치지만,
천주교는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긴 있다고 가르칩니다.
이렇게 차이가 생기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경의 요한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수 없다.”
바로 이 말씀 때문에 예수님을 믿어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교리가 생긴 것이고, 초대교회시절의 유명한 교부 중 한 분이셨던 성 아우구스티노 (영어명으로는 어거스틴) 께서는 이 말씀에 근거하여,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확실히 못을 박습니다.
그러다가, 중세에 와서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해서 천주교로부터 갈라져나와 개신교를 세우게 되고, 이때부터 천주교와 개신교는 교리에 있어 많은 차이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천주교는 처음에는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단정했지만, 세월이 흘러 천주교가 세계 여러나라로 전파되면서 이 세상에는 예수님 이외에도 부처님, 공자님 같은 훌륭한 성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러자, 19세기부터 천주교 내부에서도 다음과 같은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 중에도 착하고 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을 믿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옥에 보내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
“옛날의 종교들은 사랑을 가르치지 않는 원시종교였지만, 오늘날의 종교들은 모두 사랑을 가르치는 종교들이다. 때문에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을지 모른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다 구원받기를 바라시는 분이시다. 그런데, 믿지 않았다고 해서 지옥에 간다면, 이것은 모든 사람이 다 구원받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을 축소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당시 교황이셨던 비오 9세께서는 주교님들을 모두 모아놓고 여러 날을 의논하신 끝에, 성 아우구스티노께서 주장하셨던 교리를 약간 수정합니다.
즉,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신 것이지요!
아무리 열심히 믿었어도 행실이 올바르지 못하면 구원을 받지 못합니다.
믿는다고 다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면, 믿지않았어도 다 구원 못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지요!
이것을 20세기에 들어와서 신학자 칼 라너 신부님께서 좀더 구체적으로 체계화 시킵니다. 그리고, 믿지는 않았지만, 구원받는데는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고 구체적인 명칭을 사용해서 부르기 시작합니다. 즉, 그리스도인은 아니었지만, 그리스도인처럼 착하고 거룩하게 산 사람들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개신교는 예나 지금이나 옛날 교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수정할 생각을 도무지 하질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개신교는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외치고 다니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런 소리를 외치고 다닌다면, 그건 개신교지, 천주교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믿지 않았는데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면 신앙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이렇습니다. 인간의 죄로 인하여 하느님과 인간 사이가 단절되었는데,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이것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입니다.
즉, 강 이편에서 강 저편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예수님께서 다리가 되어주신다는 것이죠!
그런데, 개신교에서는 반드시 다리로 건너야 하며 헤엄쳐서 건너는 건 불가능하다고 가르치고,
천주교에서는 다리를 사용하지 않고 헤엄을 쳐서도 건너갈 수가 있다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다만, 헤엄을 치는 것은 다리로 건너는 것에 비해 힘이 너무 많이 듭니다. 즉,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택해서 구원에 도달한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강물에 독을 가진 물고기가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독극물을 풀어놓았을 수도 있으니, 헤엄쳐서 건너는 건 다리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성공률이 낮지요! 성공이 불가능한 건 아닌데, 성공률이 낮고, 또 성공한다고 해도 건너간 후에는 “다리로 건너올 걸” 하고 후회하게 될 테니까 그게 문제라는 것이죠!
한마디로,
어느 종교를 믿을 것이냐 하는 문제는
“어느 종교가 구원에 도달하는 길이냐?” 가 아니라,
“어느 종교가 구원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냐?” 의 문제인 것입니다.
어느 종교나 다 구원에 도달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어느 종교가 헤엄칠 필요없이 다리를 사용해서 건너갈 수 있는 종교이냐가 문제입니다.
천주교 신자는 당연히 천주교라고 대답할 것이고, 불교신자는 불교, 이슬람교신자는 이슬람교라고 대답하겠지요!
천주교에서 천주교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부처님, 공자님, 마호메트는 모두 그냥 인간이었고, 예수님은 인간이면서 동시에 하느님(신)이시라고 믿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못해서 아무리 착하게 살려고 노력해도 죄를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성인이라고 해도 죄인입니다. 죄인이 무슨 재주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겠으며, 자기 자신도 구원을 못하면서 어떻게 남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인간의 가르침에는 실수한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구원받는데는 인간 이상의 존재가 도와줘야만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천주교의 가르침입니다.
그 밖의 불교나 이슬람교도 자기들 나름대로의 주장을 내세워서 강조를 하겠지요!
그래서 천주교에서는
다른 종교도 구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록 신자가 아닌 사람이 죽었다고 해도, 그 사람이 한평생을 착하고 바르게 산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구원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다른 종교와도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해야한다고 가르칩니다.
각 종교마다 자기 종교의 교리가 진리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교리상의 통합은 불가능하지만, 상호존중은 반드시 해야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야, 종교전쟁이 나지않으니까요!
그래서, 천주교는 다른 종교와도 많이 소통합니다. 신부님과 스님들이 축구시합을 하는 영화 “보리울의 여름”은 꼭 영화 속 얘기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종종 있는 일입니다.
개신교는 이런 천주교의 행태를 보고 개념없다고 비판하지만, 천주교의 시각으로 보면, 마음을 열지 못하고 꽉 닫아두고 있는 개신교가 답답할 따름이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
이순신 장군이 예수님을 안 믿어서 지옥에 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도 말이 안되는 소리입니다.
개신교에서는 어떻게 가르치는지 몰라도,
천주교에서는 몰라서 한 행동은 죄가 아니라고 가르칩니다.
이순신 장군께서 활약하실 때는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오기 전이었습니다. 때문에 이순신 장군께서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몰랐습니다.
몰라서 못 믿은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죄가 아닙니다.
구원받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가끔 가다 보면, 일부 잘못된 신자들이 교리를 잘못 해석해서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그 신자들이 잘못한 것이지, 신앙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니, 혼동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길고 지루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모두들 앞날에 행복이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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