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이뉴스24 >
[최용재기자]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대표팀 감독님. 일단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브라질 현지 시각으로는 6월 17일이겠지만, 이곳 한국은 6월 18일입니다.
감독님의 68번째 생일날입니다.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64번째 생일에도 알제리와 0-0 무승부를 거두시더니,
이번 생일에도 한국과 1-1 무승부를 거두셨네요. 감독님의 월드컵 생일 선물은 항상 무승부네요.
감독님께서는 경기 하루 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특별한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한국 선수 이름까지 다 알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계적 명장다운, 조금은 오만한 발언이셨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AC밀란, 유벤투스 등 세계적 스타들 이름 외우기도 바쁜데
굳이 한국 선수들 이름까지 외우실 필요는 없으셨겠지요.
그래도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하는 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셨어야 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 봅니다.
아무리 이름을 모르셨다고 해도 그렇게 대놓고 말씀하신 것은, 한국 팬들 입장에서는 조금 그랬습니다.
외국인에게 한국 이름은 조금 어렵죠. 인정합니다. 그래서 알려 드리려 합니다.
후반 23분 한국의 선제골을 넣었던 주인공, 절대 신뢰를 하셨던 골키퍼 아킨페예프를 실수하게 만들었던 그 선수, 이름은 이근호입니다.
영어 표기로는 'LEE Keun Ho', 한자로는 '李根鎬'입니다.
이름도 모르시니 이근호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도 모르시겠지요. 이것 역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것을 아셔야만 이근호가 골을 넣고 왜 그리 환호했는지, 이근호의 골에 왜 그렇게 한국 국민들이 열광하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이번 한국 대표팀 선수 중 가장 많은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있는 선수입니다.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최종엔트리 탈락의 한을 가진 선수입니다.
최종엔트리 탈락, 물론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이근호는 월드컵 예선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한국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주역이었습니다.
이근호의 가슴에 월드컵이라는 한이 생긴 결정적 이유입니다.
이근호는 4년 전 한을 풀고자 모든 것을 걸고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했습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이근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꿈을 이뤘고, 그리고 꿈같은 골도 넣었습니다.
참, 카펠로 감독님, 이근호의 신분이 한국의 군인이라는 것도 모르시죠? 네, 이근호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군인입니다.
군인인 이근호가 왜 월드컵 축구 대표로 출전하냐구요? 이것을 설명 드리기는 조금 복잡합니다.
긴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아 그냥 한국의 역사적 배경과 분단 상황 등의 특별함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듯 합니다.
이근호가 골을 넣은 후 '거수 경례'를 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감독님이 더 놀랄 일이 있습니다. 이근호의 연봉이 얼마인지 아시는가요? 놀라지 마십시오.
무려 160만원입니다. 160억원도 아니고 16억원도 아니고, 1억 6천만원도 아니고, 1천 600만원도 아니라 160만원입니다.
한국의 군인 연봉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군인 신분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모든 선수 중 가장 낮은 연봉이지요.
연봉 115억원을 받으시는 감독님께서는 적잖이 놀라셨을 겁니다.
연봉 160만원이 115억원 연봉의 감독님에게 일격을 가했으니까요.
그리고 몸값이 300억원이 넘는 골키퍼 아킨페예프를 추락시켰으니까요.
감독님 1-1 무승부에 만족하시나요? 승리를 원하셨던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셨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이름도 모르는 이근호에게 당하신 것입니다. 이름도 모르는 그 무명 선수에게 한 방 먹으신 거란 말입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감독님의 그 오만한 발언 하나로, 이근호의 이름이 더욱 빛날 수 있게 됐습니다.
전 세계 모든 축구팬들이 이근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됐습니다.
다시 한 번 알려 드리겠습니다.
등번호 11번의 머리카락이 짧고 체격이 단단한 대한민국 선수의 이름은 이근호, LEE Keun Ho, 李根鎬입니다.
이제는 기억하시겠죠?
* 통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