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은 자취쟁이, 혼밥하는 요리남입니다.
커뮤니티에 제 요리글을 올리면 항상 하는 말씀들이
'그렇게 먹으면 사 먹는 게 낫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사 먹는 게 훨씬 싸게 먹히겠다.' 등등의 글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제가 20대에 또 작년까지도 똑같이 생각했던 내용입니다.
근데 어쩌나요. 저는 현타가 왔네요.
사느라고 먹었더니 직장에서 먹는 음식 말고는 대부분 간편한 라면이 제 식탁을 늘 차지하네요.
배부른 것에 만족감 느낄 시절엔 '라면이 뭐 어때서?'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맛만 좋구만~ 라면 최고~ 편의점 도시락 최고~! 짜장면 최고~!
친구들이 하나 둘씩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고 가정다운 가정을 이루니 그들의 삶엔 라면 보다 어설프지만 뭔가 따듯해 보이는 집밥이 차려지네요.
힘들지만 장을 보러 가고, 귀찮지만 요리하고, 맛이 덜 할지 몰라도 너의 요리가 최고다 칭찬해주고~
혼자 사는 제 삶에서는 저 스스로 뭔가 이벤트를 만들지 않고서야 자연스럽게 나타나지 않을 일들입니다.
불현듯 이렇게 라면을 먹다 젊은 청춘도 다 지나고, 이렇게 결혼도 안 하고 아니 못 하고 지내다가 라면으로 인생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교사 생활 하면서 제 기준으로 적지 않은 돈을 모은 것 같긴 한데 이걸 모으고 모으고~도대체 언제의 나를 위해 이렇게 모으고만 있냐는 생각도 들었네요.
누군가 저더러 '금수저다.', '부자다.'라고 하는데 이 정도 저에게 투자하는 행동들이 부자로 보인다면 전 부자 맞네요.
근데 금수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사 생활 말고 다른 새로운 삶에 도전하려고 준비 중인데 금수저라면 이 과정에서 정말 미칠 듯한 고뇌의 시간들을 보내지 않았겠죠.
아니 사실 금수저가 돼 본 적이 없어서 그들이 어떤 고뇌를 안고 사는지 모르겠네요.
여튼 저는 다시 못 올 제 삶의 지금에 충실히 살기로 결정했고, 생활에 가장 밀접한 영역인 식사 부문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누군가 칭찬하고 소통하는 동력이 필요하기에 더 화려하게 꾸미게 되네요~ 일반인의 관점에선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식사 장면이지만 이미 제 삶에서는 이렇게 세팅하고 혼자 차려 먹는 게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습니다.
짧게 적으려고 했는데 긴 글 읽지도 않을 것 참 길게도 적어 놨네요 ㅋㅋ TMI가 됐습니다.
참고로 학기 중에 제 일과는 오후 5시 30분에 방과 후 보충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6시입니다. 야자 있는 날은 뭐 빼고요~ 오후 6시부터 요리 시작해서 7시나 7시30분에 밥 먹기 시작합니다. 바로 식기세척기 도움으로 설거지 마치고 7시 40분 내지 8시부터 홈트레이닝 합니다. 1시간 동안 그리고 9시 쯤에 씻기 시작하고 9시 30분부터 사진 편집 및 블로그 포스팅합니다. 11시나 12시 쯤 끝나고 늦으면 새벽 1시가 넘기도 하고요. 그리고 다음 날 6시에 일어 나죠. 그렇게 반복적인 생활을 하지만 습관되니 귀찮거나 힘들지 않습니다. 매일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꾸준히 실천 중입니다.
이까지 인내심 가지고 읽어 주신 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요리는 지난 자취식들입니다.
< 야~ 이거 참 오지게 달콤하게 보인다기래~ 이게 고구마니 라떼와 복주머니 고구마 샐러드 >
< 뭐든 빵빵하게 먹자꾸나~! 서브웨이 샌드위치가 별거냐 우리집이 서브웨이다! 어랏 그럼 울집이 역세권이네?ㅋㅋ 홈메이드 샌드위치 >
이건 곽미향씨가 와서 아갈머리를 살짝 찢어 줘야지 무리 없이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입니다. 사실상 예쁘게 만든 게 먹기에는 상스럽죠~
오유님덜~~~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게 만들어 먹는 게 최고입니다~! 맛있는 식사덜 하세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