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아, 엄마가 ‘지훈아’ 라고 부를 수 있는 상태가 된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
온몸에 피부발진이 일어나고 입안까지 모두 헐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사경을 해메던 지훈이가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자 엄마 신정숙씨는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훈아", 이름만 부를 수 있어도 고마워
스티븐존슨 증후군으로 생사를 넘나들었던 박지훈 어린이(10)의 사연이 CBS TV(스카이라이프 162 케이블)와 노컷뉴스를 통해 알려진 것은 지난 해 12월. "나 이만큼 아팠으니 죽어도 되냐"며 고통을 호소한 지훈이의 안타까운 외침은 모든 이들의 눈시울을 젖게 만들었다.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지훈이의 사연이 소개되자 수많은 네티즌과 시청자들이 지훈이의 아픔을 위로했고, 순식간에 3억원이 넘는 도움의 손길이 모아졌다. 폭발적인 사랑이었다.
방송이 나가고 2개월이 흐른 지난 2일. 다시 찾은 지훈이의 병실은 웃음이 피어나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의 사랑에 힘입어 지훈이의 건강이 많이 회복된 것이다.
지훈이는 당시 가장 극심한 스티븐존슨 증후군으로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사망률 65%. 스티븐존슨 증후군의 경우 보통 20-30%의 피부발진이 보통이지만, 지훈이는 95%, 즉 온몸에 출혈성 피부발진이 일어났고 입안과 기관지까지 모두 헐어 아무것도 먹지 못한채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극히 희귀한 경우였다.
생을 더 이상 유지하기조차 힘든 고통의 연속 속에서 9살 지훈이는 "나 이만큼 살았으니 이제 하늘나라 가고 싶어"라고 울부짖었다.
사망률 65% 스티븐존슨 증후군 "엄마, 나 이만큼 아팠으면 죽어도 돼?"
그런데 기적처럼 지훈이는 소생했다. 아빠 박재현씨는 "모두 지훈이를 사랑해 주신 수많은 분들의 기도와 격려, 사랑 때문이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제 지훈이가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고, 목사가 되고 싶다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 훌륭한 목사가 될 수 있도록 잘 키우는 일이 모든 분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저희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담당의사인 김정희 전문의(소아과 인하대 교수)는 "출혈성 피부발진을 일으키는 스티븐존슨 증후군은 완쾌됐다"고 말했다. 어려운 고비는 이제 넘겼다는 것이다.
다만 "각막이 심하게 손상돼있어 시력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고, 기관지가 많이 헐어 기관지 감염이 재발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지훈이의 얼굴은 예전에 비해 많이 밝아졌다. 피부가 검게 퇴색된 흔적이 많이 남아있지만, 얼굴에 미소도 지을 만큼 건강해졌다.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기적처럼 소생, "스티븐존슨 증후군은 완쾌됐다"
하지만 수차례 벗겨진 각막 손상으로 아직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상태다. 눈이 시려 빛이 있는 곳으로 얼굴을 들지도 못할 정도다. 기관지와 폐도 많이 손상돼 호흡하기도 아직 힘들다. 스티븐존슨 증후군을 심하게 앓은 후유증으로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더 걱정스러웠던 것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으로 우울증이 생긴 것이다. 지훈이는 하루 종일, 심할 때는 사흘씩도 앉은 자세에서 베게에 머리를 처박고 지낸다고 한다. 기자가 병실을 찾았을 때도 대부분 그런 자세였다.
지훈이 엄마는 "정신과 선생님이 오셔서 정신과 약도 먹어야 한다고 말했을 때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요"라며 울먹였다.
"지금도 얼마나 약을 많이 먹는데 정신과 약까지 먹이면 너무 힘들 거 같아서 제가 안 먹이겠다고 했어요. 대신 우리가 지훈이 즐겁게 해주고 잘 할테니 투약을 미뤄달라고 했어요.”
"지훈아! 너 계속 이렇게 머리 처박고 있으면 정신과 약도 먹어야 해!" 지훈이에게 다독거리듯 야단치면서 지훈이 엄마는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아직도 지훈이가 건강을 되찾기까지는 많은 숙제가 남아 있었다. 그래도 이만큼 건강을 회복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감당하기 힘든 고통으로 우울증, 베게에 머리 처박고 지내
CBS 이정식 사장은 지난 2일 지훈이 병실을 직접 찾았다. 그동안 수많은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이 보내준 성금을 지훈이 부모에게 전달하고 지훈이를 격려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모금된 금액은 3억800여만원. 이 가운데 ARS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실모금액은 2억9100여만원이 된다.
그런데 지훈이에게 전해진 것은 1억4500여만원이다. 지훈이 아버지 박재현씨가 모금액의 절반을 질병으로 고통받는 다른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선뜻 내놓은 것이다.
"가족회의를 했어요. 우리 아이가 아프니까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주위의 아픈 어린이들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부모 마음은 다 같을텐데... 그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박지훈 어린이의 사연을 소개한 CBS TV '수호천사, 사랑의 달란트를 나눕시다' 팀은 박지훈 부모의 뜻을 살려 후원금 운영위원회를 통해 남은 성금의 사용처를 결정할 계획이다.
성금 절반 나눠 질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주기로
우울했던 지훈이 표정이 밝아졌다. CBS 방송국 아저씨들이 평소 갖고 싶었던 신발을 선물해줬기 때문이다.
"지훈이가 어서 빨리 일어나서 이 신발 신고 뛰어다니라고 신발 사왔어", "엄마, 신발이 어떻게 생겼어?", "네가 바봐. 약 넣어줄까?", "아냐 내가 볼게"
지훈이는 손가락으로 두눈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봤어?", "응. 고무같아", "아주 좋은거야", "내 발에 맞을까?"
별로 말이 없었던 지훈이가 입을 열었다. 뼈만 남은 발 위에 신발이 신겨졌고, 엄마 아빠의 부축을 받아가며 힘겹게 일어서 보였다. 그리고 해맑은 얼굴에 백만불짜리 미소를 지어보였다. 너무 이쁘고 소중해보였다.
지금 일어난 것처럼 어서 속히 일어나 신발을 신고 뛰어다닐 수 있게 되길... 피부가 7차례나 벗겨져 갓난아이 살처럼 보드라운 손과 앙상한 다리에 새힘이 들어가길... 베게에 얼굴을 처박고 인터뷰 내내 얼굴 한번 제대로 들지 않았던 움추린 마음에 새 용기와 희망이 넘쳐나길...
나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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