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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 산하 청소년위원회가 비와 동방신기의 노래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했다지? 비의 '레이니즘'은 그놈의 '매직스틱'이 문제고, 동방신기의 '미로틱'은 빌어먹을 '스킨'과 '크리스탈'이 문제고, 어쩌고 저쩌고...블라블라블라...
어쩌면 좋아. 이 땅의 청소년들을 끔찍히 챙겨 주시는 MB 정부를 생각하니 고마워서 눈물 콧물이 다 난다. 행여 선정적 가사 땜에 '어린 백셩들'의 순결한 마음이 오염될세라, 들어도 되고 들어선 안되는 노래목록까지 일일이 작성해주시는 꼬라지라니. 이렇게 친절하고 자상한 정부가 세상 천지에 또 어디에 있을까.
아무렴. MB각하 말씀대로 학생들은 무조건 공부만 해야 되는거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녀석들이 상업성에 찌든 저질.음란 노래가사를 흥얼거린다는 게 당최 말이나 되는가 말이다. 그런 것은 세계7대 스포츠강국에 빛나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얼리버드' 하시는 MB각하의 뚯에도 어긋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착한 청소년들은 인터넷에 글을 쓸 때도 욕이나 비판같은 건 절대 하지 말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덕스런 말만 골라 써야 한다. 그것이 MB각하가 바라는 것이다.
대운하나 빈부양극화, 언론장악같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다거나 불온한 촛불 따윈 애시당초 쳐다보지도 말고 오직 교과서만 들입다 파야 한다. 그것이 MB각하가 원하는 것이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밖에 없다는 것을 유념하고 명심하여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착실한 생활 속에서 오로지 일제고사와 수능 준비에만 매진해야 한다. 그것이 MB각하를 기쁘게 하는 길이다.
나아가 가급적 신문은 조중동문만 보고, 방송은 공영 KBS와 민영SBS만 시청할 것. 덧붙여 주일에는 한기총에 소속된 대형교회에 출석해서 범사에 감사하고 매사에 긍정하며 무조건 복종하는 정신개조과정까지 이수하면 금상첨화다. (할렐루야!)
그런데 말이다. 노래가사가 선정적이다 뭐다 해서 19금 딱지를 붙일 정도로 청소년들의 순결한 정신건강을 끔찍히 위하는 MB정부라면, 음란물로 가득한 스포츠신문도 이참에 확실히 정리해야 마땅하지 얂나?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살리려면 그래야 하지 않나?
아다시피, 대한민국 굴지의 신문이라는 조중동은 각각 스포츠조선과 일간스포츠, 그리고 스포츠동아라는 자매지를 거느리고 있다. 한국일보나 서울신문, 경향신문같은 그밖의 신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스포츠신문의 세계가 어떤지 아는가.
'레이니즘'이나 '미로틱'은 저리 가라다. 성적 은유 따윈 취급하지도 않는다. 헐벗은 여인네들이 대놓고 낯뜨거운 자태를 자랑한다. 유인촌 장관의 '격한 감정'을 능가하는 욕설이 난무한다. "너를 먹고 싶다"는 야시시한 대사도 거침없이 등장한다. 시도때도 없이 '붕가붕가' 하고, 카섹스,납치.협박같은 하드한 장면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19금 성인만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 아니냐고? 천만에! 아래 그림들을 잠깐 감상해 보시라. 이들 스포츠신문의 인터넷판에 들어가면 민증 깔 필요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 가능한 무료만화 코너에서 캡쳐한 그림들이다. 눈에 띄는 것들만 대충 잡아온 것이 이 정도다.
▲ <조선일보> 자매지 <스포츠조선>의 '무료만화' 코너 캡쳐. 카섹스. 납치. 협박, 욕설 등 청소년에 유해한 내용들이 가득 들어 있다. | ||
▲ <중앙일보> 자매지 <일간스포츠>의 '무료만화' 코너 캡쳐 | ||
▲ <동아일보> 자매지 <스포츠동아>의 '무료만화' 코너 캡쳐 | ||
▲ <한국일보> 자매지 <스포츠한국>의 '무료만화' 코너 캡쳐 | ||
▲ <경향신문> 자매지 <스포츠칸>의 음란게시판 캡쳐 | ||
▲ <서울신문> 자매지 <스포츠서울>의 무료만화 캡쳐 | ||
▲ 문한별 편집위원 | ||
어떤가. 심장이 벌렁거리고 절로 숨이 가빠오지 않는가.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는데도 아직도 이 지경이다. 하물며 순진무구한 청소년들은 어떻겠는가. 연즉. '어린 백셩들'을 '어엿비' 여기는 MB정부라면, 순결한 영혼들을 오염시키는 이런 쓰레기들을 하루라도 빨리 어여 얼른 후딱 냉큼 척결해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을 보호한답시고 애매한 노랫말에 청소년유해딱지를 붙이는 일까지 서슴치 않는 MB정부가 스포츠신문의 음란장사를 방치했다가 애먼 오해에 시달리고 구설수에 오르내릴까봐 염려해서 하는 말이니, 새겨 들으시라.
박정희와 전두환의 은혜를 미처 경험하지 못한 신세대들에게 아련한 '금지곡의 추억'을 맛보게 해 주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MB정부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경의를 표하며, MB충성~!
문한별/편집위원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94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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