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서로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다. 크거나 작거나 충격적이거나 슬픈 것이거나. 나에게도 있다. 물론 슬픈 것은 아니고.
저번에 축구화를 샀다. 여자친구는 축구화를 보며 되게 신기해했다. 축구화가 되게 알록달록하다고. 근데 왜 하나만 샀냐고 물었다.
사람이 신발이 보통 여러 개인데 축구화는 하나인 것을 의아해했다. 사실 하나 더 샀다. 보여주지 않았을 뿐이지만.
어제 새벽에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이 안 온다고. 여자친구가 사는 곳으로 갔다. 춥고 잠이 덜 깨서인지 바람이 더 차가웠다.
여자친구는 축구선수 감독들이 입는 패딩을 입고 있었다. 굉장히 따뜻한. 여자친구는 나와 함께 내 집으로 향했고 내 집에서 잠이 들었다.
내 품에서 여자친구는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이 거짓말인양 잠이 들었다. 예민한 시점이라서 별 말 없이 여자친구에게 팔베개를 해줬다.
오늘 아침 7시 20분 쯤에 깨어났는데 여자친구는 싱크대에서 뭔가를 자르고 있었다. 파와 계란이 준비되어 있는 식탁. 여자친구는
계란찜을 해주려고 준비중이었다. 며칠 전에 먹었던 그 계란찜. 여자친구는 나에게 씻고 나오라고 말했고 난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왔다.
나오니 상에는 계란찜이 딱. 맛있게 먹었다. 여자친구는 내가 계란찜을 맛있게 먹는 것이 흐뭇했는지 웃으며 날 쓰담쓰담.
내가 샤워하는 사이에 입고 갈 옷도 준비해뒀다. 입고 나가려고 하자 나에게 "뭐 잊은 거 없어?"라고 묻는 여자친구의 질문에
나는 안아주며 입술에 뽀뽀를 했다. 그러자 "눈치가 빠르네. 헤헤."하며 손인사를 하며 날 배웅해줬다.
즐거운 퇴근으로 돌아온 나의 공간에는 여전히 여자친구가 있었다. 나를 반기며 안아줬다. 싱크대에는 또 뭔가 많았다.
여자친구는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준비했다. 샌드위치와 샐러드는 신기하게 맛있었다. 여자친구는 날 보며 웃었다.
빨리 치우고 여자친구와 양치질을 하면서 서로 쳐다보니 절로 미소가 났는데 여자친구는 나오면서 나에게 "우리 결혼한 것 같다. 그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러게."라고 말하니 여자친구는 내 엉덩이를 토닥토닥.
침대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티비를 보는데 여자친구는 내 가슴팍에 기대어 있었다. 피곤했을텐데도 날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준비해준
여자친구에게 "고생했어."라는 말을 하며 여자친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자친구는 말없이 날 안아줬다.
티비에서는 '신혼일기'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구혜선, 안재현 부부의 꽁냥꽁냥함은 나에게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저 '그렇구나.'
난 무덤덤했다. 여자친구는 아니었다. 되게 뭔가 미소를 지으며 기분이 좋아졌나 보다. 여자친구는 "나도 결혼하고 싶다."라는 말을 하며
날 쳐다봤다. 난 웃으며 "대학부터 졸업하자."라고 말했다. 여자친구는 "흥!"하며 내 허벅지를 주먹으로 퍽.
"오늘 요리학원에서 배웠는데 샐러드랑 샌드위치 맛있었지?"라고 물었다. 요리학원. 생각도 못했다. 여자친구가 요리학원에 다니고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말했다. "토익 시험 결과 나오면 위시리스트 적어 놓은 거 다 써먹을 거야. 각오해."
라고 말하는 그 순간 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 그 시간. 위시리스트. 대충 예상은 된다. 긴장해야겠다.
여자친구는 지금 싱크대에서 또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다. 날 보며 미소를 지으며 요리학원에서 배운 거라고 했다. 야식을 되게
거하게 준비하는 모습에 난 뒤에 가서 말없이 안아줬다. 여자친구는 고개를 돌려 내 볼에 뽀뽀를 해주며 "곧 다 되니까 조그만 기다려."
라고 말하며 내 볼을 쓰담쓰담. 뭔가 결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고 희생이기에. 선뜻 용기가 나지는
않는다. 사실 거쳐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에. 고려해야할 것들도. 그래서 더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사항. 내가 결혼이라는 주제로
꽤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어쩌면 비밀이지 않을까? 이렇게 고민을 하며 여기에 이렇게 쓰고 있는 그 때 여자친구가 날 불렀다.
여자친구는 거의 다 만들었다고 나에게 한입 넣어줬다. 치킨샐러드. 맛있다. 간도 맞고. 흠...... 요리를 잘하는구나. 하하하.
이러한 고민이 있다는 것을 비밀로 남겨야겠다. 어느정도 확고해질 그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