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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219534
    작성자 : 한가지
    추천 : 5
    조회수 : 1264
    IP : 119.64.***.157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1/02/20 11:52:40
    http://todayhumor.com/?humorstory_219534 모바일
    베오베에간 드래곤라자를아는사람? 진짜 명장면이란이거다 !!!
     드래곤라자를 아는사람 100명이면 베오베가는거에요? 를올리고난후 명장면이라기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들더군요 ^^; 그래서 직접 1권부터 12권까지 전부 살펴서 명장면이라고 할만한

    것들을 모아서 다시 올려봅니다 즐겁게 봐주세요 (통신판 때 모았던것을 참조했습니다 오래걸렸어요 ..)



     "음. 하지만 우리 마을이 번영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예?"
     
     "우리 마을을 노리는 자가 많아지겠지. 사람들은 이권과 경쟁을 배우
    겠지. 사실 우리 영주님은 마음씨 좋은 분이지만, 우리 마을을 탐내는
    무리들이 생기면 과연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지금이야 누가 아무
    르타트의 앞마당 같은 이 마을을 노리겠는가. 그러니 우리 영주님처럼
    소심한 분도 자리를 지키시는거지."

     간신히, 아주 간신히 이해했다.그 이해를 위해 맥주 한 잔이 완전히
    소모되었다. 카알은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 마을이 이토록 좋은 위치와 비옥한 토지에도 불구하고
    대륙의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않는, 그래서 조용하고 사람끼리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는 마을로 있을 수 있는 것은, 따지고보면 아무르타
    트 덕분이라네."


    "웃기는 소리!"

     난 탁자를 꽝 내리쳤다. 카알은 별로 놀라지 않았고 타이번만이 놀라
    서 보이지도 않는 눈을 희번득거렸다.

     "그러면 아무르타트, 그 개자식한테 감사라도 할까요? 우리 마을이 낙
    원처럼 아름다운 것이 모두 아무르타트 때문이라고? 아무르타트 때문에
    더더욱 생존욕구가 부채질되어 모두가 근면성실한 사람들이 되어서 고
    맙다고 할까요? 녀석 때문에 득시글거리는 몬스터들이 심심하면 마을에
    서 약한 사람들을 죽여버리니까 점점 강한 사람만 남게 해줘서 고맙다
    고 할까요?"

     나는 아무래도 12시간 내에 연속으로 술을 마셔선 안되는 타입인가 보
    다. 어제 이후로 반나절이 지났지만 당장 취기가 짜릿하게 올랐다.

     "그 자식 때문에 중부대로의 관문인 우리 마을이 발전도 되지 않고 목
    가적인 마을인채로 있다고 고마워 하라고요? 혹시 타이번이 그렇게 말
    하면 이해해요. 하지만! 하지만 카알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카알은
    항상 봤잖아요? 한 달에 한 두명씩은 꼬박꼬박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봤
    고, 그 가족들이 우는 것을 봤잖아요!"

     주점의 다른 사람들, 즉 해너 아주머니와 그 옆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난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카알만을 바라
    보았다. 카알은 맥주잔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네드발군."

     그리고 카알은 맥주를 삼키고는 말했다.

     "자네 말이 다 옳아요."

     그 때 타이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봐. 후치라고 했던가? 내가 보기에 이 옆의 카알은 너무 이른 나이
    에 인간에게 실망해버렸어. 그러니 아직 인간을 사랑하는 나이인 자네
    가 보기엔 이해할 수도 없는 말도 하는 것이고."

     "집어치워요! 당신이 뭘 안다고, 오늘 처음 만났잖아?"

                                           - 카알과 후치의 대화중 -

    ==================================================================================
     꺄악!!!

     "뭐, 뭐야?"

    내 휘파람은 갑자기 들려온 비명으로 멈춰지고 말았다. 
    내 뒷쪽에서들려온 비명이다. 
    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이 부리나케 달려오
    는 모습이 보였고, 그 뒷쪽으로 크게 상처입은 여자 하나가 남자들에게
    부축되어 비틀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여자를 부축하던 남자는 도저히안되겠다 싶자 여자를 업고 달리기 시작
    했고, 다른 세 남자들은 재빨리 뒤로 돌았다.
    난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았다. 
    그런데 그 남자들 중 하나가 날 봤다.

     "뭐야, 임마! 달아나!"

     "뭔데 그래요?"

     "노닥거릴 시간 없어, 어서 달아나! 그렇지, 병사들을 불러!"

    그리고 그 남자는 다시 내게 등을 보였다.
    순간, 난 사태를 짐작했고
    이 남자들은 죽을 작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난 몸을 돌려 재빨리 옆에 보이는 가게로 달려갔다.

     "제기랄! 이거 받아요!"

    난 바로 옆에 있던 대장간에서 쇠스랑, 괭이 등을 꺼내어 집어던졌다.
    듣기싫은 소리를 내며 농기구들이 튕겼다. 
    남자들은 싱긋 웃으며 그것을 집어들었다. 
    나는 우리 마을 사람들이 이럴 때 항상 외치는 말을 했다.

     "남길 말은?"            

    내말에 내가 오싹해졌다

                                         - 핼턴트의 사나이라면 -


    =================================================================================

    "그럼 이제 내 차례군. 질문 몇 가지 하겠는데 괜찮겠나?"

     "아, 얼마든지."

     타이번은 술잔을 들어올려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이 마을 분위기는 영주부터 시작해서 성의 경비대장, 그리고 눈뜬 장
    님 청년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날 당황하게 한단 말이야. 퍽 재미있어."

     "저, 무슨 말이신지?"

     "자네들은 비극을 꽤 빨리 잊는구만? 지금 이 펍의 분위기도 그렇고."

     "익숙하니까요."

     대단히 간단한 대답이었지만 그 간단한 샌슨의 대답에 들어있는 무게
    는 엄청난 것이었다. 나는 부지불식간에 한숨을 쉬어버렸다.
     우리는 많이 당하고, 빨리 잊는다. 그러지 않으면 미쳐버릴지도 모른
    다. 우리는 농담을 좋아하고, 쾌활하다. 하지만 별로 즐겁지는 않다.

     "그런가. 흠.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이 마을에
    대단한 흥미를 느낀단 말이야.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가?"

     "자주 일어납니다."

     이건 좀 웃기는, 샌슨다운 대답이다. 타이번은 일년에 몇 번, 혹은 한
    달에 몇 번 하는 식의 대답을 기대했을 것이다. 타이번은 빙긋 웃고는
    질문을 바꿨다.

     "자넨 몇 번의 전투를 치뤘지?"

     "글쎄요… 어디 보자. 챨스가 죽고 내가 경비대장이 된 게 22번째 전
    투였고, 음. 한 서른 대여섯 번쯤 되는 모양이군요."

     난 문득 타이번이 아주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35, 6회라고?"

                                           -타이번과 샌슨의 대화 -


    ==============================================================================

    "우와! 멋지다, 후치!"

     나는 헉헉거리며 물러났다. 사실 내가 해놓고도 의심스러운 동작이다.
    내가 정말 그렇게 했나? 그 증거는 곧 나타났다. 허리가 부러질듯이 아
    파온 것이다.

     "우… 이거 장난이 아니다."

     허리가 아릿해지니까 정말 온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우거도
    턱이 쪼개질뻔 하자 씩씩거리면서도 달려들지는 않았다. 코페쉬가 워낙
    느려 일격에 날 맞추지 못하면 자신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느낀 모양이
    다. 오우거는 거리를 재기 시작했다. 앗! 안돼! 저 놈은 나보다 팔이 훨
    씬 길단 말이야! 적당한 거리를 주면 내가 더 불리하다. 그렇다면 내 거
    리로 맞추자!

     "에에에랏!"

     난 앞으로 달려들었다. 코페쉬보다 더 안쪽, 그러니까 오우거의 팔거리
    안에서라면 저 놈은 날 어떻게 할 수 없다. 샌슨이 트롤을 상대할 때
    그렇게 하는 것을 봤다. 난 바스타드를 마구 휘저으며 돌격해갔다.
     하지만 놈은 나보다는 훨씬 능숙했다. 다리가 날아온 것이다. 난 복부
    에 성의 기둥만한 다리를 맞고는 뒤로 구겨지듯이 날아갔다. 땅에 뒹굴
    던 내 눈에 하늘로 솟아오른 오우거의 그림자가 역광 속에 시커멓게 떠
    올랐다. 그 놈은 그대로 코페쉬를 내리칠 모양이다. 하지만.

     "죽어보자!"

     놈이 아무리 잘났다해도 공중에선 몸을 못움직인다. 그리고 두 점을
    잇는 최단선은 직선이다. 난 허리를 튕기며 바스타드를 곧게 찔러올렸
    다.

     "쿠우욱!"

     코페쉬가 내 머리를 쪼개기 직전, 난 오우거가 떨어져내리는 힘까지
    이용하여 그 놈의 복부를 관통시켜버렸다. 오우거는 입에서 피를 흘렸
    다. 해냈구나!
     그러나 오우거는 바스타드에 찔린채 다시 코페쉬를 들었다. 아악! 내
    검은 오우거의 몸으로 봉쇄되어 있었다. 뭐하는거야? 지금 도와줘야지!
    엇, 시간이 없다! 오우거는 괴성을 지르며 코페쉬를 내리쳤다.

     "제미니이!"

                                   - 일루전과싸우는 후치 -

    ====================================================================================

    "사람이라면 앞으로 나오시오!"

     숲 속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말을 거절할 수도 있을텐데요?"

     샌슨은 입을 딱 벌렸다. 그는 당황한 눈으로 날 돌아보았다. 윽,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샌슨에게 으르렁거리는 표정을 지어주고는 숲속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나오지 않으면 넌 변비 걸린 고블린, 무좀 걸린 오크, 치질 걸린 놀
    (Gnoll)이다!"

     역시 난 통쾌한 남자다. 샌슨도 나처럼 통쾌한 놈은 처음 보겠다는듯
    이 바라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숲속의 목소리는 잠시 후 말
    했다.

     "…불쾌한 추측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나가야겠군요."

     이윽고 불빛 속으로 나타난 것은 키가 훤칠하고 귀가 큰 여자였다. 귀
    가 얼마나 큰지 꼭 엘프 같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샌슨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저 여자 꼭 엘프처럼 귀가 크네?"

     샌슨은 날 이상하게 바라보더니 그 여자에게 말했다.

     "숲의 종족이시군요?"

     …엘프였군.
     엘프는 샌슨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카알만큼은 훤칠한 키였다. 난 저렇
    게 새카만 머릿결은 처음 봤다. 그 새카만 머리카락은 뒤로 묶여 있었
    다. 그리고 백색의 얼굴 가운데 눈도 새카맣다. 옷은 하얀 블라우스에
    고동색의 가죽 자켓을 걸치고 있는데 앞쪽을 잠그지 않고 그냥 풀어놓
    아서 하얀 블라우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같은 색의 가죽 바지를 입
    고 있었는데 왼쪽 허리에는 가느다란 에스터크(Estoc)를 차고 있었고
    그 아래 왼쪽 허벅지에는 망고슈(Main-Gauche)를 묶어놓았다. 같은 쪽
    에 칼을 두 개 차고 있어? 오른쪽에는… 오른쪽 엉덩이 쪽에는 화살통
    을 차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등에 맨 배낭에는 콤포짓 보우(Composit 
    bow)가 꽂혀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엘프였다. 나는 그 용모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엘
    프에 대한 옛이야기처럼 확실히 미인이었다. 하지만 내 취향대로라면
    키가 좀 더 작았으면 좋겠다. 이 엘프 아가씨는 키도 훤칠하고 다리도
    길어서 나무로 치자면 삼나무 같은 느낌이 든다. 난 좀더 소박한 전나
    무가 좋다. 키도 좀 더 작고, 어깨도 좀 더 좁고, 목도 저렇게나 길 필
    요는 없… 으윽. 제미니의 모습을 그리고 있군. 망할.
     내가 제멋대로의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프 아가씨
    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이루릴 세레니얼입니다. 오크들의 소리가 들려 와봤습니다."

     "샌슨 퍼시발입니다. 반갑습니다."

     카알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카알입니다.' 라고 말했고 난 딴 생각을
    하느라 당황해서 내 소개를 했다. 엘프 이루릴은 소개받을 때마다 살짝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소개가 끝나자 이루릴은 말했다.

     "인간 여러분은 여행자이십니까?"

     카알이 말했다.

     "글쎄요. 세레니얼양께서 인간의 일을 잘 이해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만, 저희들은 수도로 전하를 알현하러 가는 길입니다만. 저희 고장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드리기 위해서지요."

     "그러신가요."

     "세레니얼양도 여행자이십니까?"

     "이루릴이라고 부르세요. 여행자입니다."

     그 때 샌슨이 당황해서 말했다.

     "아, 저, 일단 앉으시지요. 야, 후치. 주전자에 물 얹어라."

     흠, 좋지. 어차피 잠도 달아났으니 차라도 마시지. 이루릴은 감사의 말
    을 한 다음 앉았다. 흠, 엘프란 좀 뻔뻔스러운데가 있나 보군. 컵을 꺼
    내면서 내가 말했다.

     "이봐요, 아까부터 우릴 보고 있었어요?"

     "그렇습니다."

     "좀 도와주지 그랬어요? 그럼 차대접하는 기분도 썩 좋을텐데."

     "누굴 도우란 말씀이지요?"

     응? 난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상대는 엘프고 인간이 아니다. 그런데
    인간을 도와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내가 한 말은 자기중심적인 말
    이었고 이루릴은 그것을 지적했나 보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것 끝까지
    뻗대보기로 했다.

     "비슷한 사람이요!"

     "비슷한… 네드발씨는 놀과 오크가 싸운다면 누굴 도울 건가요?"


                                              -이루릴과의 첫만남-

    ======================================================================================

    "다시 건너가도록 해줄까?"

     "어, 어떻게 말인가? 취익!"

     난 대답 없이 절벽 반대쪽에 고함을 질렀다.

     "이봐! 정신 똑똑히 차리고 잘 받아봐!"

     우르크들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고는 의아한표정이었다. 난
    그대로 바로 옆에 있는 우르크를 잡아들어올렸다. 내 머리 위로 들어올
    려진 그 우르크는 비명을 질렀다.

     "뭐, 뭣, 취치익! 뮈하는 거냐!"

     "걱정마. 제일 처음이 어려워. 거기 그쪽! 정신 단단히 차려! 물러나면
    안돼!"

     그리고 난 우르크를 집어던졌다. 물론 그대로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식
    으로 마음먹은 것은 아니다. 난 신중히 겨냥해서 그 우르크들이 정확히
    받을 수 있게 살짝 던졌다. 60 큐빗 거리고 우르크의 다리쪽을 앞으로
    해서 될 수 있는대로 수평에 가깝게 던졌기 때문에 혹시 받아내지 못하
    더라도 목이 부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난 살짝 던졌지만 우르크의 몸이 그렇게 작은 것은 아니다. 날아가는
    우르크는 괴성을 지르며 허우적거리다가 내가 의도한대로 정확히 네 마
    리의 우르크에게 나가떨어졌고 그대로 다섯 마리는 데굴데굴 굴러갔다.
    혹시 다치지 않았나 살펴봤지만 아무도 다치진 않았다.
     난 빙긋 웃으며 남아있는 네 마리의 우르크를 바라보았다. 그 놈들은
    퍼렇게 질려 주춤거리고 있었다. 좀 안심시켜야겠군.

     "이봐. 조금 전에 봤잖아? 처음이 어려울 뿐이야. 갈수록 받아내는 인
    원이 많아서 안전해진다고."

     그러자 우르크들은 서로 나중에 던져지겠다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12인의 다리 -

    =======================================================================

     카알은 기쁜듯이 커피를 마셨다.

     "허, 오래간만이군."

     저게 뭘까? 맛있나? 나는 쥬스를 홀라당 마셔버리고는 유스네에게 커
    피 한 잔 더 가져오라고 말했다. 유스네는 가소롭다는듯이 날 바라보더
    니 곧 커피를 가져와 지나치게 정중한 동작으로 내 앞에 내려놨다. 난
    그것을 한 모금 마셔보았다. 옆에서 보고있던 샌슨이 궁금한듯이 물어
    왔다.

     "야, 후치. 그거 맛있냐?"

     내가 대답하지 않자 샌슨은 더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주
    불길한 추리를 하느라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처절한 눈빛으로
    유스네를 바라보았다.

     "우… 유스네! 네, 네가 날 독살하려고!?"

                                                 -커피의 맛 -

    =================================================================================

     "사, 살려줘!"

     그 할머니는 울면서 외치고 있었고 트롤들은 거칠게 달려오고 있었다.
    트롤이 내려치는 돌도끼가 보였다. 할머니의 머리가 쪼개지기 직전, 난
    급한 나머지 할머니의 다리를 잡아 당겼다. 간신히 할머니를 구할 수
    있었다. 나는 할머니를 뒤로 돌렸다.

     "달아나실 수 있겠어요?"

     그 할머니는 절뚝거리며 달아났다. 그리고 나는 길을 막아선채 바스타
    드를 뽑아들었다. 제기, 잘봐둬! 헬턴트 영지의 사나이라면 이렇게 한다
    고! 내 목숨 하나가 얼마의 시간으로 바꿔질 수 있을까. 빌어먹을, 그런
    데 누구에게 남길 말을 전하지?

     "야, 이 자식들아. 날 죽이는데 얼마 걸릴 것 같냐?"

     OPG가 있으니 조금은 버티겠지. 그 동안 저 할머니가 어디까지 달아나
    려나.
     하지만 나에게는 응원군이 있다. 또다른 헬턴트 토종 사나이 샌슨이
    달려와 내 옆에 섰다. 샌슨은 별 말도 하지 않고 롱소드를 휘두르기 시
    작했다. 돌도끼를 든 트롤의 팔이 삽시간에 뼈를 드러내는 커다란 상처
    를 입었다. 샌슨은 낮게 외쳤다.

     "내 목숨은 한 개! 그래서 비싸지! 유니크하거든?"

                                             - 도시에서의 전투-

    ================================================================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엘프는 유피넬의 어린 자식이라고 들었어. 그
    렇다면 그들의 세계는 조화뿐일 거야."

     "조화뿐이라고?"

     "설명하기가 힘들어. 어쨌든, 이루릴의 말을 듣고 있자면 우리가 생각
    하는 예의범절이라든가 훌륭한 문화 같은 것이, 모조리 서로에 대해 잘
    알 수 없어서 불안한 인간 종족의 슬픔 때문에 생겨난 것 같아. 아무런
    의미도 없이 건네는 인삿말, '좋은 아침입니다!' 마저도 서로 원수가 되
    지 않기 위해 외치는 말 같다구. 젠장."

     "뭐? 원수?"

     "그러니까… '나는 이 아침을 즐기고 있는데 당신도 그렇지 않느냐?
    그렇다면 우리는 같은 것을 즐기니 서로에게 화낼 필요가 없다. 되도록
    유쾌하게 지내보자.' 이런 식으로. 그러면 상대도 똑같이 대답하지. '좋
    은 아침입니다!' 사실 상대는 오늘 아침 변비 때문에 고통스러웠을 수도
    있지만, 인사를 건넨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기 싫어서, 서로 나쁜 관계가
    되기 싫어서 그냥 타성적으로 대답하는 거지. 우린 상대를 이해하지 못
    하기 때문에, 그래, 그거야. 우린 상대를 모르기 때문에, 결국 서로를
    위해 타성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거지… 나와 대단히 친한 사람이 아니라
    면, '얼어죽을, 뭐가 좋은 아침이야?' 따위로는 말하지 않는 거지… 우
    리는 죽을 때까지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결국 우리의 말과 행동
    의 상당 부분은 거짓말이나 가식이 되지. 예의범절이란, 잘 조절된 거짓
    말. 그런 것 같아…"

     샌슨은 입을 딱 벌리고 날 쳐다보았다. 하지만 난 이루릴의 머리색깔
    을 닮은 칠흑같은 밤하늘만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듣고있던 터커가 빙긋 웃었다.

     "그럴 때가 있지. 후치. 늘상 알던 사람도, 어느날 갑자기 저게 내가
    알던 그 사람인가? 싶을 때가 있지. 우린 절대로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 그래서 항상 불안해. 그래서 예의범절을 만들었지."

     터커는 내 말을 이해하는 듯했다. 나는 밤하늘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이루릴은 우리가 불안해서 상대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마치 모든 피조물과 친구가 되기 위해 손을 내미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
    어요."

     터커는 싱긋 웃으며 할버드의 날을 닦기 시작했다.

     "그런 것 같니? 흠. 후치. 걱정 마. 엘프는 느리게 익히지만 절대로 잘
    못 배우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가요?"

     "반면 인간은 빨리 배우기 때문에 잘못 배울 일이 많지. 뭐… 선입견
    이라든가, 그런 것 있잖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럼 완전한 종족은 없나요?"

     "완전한 종족은 없어. 하지만 어느 종족에서든, 완전한 개인이 나올 수
    는 있어. 자기 종족의 약점만 극복하면 돼니까."

     나는 터커를 보았다. 터커는, 깊은 눈으로 멀리 바라보았다.
     저것이 모험가, 극한의 투쟁을 일상처럼 겪는 모험가의 눈인가?


                                                            - 엘프의 조화 -


    =====================================================================

     파도는 우리에게까지 달려오지 않았다. 그것은 다시 커다랗게 우회했
    다. 소용돌이, 아이고 맙소사, 소용돌이다.
     불꽃의 소용돌이가 좀비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소용돌이가
    된 불길은 이제 회오리가 되어 하늘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좀비들은
    마치 회오리바람에 휩쓸린 먼지들처럼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파!

     "오… 이런 걸 보다니!"

     터커의 신음소리같은 탄성이었다. 터커의 얼굴을 불기운으로 벌겋게
    되어 있었다.
     우리 앞에서 약 직경 30 큐빗의 불꽃의 회오리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그대로 휘말려 올라가 하늘을 꿰?뎠을듯 했다. 그리고 차츰 그 아래쪽이
    땅에서 떠올랐다. 빙빙 돌던 불꽃은 그대로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쉬르
    르르르! 우리는 그것이 까마득히 사라져올라갈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
    했다.
     마침내 불의 회오리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시선을 내려보니, 땅에는 소용돌이 모양으로 타버린 흙이 보였다. 그리
    고 그 너머에서 이루릴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이루릴의 등 뒤에는
    펠레일, 카알, 사만다가 우리들처럼 고개를 뽑아올리며 하늘을 보고 있
    었다.
     이루릴은 불꽃에 시커멓게 타버린 땅을 조심스럽게 걸어왔다. 그녀가
    발자국을 뗄 떼마다 재가 조금씩 날렸다. 우리는 멀건히 그 모습을 바
    라보았다. 이루릴은 우리 앞으로 걸어와 멈춰섰다.

     "괜찮아요?"

                                                     -이루릴 -


    =========================================================================

     "인간의 부끄러운 일면을 보여드리는군요. 이 글은…"

     카알은 고개를 휘휘 젓더니 그것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세이크리드 랜드 조장에 관한 실험 보고서."

     우리는 모두 흠칫했다. 카알은 침울하게 읽어내려갔다.

     "복잡한 거 다 빼고 간단히 읽겠소. 음. …대상지는, 작전? 아니, 계
    획. 계획된대로 한적한 시골마을로 정해졌습니다. …미드 그레이드의 중
    심부로 작전의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자이펀에의 의혹은 있을 수 없
    을 것입니다. …영지의 위치는 별첨한 지도에 따릅니다."

     우리는 서서히 싸늘하게 등골을 후리고 지나가는 무엇을 느꼈다.

     "진행은 순조로왔습니다.… 유소년기 아동의, 정신? 이건, 번역이 좀
    자신 없군. 어쨌든 유소년기 아동의 무엇을 사용하여 제례, 제사, 의식?
    의식이 맞겠군. 의식을 진행… 영지의 주민 90% 이상이 질병에 감염되었
    습니다.… 재래의 독약을 타는 수법에 비해볼 때 훨씬 빠르고 순조로울
    것이라던 참모진의 말은 정확했습니다. 확실히 공기, 물, 땅, 모든 것들
    이 병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못한 부작용이 몇 가지 발
    생했습니다. 첫째. 질병으로 사망한 자들이 언데드 몬스터가 되었습니
    다. 그들은… 이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나 저의 소견으로는 언데드 몬스
    터도 하나의 질병이므로 당연하다고 보아집니다. …다른 대원들의 의견
    도 대략 저와 일치합니다."

     난 손을 너무 꽉 쥐어 손가락이 아파왔다. 카알은 종이를 휘적휘적 넘
    기며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모험가들로 추정되는 자들이 영지에 들어옴으로써 두 번째
    의 부작용이 밝혀졌습니다. 모험가들 집단이 두 번 방문했습니다. 그들
    의 인원은…이건 필요없겠지. 우리들의 이야기야. …첫번째 집단은 영지
    의 주민과 마찬가지로 질병에 감염되었으나 두번째 집단에는 흔히들 이
    나라에서는 '치료하는 손' 이라 부르는 그랜드스톰의 에델린이 있었습니
    다. 에델린에 대한 상세보고 자료가 있을 것입니다. …그녀가 기상변화
    의 신성마법으로 하늘에 먹구름을 만들어 태양을 가리자 질병의 전파 속
    도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
    겠습니다만, 어쩌면 흐린 날씨에서는 이 방법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할
    것 같은 우려를 느낍니다."

     카알은 뒤를 좀 더 넘겼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없었던 모양이다.

     "이건 쓰던 도중이었어. 완결되진 않았군."

     우리는 일제히 묶여 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비스듬한 시선으
    로 우리를 보며 말했다.

     "이번엔 누구야?"

                                                   -인간의 무서움-


    ===========================================================

    펠레일의 말에 터커가 입을 딱 벌렸다.

     "어? 어? 뭐야?"

     "제가 그러고 싶다는 겁니다. 여러분은 떠나십시오."

     "잠깐, 잠깐! 대륙 최고의 마법사가 되고 싶다던 꿈은 어쩌고?"

     펠레일은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였다.

     "전 아직 젊습니다. 전사분들은 지금으로부터 몇 년은 인생 최대의 황
    금기이고, 그 다음엔 뭘 하고 싶어도 하실 수 없게 되겠지요. 하지만 저
    로서는 몇 년을 낭비해도 상관없습니다. 근로는 전투력을 잠식하지만 마
    력을 잠식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입을 딱 벌린 채 펠레일을 바라보았다.
     마법사, 전사들의 야망과는 또다른 야망에 얽매어 사는 사람.
     그것은 정신세계로부터 뿜어져나오는 갈구이기 때문에 전사들의 그것보
    다 더 치열하고 준엄하다. 마법을 익히고, 새로운 지식을 익히고, 마력
    을 운용하는 것은 우리같은 칼잡이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욕망으로 이루
    어진다.
     전사가 되는 것에 비하면 마법사는 차라리 선택받은 사람이다. 매일같
    은 단련은 전사들도 한다. 하지만 몸의 단련이 아닌 정신의 단련은, 끝
    없이 광대무변해서 동시에 끝없이 나약해지고 나태해질 수도 있는 정신
    을 한결같이 가다듬는 치열한 투쟁을 일상처럼 해낸다는 것은, 그것은
    우리같은 범부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단 마법사는 머리가 좋아
    야 된다는데서부터 벌써 우리완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이다.
     그런데 펠레일은 간단히 정착해서 땅이나 일구겠다는 것이다. 나야 그
    의 실력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터커나 크라일 같은 자들과 함께 다니
    는 것, 그 동굴에서 우리를 꺼낸 것만 보아도 그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
    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수련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가 그런 인고의 세월을 간단히 버리고 여기
    서 땅이나 일구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펠레일은 신비스러워 보이기까지 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지는 넓습니다. 전 간혹, 대지와 뒤엉켜 싸우며 마침내 대지가 되어
    버리는 농부들이 가장 위대한 영웅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몇 년, 그
    흉내를 내어보고 싶습니다."

     "몇 년? 어, 그럼 몇 년 후 다시 움직이겠다는 거야?"

     "예. 오랜 세월은 걸리지 않을 겁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곳은 개척도
    시가 아니니까요. 어쩌면 내년 정도에 당장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들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펠레일은 잠든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몇 년 있으면, 저 아이들은 성장하여 사랑을 하고 자손들을 퍼트릴
    수 있겠지요. 이 대륙의 한귀퉁이에서, 인간이 살아가고 그들의 번영을
    노래할 기틀을 다지기 위해 저 개인의 인생 중 몇 년을 투자하는 것은,
    썩 수지맞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50명의 아이들과 대마법사 펠레일 -

    ==========================================================

    네리아는 다시 배를 붙잡고 웃어대었다. 난 그저 그녀가 넘어지지 않
    도록 주의하는 일 외에는 다른 일을 못했다. 정신없이 웃던 네리아는 간
    신히 웃음을 그치고 말했다.

     "휴우… 너, 누님이 마음에 들지 않지? 그래. 난 도둑이고, 그리고 아
    무하고나 막 자는 나쁜 여자야. 뭐, 그러니까 이런 수단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거지. 낄낄낄."

     네리아는 그렇게 낄낄거리듯이 말하더니 일어났다.

     "관둬라, 관둬. 애를 데리고 내가 무슨 소릴 하냐. 나 나가고 나거든
    욕해라. 그런데 말이야, 내가 취해서 실수했거든? 조금 전에 들은 이야
    기는 절대로 하지 마. 알았지?"

     "…알았어요."

     네리아는 다시 한 번 다짐하듯이 말했다.

     "몸 판 돈이라고, 더럽다고 받지 않겠다고 할지도 몰라. 사람들은 그런
    걸 따지지. 이건 말이야, 오로지 너희들 돈이었을 뿐이야. 잠깐 왔다갔
    다 했을 뿐이지.알았지?"

     "예. 그런데 그래가지고 어딜 가려고?"

     네리아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어딘들 내 한 몸 기댈 곳 없겠냐. 아침엔 해가 떠오르는 동쪽이 따스
    하겠지. 저녁엔 해가 저무는 서쪽이 포근할거야. 멋진 행운은 언제나 남
    동쪽에서 찾아와. 그러니 황야에선 북서풍을 따라가면 돼."

     "저, 네리아…"

     네리아는 등을 돌린 채 무서운 음성으로 말했다.

     "입 닥쳐! 꼬마. 난 등 뒤에서 말하는 걸 가장 싫어해!"

     나는 입을 다물었다. 네리아는 그대로 휘청거리면서 문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잠시 문 기둥을 붙잡고 서 있었다. 몸은 돌리치 않은채, 그냥 그
    렇게 잠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냥 나가버렸다.
     삐이이걱.
     문짝이 가늘고 뻑뻑한 음을 내며 다시 닫혔다. 난 테이블에 놓여있던
    돈자루를 바라보다가,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문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어젖히고 여관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리고
    울타리를 지나 밖의 길에서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없었다.
     대로에는 아침안개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시커먼 건물들의 머리머리가
    이제 조금씩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밤은 지나가고 또다른 날이 밝
    아왔다.
     하지만 잃어도 가슴 아파할 일이 적은 사람만 덮치는 착한 나이트호크
    아가씨, 네리아는 지난 밤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난 그저 안절부절하며 좌우를 돌아보았다. 뭔가 미치도록 안타까운 기
    분이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난 어깨를 늘어트리고 도로 여관 안으로 들어왔다. 그 때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부셨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네리아-

    =======================================================



     분지 저편에서 왠 사나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달빛을 받으며 걸어오는 남자는 좋은 체격에 뭔가를 타고 있었는데 그
    게 뭔지를 모르겠다. 말은 아니고 덩치가 꽤 좋은 것이 혹시 황소가 아
    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설마 황소를 타지야 않았겠지. 달빛 아래에 으슴
    푸레하게 보이는데다가 풀밭에 몸이 가려져 있어 도대체 뭔지를 모르겠
    지만 아무래도 말은 아니다.
     갑옷도 근사한 걸 입은 모양이다. 달빛을 받아 번쩍이는 품이 아무래
    도 금속제인 듯하다. 저런 건 비쌀텐데. 왼팔에 있는 저 커다란 것은 방
    패겠지?
     그런데 그 남자 꼴이 영 이상하다.
     자기 허리에 손을 얹고 마치 취한 것처럼 머리를 홱홱 저으며 뭐라고
    혼잣말을 중얼중얼하고 있는데, 고요한 밤의 산 속에서 꽤 멀리까지 들
    려온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런데 그 남자는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뭐야? 오크들? 네놈들 여기서 뭘하는 거지?"

     어라? 어떻게 발견했지?
     남자는 상당히 먼 거리에서 고함을 질렀다. 그건 꽤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멍청한 작자도 있나? 눈이 좋아서 발견했으면 그냥 조용
    히 사라지던가 할 일이지 무슨 들꽃을 발견한 처녀 모양으로 '오크 아
    냐?'라는 식으로 말하다니. 오크들은 놀라서 몸을 일으키며 새로 나타난
    사람을 바라보았다.

     "취치익! 뭐, 뭐냐?"

     "취치익, 취익!"

     풀밭 곳곳에서 날카로운 글레이브의 반사광이 빛났다. 샌슨은 정말 대
    단하군. 확실히 4,50여개의 글레이브의 반사광이 나타났다. 곳곳에 퍼져
    접근하고 있었는지 꽤 넓은 범위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모습이 섬뜩했
    다.
     이상한 것 위에 앉아 있는 그 작자는 사방에서 나타나는 글레이브를 둘
    러보는 눈치더니 맥이 풀린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어? 어? 한 두 마리가 아니잖아? 뭣들 하는 거… 시끄러워, 말 좀 하
    자! 아, 저기 보이는 불빛 때문이군? 녀석들, 여행자를 덮치려고 했군?"

     장난 치나! 뭘 타고 있다면 빨리 뒤돌아 도망쳐! 아직 그 남자의 뒤는
    막히지 않았다. 나와 그 남자 사이로 오크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양
    이다. 나서야 되나? 고함 질러야 되나? 그 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덥썩
    짚었다.
     난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돌렸다. 네리아였다.

     "네리아, 도대체 어디 숨어 있었어요? 아니, 그것보다. 왠 골빈 남자
    하나가…"

     "나도 보여. 좋은 표현이네. 골빈 남자라. 저거 정말 뭐하는 녀석이야?
    그건 그렇고 샌슨은 어디 있어?"

     그러자 풀숲이 흔들리면서 샌슨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여기 있다. 저거 모험가는 아닌 모양인데 단독으로 밤중에 갈색산맥
    을 넘어가면서 저렇게 고함을 탕탕 지를 정도의 사람에는 어떤 사람이
    포함될까?"

     "자살기도자, 정신이상자, 지진아…"

     우리는 모두 이맛살을 찌푸리며 오크들과 대치하고 있던 그 남자를 바
    라보았다. 젠장, 뭐에 타고 있으니 여차하면 달아날 수 있겠지. 도와준
    다면 오크의 뒤를 칠 수 있도록 저 남자가 움직이고 나서다.
     그런데 그 남자는 도대체 위기감각이 없는지 넉살좋게 말하고 있었다.

     "아직 별 짓 하지 않았으니 봐주겠다. 어서들 가거라. 좀 조용히 해!
    지금 내가 이야기 하는 것 안들려? 아, 오크들. 흠, 어서 가라. 밤길 조
    심하고. 아, 참. 너희들은 밤중에 돌아다니지?"

     저 남자 말을 꽤 이상하게 하는군. 하지만 내가 오크라도 저 말에는
    돌아버리겠다. 오크들도 어처구니가 없다는듯이 말했다.

     "취이이익! 누가, 누굴 봐준다고?"

     "저거, 취이익? 돌아버린 인간 아냐?"

     옆에서 샌슨이 숨넘어가는 신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나도 저 말에 찬성이야. 으으음… 도대체 저거 뭐지? 아무리 풋내기
    모험가라도 저렇게 앞뒤 없지는 않을텐데? 게다가 말투는 왜 저래?"

     난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 남자를 계속 쳐다보았다. 남자는 피곤한 음성
    으로 말했다.

     "안가? 왜 안가. 봐준다고 했잖아? 야! 닥치라면 닥쳐! 그만 울어! 내
    가 오크들을 보내준다고 하잖아! 그만 짜라고! 젠장. 야, 너희들, 빨리
    가!"

     뭐야? 누가 울고 있다는 거야? 샌슨은 얼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 친구… 아무래도 환청을 듣는 모양인데?"

     "아, 환청? 흠. 그렇군. 정신병자란 말이지."

                                                           -길시언과의 첫만남-



    ==================================================================

    난 되도록 빠르게, 그러나 무례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칼자
    루를 쥐었다. 그 검은 놀랍도록 가벼웠다. 그래서 폼멜이 없어도 되는
    건가?
     하지만 난 길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너무해! 앙앙앙! 치한, 치한! 어디다 손을 대! 너 손은 씻었니? 까아
    아… 이 지저분한 손 좀 봐! 잉잉잉! 살살 잡지 못하니? 내 몸 부서져!
    너무했어, 정말! 외간남자에게 날 넘기다니, 으흑흑! 이럴 줄 알았어.
    엉엉엉, 배신이야, 배신! 언젠가는 날 배신할 줄 알았지만…어어어."

     난 검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남자
    는 피곤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예요? 이게 말한 거예요?"

     그 때 샌슨이 말했다.

     "후치! 남의 무기를 그렇게 땅에 집어던지다니."

     "앗, 죄송해요."

     난 후다닥 다시 검을 쥐었다. 그러자 또 머릿속으로 앵앵거리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니? 뭐니? 싫다고 집어던질 땐 언제고 또 들어올리니? 어헝어헝!
    나 멍들었을거야. 내 몸이 얼마나 연약한데 오크들을 치고, 아아악! 생
    각해버렸어! 잊으려고 했는데! 나, 날 오크 몸 속에 집어넣었어! 욕지기
    가 나와, 까아아… 오엑오엑! 그리고 땅에 던지기까지 해. 살기 싫어!
    죽고싶어죽고싶어죽고싶어!"

     "…말을 퍽 빨리 하네요?"

                                                 -에고 소드 -



    ================================================================

     카알은 그야말로 냉기가 묻어나는 어투로 말했다. 닐시언 전하는 결국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입술 끝을 올렸다.

     "내가 당신들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단도직입적이군. 흠, 그러나 카알이 그 정도로 흥분해버릴 인격은 아니
    지.

     "저는 전하의 성은에 힘입어 술 빚고, 빵 사며, 책을 읽는 독서가입니
    다. 전 그것을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엄격히 정의한다면 그것은 이
    나라 바이서스에 대한 사랑이겠죠. 그러나 전하께옵서는 바이서스라는
    이 국가를 개인으로써 대신할 수 있는 분이십니다."

     닐시언 전하는 은근한 어투로 말했다.

     "깨놓고 이야기합시다. 당신, 말하는 투로 보아하니 촌구석에서 올라와
    자기 고장의 일로 한 국가의 장인 날 귀찮게 만들 정도의 위인은 아니군
    요. 당신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길시언 형님은 전란으로 혼란스러운
    이 나라에서 쿠테타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많은 분입니다. 간
    판감으로는 최고지요. 쿠테타를 일으킬만한 세력의 앞잡이가 되기에는
    가장 훌륭한 대외명분감입니다."

     카알은 닐시언 전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전하. 제가 알기로, 국왕은 어느 변두리 시골의 촌로가 키우는 수탉이
    여우에게 잡혀가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셔야 되는 분인 것 같습니다."

     닐시언 전하의 눈빛이 흔들렸다. 카알은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

     "촌구석에서 올라와 자기 고장의 일로 한 국가의 장인 전하를 귀찮게
    한다…고 말씀하셨습니까? 그런 귀찮은 일이 싫어서 우리를 이런 장소로
    불러들여 간단히 끝내기로 마음 먹으신 겁니까? 저희들이 전하께 찾아온
    목적은 캇셀프라임의 패퇴 소식과, 이에 따라 저희 영지에 대해 끼쳐질
    해악에 대해 상의드리러 온 것입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그것은 도외시
    하시고 길시언 폐태자에 대한일을 말씀하시는군요."

     "아, 그건… 아무르타트가 10만셀을 원한다고요? 알겠습니다. 내가 마
    련하죠. 그건 그렇고…"

     "감사하신 말씀입니다. 전하의 확언으로, 어리석은 촌부인 전 커다란
    안심을 느낍니다. 그럼 성총에 대한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전하의 귀중
    한 시간을 더 이상 방해하지 않도록 물러남을 허락해 주십시오."

     "젠장… 이보십시오!"

     닐시언 전하는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나와 샌슨은 움찔했으나 카알은
    꼼짝도 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어쩌란 말입니까! 지금 자이펀과의 전쟁만 해도 숨가쁘단 말입
    니다! 내 머릿속에는 그 전쟁에 대한 일로 꽉 들어차 있습니다! 전쟁과
    상관없는 일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의 일에 시간을
    뺏길 수는 없단 말입니다! 난 지금도 어전회의를 잠시 중단시켜놓고 시
    간을 낸 겁니다!"

     카알은 묵묵히 닐시언 전하를 바라보았다. 닐시언 전하는 팔까지 휘두
    르며 말했다.

     "끊임없는 어전회의가 매일 계속됩니다. 당신 영지에 대해서는 미안하
    지만, 지금 웨스트 그레이드의 어느 외딴 영지에 대해서까지 신경쓸 수
    도 없을 만큼 시급한 현안들이 쌓여있습니다. 내형님인 길시언의 일도
    그 중 하나입니다만 그외에도 산적한 문제가 끝도 없습니다. 이 지역의
    병탄은 전략적으로 어떤 잇점을 주는가, 저 장군의 아들을 강등시키는
    일은 그 장군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내 여동생은 과연 예쁜가!"


                                          -닐시언바이서스와의 첫만남-


    ===================================================================

     "빌어먹을 놈…."

     당황해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할 뻔 했다. 샌슨이 물었다.

     "누구 말입니까?"

     "닐시언이라는 놈 말고 누가 있겠어."

     목소리는 높이지 않았다. 카알도 어느 칼에 맞아죽을지 모르는 그런 말
    을 함부로 고함 지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샌슨과 나는 소름이 돋아 말도
    제대로 못했다. 샌슨은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고 나도 황급하게 둘러보
    았다. 저 멀리 아까의 그 40명의 궁성 수비대원들이 보였지만 거리가 충
    분히 멀었다. 아무도 못듣겠다.
     샌슨은 일단 안심하고나서 허옇게 질린얼굴로 카알을 바라보았다.

     "카, 카알. 저, 무슨 일로 화가 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화를 좀 가
    라앉히시고…"

     "가라앉히시고? 대거라도 입에 물고 닐시언을 찾아갈까?"

     나도 더 못참게 되었다.

     "카알! 제발. 왜 이러세요!"

     카알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는 노래하듯이 말했다.

     "제기랄 놈, 대가리는 여물어서 형의 자리를 꿰찰 정도는 됐겠지. 하지
    만 더러운 근성은 어찌할 수 없었군. 젠장, 루트에리노 대왕의 핏줄에
    저렇게 비열한 자손이 나왔다는 것이 불가사의하군."

     "카, 카아아아알!"

     "아무도 안 듣잖아!"

     이게 정말 카알 맞나? 카알은 아무도 안듣는다고 이렇게 누굴 험담할
    사람이 아닌데? 도대체 얼마나 화가 났길래 이러는 거지? 그 때 누군가
    가 말했다.

     "내가 듣는데요?"

     죽었구나.

     
                                              -데미 바이서스와의 첫만남-


    =============================================================================

     […심연의 가장 밑바닥으로부터 끌어올린 가장 강인한 철을
       최고의 대장장이의 손길로 가공하여 만들어낸 검으로 편지
       봉투를 자를 수도 있는 법. 부러진 낫의 끝 부분을 적당히
       다듬고 나뭇조각을 하나 붙여 손잡이로 삼은 칼로도 나라를
       구할 수 있는 법. 100 마리의 드래곤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공격해도 오두막 하나를 넘어트릴 수도 없는 법. 1명의 마법
       수련자가 내뱉은 가벼운 주문으로도 100 개의 성채가 쓰러질
       수도 있는 법. 이러한 법들을 가리켜 사람들은 무엇이라고
       부르는가. 그것은 인생이라 부르는 법.…]

       [품위 있고 고상한 켄턴 시장 말레스 츄발렉의 도움으로 출
       간된, 믿을 수 있는 바이서스의 시민으로서 켄턴 사집관으로
       봉사한 현명한 돌로메네 압실링거가 바이서스의 국민들에게
       고하는 신비롭고도 가치 있는 이야기]

       제 5 권. PP. 172 (770년 돌로메네 作)


    ====================================================================

    그리고 우리는 모두 제각기 쓰러져버렸다. 다섯 도적들은 에델브로이의
    가호를 바라며 그렇게 잠들었다. 푹 자버린 아프나이델은 우리들을 지키
    고, 또한 그 서류를 지키게 되었다.
     침대에 드러누운 채 보니 그는 빙긋빙긋 웃으며 그 푸른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헤헷.

     "자신의 솜씨가 자랑스러우세요?"

     "응? 어, 안자냐?"

     "너무 피곤하니까 오히려 잠이 안오는 것 같네요."

     "아. 그래."

     아프나이델은 겸연쩍은 모습으로 책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조금 불확실한 발음으로 말했다.

     "당신 솜씨는 썩 훌륭해요. 아프나이델."

     "뭐, 별 것 아닌 마법이다. 시크릿 페이지같은 것은 초급의 마법이지."

     "초급이든 고급이든 필요한 순간에 도움이 되면 그게 최고죠."

     "고맙구나. 후치."

     "흐음. 그거 괜찮네. 당신, 다음에 별명을 붙일 정도로 유명해지면 최
    고 마법사라고 정하는 것이 어때요? 대마법사는 솔직히 너무 많이 쓰잖아
    요."

     "녀석. 미안하다, 그래. 그만 놀려라. 그건 젊은 날의 치기라는 낡은
    말로밖에 설명이 안되는 거였다."

     "놀리는 것 아녜요. 괜찮잖아요? [탑메이지](Topmage) 아프나이델. 어때
    요?"

     "[탑메이지]? 어처구니가 없군."

     내 말에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아프나이델은 싫은 표정이 아니었다. 나
    는 그의 미소를 보며 잠이 들었다. 
    어이구. 
    OPG가 없으니 더 피곤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탑메이지-

    ===================================================================================

    "저런 꼬마의 말에 넘어가? 엉? 네가 그러고도 길드의 도둑이냐!"

     퍽! 퍼벅! 남자는 신음소리를 토했다. 몇 번이고 쓰러진 남자를 걷어차
    던 넥슨은 마지막으로 세차게 남자를 걷어차 벽쪽으로 데굴 구르게 만들
    었다. 주위의 남자들은 모두 말릴 엄두도 내지 못한채 그 모습을 바라보
    았다.
     그러나 주저앉아 있는 네리아는 그 모습에 놀라더니 뽀르르 달려갔다.
    그녀는 벽쪽에 굴러가 끙끙거리는 남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넥슨은 험한
    눈초리로 네리아를 바라보았지만 네리아는 눈을 쭉 찢으며넥슨을 노려
    보았다. 죽어도 비키지 않겠다는 얼굴이다. 넥슨은 더 못참겠다는 듯이
    다리를 들어올렸고 네리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때였다.

     "차면 죽는다."

     샌슨의 낮은 목소리가 넥슨의 다리를 붙잡았다. 넥슨은 고개를 돌려 문
    밖의 샌슨을 바라보았고 샌슨은 굳은 얼굴 그대로 넥슨을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봐라. 넌 바로 죽는다."

                                             - 샌슨 퍼시발 -



    =====================================================================

    길시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의 공식 명칭에는 항상 붙는 이름이 있다. 간첩이니까 그 정도는 알
    겠지?"

     시오네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서? 당신 폐태자는 왕족의 위치를 버리고 백성에게 내려온 자라는
    건가?"

     "천만에. 난 백성에게 내려간 적은 없다."

     "뭐라고?"

     "난 무엇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엇을 버린 적은 없다. 내가 버린 것은
    내가 아닌 것. 그리고 난 버림으로써 나만을 남겨둘 수 있었다. 길시언.
    모험가 길시언."

     길시언의 목소리가 우울해졌다. 그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 구름 낀 하늘을 올려다보며 먼지 날리는 길을 걷고 걸어 이곳
    에 선 폐태자. 그는 우리들 앞에 서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지. 처음 보는 여자가 날 죽이려
    드는군. 나에게서 모험가 길시언이 아니라 내가 버린 태자 길시언 바이
    서스의 피를 받아내려고 하는군."

     시오네는 입술 끝을 올렸다.

     "너희 나라의 핸드레이크가 페어리퀸 다레니안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알지?"

     길시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간은, 그렇군."

     그러나 길시언은 갑자기 프림 블레이드를 앞으로 뻗어 시오네를 겨냥했
    다. 시오네는 마치 그 검끝이 자신의 가슴에 닿은 것인양 흠칫하며 물러
    났다.

     "그러나 폐태자 길시언 바이서스도 나 모험가 길시언이 지키겠다. 그리
    고, 내 동료들과 사랑하는 사람들도 모험가 길시언으로서 지키겠다. 어
    둠의 레이디여. 그대 앞에 선 자가 무엇으로 보이는가? 만용을 부릴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내가 어떤 자인지,"

     길시언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가슴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토해놓듯이
    격렬하게 외쳤다.

     "확인하라!"

                                       -길시언 바이서스 -


    =====================================================================

     "끝장이군요. 자이펀에서 그런 무서운 무기를 개발했다면… 어서 고국
    으로 돌아가서 방도를 찾아야 됩니다!"

     "어떤 방도가 있을지 의문이오. 누구든 밤에 몰래 도시 가운데다가 디
    바인 마크를 묻기만 하면 되오. 그러면 그 다음날로 그 도시는 질병의
    율법만이 판을 치는 세이크리드 랜드가 되는 것이오. 그리고 모든 사람
    이 쓰러지고 나면 전투도 아닌 점령을 시작하고, 그리고 디바인 마크를
    파내기만 하면 되지. 그러면 땅은 원래대로 돌아가고… 정말 가공할 무
    기로군."

     스카일램은 시퍼렇게 질려버렸다. 맙소사. 이건 여느 무기가 아니다.
    아마 스카일램도 전략에는 꽤 조예가 있겠지만 이런 황당한 무기에 대해
    서는 들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실내의 온도가 갑자기 한참 내려간 듯
    한 느낌이 든다. 싸늘하군. 카알은 말했다.

     "할 수 없지. 일단 돌아갑시다. 방도라고 해봐야 도시의 가운데를 경계
    하고 간첩을 열심히 색출하라는 것뿐이겠지만. 어쨌든 돌아가서 전하께
    알리도록 합시다."

     "예. 그럼 내일 출발을?"

     "그렇게 하지요."

     "예. 알겠습니다. 부하들에게 준비시키겠습니다."

     그리고 스카일램은 씩씩하달 수는 없는 걸음걸이로 방을 나갔다. 카알
    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핸드레이크라도 이런 무기에는 대책이 없을 거야. 전쟁의 룰이 바뀌는
    데."

     우리는 모두 무거운 얼굴이 되었다. 제레인트는 자신이 갑자기 말려든
    이 거대한 이야기에 당황한 얼굴이었다. 인생은 굉장한 서사시는 아닐지
    몰라도, 느닷없이 굉장한 비극은 될 수 있군요. 제레인트.
     이루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올려둔 자신의 두 손을 서로
    꽉 쥐고 있었다. 이루릴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인간은… 마침내 신의 권능까지도 [인간의 무기]로 쓰기 시작했군요."

     카알은 이루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인간의 무기-


    ==============================================================

     아무래도 너무 이상한 대화다. 이루릴들은 서로를 향해 살폿 미소를 짓
    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우리들은 서로 칼부림을 일으키고 싶은
    기분을 억누를 수 있었다. 저쪽의 카알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오가는 말들로 미루어보아 우리는 동일인이군요. 기이합니다. 우리는
    일스 공국의 나우르첸에서 이곳까지 추격해오는 동안의 모든 기억이 완
    전합니다. 아마 그쪽도 그럴 것 같은데?"

     "예상하시는대로요. 물론 그 이전의 모든 기억이 확실하시겠지요?"

     "그렇습니다."

     "이 현상을 설명할만한 이론이 있으십니까?"

     "당신이 나라면?"

     "없습니다."

     "그렇군요."

     제레인트는 나에게 바싹 다가서면서 말했다.

     "잠깐, 그렇다면 우리 서로를 해치는 일은 삼가하도록 하지요? 에, 우
    리가 공존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일단은 서로 무기를 치우고 대화해보
    지요?"

     저쪽의 제레인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저쪽의 카알을 바라보았다. 이
    쪽과 저쪽은 서로 암묵적인 약속 하에 무기를 다시 집어넣었다. 샌슨들
    이 마지막으로 불평섞인 표정을 지으며 무기를 꽂아넣는 것까지 똑같았
    다.
     그리고 우리들은 다시 서로를 노려보았다. 젠장! 저 후치놈, 보면 볼수
    록 기분이 나쁘군. 눈, 코, 입 어디 한 군데 다를 것 없이 똑같이 생겼
    잖아? 저쪽의 후치는팔짱을 끼면서 못마땅하다는 듯이 날 바라보았다.
    칵! 네가 날 노려봐? 녀석아, 네가 날 의심하다니. 내가 진짜인데? 윽.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쪽의 후치 녀석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듯하다.
     이쪽의 카알이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분명 도펠겡어는 아니군. 서로의 기억까지 똑같을 수는 없으니. 그렇
    다면 이건 도대체 무엇이지?"

     "으아아악!"

     네리아, 왜 이래요? 카알의 말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아? 난 네리아
    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네리아는 엉뚱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는 네리아가 바라보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허, 허허…"

     카알은 실성한 듯이 웃고 말았다. 뭐 별로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모닥불의 가녀린 빛이 퍼지는 경계 저쪽에서 나타나서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우리 일행이었다.

    =======================================================================

     "레니를 만나기 전에는 그런 소원이 없었어요. 그리고 레니를 납치당하
    지 않았다면 역시 그런 소원은 없었겠지요. 하지만 레니는 납치당했고,
    그리고 그녀는 중요해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어요. 드래곤 로드께서 저
    에게 어떻게 질문하신다고 해도 전 요 며칠 동안의 절 부정할 수는 없어
    요. 요 며칠 동안의 전 그것 하나를 위해 달려왔고, 그리고 지금 여기
    서 있는 거니까."

     숨이 가빠져서 말을 멈추었다. 난 호흡을 고르며 드래곤 로드를 바라보
    았다. 젠장. 이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와는 너무 다른데. 표정의 변
    화나 분위기의 변화 같은 것이 대화에 있어서 이렇게 중요한 것인지는
    몰랐군. 도대체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 때 드래곤 로드가 말했다.

     "자네에겐 그 소녀, 레니가 중요한가?"

     "예… 그래요."

     드래곤 로드는 싱긋 웃었다. 평범한 대화에서라면, 다른 사람과의 대화
    에서라면 미소를 짓는 것은 퍽이나 대화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겠지만 지
    금 드래곤 로드와의 대화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는 말했
    다.

     "그렇다면 결정하게. 레니와 자네 둘 중의 하나만 나갈 수 있다면 어떻
    게 하겠는가."

     "예?"

     "레니와 자네 둘 중에 하나는 카르 엔 드래고니안에서 생명을 끝내야
    된다고 말하는 것이네. 그러니 선택하라는 것이야."

     순간 울화가 치밀어오르면서 떨림은 사라져버렸다.
     나는 차분히 그를 바라보았다. 드래곤 로드는 내 변화가 이상하다는 눈
    치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굳어버린 내 얼굴을 보는 모양이다.
    이거 괜찮은 기분이군. 좋아. 내가 말할 테니 잘들 들어보라고.

     "드래곤 로드. 아까부터 거의 비슷한 질문을 해오시는데요, 이렇게 말
    씀드리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느리시군요."

     "느리다고?"

     "아까부터 이런 질문이에요. 너와 다른 무엇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 맞
    지요? 제레인트도 대답했고 샌슨도 대답했고 네리아도 대답했어요. 그런
    데 나에게까지 같은 것을 묻는 겁니까?"

     "그렇다네. 그렇다면 자네의 대답은 무엇인가?"

     "당연히 레니를 내보내라는 거지요."

     "이유는?"

     난 고함을 지르고 싶었다. 자, 진정해. 진정하라고. 난 나 스스로도 놀
    랄 정도로 낮고 차갑게 말했다.

     "내가 나가면 난 죽는 것이지만 레니가 나가면 난 사는 거니까."

     드래곤 로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카알만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그 끄덕임은 내게 힘을
    주었다. 난 말했다.

     "레니가 나가지 않으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요. 예. 그래요."

     "그래? 하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이지 자네가 죽는 것이 아
    니잖은가."

     난 한심한 기분이 들어버렸다.

     "이런 말을 언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군요. 지금 그 말이 생각나고, 또
    좋은 대답이 될 거라고 생각되어서 말씀드리니까 잘 들어보세요."

     드래곤 로드가 이 말을 알까?

     "나는 단수가 아니다."

     드래곤 로드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나는 질겁했다. 그렇군. 그는 알고
    있었군. 드래곤 로드는 차갑게 말했다.

     "그 간악한 녀석의 말이로군."

     드래곤 로드의 목소리의 울림은 스산했다. 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예. 그리고 그것이 인간이에요. 당신이 아까부터 우리 일행에게 던져
    온 질문, 아마 당신은 우리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셔서 그렇겠지요. 무례
    하다고 꾸짖지 않으시겠다면 설명드리겠습니다. 나는 하나가 아니에요.
    따라서 당신은 아까부터 얼빠진, 죄송하지만 이렇게밖에 표현이 안돼요.
    예. 얼빠진 질문을 하고 있었던 셈이지요."

     가슴이 쾅쾅거리는걸? 다행히도 드래곤 로드는 초장이의 맛이 어떨지
    심사숙고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는 차분히 말했다.

     "나의 실수를 설명해주겠나?"

     "당신은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눠놓고는 선택하라고 질문하셨어요."

     "나눌 수 없는 것?"

     제레인트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고 네리아는 두
    손을 곽 쥔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샌슨은 파랗게 질려있었고 이루릴은
    무표정했다. 하지만 카알은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요. 당신은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누어서 질문하셨어요. 당신 보시
    기에는 나눌 수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
    아요. 드래곤 로드께서는 샌슨에게 이렇게 질문하셨지요."

     샌슨은 덜커덩하는 소리만 내지 않았을 뿐 그 외에는 심장이 내려앉은
    사람의 모든 징후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계속 말했다. 손바닥에 땀이 나는걸? 난 슬쩍 그것을 바지에 닦아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으면서 말했다.

     "샌슨의 가족들을 죽이겠는가, 샌슨을 죽이겠는가. 조금 달랐을지 몰라
    도 대충 그런 의미였지요. 하지만 그건 나눌 수 없어요."

     "어째서지?"

     "샌슨은 하나가 아니니까. 샌슨은 헬턴트의 경비대장 샌슨이고, 나의
    좋은 동료 샌슨이고, 샌슨의 아버지 조이스씨의 사랑하는 장남이에요.
    카알의 신뢰받는 길앞잡이고, 그리고 그 아가씨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인
    샌슨이에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샌슨이지요. 이런 식의 이야기도 들어
    보셨겠지요? 어쨌든 당신은 샌슨 하나를 살려주는 대신 그 가족들을 죽
    이겠다고 말했지만, 그 가족들을 죽이면 샌슨도 죽는 셈이에요."

     난 주먹을 꽉 쥔 채 말했다. 이마에 열기가 올라 쓰러질 것 같은 기분
    이 들어서 도저히 말을 멈출 수가 없다.

     "그래요. 그 모든 것이 샌슨이에요. 당신이 헬턴트 영지를 파괴하면 헬
    턴트 경비대장 샌슨은 죽는 셈이에요. 당신이 날 죽인다면 후치의 동료
    샌슨을 죽이는 셈이고요. 당신이 조이스씨를 죽인다면 조이스씨의 아들
    인 샌슨은 죽는 셈이에요. 당신이 카알을 죽인다면 카알의 길앞잡이 샌
    슨이 죽지요, 그리고, 그리고 그 아가씨를 죽인다면 그 아가씨의 연인인
    샌슨을 죽이는 셈이라고요."

     "샌슨은 하나가 아닌가?"

     난 기가 막혀서 고함을 빽 질러버렸다.

     "하나가 아니에요!"

     그리곤 곧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계속 다물 수가 없었다.

     "영원의 숲, 영원의 숲 아시죠? 거기서는 자신이 자신을 죽이게 되어
    요. 그러면 어떻게 되지요?"

     드래곤 로드는 침착하게 말했다.

     "그건 안다만, 그것이 이 이야기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말해주겠나?"

     "나가면 그 사람은 사라져버려요! 나라는 존재가 아무리 남아있어도 다
    른 사람들이 모두 잊어버리게 되면 그 사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아직까지 그걸모르세요? 나라는 것은, 나라는 것은 이 몸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구요.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모든 것들에 다 내가 있어요.
    그것이라고요! 그 모든 것을 모았을 때 내가 있는 거라구요. 우리는 그
    렇게 살아요. 그것이 인간이에요!"

     말을 마치고나자 숨이 찼다. 너무 흥분해 버렸나봐. 난 목을 타고 흘러
    내리는 땀을 닦아 내었다. 지금 누군가 나에게 차가운 냉수 한 잔만 준
    다면 그를 위해 노래 100곡을 바치겠어. 농담이 아니라고.
     드래곤 로드는 침울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랬었군… 그럴 거라고 짐작했지. 이제야 확신을 얻게 되었군."

     드래곤 로드는 뭔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거기에는 감히 끼어
    들 수 없는 위엄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

     "너희들은 혼자가 아니로군."

     드래곤 로드는 스스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이 나와 너희들의 차이였군. 그래서 루트에리노는 그렇게 나에게
    달려들 수 있었군. 자신이 죽어도 그의 나머지들은 다른 인간들에게 남
    아있을 테니. 그리고 핸드레이크는 그렇게 무모할 수가 있었군. 그의 나
    머지 역시 다른 인간들, 그를 아는 인간들에게 남아있을 테니까."

     드래곤 로드의 입술이 조금씩 올라갔다.

     "너희들이야말로 불사의 생명이었군… 하, 하하하, 핫하하하…"

     드래곤 로드는 곧이어 온세상이 뒤흔들릴 정도로 웃었다.

     "아핫하하하하!"


                                                -나는 단수가 아니다-




     "드래곤 로드는 태양이지."

     우리는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카알의
    말은 조용히 이어졌다.

     "그는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고, 그리고 그의 빛은 무서울 정도로 세계
    를 비추지. 그는 만물을 다스릴 수 있는 지혜와 권능을 가지고 있지. 하
    지만 그는 바라볼 수 없는 존재이며, 그 빛을 강요하는 존재야. 그는 자
    신의 빛 때문에 오히려 다른 어둠을 바라보지 못하지. 그는 너무나 위대
    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말했다.

     "루트에리노 대왕은?"

     카알은 여전히 밤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달이지."

     "달이오?"

     "우리가 어둠을 걸어갈 때 달은우리를 비추지. 그의 빛은 똑바로 바라
    볼 수도 있고, 바라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지. 그는 만물을 다스릴 정도
    로 위해하진 않을지 몰라도, 어둠 속을 걸어가고 하는 사람들에게 조력
    이 되고 희망이 되는 존재였지."

     "…우리는요?"

     네리아의 약간 가냘픈 목소리였다. 카알은 빙그레 웃었다.

     "우리 말이오?"

     "예. 우리, 뭐, 예. 우리요."

     "우리는 별이오."

     "별?"

     "무수히 많고 그래서 어쩌면 보잘 것 없어 보일 수도 있지. 바라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서로를 잊을 수도 있소. 영원의 숲에서처럼 우리들은
    서로를, 자신을 돌보지 않는 한 언제라도 그 빛을 잊어버리고 존재를 상
    실할 수도 있는 별들이지."

     숲은 거대한 암흑으로 변했고 그 위의 밤하늘은 온통 빛무리들 뿐이었
    다. 카알의 말은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볼 줄 아오. 밤하늘은 어둡고, 주위는 차가
    운 암흑뿐이지만, 별은 바라보는 자에겐 반드시 빛을 주지요. 우리는 어
    쩌면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 존재하는 별빛 같은 존재들이지. 하
    지만 우리의 빛은 약하지 않소. 서로를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의 모든
    빛을 뿜어내지."

     "나 같은 싸구려 도둑도요?"

     네리아의 목소리는 슬프지 않았다. 그리고 카알의 대답도 평온하다.

     "이제는 아시겠지? 네리아양. 당신들 주위에 우리가 있고, 우리는 당신
    을 바라본다오. 그리고 당신은 우리들에게 당신의 빛을 뿜어내고 있소.
    우리는 서로에게 잊혀질 수 없는 존재들이오. 최소한 우리가 서로를 바
    라보는 이상은."

     어둠 속에서 네리아의 눈이 별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나는 혹시 반짝
    인 것은 그녀의 눈물이 아닐까 따위의 생각은 관두기로 했다. 그래서 고
    개를 돌려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바라보자, 별들은 나에게 빛을 주었다.

                                       -별은 바라보는자에게 빛을준다-





     "드래곤 라자의 운명을 가진 소녀 레니여. 그대는 드래곤 라자가 되어
    나를 저 인간들과 연결지어줄 수 있다. 그대는 정당한 죽음이 너와 나를
    갈라놓을 때까지, 혹은 너와 나 양자의 요구에 의해서 우리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될 때까지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나 또한 그대에게 충
    실하며 그대가 연결지워준 인간들에게 충실한 친구로서 남을 것이다. 그
    임무를 받아들이겠는가?"

     "안, 안되오!"

     카알이 갑자기 허겁지겁 앞으로 달려나가며 외쳤다. 레니를 바라보는
    지골레이드의 부드러운 눈에서 갑자기 불꽃이 튀었다. 간신히 억제된 분
    노가 다시 폭발하는 모양이다.

     "감히 어디서 떠드느냐!"

     부우우웅! 으아! 제기랄! 지골레이드의 거대한 앞발이 위에서 내려꽂혔
    다. 카알은 그 무서운 기세에 피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는 제자리에 멈춰
    서버렸다. 이런, 안돼!
     콰아아앙!
     난 원래 이런 체질은 아니야. 음. 아니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역시 이
    렇게 행동해버리는군.
     난 달려가서 카알을 걷어차면서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떨어지는 지골레이드의 앞발을 엇갈아든 두 팔로 막아내었
    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불꽃이 튕기며 눈 앞이 하얗게 변했다. 도대
    체 내 몸에 달린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멀게 느껴지는 무릎에서 관절
    이 박살나는 느낌이 아련하게 전해져왔다. 아마도 한쪽 무릎을 꿇은 것
    같다. 입안이 찝찔하군. 이런… 입술 사이로 피가 흐르는 건가?
     화끈거리는 관자놀이 때문에 눈이 불타오르는 기분이다. 난 힘들게 머
    리를 들었다. 역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난 드래곤의 앞발을 두 팔
    로 막아낸 것이다. 아래를 보니 꿇어버린무릎이땅 속으로 손가락 한
    마디쯤 들어가있었다. 어쩐지 무릎이 깨지는 느낌이 들더라.
     저 멀리 나동그라진 카알이 힘겹게 몸을 돌리며 외쳤다.

     "네드바알군!"


                                         -지골레이드-




     "여보시오! 이봐요, 잠깐! 잠깐 멈춰요! 원 참 일찍들도 출발하네!"

     아침 햇살이 그 머리에서 눈부시게 반사되는 암파린 선생이었다. 길시
    언은 황급히 마차를 멈추게 했다. 우리들뿐만 아니라 주위의 인파들도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가운데 암파린씨는 마차의 벽을 짚고서 헉헉
    거렸다. 그러다가 그는 주위에 몰려선 인파들이 그를 손가락질하거나 고
    개를 돌리며 킥킥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기겁하면서 윗옷을 입었다.

     "아니, 이렇게 서두르시다니오. 왜 그러십니까?"

     카알은 마차 문을 열면서 당황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암파린씨는 얼굴
    뿐만 아니라 그 이마와 정수리 부분까지 벌개져서는 지붕 위를 향해 황
    급하게 말했다.

     "아, 저, 아가씨? 빨강머리 아가씨!"

     네리아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기에 내가 말해주어야 했다. "옷 다 입었
    으니 고개 돌려요." 네리아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고는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왜 그러세요?"

     "떠나기 전에 꼭 해 줄 말이 있었소. 어제 아가씨가 뽑은 그 패 말이
    오."

     "예? 아, 그거요?"

    "그래요! 그거 최고의 운이오. 저 분 말마따나 천기를 누설하게 되는
    일이지만, 도저히 말하지 않을 수 없소. 젠장, 아가씨처럼 미녀라면 난
    천기 누설죄로 벼락 맞아도 좋아. 아가씨는 말이오, 앞으로 상상도 못할
    행운을 가지게 될 거요!"

     아이고… 세상에. 난 네리아를 외면하면서 얼굴을 일그러트렸고 운차이
    는 그런 내 얼굴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네리아는 놀람 반, 기쁨 반의,
    어쨌든 희한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예? 아, 그래요? 그렇다구요? 아, 고마워요! 그런데 이렇게 급하
    게 나오시다니, 아, 정말 고마워요!"

     "천만에! 와하하! 길을 떠나시는 거요? 그럼 그건 행운을 찾아가는 길
    일 거요! 가슴을 활짝 열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시오! 가장 행운을 많
    이 실은 바람이 아가씨에게 불 거요! 복된 길 되실 거요!"

     길시언은 싱긋 웃고는 다시 고삐를 잡아챘다.

     "이랴!"

     마차는 다시 출발했다. 네리아는 계속해서 뒤를 향해 손을 저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암파린씨! 암파린씨도 항상 즐거운 여행 되세
    요!"

     "핫하하! 즐거운 여행을!"


                                                -암파린-



    =====================================================


     "헛소리!"

     루트에리노는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핸드레이크는 뭔가 단단한 것을
    토해놓듯이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힘겹게 말했다.

     "인간의 손으로? 인간만을 위해? 이 거창한 인간의 신전을 온세계에 강
    요할 것이란 말이오?"

     핸드레이크는한 손으로 다레니안을 받쳐올린 채 다른 손을 휘저어 주
    위를 가리켰다. 루트에리노는 뚫어지게 핸드레이크를 쏘아보았다.

     "그토록 작은 머릿속에 세계를 우겨넣고는, 세계를 마치 자신의 장난감
    처럼 대하겠다는 말이오? 제멋대로 세계의 칫수를 재고! 제멋대로 세계
    의 무게를 재어! 제멋대로 세계의 가치를 매길 거란 말이오? 당신의 힘?
    당신의 손? 웃기지 마시오! 당신은 당신의 손으로 드래곤 로드를 물리치
    고 인간을 구원했다고 믿고 있는 모양인데, 세상에 그런 지독한 과대망
    상은 처음 보는군!"

     "핸드레이크!"

     "입닥치고 들으시오! 당신에게 말대답하라고 부탁한 적 없어!"

     루트에리노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핸드레이크는 미친 듯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당신이 구원하긴 뭘 구원해! 당신은 세계의 가장 최상단에 위치하던
    드래곤 로드를 없애버렸을 뿐이오! 정점을 없애버렸을 뿐이지 구조를 바
    꾸진 않았다고! 그리고 만일 당신이 그 위치에 들어갈 작정이라면 당신
    은 아무 것도 바꾼 것이 없게 돼! 그 오랜 전쟁과 그 피가 모두 쓸모없
    는 것으로 바뀌는 거야!"

     핸드레이크는 다시 제단 위에 놓인 파편들을 가리키며 외쳤다.

     "당신이 한 소행이 모두 똑같아! 당신은 없애기만 할 뿐이야! 없애고,
    죽이고, 지워버리고! 드래곤 로드가 우리를 지배했기에 당신은 드래곤
    로드를 쫓아버렸어! 여덟 별은 우리를 무한에 접근시킬 수 있을 테지만 
    당신은 그것을 파괴해버렸어! 파괴, 파괴, 파괴! 당신은 생성과 치유를
    알지 못해. 없애버릴 뿐이야! 질식할 것 같이 지독한 현실만을 영원히
    남겨두기 위해!"

     "핸드레이크, 자넨 너무 흥분해서…"

     핸드레이크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지만 호흡을 고르지도 않고 곧장 루트
    에리노의 말을 잘라들어갔다.

     "유피넬은 저울을 들고 있지 검을 들고 있지 않아. 유피넬은 보다 큰
    악에 대해 보다 큰 선을 베풀지, 악을 없애버리지는 않는단 말이야. 그
    러나 당신은 없애버릴 뿐이야. 악의 가치도 모르는 머저리!"

     "핸드레이크, 자네!"

     "천하에 둘도 없는 바보 같으니! 당신은 여덟 별을 파괴함으로써 불쌍
    한 여덟 종족을 영원히 위험에서 구출했다고 믿고 있겠지? 여덟 별이 다
    시 드래곤 로드 같은 자에게 들어가 그들을 억압하는 도구로 바뀔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말이야. 따라서 당신은 자신이 여덟 종족으로부터 영원
    히 칭송받을만하다고 믿고 있겠지? 그 둔해빠진 머리로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이군!"

     "핸드레이크! 더이상 그 따위로 말한다면 나도 더 참을 수 없네!"

     "계속 이 따위로 말할 테니까 잘 듣고 참아야될지 말아야될지 판단해!
    하지만 경고하겠는데, 참는 편이 신상에 이로울 거야. 당신이 드래곤 로
    드에게 한 짓을 그대로 나 또한 당신에게 할 수 있어. 아니, 더 쉽지!
    당신은 드래곤 로드가 아니니까."

     루트에리노의 얼굴은 그저 굳어버리는 정도였지만 제로딘의 얼굴은 창
    백하게 바뀌어버렸다. 루트에리노 대왕은 핸드레이크의 도움이 있어서
    간신히 드래곤 로드를 북녘으로 쫓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핸드레이크라
    면 손가락만 움직여서도 루트에리노 대왕을 없애버리고 이 나라를 차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로딘은 다시 한 번 서서히 손을 칼자루로 옮겨가
    기 시작했다. 미친듯이 흥분해서 떠드는 마법사라면, 제아무리 대마법사
    라 하더라도 전사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제로딘은 우울한 결
    과에 대해 에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련된 손길은 그의 고뇌에도 상
    관없이 지하의 어둠속에서 뱀처럼 움직여 칼자루를 쥐었다.
     핸드레이크는 외쳤다.

     "왜! 왜 날 배신한 거요!"
                                                                     -핸드레이크와 루트에리노-

    -----------------------------------------------------------------------------





    난 호숫가의 풀밭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철썩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믿을 수 있겠어? 산속에서 파도소리를 들
    을 수 있다니.
     손바닥 위에 있던 다레니안은 이제 몸을 절반쯤 일으킨 채로 울고 있었
    다. 그리고 나 역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옆에 서 있는 제레인트는 아
    무 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그는 그저 그곳에 서 있었다. 하지만 조용히
    웃고 있었다.
     다레니안은 어깨를 부들부들 떨면서 머리를 늘어트린 채 흐느끼며 말했
    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지요?"

     다레니안은 몹시 흐느꼈다. 난 목이 메이는 느낌을 받으며 다레니안을
    내려다보았다. 다레니안은 여전히 어깨를 떨면서 말했다.

     "차라리… 죽여줘요. 당신이…"

     난 타들어가는 듯한 입술을 힘들게 열었다.

     "난 그럴 수 없소. 왜냐하면…"

     주위는 고요했다.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다.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나
    와 다레니안뿐이었다. 다레니안은 흠칫 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내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가냘픈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낸 다
    레니안은 내 얼굴을 똑똑히 들여다보기 위해 애썼다. 입술은 타들어가는
    것처럼 뜨거웠다. 다레니안의 눈은 어느새 다시 눈물이 글썽해졌지만 그
    녀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내 모습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헬턴트 마을의 17살짜리 초장이 후보를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난 내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난… 내가…"

     제레인트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날 내려다보면서 아무 말도 하
    지 않았다. 다레니안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날 올려다보았다. 난
    요정의 나라에 무릎을 꿇은 채, 300년 전에 다른 사람이 꺼내려다가 끝
    끝내 꺼내지 못했던 말을, 그러나 반드시 했어야 될 말을, 조용한 확신
    을 담아 말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페이러퀸 다레니안-


    ==============================================================

     "독수리? 독수리가 확실한가?"

     길시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운차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
    했다.

     "그래. 독수리다. 그런데 너희 북부 미련퉁이들은 독수리 공포증이라도
    있나?"

     길시언은 운차이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고개를 돌려 백발
    프리스트를 바라보았다.
     백발 프리스트는 이를 악문 채로 독수리와 길시언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고 뒤로 물러나던 프리스트들의얼굴에는 이제 공포의 빛이 떠오르
    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칼자루를 놓고 있었다. 그리고 돌맨
    할슈타일은 정도를 넘어선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하핫! 저 나이에
    손가락을 빨고 있다!
     길시언은 격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몸짓으로 소리높여 외쳤다.

     "영광의 아샤스의 전령이 내려다본다!"

     내려다본다…! 내려다본다…! 내려다본다…!
     길시언의 목소리는 갈색산맥 전역에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산울림과
    어지러운 머리 때문에 제대로 서있기가 힘들 지경이다. 길시언은 두 팔
    을 들어올렸다가 손을 내려 백발 프리스트를 겨냥했다. 설령 검을 겨냥
    했다 하더라도 저 프리스트의 얼굴이 저만큼 하얗게 변하기는 어렵겠지.
     길시언은 외쳤다.

     "영광의 창공에 한 줄 섬광이 되어! 만물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거짓을
    용납하지 않는 저 제왕 앞에 말하라! 그대는 바이서스 왕가에 대해 참람
    된 검을 겨눌 것인가!"

     마치 나도 그 대답을 들어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듯이 독수리가 울부짖
    었다.

     "삐이이이익!"

     제레인트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카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하늘을 바라보았다가 길시언을 바라보았다. 뭘 못 믿어요! 하늘에
    선 독수리가 울고 땅에선 길시언이 운다. 이거예요, 카알! 백발 프리스
    트는 가엾게도 말하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굴었다.

     "그, 커걱, 그, 그것이, 그것은…"

     나의 왕이여! 신의 영광이 독수리의 모습이 되어 지상에 나타나 그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 어떤 보석관이 저 영광의 관에 비할 수 있
    을까! 산 정상의 바위를 딛고 선 길시언은 영광의 7주 전쟁에서 방금 돌
    아온 고대의 영웅처럼 보였다. 세류델헨 왕자 앞에 아샤스가 나타났을
    때가 저러했을까? 루트에리노 대왕의 핏줄은 살아있었고, 맥박치고 있었
    다!
     백발 프리스트는 마침내 한쪽 무릎을 털썩 꿇었다. 그는 다 포기해버린
    목소리로 울부짖듯이 말했다.

     "그 날개에 뿌려진 햇살처럼 정의롭게! 왕자여. 바이서스 왕가는 인간
    의 왕입니다!"

                                       -길시언 바이서스-




     난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며 말했다.

     "…죽었어요. 자살이죠."

     "자…살?"

     "예. 카알은… 그리고 다른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자살이에요. 크, 크극. 아마 그로서는… 자
    신이 자살한다는 것을 느끼지도 못한 채 한 행동임에 분명하지만…"

     "으… 으허허헉!"

     핸드레이크는 죽음 같은 신음을 흘렸다. 그는 그대로 무릎에 얼굴을 박
    고서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나오는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핸드레이크의 비명 소리와 더불어 바깥의 바람 소리가 더욱 거세어졌
    다. 난 계속해서 흐느끼며 말했다.

     "나는… 단수가 아니다… 예. 그래요… 그래서 우리는… 불사의 존재지
    만, 또다른 나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친지의 죽음도, 애인의
    죽음도… 드래곤은… 드래곤은 그럴 수 없었어요. 넥슨을… 그 파괴된
    넥슨을 자신의 라자로… 자신의… 라자…로"

     난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었다. 한참 호흡을 고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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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1/02/20 14:05:06  210.96.***.161  
    [4] 2011/02/20 14:31:20  124.19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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