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셋이 모여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시간은 11시를 향해 갔고 슬슬 이 자리를 마무리 할 때가 되었습니다
한 친구가 흥미로운 제한을 합니다
“우리 내가 하나 할까??”
“응?? 무슨 내기”
“술값내기 ㅎㅎ”
“그러니까 무슨 내기??”
“이거 전에 다른 친구들 하고 했던 건데... 엄청 재미있어 ”
“ 아 뜸들이지 말고 빨리 얘기하라고!! 그게 지금 네가 할 일이야!!!”
친구가 제안한 내기는 이러했습니다
아무에게나 문자를 보내 돈 30만원을 빌려달라고 하는겁니다
문자가 제일 늦게 오는 사람이 술 값을 내는 거지요
이 내기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첫째 문자는 20분의 시간제한 안에 와야 할 것
둘째 반드시 빌려주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것
예를 들어 30만원?? 지금?? 이런 문자는 탈락입니다
30만원?? 응 알았어 그런데 지금 줘야돼?? 이건 통과입니다
가볍게 생각하고 넘길 내기일수 도 있지만
은연중에 자기의 인간관계를 확인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내기 였습니다
“자 그럼 어서 문자들 써 ”
누구에게 보내야 흔쾌히 응할지 머리를 굴려 봅니다
‘XX는 요즘 힘들다 그랬고... XX는 학생이니 돈이 없을거고
XX는 분명 지금 잘거야 ㅜㅜ‘
곰곰이 생각해봐도 이 시간에 선뜻 돈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남은건 여친님 뿐입니다
‘아..오늘 바쁘다고 했는데...문자를 씹을거 같습니다ㅜ’
선택에 여지는 없습니다
“자 그럼 전송 준비하시고!! 3...2... 1...전송!!!”
우리는 모두 전송버튼을 눌렀습니다
떨렸습니다
승패를 떠나 한번도 이런 부탁을 해 본적이 없었기에
승리보다 그녀가 보일 반응이 더 궁금한 저 였습니다
부르릉~
진동이 옵니다
친구였습니다 “아싸!!”
환호를 하며 문자를 확인하는 친구는
이내 시무룩 해집니다
“왜?? 뭐라고왔는데??”
-30만원?? 무슨 일인데??-
탈락입니다
부르릉
두 번째 진동이 울립니다
다른 친구입니다
야릇한 미소를 보이며 화투패를 쪼이듯 화면을 손으로 가린채
조심스럽게 문자를 확인합니다
역시 이내 실망하는 표정입니다
“왜 넌 뭐라고 왔어??”
- 30만원?? 나 지금 20만원밖에 없는데 이건 안되나??-
아쉽지만 탈락입니다 술값이 걸린 중요한 내기기에 규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제 핸드폰은 진동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바쁘다고 했는데 괜히 여친님 성질을 건든게 아닌가 걱정이 됐습니다
제한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오분여 남짓
침이 바짝 바짝 말랐습니다
그때 진동이 울립니다
정신없이 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했습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 바쁘니까 빨리 계좌번호 보내 -
정말 대장부 여친님 다운 대답이였습니다
핸드폰을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크게 웃습니다
친구들은 아니꼬운듯 고개를 돌립니다
“야~니네 사귀는거 맞냐?? 무슨 문자가 이리 정이 없어”
괜히 내기에 져 화가 나는지 문자 내용에 태클을 겁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난 차라리 저런 문자 받느니 술값내고 만다 ”
다른 친구 역시 배가 아팠는지 한소리 거듭니다
생각해보니 그런것도 같습니다
내가 왜 돈이 필요한지 궁금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ㅜ
이겨도 진 것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술값 계산 할 사람이 정해졌으니 서둘러 자리를 정리 했습니다
나가려고 몸을 일으키는데 문자가 옵니다
여친님입니다
.
.
.
“사랑해.. 믿는거 알지??”
몸이 뻣뻣이 굳어버립니다
눈물이 핑 돕니다
“야 가만히 서서 뭐해!! 계산했으니까 빨리나와!!”
친구들이 재촉을 합니다
다음 술값은 제가 내야 할 거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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