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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enbung_22022
    작성자 : 돌쇠™
    추천 : 10
    조회수 : 810
    IP : 203.245.***.253
    댓글 : 27개
    등록시간 : 2015/08/10 02:42:08
    http://todayhumor.com/?menbung_22022 모바일
    제가 '도를 아십니까?' 만난 썰 (약사이다)
    안녕하세요~ 오유에 온지 얼마안된 사진아제 입니다.
     
    요세 오유에 빠져 최소 베오베는 모두 정독중이네요..ㅎㅎㅎ
     
    지금은 와이프도 있고, 첫돌 앞둔 딸아이도 있으므로 음씀체로 쓸께요~^^
     
     
     
     
    약 10년전.. 그러니깐 26살 때 학교 졸업하고 취업도 못하고 빈둥대다가 자격증이나 하나 따자 싶어 집앞 대학교 독서실에 서식할 때 임.
     
     
    원래부터 공부를 하던 체질이 아닌지라 길게는 1시간 앉아있다가 지속적으로 담배피러 밖에 나오곤 했었음.
     
    건물 밖에 나오면 음료뽑는 자판기도 있고, 벤치도 있고, 테이블도 있고.. 머.. 흔한 그런 독서실 풍경임.
     
     
    인상이 대체적으로 선한편이어서 그렁가 20대 초반부터 길을 다니다가 자주 당하는 편이었었는데,
     
    길에서 만나면 무조껀 쌩~까고 내 갈길 갔었는데, 이 때 만난 '도를 아십니까' 는 조금 틀렸음.
     
     
    그 날도 어김없이 딱딱해서 망치로 두들겨도 땅땅 소리만 날것 같은 내 머리속에 한문제라도 더 넣어보자 씨름하다가
     
    역시나 담배생각에 밖으로 나갔더니 그날 따라 날씨도 좋고, 담배피고 좋은 날(?) 이었음.
     
    음료를 하나 뽑고, 담배 한까치 물고 지나가던 여대딩들 구경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여자가 말을 거는 거임.
     
     
    손에는 여러개의 질문이 적힌 코팅된 종이를 내밀며,
     
    도 : 안녕하세요. 설문조사 중인데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세요?
     
    오잉~??
     
    순간 고개를 들어 이 여자를 보는 순간..
     
     
    이뻐...
     
    음.. 기존의 '도를 아십니까'의 이상한 옷차림에 화장기 없는 딱봐도 '도를 아십니까'의 외모가 아니었음.
     
    나이대는 당시 내나이보다 좀 많을 것 같은.. 그런데도 상관없이 이뻐..ㅎㅎ
     
     
    나 : 아.. 네.. 그렇게 하세요..
     
    도 : 제가 논문을 하나 준비중인데 여기 질문사항에 대답만 좀 부탁드릴께요..
     
     
     
    그리고선 찬찬히 읽어보고 있는데,. 이 여자가 이것저것 물어보는거임.
     
    학생이냐? 공무원 중비중이냐? 그럼 무슨공부 중이냐? 등등..
     
    설문지 종이를 보면서 대충 대답하고 그러고 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이 여자랑 이래저래 대화하고 있는 나를 발견함.
     
    그냥 이뻐서 얘기하는것도 좋았음.ㅋ
     
     
    당시 취업도 못하고 부모님께 손벌릴 형편도 못되고, 나름 힘든시기를 겪고 있었는데,
     
    그런 얘기까지 어쩌다가 하게됨..
     
    그러더니 슬슬 본연의 목적이 나오기 시작함.
     
     
    도 : 그러니깐, 정성이 부족해서 그런거에요. 저도 답답할 때 마다 가끔 들러서 정성들여 제를 지내는 곳이 있는데
          시간 되시면 같이 한번 가보실래요?
     
     
    앗 차~!! 이 때 바로 눈치 깟음. 니년이 '도를 아십니까?' 였다니..
     
    속으로, 캬~~ 요센 정체를 숨기고 요렇게 접근하기도 하는구나..
     
     
    나 : 그런데 그런 제를 지낼려서 돈 필요하지 않나요??
     
    도 : 음.. 네.. 그렇죠.. 제를 지낼려서 음식도 차리고 해야되니깐 돈이 조금 필요하긴 해요.
     
    나 : 얼마 정도가 필요한거에요?
     
    도 : 25만원요
     
     
     
    큭... 당시 백수인 내 통장엔 딱 25만원이 있었음. 긍데 그것도 얘기해쥼.
     
     
    나 : 아.. 제 통장에 딱 25만이 있긴는 한데...
     
     
    아핫.. 요고 오늘 하나 물었구나.. 라는 회심의 미소를 보이며,
     
     
    도 : 아.. 그럼 되겠네요..
     
    나 : 그런데.. 이 돈이 제가 몇일뒤에 학원 등록할 돈이라서... (사실 학원얘기는 뻥이었음)
     
    도 : 그건 걱정마세요. 제를 정성스럽게 지내고 나면 앞으로 일도 잘 풀릴꺼고 돈도 알아서 들어올꺼에요.
     
     
    어떻게는 끌고 가겠다는 직업의식... 이쁜 얼굴이라 넘어갈뻔 함..ㅡㅡ;
     
    하지만..
     
     
    나 : 아?? 맞아요?? ㅎㅎㅎ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도 : 네??
     
    나 : 지금은 제가 급해서 이 돈은 학원비로 써야되니깐, 우선 학원을 등록하구요 그리고 그쪽이 저에게 25만원만 빌려주세요.
     
    도 : (눈 똥그랗게 커지더니) 네???
     
    나 : 아니.. 좀전에 제를 정성스럽게 지내면 일도 잘 풀러고 돈도 알아서 들어올꺼라고 장담해 주셨잖아요.
     
    도 : 네.. 그러어... 쵸.....?
     
    나 : 그러니깐 돈 빌려주시면 제가 오늘 제 지낼테니, 빌려주신 돈은 정성들인 후 돈 들어오면 꼭 갚아드릴께요.
     
    나 : 글구 돈 갚을때 필요하니깐 전화번호 좀 가르켜 주세요. 제가 머.. 사심있어서 그 전화번호로 어떻게 할려는건 절대 아니구요.
     
    나 : 저 돈 떼먹는 그런 놈 아니에요.. 빌려주시면 꼭 연락드리고 갚을께요.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 돈빌려달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멍 때리며 날 바라보고 있음.
     
    긍데 그 모습이 귀엽고 이뻐...ㅋㅋ
     
     
    도 : 아니.. 제가 돈을 빌려드리는 건 좀 힘들것 같구요.. 우선 학원비로..
     
    나 : 아니아니 제가 시험이 곧 다가오구 몇일있으면 학원에 특강이 열려서 꼭 들어야 되는데, 이 돈은 안되요.. 그러니깐 제발 좀 빌려주세요.
     
    도: @@@@@@@@;;;;
     
     
    그리곤 멘붕온 도를 쳐다보며 최대한 아쉬운척 표정을 지으며,
     
     
    나 : 아.. 아쉽네요.. 꼭 제를 드리고 싶은데 제 사정이 그래서..
     
    나 : 돈 못 빌려주신다니.. 그럼 전 이만 일어날께요.
     
     
    그리곤 다 마신 음료캔을 농구폼으로 쓰레기 통에 휙~ 던져서 골인 시키고 유유히 도서관으로 들어왔답니다.
     
     
    당시 웃겨서 칭구들한테도 얘기해주곤 했었는데,
     
    오유에 눈팅만 하다가 '도를 아십니까' 얘기가 나오길래 10년 전 추억(?)이 생각나서
     
    없는 글실력으로 당시 기억을 더듬으며 끄적여봤네요..
     
    이게 약사이다 정도는 될련지..?? ㅎㅎㅎ
     
     
    그럼 안녕히들 주무세요~^^
    출처 내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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