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당혹스럽게 만든 CNN 앵커
8일 미·일 순방 앞서 인터뷰…위장전입·위장취업 등 질문
2008년 04월 20일 (일) 17:41:48
김갑수 기자
[email protected] 이명박 대통령의 CNN과의 인터뷰에서 다소 당혹스러운 질문들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CNN 홈페이지 캡쳐)
“한국에서 부패가 큰 문제입니다. 대통령님 스스로도 위장취업과 위장전입을 시인하셨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미·일 순방에 앞서 가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을 다소 당혹스럽게 만들 만한 질문들이 나온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삼춘재 정원에서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의 대담 프로그램인 ‘토크 아시아’와 인터뷰를 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인터뷰 전문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안잘리 라오 앵커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이 대통령의 위장전입·위장취업 등의 문제를 지적한 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도 “족적을 남길 필요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녀는 이 대통령의 종교관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앵커는 인터뷰 전반부에서 경색국면에 돌입한 남북문제를 비롯해 한·미동맹 등에 대해 물은 뒤 이 대통령의 개인사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국에서는 부패가 큰 문제다. 대통령님 스스로도 납세를 피하고자 본인이 소유한 회사에 자녀 두 분을 직원으로 ‘위장등록’했다는 점과, 자녀의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혐의를 완전히 벗기는 했지만 현대 퇴사 후 스캔들에 연루되기도 했다”면서 “한국사회의 여러 모습에 느낀 감정인 소회가 있으시다면?”이라고 물었다. 다소 거북스러울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구어냈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부작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 정치권력이 모두 대기업과 결탁했고, 이곳 한국에서 다수 불법행위와 사회적 스캔들로 이어졌던 것도 사실이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우리 사회는 이제 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정치문화 기업문화 모든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나에 대한 여러 가지 정치적 모함은 있었지만. 지금부터 이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부터는 내가 경험했던 그러한 모함, 네거티브 적 그런 정치적 행위는 일체 없도록 해서 선거문화를 완전히 바꾸려고 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도 앵커의 질문은 이어졌다. 그녀는 “한반도 대운하는 대통령님의 계획의 초석이라고 하겠다. 엄청난 사업인데 왜 대통령들은 언제나 어떤 족적을 남길 필요성을 느끼는 건가”라고 물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단순히 이 대통령 자신의 업적만을 위한 것으로 축소 평가한 질문이다.
'토크 아시아'의 안잘리 라오 앵커. 그녀는 이명박 대통령의 위장취업, 위장전입, 한반도 대운하 등에 대해 날카롭게 질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 문제는 국민적 이해와 국민들의 설명을 더 많이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대운하사업이 우리가 오늘날 살고 있는 이 시대와 대단히 큰 연관성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지구온난화, 물 부족 문제 등을 거론한 뒤 “대운하는 내가 보기에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포괄적인 사업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내가 정치인으로서 어떤 족적을 남기려는 시도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안잘리 라오 앵커는 또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관에 대한 질문도 빼놓지 않았다. 그녀는 “대통령께 동기를 부여하는 것들 중 한 가지는 종교”라고 전제한 뒤 “국가원수가 공개적으로 신앙을 표현하는 다른 국가들에서 이 문제는 유권자들 사이에 일종의 경종을 울린다. 왜냐하면 그들은 국가원수가 아마도 신앙을 근거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망교회 등 특정 교회 인맥에 대한 논란이 한때 뜨거웠던 터라 '뼈가 숨겨진 질문'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답변에서 “나는 한국이 매우 다른 형태의 종교적인 사람들이 조화롭게 살고 있는 매우 보기 드문 국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교회 장로이긴 하나 내 종교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대한 적은 절대로 없다”면서 “물론 중요한 정책 결정에서 내가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내가 믿는 신에게 기도할 것이다. 그러나 정책 결정에 있어 나는 필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사람들과 많은 대화와 논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안잘리 라오 앵커는 이 대통령이 다소 불편하게 느낄 만한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국내 언론이었다면 꺼내기 힘든 질문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방송은 한국시간으로 19일 오전 8시30분과 20일 자정, 오전 9시30분과 오후 10시 등 총 네 차례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