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편히 이야기 하려고 반말체로 하니까, 그러려니 해줬으면 좋겠다.
싫음 말고.
오늘은 왠지 그냥 뭔가 끼적거리고 싶어.
글 실력도 별로인데, 해외에 나와 있어서, 이젠 아예 글 실력이 극악으로 죽어가는 터라, 글이 이상해도 이해해줘.
싫음 말고.
꽤 예전 이야긴데...
10년... 아니, 한 15년 전이구나. 대학생때였어..
당시에는 뭐 좀 유별나게 일을 만들어서 바쁘게 살고 있었던터라, 지하철에 타면 주로 '메달려서 졸기' 신공을 시전하면서 집으로 왔었어.
뭔 일이 터지려는 날에는 항상 신호가 있나봐, '님 오늘 좆망 콜?' 뭐 이딴거..
서울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대략 충무로에서 금호 사이였을꺼야..
그날 따라 이래저래, 일들이 꼬이고 터져서 아주 지친 상태로 지하철을 탔는데..
정말 타고나서 몇초도 되지 않아서, 바로 졸기 시작한거야. 한손은 손잡이 한손은 그 위의 봉을 붙들고..
대략 어깨 넓이로 잡고 있었으니까, 철봉자세라고 부를께.
그렇게 단잠을 음냐음냐자면서 가던 도중에 느닷없이 눈에 번개가 치는거야.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라 그냥 얼이 빠졌지, 철봉자세에서 정면으로 상하 운동을 하던 내 머리가 오른쪽 어깨 너머로 날아가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한 3.5초 정도 걸렸어. 회수하는데는 한 5.8초?
그리고는 뇌회로가 동작하기 시작해서 아까 들렸던 '쫘악' 소리가 내 왼쪽 뺨과 무엇인가가 부딪히면서 난 소리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지.
정말 당황한 얼굴로 이게 무슨 상황인지를 확인하려고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는데, 내 철봉자세 정면에서 약간 좌측에 한 여성분이 살포시 안길 수 있는 묘한 위치에서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는거야.
당시 모테 솔로였던 나는 여인네하고 그 정도로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지던 시절이었어.
근데, 그때는 얼굴이 붉어지긴 커녕 그냥 퀭한 눈으로 그 여인네를 바라보기만 했어.
'오호라, 뭔가 이 여인네와 내 왼쪽 빰의 통증이 관련이있겠군.' 생각이 들어서, 매우 정중히 물어봤어.
[무슨.. 일이시죠?]
[왜 만져요!]
.....? 내 왼쪽뺨으로 뭘 만졌다는건가? 그래서 아픈거였어?
이를 악물고 저주를 퍼붓는 것처럼 말을 해서 이 여인네의 말을 이해하는게 생각보다 어려웠어.
[...네?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만졌잖아요!! 내 엉덩이!! 당신이 만졌잖아!!!]
따귀로 이미 전철 차량에서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마당에 공개적으로 엉덩이를 만진 치한이 되는 순간이었어.
지금 생각해봐도, 그땐 좀 그런 부분에 상황파악이 좀 느렸나봐, 그냥 황당했거든.
[뭔 말씀이신가요? 제가 뭘로 댁의 엉덩이를 만집니까? 제 손을 좀 보고 말씀하세요.]
순간 차량의 모든 시선이 내 철봉자세의 윗부분에 있는 손에 집중되는 것이 느껴지는거 있지..
손이 부끄럽더라. 근데, 지금 손을 놓으면 안되잖아. 그래서 손이 부끄러운 것도 무릅쓰고 계속 잡고 있었어.
[손말고!! 그.. 왜!! 그거 있잖아요!! 그걸로 만졌잖아요!!! 내 엉덩이를 주물렀잖아요!!!!]
문득 시티헌터의 표현이 생각나더라고 '아, 제 3의 다리.. 그거 잘못하다 지하철 문에 끼고 그러지.. 근데 내꺼도 가능할까?'
근데 이상하잖아... 주무르다니? 순간 확 열이 받는거야...
[아니, 말이 되는 소릴해요 아가씨! 그게 무슨 꽃처럼 활짝폈다가 오므라들거나 그러는건줄 아쇼!! 건드렸다고 하면 몰라도 어떻게 그걸로 주물러!!!]
아... 씨바, 지금 생각해보니까, 나 그때 돌아이였나보다. 낯 뜨거운줄도 모르고 저딴 소리를 처음보는 처녀하고 공공장소인 지하철에서..
<지금역은 옥수~ 옥수 역입니다.. 중얼중얼>
전철 차량 전체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가 드문드문 킬킬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다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했나봐.. 헌데, 그걸로 설득을 하기에는 이 여인네를 너무 만만히 본거야.
[아, 몰라요!! 어쨌든 만졌잖아요!!!]
불굴의 의지를 갖고 있는 당찬 여인네였어. 그때부터는 그냥 계속해서 [사과해요!! 왜 만져요!!] 만 반복하는거야.
방금까지 쿨쿨하던 놈의 똘똘이가 갑자기 가가멜이 되서는 햇살을 듬뿍받는 해바라기처럼 활짝 펴져서 처음 보는 여인네의 궁둥짝을 주물럭거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내가 완전히 잠이 깨버린거야.
이거 뭐, 어떻게 수습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한건 분명히 아니었으니, 그냥 황당한 눈으로 그 여인네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해서 이 여인네를 진정시키고 사실을 받아드리게 해야 하나... 상상 임신 뭐 이런 쪽으로 예를 들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어.
[저기요...]
갑자기 앞에 앉아있던 참하게 생긴 똘똘한 아가씨가 손가락으로 그 여인네를 콕콕 찌르면서 부르는거야.
다들 갑자기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에 흥미를 갖고 바라봤었지.
나 역시 그랬고.
[저 사람이 아니구요, 저 아저씨가 그랬어요.]
'저'라는 소리를 마치 스타카도 처럼 리듬감 있게 톡톡 끊으면서 한번은 나를 가리키고 한번 내 옆에 있던 중년 아저씨를 가리킨거야.
그러자 상황은 급반전이였지, 갑자기 지목당한 아저씨가, 어흠어흠하면서 지하철 문이 열리자 마자 뛰쳐나가는거야.
난 순간 누명을 벗은게 너무 기쁜거 있지. 그래서 그 아가씨를 당당히 바라봤어. 그것봐라 라는 의미가 담긴 눈빛으로 말이야.
그랬더니, 그 여인네. 정말 당차게 튀어 내리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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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바, 사과는 받을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이쁘게도 생겼었고..
이걸 인연으로 어떻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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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찰라야, 문은 닫혔고 멍한 얼굴로 날 때리고 사과 한마디도 없이 치한으로 몰아세우던 당찬 여인네는 벌써 떠났어.
지하철은 옥수를 떠나서 압구정 역을 향해 한강을 건너가고 있었지..
'어?'
근데 그것뿐이었어.
상황 정리되었다는 생각이 드니까, 다시 졸리더라고.
그래서, 그 철봉자세 그대로 다시 졸기 시작했어.
[저기요..]
그때, 아까 나를 위기에서 도와준 그 참 똘똘하게 생긴 아가씨가 이번에는 나를 콕콕찌르면서 부르는거야.
[아, 아참.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드려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눈을 번떡 뜨자마자 바로 감사부터했어. 근데 이 아가씨 감사하다고 인사하는데도 전혀 반응하지도 않고 눈웃음을 살살치면서 나를 올려보는거야.
[안 쪽팔려요? 나라면 되게 쪽팔렸을텐데...]
그러더니, 푸훗하고 웃는거야.
골때렸던건, 갑자기 그 순간 따귀맞은 순간에서 지금까지의 사건이 일순간에 뇌리에 화악 각인이 되더니, 급부끄럼을 느끼기 시작했어.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거야.
피슁~~~
마침 그때 압구정역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는거야.
[아... 안 쪽팔... 아아 아니.. 괜..괜찮.... 가..감사합니다아아]
마지막에 도플러 효과를 흩뿌리면서 드립다 뛰어내렸어.
역에서 나와서 담배 한대 사려물고 제일 처음 생각한게 뭔줄알아?
'아... 따귀 친 여인네도 이뻤고 앉아있던 여인네도 이뻤는데...'
그리고 나서는,
'아, 다음 칸으로 갔으면 됐는데, 괜히 내려서...'
아, 씨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 좀 돌아이였나봐.
저렇게 생각한 다음에 연결된 생각이 뭐였게?
'에라, 어차피 신사역까지 걸어가면 되는데 뭐.'
그러고 그냥 걸었어.
걸어가면서 그런 생각도 했었지..
불쌍한 내 똘똘이...
만져나 보고 혼났으면...
그날, 샤워를 하는데 왠지 내 똘똘이가 좀 안되보이더라..
....
....
그냥 그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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