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글을 쓰네요.
몇년만인지...
군 복무중 서울에서 파주의 외딴 마을로 이사를 왔습니다.
휴가나왔을땐 몰랐는데 상상초월을 하네요.
마을에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이 기어다니질 않나.
저녁에 마을 높은곳에서 야경을 감상하며 담배를 피고 있는데
어느순간부터 옆에서 토끼가 같이 야경을 감상하고 있질 않나...
('쭈쭈쭈'해봤는데 안와서 괜히 혼자 빡쳐가지고 '우어어어어~~~~~~!'하면서 야밤에 토끼와 광란의 질주..)
이웃주민이라곤 3발자전거 유저와 텃밭유저 할무니 할아부지...
마을을 돌다보면 농구골대가 설치된 마당이 곳곳에 있는데
이거 뭐 기냥 서서 내려치면 덩크 가능한 높이에다가
일반 농구공 꽂아 넣으면 야채가게 앞 수박처럼
농구공이 링위에 덩그러니 놓일 사이즈...도대체 어떤 공을 어떤 자세로 넣는거지...?
아...푸념이 길었네요. 마을에 쌓인게 쫌 강해서 너그러히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아래 쓴 글은 어젯 밤 한적한 시골 편의점에서 벌어진
개안습 크리 상황입니다. 일기형식으로, 반말로 썼으니 대인배의 아량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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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 한적한 시골, 반짝이는 불빛이라곤 '25시 편의점'이라고 써져있는 가게 뿐이었다.
그 흔한 '김밥천국,불신지옥'도 없는 시골...
25시 편의점은 도대체 언제까지 영업하는걸까 무한한 궁금증을 느끼며
공복감을 달래고자 편의점에 보무당당하게 들어갔다.
들어가니 삼각김밥과 햄버거는 박스오피스 1위영화처럼 엄청난 매진률을 자랑하고 있었고,
배고픈 승냥이의 눈에 띈 너무나도 맛있어 보이는
'칠리닭가슴살 스테이크'!!!!!!!!!!!!
오오, 나도 스테이크좀 썰어보는건가.
투명한 비닐에 타이트한 진공포장을 입은 닭슴가살이 나를 유혹했다.
남은 스테이크는 단 2개.
서울역 걸인이 바구니에 담긴 만원을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안주머니에 넣듯
어느세 나의 손은 스테이크를 집어 카운터로 가져가고 있었다.
1,900원과 북극곰이 권장하는 콜라를 계산하고
편의점 구석 전자레인지로 다가갔다.
먹어본적이 없는 음식이었지만 '모든 냉동은 전자레인지로 통한다'는 진리를
군대에서 느꼈기에 본능적으로 그러했다.
조리법을 읽어보니
비닐에 구녕을 뚫고 3~4분에서 돌리라고 했다.
구녕 몇개를 뚫으라는 말은 없어서 넉넉한 인심에 나무젓가락으로 4개를 뚫은 후
'덜익은 냉동은 맛이 없다.'라는 또하나의 군대신념에 이끌려
4분에 맞춰놓고 전자레인지를 가동시켰다.
절대로...절대로 나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전자레인지가 터져서
'위기탈출 NO.1'에 '사례1'로 나올까 하는 두려움때문에
전자레인지에서 멀리 떨어져서 생리대를 구경하고 있던게 아니었다...???????????????
뭐...............................................여튼 이상하기는 한데
쨋든 억겁의 세월같던 3분 45초가 흐르고
'나름 4분은 너무 빡셔...'라는 생각에 15초를 남겨놓고
스테이크를 꺼내었고. 그안엔 아주 모락모락 김이나는 군침도는 스테이크가
있기는 개뿔 그랬으면 이 글 쓰지도 않았다 새까맣게 타서 난 분명 닭고기 넣었는데 왠 고구마가 있냐 이거 뭐
전자렌지가 아니라 마법상자네 이 빌어처먹을 뒷면 조리법아!!!!!!!!!!!!!!!!!!!!!!!!!!!!!!!!
.......그래도 허기가 우선이었기에
내 마음같이 새까맣게 탄 슴가살을 음미하고자
겨울군번 상병의 내복마냥 늘어나 처져있는 비닐을 제거하고
맛을 음미해 보았다.
외관상으론 고구마에 가까운...맛나보이던 칠리소스는 온데간데 없는
슴가살을 한입 배어무는 순간!!!!!!!!!!!!!!!!!!!!!!!!!!!!!!!
아.................천상의 맛........!!!!!!!???????????!?!?!?!?!?!??????????????!!!!!!!!!!!?
그래...이건 분명 하늘 위의 맛이었다......
...................외계에서 온.................................................................................................
수줍은 여고생이 총각선생에게 편지 건네듯
살며시 일반쓰레기통에 나의 외계음식을 쳐박은 후
차디찬 어둠의 다크니스색의 음료를 한잔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킬 주문을 외웠다.
'타케 이테아시...타케 이테아시....타케 이테아시.......................................(take it easy)'
...그래....시행착오야..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
그래서 진열대에 1개 남은 닭슴가살을 다시 샀다.
사면서 편의점 주인장(알바생이라 하기엔 고된 세월을 산것처럼 보였다.)에게
'다 타버렸슈....'
라는 푸념을 늘어 놓으니
주인장님하가 친히 전자레인지로 가서 조리해줬다.
단...30초만에......30초였다....30초...................................................
3~4분이 아니라...........30초..................김이 모락모락나는 지구인의 음식은
30초였다.......................................................................................
쨋든 내 손바닥 반토막만한 스테이크를 먹으니
허기를 달래긴 커녕 오히려 더 공복이 심해졌다.
생각같아선 스테이크 한번 더 뜯고싶었으나 나의 막강한 재력으로 모두(2개) 매진시킨 관계로
컵라면 쪽에 눈길이 갔다.
여러 종류의 라면들이 나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구석에 군대에서 보급으로 나오는
조그마한 육개장도 보였지만, 난 민간인. 저런 싸구려 음식은 입에 댈 수 없지.
그때 또다시 나의 눈에 들어온 건 '국물이 끝내주는 우동'!!!!!!!!!!
1800원
아. 오늘은 과소비의 날인가.
하지만 난 농촌의 컨츄리한 남자.
계산을 하는데 전자레인지를 닭가슴살 화장하는데 쓴 내가 하도 덜떨어져 보였는지
주인장님이 친절히 조리법을 설명해줬다.
"스프 넣지 말고 물 받으시고 3분후에 따라내고 다시 물 받으신 다음 스프 넣고 드셔야 맛있어요~"
아...캐ㄳ
난 전자레인지 옆에있는 정수기를 향해 파죽지세로 달려들었다.
따뜻한 물을 부었다.
우동면이 사르르 풀어해쳐지는것을 보자 내 마음도 어느세 풀어졌다.
주인장님이 가르쳐주신 조리법을 시행하기 위해
편의점 밖에있는 라면국물 버리는 곳으로 나가서
국물버리라고 뚫려있는 4개의 구멍을 뒤로 재끼고 물을 따라냈다. 구멍을 미리 뚫어주다니
이런 따스한 농심같으니라고.
친구와 전화중이었던 난 이런 거사를 행함에 있어서 건방지게 한손으로 뚜껑과 용기를 잡고
물을 따라내고 있었다.
음....첫번째 구멍에서 굵은 우동발이 하나 튀어나왔다..
하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대인배니까...
세번째 구멍에서도 면발이 하나 대롱대롱 나왔다. 하지만 난 대인배니까...
그리곤 곧...............................................
나의 우동사마는... 뚜껑과 용기가 아가리를 벌리더니
연말 길거리 전봇대에 안주로 전을 붙이는 사람마냥 나의 우동들을
라면 짬통속으로 토해내는 사람같은 묘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우아렁니ㅏ러ㅔㅐㅑㄴㅇ리ㅏㅇ웅허어얼우헝으라와오하아ㅏㅏㅇ라아허응헣허으헝헣허허ㅓㅓㅓㅓㅓㅓㅓㅓㅓ
울ㅇ오허어허헝허아러아루어헝러허허러허러러헐어ㅓ어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나의 생머리 우동들이 추위에 떨고있는 말라비틀어진 반곱슬 라면발들 위를
따스하게 덮어주는 그 순간
'브라운아이즈'의 '가지마 가지마'가 생각나고 '홍경민'의 '돌아와 돌아와'가 생각난건
아마 내가 로맨티스트이기 때문일테지.......................
내 정신줄이 조금만 더 얇았더라면 아무도 모르게 짬통속에 꼬깃꼬깃 들어간 내 우동을
다시 용기로 퍼담을 뻔 했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편의점에 들어와
음료를 벌컥벌컥삼켰다.
그리곤 주인장에게 시크한 말투로
"다....쏟아버렸슈............................................................"
라고 하소연했다.
밖은 춥고... 배는 고프고...편의점 구석에서 미친놈처럼 전화기를 붙잡고
콜라로 빈속을채우며 꿍얼꿍얼 대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어깨를 톡톡 쳤다.
뒤를 돌아보니 주인장님이 훈훈한 미소를 띄우며
'에이...이거라도 드세요...^^'
하며 '육개장'을 건넸다..
아....................................천사......그래....천사는 천국이 아니라 편의점에 살고있었어...
연신 ㄳㄳㄳㄳㄳㄳㄳㄳㄳㄳㄳ를 내뱉으며 육개장에 따스한 물을 부었다.
이번엔 공손하게 전화를 어깨에 끼고 두손으로 물을 받았다.
육개장 스프를 넣고, 덤으로 아까 나의 생머리 우동에 차마 입수하지 못한
튀김스프를 넣었다.
역시 난 럭셔리.
국물까지 싹다 빨아먹고 따숩은 배를 치고 있으려니까
주인장님이 문닫을 시간이란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그래...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어..
25시 편의점은 새벽 1시까지 하는 거였어!!!!!!!!!!!!!!!!!!!!!!!!!!!!!!!!!!!!!!!!!!!!!!!!!
그렇게 난 추운 길거리로 다시 나왔고, 그날의 개안습 크리는 여기까지였다...
결론 : '25시 편의점'은 새벽 1시에 문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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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찍어두었으면 좋았을텐데 그 당시 혼이 빠져나가고, 통화중이었던지라 못찍었네요..하지만 100%실화입니다.
두서업고 기승전결없는, 재밌는 글은 아니었지만
쓴 노고를 생각해서 추천한번 눌러주시면
감사히 크리스마스선물이라 생각하고 받겠습니다.
사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니, 그냥 가셔도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짤방은
장기에프.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