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인터뷰 전문 -총리직을 그만둔 뒤부터 동반성장을 화두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제가 양극화로 고생했는데, 과거에 경제학 교수였고, 총리도 한 사람으로 수수방관할 수 없었다. 보태서, 어려서부터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으니 빚을 갚는다는 뜻에서도 동반성장을 위해 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양극화로 인한 위기감, 가만 있을 수 없다는 책임감, 내가 어렸을 때부터 도움 많이 받고 자린 의무감이다. 얼마 전에 60년대에 스코필드 박사가 주신 메모를 발견했는데, ‘지금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적혀 있었다. 1970년에 돌아가셨는데, 유훈이었다. 당시는 경제성장 초기였는데 지금 이건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됐으니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그 분께 중 1때부터 10년 동안 도움을 받고 교육도 받았다. 이 분이 강자한텐 호랑이처럼, 약자한텐 비둘기처럼 하라고 가르쳤는데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슬로건에는 솔직히 믿음이 잘 안간다. 고기 굽던 집에서 갑자기 주방장 한명 데려와 해산물 특별요리를 내놓는 격이라고 어떤 분이 비유를 하던데, 잘될까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면 앞으로 갈 길도 알아볼 수 있다. 박근혜씨나 새누리당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해온 걸 보면 선거 때는 경제민주화를 말하지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릴 것이라는 게 기본적인 인식이다. 내가 생각하는 경제적 민주주의는 경제주체 간에 이해가 상충될 때 각자가 별 손해 없이도 다른 구성원과의 교환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경제력의 과도한 집중을 막고, 경제적 약자의 지위를 향상시키며, 이러한 전제 위에서 민주적 협력체제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을 구체화한 것이 바로 동반성장이다. 경제민주화는 동반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이자 수단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쪽엔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김종인 행복특위 위원장도 있다. 그런 인적 구성에서 불구하고 그렇게 느끼나? “그렇다. 새누리당은 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 작은 사람에 대한 이해, 배려가 부족한 당인데, 갑자기 경제민주화라고 하니까 놀랍다. 새누리당은 현재 심각해진 양극화를 그냥 인정하고 앞으로 공정거래 정책을 잘 세우겠다고 하기 때문에 문제의식이 충분치 않다. 그건 권투시합에서 같은 링에 헤비급과 플라이급 선수를 겨루게 하며 룰을 공정하게 잘 지키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도 재벌만 손보면 다 될 것처럼 하지만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은 작은 사람, 약한 사람, 어려운 사람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50~60년 동안이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이어서 그 틈 타고 재벌들이 컸다면 앞으로의 기간은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신산업정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가 굉장히 어려웠는데, 가난한 집 맏아들 키우듯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키웠다. 그런데 맏아들이 큰 다음에 동생들을 안돌보듯,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돌보지 않는다. 시혜적 의미라기보다 중소기업이 잘 돼야 자기도 잘 되는 거라는 인식을 못해서 참으로 안타깝다. 신산업정책을 통해 중소기업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동반성장을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으로만 이해하고, 우리를 좁게 쳐다보는 시선이 있는데 이건 굉장히 넓은 의미다. 빈부, 지역, 도농, 수도권-비수도권 뿐만 아니라 노사간, 남녀간, 남북간, 동북아 지역의 동반성장도 포함한다. 내가 서울대총장 때 지역균형 선발제를 도입한 것이나, 여성 처장들을 임명한 일도 동반성장의 사례다. 남북관계에선 개성공단을 확대해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 노사관계서도 동반성장이 필요하다.” -박근혜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21세기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총리 때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건 그 분이 갖고 있는 원칙과 국가의 미래가치가 충돌했던 사건이다. 여기서 그 분은 자신의 원칙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 소통과 대화가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박 후보가 보여준 태도는 미래지향적 태도는 아니었다. 이런 점이 쉽게 바뀔 수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박 후보는 박 대통령의 딸이지, 박정희 대통령이 아니지 않나. 효심을 갖고 박 대통령을 변호하는 데 집착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왜곡된 역사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장점이 있다.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개인으로서나 국가로서나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약속을 했다 해도 사람이 완벽하지 않은 한 그 약속이 공적 이익과 부합하지 않을 때는 과감하게 바꿔야 되는데 그걸 못하는 걸 보면 너무 경직적인 사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게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는데. 그 후광으로 인기가 굉장히 높다. 아버지·어머니가 비운에 돌아가셔서 동정하는 의미에서도 지지자가 많지만 그 이유인지, 자기 아버지에 대한 효성인지, 아버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잘못하는 것 같다. 누가 봐도 5·16, 3선 개헌, 유신은 쿠데타라 생각한다. 그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는 건 아버지 때문에 덕을 보고 역사적 인식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특히 세종시 때 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마찬가지도 박 후보도 이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서 불합리한 원칙을 고수했다. 내가 제시한 지역도시, 문화도시, 과학도시가 훨씬 그 지역 사람들에게 이로울 뿐만 아니라 추후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건데, 그걸 약속을 지킨다며 반대했다. 실제로는 정치적 목적, 충청도민의 차기 대선 표를 위해서 하는 걸 보고 실망스러웠다. 물론 법치국가이므로, 국회가 결정한 건 지켜야 한다. 하지만 행정상의 크고작은 비효율은 최소화해야 한다.” -동반성장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무슨 일’이 궁극적으로 대선 출마를 뜻하는 것인가? “득지본유 실지본무(得之本有 失之本無)라는 말이 있다. 얻었다 한들 본래 있었던 것이며, 잃었다 한들 본래 없던 것이라는 뜻인데 자주 마음에 새기는 말이다. 어떤 결과를 미리 바라거나 예측하고 움직이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겠는데, 마음을 열어놓고 있다. 기본 스탠스는, 동반성장을 위해서라면 나보고 이러저런 희생을 하라고 해도 희생할 각오가 돼있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아직 내가 대선을 논할 정도로 준비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대선에 나오겠다고 안 하는 거다. 5년 전엔 정말 준비가 안됐기 때문에 못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사람들이 ‘한다고도 안해놓고 왜 안한다고 하냐’고도 했는데, 언론의 관심이 너무 많아서 관심을 그만받고 싶다는 선언적 의미였다. 그 후 총리도 하고 동반성장위원장도 하면서 국정을 경험하고 어려움도 알게 됐다. 경제학자를 넘어 현실경제에 대해 많이 이해를 하게 됐다. 지난 5년보단 더 준비가 돼있지만, 대선은 정말로 중하고 대하기 때문에 섣불리 나오겠다는 말은 못하겠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준비가 다 되기 힘들단 말인가? “과거엔 대선이 돈과 조직으로 움직였지만, 지금은 그건 아닌 것 같다. 남은 3개월여가 짧지만은 않은 것 같다. 동반성장이 제 필생의 과제가 될 것이므로, 그걸 위해선 뭐든지 할 각오가 돼있다. 유리한 것도, 불리한 것도 할 수 있다. 자꾸 대선 나오냐고 물어보면, 제가 지난 5년 전에 비해서 다양한 준비를 한 것도 사실이다. 아직 준비가 충분하지 않지만, 대선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이슈로 하는 것이므로, (준비하는 데) 시간이 짧지만은 않은 것 같다.” -만약 대선 출마를 한다면, 동반성장에 큰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직을 지낸 경력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데.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총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총리였다. 그리고 너무 친대기업 정책만 쓰고, 남북관계가 경직되고, 편중인사를 했기 때문에 균형추의 역할을 하러 갔다. 총리로 지명받는 날, 이 대통령이 ‘서민을 위해 일하자’고 해서 뿅 갔다. 하지만 대통령은 경제 위기를 극복한다는 일념으로 동반성장 정책이 경제위기 극복에 저해된다고 생각했는지 결연한 의지를 보이지 않아 안타까웠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시대인식의 차이에 있다본다. 대통령 내지는 대통령과 함께하는 집권세력은 시대정신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철학이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한다. 그리고 총리로서 국정에 참여하면서, 현 시스템에서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해피엔딩이 불가능하다는 걸 느꼈다. 대통령 후보들이 무조건 선거 승리만 추구할 뿐, 당선 후의 집권 플랜이 명확하지 않아 실행단계에서 시행착오를 할 수 밖에 없다. 또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많은데, 그 많은 권한을 직접 행사할 수 없다보니 주변사람들이 대신 행사하다가 권력형 비리사건이 터지는 것이다. 대통령 혼자 외교부터 문화정책까지 다 챙기고, 숱한 지명직 등을 다 지혜롭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헌법 86조에 명시된 내용을 명확히해서 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하거나 총리를 국회에서 뽑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총리로 일하면서 뭐가 제일 힘들었나. “편중인사와 동반성장 의지의 부족이었다. 그리고 정치를 너무 무시한다. 소통에 대한 의지도 없다. 그런 면은 이 대통령과 박 후보가 진짜 닮은 것 같다.” -동반성장을 위해서라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도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만약 직접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신다면, 안 원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생각인가?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서 본 안 원장은 장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둘이 만나서 깊은 얘길 안해봤다. 안 원장이 기성 정당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려고 하는지, 동반성장이나 차기 대통령의 중심적인 미션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등등에 관해 논의할 기회를 갖고 싶다.” -‘제3의 세력’ 또는 ‘제3 섹터’의 정치 운동체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궁극적으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는 뜻인가? “이번 선거에서 특별한 점이 있다면, 국민들의 기성 정당에 대한 기대치가 낮고, 장외주자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기존 정치는 증오와 대립, 기득권 보호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보고, 국민은 대안정치세력의 출현을 바라고 있다. 중도적이고 국민통합적인 제3의 세력이 반드시 출현해야 하고, 출현할 것이라고 본다. 정당을 만들 것이냐에 대해서 안 만든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이런 움직임이 정당이 될 것인가는 가봐야 안다. 하지만 정당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정당이 없는 정치를 하긴 어렵지 않나. 이걸 확대해석해서, 정운찬이 나서서 정당 만들려고 한다는 곤란하지만 제3 정당이 출현할 것으로 본다.” -‘제3의 세력’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더 이상 늦출 수 없고, 차기 대통령과 정부가 1차적 미션으로 삼아야할 일은 국가시스템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정부가 역점을 기울여야 할 과제들은 동반성장과 기업경제 활성화, 중산층과 서민경제 안정화, 사회안전망 확대 개선, 교육과 휴먼 인프라 혁신, 21세기형 신국토전략,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 지식서비스산업과 제조업 기반 강화 등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 방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 시스템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서는 국정 목표는 표류하고 실패한 대통령이 거듭 출현할 것이다.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국가시스템 전환의 요점은 우선 대통령과 총리의 위상·권한이 조정되고, 대통령 임기와 선출방식의 변화다. 결선투표제, 4년 중임제, 분권형 총리 혹은 이원집정제 등)이다. 둘째, 의회의 정책, 예산, 감사 기능을 강화하되, 의원의 임기와 특권은 축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앙정부 조직을 단순화, 전문화, 유연화, 융합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넷째, 정당정치의 다양성, 효율성,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과 선거구제 조정 등이 필요히다. 다섯째, 공직자 부패를 방지하고 처벌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고, 인사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여섯째, 지방자치를 확대 강화해야 한다. 국가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관료사회가, 집단이익을 우선에 두는 전문가 집단이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재벌체제로부터 자유롭게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나? 관료, 언론, 법조, 정치 등 모든 영역에 재벌 장학생이 포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견제하는 국민의 대변자이자, 수권세력을 창출하는 역할을 해야 할 정당정치마저 진영논리에 안주하며 기득권 보호에 골몰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의 성장 에너지가 억압되고 우리 사회를 공정치 못하다고 말하는 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사회로 한발도 못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3의 세력’은 민주당과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진영 논리에 젖어 증오와 대립으로 일관하고 있는 기성정당은 국가 시스템의 전환을 해내지 못한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고 국민의 판단이다. 이미 여러 차례 개헌 등 시스템 전환을 검토·추진했지만 한발도 못 나가지 않았나. 제3의 세력이 출현해야 하고, 기성정당이 아닌 제3의 세력이 집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은 부차적인 선택의 문제다. 차기 대통령은 위에 열거한 국가 시스템 전환을 1차적 목표로 삼고, 빠른 시간 안에 헌법과 관련법의 개정을 시도해야 한다. 5년이라는 임기에 연연할 일이 아니다.”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은 누구인가? “여러 사람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전혀 정치를 안해본 사람도 있고, 해본 사람도 있다. 여러 주체들이 모여서 나중에, 힘을 합하고, 대표주자를 내세우면 되지 않겠나. 그게 나라면 (대선에) 나갈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딴 사람이 나가는 거고. 그런데 아직 제3세력을 만들기도 전에 정운찬이 대통령 선거 나가겠다고 하는 건 우습다. 마음 한 구석엔 욕심이 있지만, 깃발 든 사람들이 튼튼한 먼저 제3세력을 만들어 대안 세력이 되고, 기득권에 물들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시스템을 바꾸자는 거다.” -방법이 무엇인가? “원탁회의를 할 수 있지 않겠나. 여러 세력이 모여서. 제3세력을 어떻게 키울 건지, 어떤 입장을 취할 건지, 대선에 누가 나갈 건지 종합적인 의견 교환할 수 있지 않겠나.” 조혜정 기자 [email protect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