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본인이 쿠바를 여행한 시기는 2015년 여름의 2주로, 쿠바 아바나에 미국대사관이 개장하기 전날 쿠바를 떠나 멕시코로 돌아왔음. 현재 쿠바는 세상에서 가장 변화의 속도가 빠른 나라 중 하나임. 따라서 본인이 느낀바와 적은 정보는 현재의 쿠바 상황과 다를 수 있고, 본인보다 몇 년 전 쿠바를 여행했던 사람들이 느낀 바와도 상이할 수 있음.
2. 입국
칸쿤에서 인터젯이라 불리는 저가항공사를 택하여 왕복 티켓을 끊음. 300$ 정도 소요됨.
당시 쿠바를 배로 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아마 지금도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됨.
공항택시는 답합한 정액제로 25$에 상응하는 25CUC을 부름. (올드카 택시는 가격 협상이 가능하다고 들었음) 참고로 시내에서 아바나 공항으로 갈 때는 쿠바 교민(?)이 택시를 잡아줬는데 6$에 잡음 -_-
아바나 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로컬버스는 공항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음. 가격차이는 엄청 날 것으로 보이는데, 쿠바는 조온나 더운 나라이므로 이용하려 시도할지 말지에 대해선 깊은 고찰을 해야 함.
3. 이중화폐와 이중 물가의 세계
[CUC=> 1$] 는 공산품, 관광지 식당, 택시비, 입장료, 숙박비 등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화폐이고
[MN = 24CUC = 한국돈 50원에 상응] 은 로컬식당, 대중교통비용 등 현지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화폐임.
CUC로 구성된 세상에서 요구하는 물가와 MN으로 구성되는 세상에서 요구하는 물가는 엄청난 갭을 보임.
예를 들자면, 관광객이 타는 택시비는 우리나라보다도 비쌈. 단거리에도 5천원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는 가격인 4~5CUC을 요구함. 그런데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요금은 0.5 ~ 1MN (25~50원)에 불과함.
관광지의 식당은 한 끼 밥값으로 5~10CUC을 요구하지만, 로컬식당의 음식은 20MN(천원-_-)을 넘는 경우가 드묾.
병에 담긴 생수는 1CUC이지만, 유리컵에 따라주는 사탕수수 주스 등의 음료수는 (먹고 컵은 반납) 1MN에 불과함.
어떻게 여행하느냐에 따라서 쿠바의 물가는 정말 높게 느껴질 수도, 정말 저렴하게 느껴질 수도 있음. 솔직히 여행자용으로 꾸려진 것들은 가성비가 존나 떨어지고, 현지인용의 것들은 진짜 비현실적으로 저렴한데 본질적인 저퀼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음.
4. 중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그리고 의외의 난이도
쿠바는 중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맞음. 존나 더운 나라인데다가 냉방시설도 빈약한만큼 밤놀이(?) 가 상당히 발달되어 있어, 음악공연 과 같은 문화행사는 심야에 치러짐. 새벽 두시에 재즈클럽에서 나와, 아무런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30분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갈 수 있는 나라는 중남미에서 쿠바가 유일할 것임. 30분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외국인에게 쿠바의 택시비는 정말 미친 듯이 비싸기 때문임. 뭔가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심야에 걷다가 만나는 쿠바노들이 쨍쨍한 대낮에 만나는 쿠바노보다 훨씬 정상적이고 좋은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음.(이건 낮에는 외국인 상대로 열심히 영업하는 사기꾼들이 밤에는 퇴근모드로 있어서 그런 것 같음)
다만 여행의 체감 난이도는 멕시코, 과테말라보다 높았음.
아까 말한 이중 물가를 떠올리면 예상 가능한 것인데... 보통의 직업에 종사하는 쿠바노들의 수입과 관광업에 종사하는 쿠바노들의 수입은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 어리버리한 외국인 관광객을 쥐어 짜는 것은 가장 쉽게 그들 기준에서 큰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일 것임.
그래서 바가지요금, 거스름돈 속이기, 호객행위, 친구가 되겠다고 접근하는 끝에 있는 속셈... 등 다양하고 창조적인 사기의 향연을 볼 수 있음. 어리버리한 일본인이 하루에 네 번 사기당하는거 봄. 다만 이들의 수법은 등쳐먹기 정도의 수준에서 끝나기는 함. 형벌이 엄한 나라라, 강력 범죄의 발생률은 굉장히 낮다고 들었음. But 소매치기는 조심해야 함.
이와중에 존나 신기한건 저런 등쳐먹기가 대부분 스페인어로 이루어짐 -_-. 저런거 시도하는 사람들도 영어를 잘 못함. 그들은 온갖 언어적이고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하여 끈질기게, 사기의 세계로 본인을 인도하려고 애썼음. 덕분에 본인은 쿠바에서 영어 잘하는 현지인을 만난다면 그는 백퍼센트 사기꾼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대체적으로 맞는 것 같았음.
그리고, 여자라면 쿠바노들이 겁나 찝적거림.
동양인 여자로서 거리를 활보하면 애새끼에서 할배까지 (생각해보면 표현이 거친 것같은데 넘어가주길 바람) 귀찮다 싶을 정도로 온갖 관심을 보여줌.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던 것에서 미루어 볼 때, 이것은 외모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쿠바노의 국민성같음.
길거리 애정행각을 자연스레 노골적으로 할 수 있을만큼의 개방적인 나라라서 인도나 중동같은 데서 벌어지는, 외국인 여자를 상대로 벌어지는 억압된 성욕의 표출하고는 좀 성격이 다른 느낌인데 기본적인 리비도가 존나 넘쳐 흐르는 것 같아 보임.
뭔가 직업적이고 반사적으로 일단 수작을 걸고 보는 이태리 남자사람들하고 좀 비슷한 경향도 있음.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과도한 관심이 성추행 등의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듯 했음. 적당한 선에서 커트하여 상황을 무마할 수 있는데 조온나 귀찮기는 함.
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들도 정말 많음.
느긋하고 낙천적인 쿠바노들은 내 안되는 스페인어를 인내심있게 들어주고, 인내심있게 스페인어로 대답해주었고, 가족파티며 온갖 행사에서 서스럼없이 나를 초대하고 좋은걸 구경시켜주려고 애썼음. 대중교통을 타고 네일샵에 가고 머리를 자르고 (절대 하지마셈) 쿠바 현지인들의 삶을 느끼고자 하였을 때, 말도 잘 안통하는 현지인들은 나에게 아낌없는 도움과 친절을 베풀었음.
덕분에 못하던 스페인어가 병아리 눈물만큼 늘었음... (본인은 3살 아기 정도 수준으로 스페인어를 할 줄 알고, 스페인어의 90%를 못알아들어먹음)
슬프게도 쿠바를 여행하려는 사람들 (특히 미국인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앞으로는 좋은 사람보단 여행자를 등쳐먹고자 하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예측이 되긴 함.
아 그리고, 저번 글에서 멕시코에서 설사했는데 현지에서 약사서 해결봤다고 했는데...
쿠바 도착하고나서 또 설사함. 일단 물맛이 이상해서 예상은 하였지만 역시나 설사를 하게 됨. 실제로 멕시코에서 물갈이 안하던 사람도 쿠바에서는 물갈이 한다고 함. 나의 경우에는 멕시코에서 쟁여둔 그 약이 효과를 보아서 큰 문제는 없었음.
쿠바는 두 번째로 좋은 여행이었고, 인상깊었고, 그리운 나라인데 설명하다보니 쿠바의 안좋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듦.
(제일 좋았던 나라는 첫 홀로 배낭여행이었던 미얀마였음. 홀로 배낭여행이 처음이었다는 설레임과 두려움이 이 여행의 감동을 더욱 증폭시킨 부분도 있었을 것이며 전반적인 여행운도 좋았었고 타이밍도 완벽했 던 것 같기에, 이 여행의 기억을 뛰어넘을 만큼 좋은 여행은 앞으로 없지 않을 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함)
사실 이러한 부분을 커버치고 남을만큼 조홀라 매력적인 나라인데...다른 부분은 다음에 얘기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