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출장가서 음스므로 음슴체. 아빠의 초딩 동창 모임에 ㅇㅇ아재라는 분이 계셨음. 이 아재는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딸 둘과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었음. 그런데 어느 날, 평범한줄만 알았던 이 집에 풍파가 닥쳐옴. ㅇㅇ아재의 내연녀가 부른 배를 들고 찾아온거임. 아재의 부인과 딸들은 기겁을 했음. 아재의 부모님도 처음엔 기함을 하는듯 했으나... 이 아재 부모님의 사상이 엄청 옛날분으로, 자신의 며느리가 딸만 둘 낳은 것이 항상 서운했는데 이 내연녀 뱃속에 있는 아이는 아들이라니까 그 손주가 너무 아까운거임. 그래서 며느리한테 내연녀를 첩으로 인정하고 손주를 낳으면 네가 거둬키워서 집안의 대를 이을 수 있도록 하라고 하였음. 며느리는 당연히 거부. 이때부터 시부모님과 남편의 개진상이 시작됨. 뭐 레파토리는 뻔했음. 드라마 보면 많이 나오는거 있잖슴? 아들도 못낳는게, 우리 집안 대를 끊어놓았다, 딸들이야 시집가면 남의 집 사람 되는거 아니냐 등등 아빠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우리를 사랑한게 아니었냐고 울부짖는 딸들에게 니들이 내 제사 지내줄거 아니면 닥치라고 했다고 함. 결국 ㅇㅇ아재의 부인되시는 분은 위자료 한 푼 없이 딸 둘을 데리고 집을 나와서 친정으로 들어가셨음. 그리고 ㅇㅇ아재는 내연녀와 재혼을 하여 그토록 원하는 아들과 살게 되었다고 함. 아빠의 저 동창회는 한달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한 집이 상을 차리는 부부동반 모임이고 20년 이상 된 모임이라서 부인들끼리도 친분이 있음. 자식들끼리도 서로 이름 얼굴은 아는데 따로 연락하고 지내거나 하지는 않는 정도. 암튼 저 친목회에서 ㅇㅇ아재는 당연히 부인들의 공적이 되고, 남자들도 자식까지 버리는 미친놈은 친구가 아니라며 ㅇㅇ아재에게 이제 우리한테 연락하지 말라고 하고 모임에서 제명을 시켜버림. 근데 아빠가 자란 동네가 코딱지만한 동네라 초등학교 동창이면 중, 고 동창일 경우도 많고 다들 형제끼리도 친구, 직장도 얽히는 그런 곳임. ㅇㅇ아재는 다른 친구 모임에서도 제외됨. 그래도 ㅇㅇ아재는 이제 제삿밥 먹을 수 있다며 늦둥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살텐데 니들 생각이나 나겠냐고 허세를 부렸다고 함. ㅇㅇ아재 전 부인은 화장품 가게에서 일을 한다, 조그만 호프를 냈다더라 등등 엄마랑 간간히 연락을 하시는 덕분에 가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으나 몇년 전부터는 그런 연락조차 끊겼다고 했음. 그러다 얼마 전에 엄마가 길을 가시다가 누가 클락션을 울리길래 봤더니 ㅇㅇ아재 전 부인이었다고 함. 하얀색 국산 대형차에서 내리는 아줌마는 차 색에 맞춘듯이 하얀 정장을 세련되게 입고 있었다고 함. ㅇㅇ아재 전 부인은 남편과 헤어진 뒤 아이들과 친정에 왔으나 친정도 그렇게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다고 함. 아이들과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이를 악물고 닥치는대로 일을 했는데, 작게 시작했던 호프집이 잘 되어서 지금은 가게 세개에 매니저를 두고 관리만 한다면서 술집한다고 하면 괜히 나쁜 쪽으로 색안경끼고 볼까봐 연락을 못했다고 했다 함. 엄마는 ㅇㅇ아재 전 부인이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고 멋지게 사는 모습이 너무 뭉클했다고 함. ㅇㅇ아재는 그렇게 재혼하고 늦둥이아들이 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풍을 맞아서 반신불수가 됨. 사지를 제대로 못쓰고 누워있으니 내연녀는 애를 놓고 도망감ㅋㅋㅋㅋ 지금은 재활치료를 해서 발음이 어눌하고 한쪽 팔을 못 쓰고 다리는 절룩거리지만 거동은 한다고 함. 아빠 친구들 모임에서는 ... 내연녀한테도 버림받고 반병신되어서 사는 거 보니 또 불쌍해서 걍 같이 놀아준다고 함... 근데 예전처럼 집에 같이 모이고 그런건 아니고 걍 소수의 친구들이 밖에서 소주 한잔 할때 껴주는 듯.. 저 제사 꿈나무 막둥이가 이제 중딩쯤 됐을 것 같으니 엄청 오래걸린 사이다임. 죽어서 제삿밥얻어먹을 걱정말고 살아서 나 밥 차려주는 조강지처한테나 잘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