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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22371
    작성자 : 머리좀감우성
    추천 : 278
    조회수 : 8465
    IP : 121.162.***.163
    댓글 : 32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8/05/11 12:08:44
    원글작성시간 : 2008/05/11 02:10:21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2371 모바일
    2시간동안 엉엉 울다 왔습니다..
    어제 저녁 6시.... 

     


    저녁 식사는 하셨는지 여쭤보려고 집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는 일 때문에, 동생은 학교 때문에 서울에 나와 있고 부모님 두 분만 시골에 계시거든요. 

     

     

     

    그 시간에는 보통 엄마가 전화를 받으시는데 어제는 아빠가 받으셨습니다. 

     


    여느때처럼 밝은 목소리로 반겨주시던 아빠가 아닌 것 같아 여쭤보았더니 

     


    엄마가 말하지 말랬는데.... 하시면서 하소연 하듯이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진짜로 소 못 키우게 생겼다.”  

     


    소 값이 많이 떨어져서 힘들다는 이야기는 

     


    전에도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무슨 다른 일이 또 생겼나보다 했습니다. 

     

     

     

     


    비닐 하우스에 소 키우면 안되나요? 뜯으라 했다네요. 

     


    아빠에게 혹시나 더 안 좋게 될까봐 구체적으로 여기서 밝히진 못하지만 

     


    여튼 안 뜯을꺼면 벌금 내라고 했다네요. 

     


    그것도 소 한 마리 값보다 더 되는 벌금을요.  물론 아빠가 잘 못하신 일 일수도 있지만 

     


    30년 가까이를 그렇게 키워 오셨는데 여태 아무말 없다가 이제야 안된다니.....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것 같다고 하십니다. 

     


    대통령이 미국 갔다오니 소값이 80만원이나 떨어지고, 

     


    갑자기 벌금에 이제 매년 세금까지 물리겠다고 했답니다. 

     


    안 뜯을꺼면 벌금내고 세금이라도 매년 내라네요. 

     


    엄마가 여기저기 가셔서 벌금 작게 나오게 해달라고 부탁 말씀도 드렸는데, 

     


    시골 분들이시라 이장, 면장이 무슨 권한이 있는 줄 알고 거기가서 말씀을 하셨다네요. 

     

     

     

    일, 공부한답시고 서울 객지에 나와있는 자식들은 아무 도움도 못되어 드리고...... 

     


    눈물이 나서 우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때가 6시 반..... 

     

     

     

    늦게 까지 일이 있어서 촛불 문화제는 마음만으로 응원하려했으나 아빠 생각에 

     


    눈물이 나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일단 여기 저기 전화를 해서 

     


    양해를 구하고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광화문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7시 반..... 시청역에 내려서 광화문쪽으로 걸어가는데 그때부터 눈물이 계속 났습니다. 

     


    아빠 생각에요. 

     


    제가 아주 어렸을때부터 아빠가 소 키우시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송아지 한 마리가 집에 왔습니다.  

     


    강아지 집 짓듯이 뚝딱 뚝딱 송아지를 위한 장소를 마련하시던 것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송아지 추울까봐 엄마 몰래 담요 깔아주시면서 엄마에겐 비밀이라며 아빠와 웃던일.... 

     


    옆에서 까불다가 뒷발에 채여서 소똥에 넘어졌던일. 

     

     

     

    그렇게 한 마리, 한 마리, 식구가 늘어 10마리 가까이 되었을 땐 

     


    제가 사춘기 때였나 봅니다. 

     


    가끔 탈출을 감행하는 녀석들 때문에 동네에서 싫은 소리 듣는 게 싫어서 

     


    ‘아빠가 저 소들을 좀 팔아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꿈을 듣고서는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빠, 나는 꿈이 너무 많아서 하나를 선택하기 힘들어. 아빠는 내 나이 때 꿈이 뭐였어?” 

     


    “아빠는 아직도 꿈이 있는데...”  놀랐습니다. 아빠는 이제 꿈이 없는줄 알았는데.... 

     


    “아빠는 아프리카 초원처럼 넓은 곳에서 동물들과 함께 사는게 꿈이야.” 

     


    그때부터 소 키우시는 게 유일한 아빠의 낙 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소를 팔아 버렸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던 제가 죄송스러웠습니다. 

     

     

     

     


    좋은 풀 먹여야 된다고 새벽부터 풀 베러 나가시던 일도, 

     


    소들 춥다고 부산에 있는 큰 시장에 가셔서 옷감을 끊어 오셔서 

     


    옷을 만들어 입히시던 일도, 

     


    좋은 물 먹여야 된다고 산에서부터 수로를 연결해 놓으신 것도, 

     


    며칠 사이에 다 부질 없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두 마리 팔아도 동생 등록금이 안 되었는데, 

     


    이젠 세 마리 팔아도 안 되게 소 값은 떨어지고, 

     


    뜬금없이 받게 될 벌금에 세금....... 

     


    대통령이라도 미워해야지 안 그러면 병 생기실 것 같답니다. 

     


    그저 저 정도의 말씀뿐이세요. 나는 아주 미워 죽겠는데..... 

     

     

     

     


    일 년에 몇 번씩 소를 팔아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큰 돈이 필요할 때... 

     


    그런 날엔 아빠는 외출을 하십니다. 엄마가 흥정을 하고 파시지요. 

     


    팔려가는 소의 눈을 보실 수가 없답니다. 소들에게 미안해서요. 

     


    그런데 이제는 다 파셔야 할 것 같답니다. 

     

     

     

     


    아빠,  

     


    벌금 제가 내드릴께요... 아빠 하시고 싶은거 하세요...  

     


    소 값 떨어져도 속상해 하지 마세요. 

     


    사랑받으며 정성으로 키워진 소를 알아 봐 주는 사람들이 또 있을꺼에요. 

     


    (며칠 전에 인물 좋고 튼실하다고 소 값 떨어지기 전 가격과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소를 사주신 사람이 있었거든요. 참 감사했습니다.) 

     


    어제는 눈물이 나서 차마 저 말을 못했었지요. 

     

     

     

     


    광우병, 조공 외교, 과학과 확률에 근거를 두었다는 변명, 정신없이 해대는 민영화... 

     


    저런 것 때문에도 싫지만  

     


    아빠의 꿈을 빼앗아 가고 있는 그 사람...... 참 밉습니다. 



    톡에서 퍼온자료구요. 사실인거같은데..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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