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참그걸웃기다고 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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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암흑
‘아이고 뒤통수야.’
뒷골이 깨질듯이 아프다. 난 강도를 당한 게 분명하다.
얼굴과 손바닥에 닫는 차가운 표면의 느낌으로 봐서
난 지금 침대가 아닌 바닥에 쓰러져 있다.
몇 시쯤 되었을까? 왼손을 더듬어 봐도 손목시계가 잡히지 않는다.
이렇게 깜깜한 걸로 봐서는 새벽 한 시나 두 시쯤 되었겠다.
묵직한 머리의 통증을 참고 몸을 돌려 누웠다.
오후에 비올 것 같이 구름이 잔뜩 껴 있더니 별 하나 보이지 않는다.
처량한 신세다. 서둘러서 뭐하랴. 주머니에 뭐 없나 뒤지고 있는 중이다.
‘제기랄!’
얼굴은 못 봤지만 그 강도녀석은 내가 가진 걸 다 털어갔다.
몇 시 인지 궁금해 미칠 것 같은데 주머니에는 휴대폰조차 없다.
일어나야겠지만 지금은 골이 띵한 게 좀 더 누워 있고 싶다.
혹시나 싶어서 자켓 안주머니의 담배가 있나 뒤적였다.
담배, 라이터 할 것 없이 죄다 털어갔다.
잠깐,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시간이 늦었어도 아파트에 불이
다 꺼져 있지는 않을 텐데... 그 순간 무슨 소리가 들린다.
`끼이익`
이건 분명 문을 여는 소리다. 난 길거리에 쓰러져 있던 게 아니었어!
다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보려고 바닥에 귀를 대었다.
`척. 척. 척.`
빠르지는 않지만 분명 누군가 걷고 있는 소리가 분명하다.
‘젠장 납치 된 건가.’
그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온다.
`털썩.`
발자국 소리가 멈추더니 이내 바닥에 풀썩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아무도 없어요?”
갑자기 문소리가 들린 방향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린다.
‘다른 피해자인가?’
분명 강도는 아닌 것 같다. 분위기상 헤매고 있는 듯 하니까.
“여..여기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일단 소리를 내 사람이 있음을 알렸다.
여기를 걸어 다니고 있는 걸 보면 적어도 나보다는 먼저 깨어났을 테니.
이 우스운 상황을 나보다는 더 잘 알 것 아닌가.
“거기 누구요?”
“지금 막 깨어났어요. 강도를 당한 것 같은데 깨어 보니 여기네요.”
“뭐 가진 거 없소? 라이터라도 좀 켜보지. 어디 있는지 통 안보이니 말이오.”
“강도가 싹 다 가져 갔네요. 그 쪽은 뭐 가진 것 없어요?”
“아무것도. 난 회사에서 야간근무하다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여기였소.”
“아까 문 들어오면서 스위치 같은 거 없었어요? 보통 문 옆에 붙어 있는데.”
“아까부터 더듬으면서 왔는데 아무것도 없소.”
“전 김성진이라고 합니다만 그 쪽은?”
“김성진?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난 이승민이오.”
“혹시 승민이 아저씨?”
“...누구?”
“저예요. 성진이. 아니 까불이요. 공장에서 일 같이 했잖아요.”
“너 진짜 까불이냐?”
“아저씨는 목소리 들으니까 알겠네요. 벌써 거기서 일 한지도 5년이 흘렀네요.”
“그렇구만. 난 어쩌다 여기 왔는지 통 모르겠다.”
“아저씨 거기 앉아 계세요. 제가 그리로 갈게요.”
“오냐.”
나는 바닥을 더듬으며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군대 이후로 진짜 바닥을 이렇게 기게 될 줄은 몰랐다.
“아저씨?”
“그래 여기다.”
목소리는 더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고 손끝에 뭐가 부딪힌다.
거길 따라 올라가보니 아무래도 느낌이 벽이다.
“아저씨 벽에 기대고 있어요?”
“그래 지금 벽에 기대고 있다.”
어느 정도 거리 계산이 된다. 이 벽을 따라가면 아저씨가 있다.
“그나저나 아저씨 여긴 왜 이렇게 캄캄하죠? 창문도 없나?”
“그런가봐. 빛이 한 줄기도 안 들어오니 원. 뭐가 보여야 말이지.”
“아저씨 저쪽 방에는 뭐가 있던가요?”
“보이는 게 없으니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고. 죄다 더듬어 봤는데. 별거 없더라고.”
“잠깐만요.”
난 일어서서 한 쪽 손을 들고 힘껏 점프를 했다.
내가 덩크는 못해도 점프하면 농구골대는 잡는데. 천장이 엄청 높은 모양이다.
“깜짝 놀랐잖아. 너 뭐하냐?”
“천장이 손에 닫나 보려고 뛰어봤어요. 천장이 엄청 높네요.”
“다음부터는 뭐할려거든 얘기하고 해. 보이지도 않는데 놀라게.”
“예. 그런데 저 방은 얼만하던가요?”
“꽤 작았어. 한 쪽 벽면이 양팔 벌려서 두 번이면 다른 벽에 닫았으니까.”
“다른 문은 없던가요?”
“문은 이거 하나 뿐이었어. 벽은 전부 길이가 비슷했던 것 같아. 딱 두 번씩.”
“벽에는 아무것도 없었고요? 바닥에도?”
“그래 다 더듬어 봤지. 별로 크지도 않으니까. 벽이나 바닥이나 아무것도 없어.”
“저희 납치 된 걸까요?”
“내가 집에 돈이 많기를 하냐. 납치해서 어디다 써먹으려고.”
“누가 분명 우리를 여기에 가뒀잖아요. 무슨 목적이 있겠죠.”
“난 여기서 나가고 싶다. 이러고 있지 말고 무슨 수를 쓰자고.”
“예. 아저씨는 문 오른쪽으로 더듬어 보세요. 전 왼쪽으로 가 볼게요.”
“그래 얘기하면서 움직이면 위치는 파악 할 수 있으니까 그러자꾸나.”
“혹시 벽에 스위치 같은 거 붙어 있을 수 있으니까 잘 찾아보세요.”
“그래. 나 옛날부터 일 꼼꼼히 하는 건 알잖냐. 너나 꼼꼼히 살펴라.”
문에서 다음 벽까지는 양팔 펴서 한 번이다.
“아저씨 그 쪽 벽은 문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어요?”
“딱 한 번이네. 니키나 내키나 비슷하니 거리가 비슷 할거다.”
아까 방이랑 같은 폭이라는 얘기군. 문 주위를 아무리 더듬어 봐도 스위치는 없다.
“아저씨 그 쪽에도 스위치 같은 거 없어요?”
“그 쪽에도 안 붙어 있는데 여기에 있겠냐.”
난 문을 향해 봐라 봤을 때 왼쪽에 있었다. 문손잡이가 문의 왼쪽에 있으니
전등 스위치도 상식적으로 내 쪽에 있어야 했지만 난 찾을 수 없었다.
“잠깐, 뭘 찾은 것 같다.”
“아저씨 뭔데요? 스위치면 일단 켜 봐요.”
“아냐. 스위치는 없고 전기 콘센트 같구나.”
“뭐가 꽂혀 있어요?
“아니. 콘센트는 두 개인데 아무것도 안 꽂혀있다.”
“네. 저도 계속 뭐가 더 있나 찾아볼게요.”
문이 달려있는 벽과 마주보고 있는 벽 까지는 양팔로 세 번이다.
아까 쓰러져 있던 곳에서 아저씨 있는 곳까지 꽤 멀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어두우니까 거리 감각이 없다. 사실 문에서 마주보고 있는
벽까지 보통 걸음으로 아홉 걸음이면 갈 수 있는 크기이다.
“아저씨 이쪽에도 콘센트 두 개짜리 있어요. 다른 건 또 없나요?”
“꼼꼼히 살피고 있는 중이다.”
열심히 벽을 더듬으며 새로운 것을 찾고 있는데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문과 마주보고 있는 벽을 더듬다가 바닥과 마주치는 부분에 손이 닫는 순간
손에 뭔가 분명 닫았다. 괜히 아저씨 놀라게 하고 싶지는 않고 다시 조심스럽게
뭔가 있는지 더듬어 보았다.
‘소..손이다.’
분명 손이었다. 손톱이 아래쪽으로 향해있고 엄지가 오른쪽에 있으니 왼손이다.
처음에는 놀랐으나 진정하고 맥박을 짚어 보았다.
‘시...시체인가?’
팔목을 몇 번 바꾸어 잡아 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아니 사실
맥박이 뛰고 있는지 구분이 안 되었다. 내가 의사도 아니고.
조심스럽게 만져보니 일단 팔뚝이 완전 차갑지 않고 경직도
되어 있지 않은 걸로 봐서는 죽었다고 해도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손을 더듬어 가며 겨드랑이쯤에 달했으리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 시체가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으로 전해진 느낌.
여자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 여자가 죽었다고 단정 짖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 손이 있던 자리에 가만히 귀를 대어 보았다.
‘두근. 두근.’
다행이다. 여자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아저씨, 여기 여자가 쓰러져 있어요.”
“내가 그리로 가마. 이쪽 벽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
아저씨가 벽을 짚으며 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것 봐요. 정신차려보세요.”
바닥에 흐트러져있는 긴 머리칼을 따라서 머리를 찾아서 손으로 받치고 말했다.
‘으..음..’
“정신이 드나 봐요.”
“끼아아아아악!”
여자가 정신이 들었는지 내 손을 뿌리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봐요. 진정하시오.”
`쿵쿵쿵 쾅`
분명 기어서 도망가다가 벽에 부딪힌 모양이다.
“무슨 짓이야! 불켜!!”
필히 무슨 강간범에 의해 납치라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가씨 진정하시오. 해치지 않소. 나 말고도 저기 한 명이 더 있다오.”
“당장 불이나 켜란 말이야!”
“불 켜는 스위치가 없어서 켜고 싶어도 못 켜는데요?”
그녀는 아마도 아저씨 쪽을 지나 기어가다가 부딪힌 벽에 기대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조금 진정한 듯하다.
“아마 저희 납치 된 것 같은데요...”
“그 애 말이 맞소. 우린 불도 안 켜지는 방에 갇혀 있는 신세라오. 저 쪽에도
방이 하나 더 있기는 하지만 역시 불 켜는 스위치도 없고.”
“저기. 왜 여기 갇히게 되었는지 아세요?”
충격이 컸는지 묵묵부답으로 침묵을 지키는 그녀다.
“상황도 안 좋은데 서로 힘을 합쳐야 할 것 아니에요. 뭐 아는 것 없어요?”
“차를 내리는데 갑자기 치한이 나타나서 솜으로 입을 막았던 게 마지막 기억이에요.”
“진정하시오.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안 나타났으니 말이오.”
“저는 김성진이라고 하고 저 아저씨는 이승민이에요. 이름이 뭐에요?”
“전 정승희인데... 혹시... 까불이?”
“승희누나?”
“까불이 너 승민이 아저씨랑 여기서 뭐하는거야?”
“말했잖아. 납치된 것 같다고.”
“승희였냐? 거참...”
“어떻게 된 거죠? 왜 우리가 여기 갇혀있냐고.”
“누나 우리도 별로 아는 게 없어. 이쪽 방은 콘센트 두 개가 전부고
저 방에는 아무 것도 없어. 이 방은 별로 크지도 않아. 벽 두 개는
5미터 쯤 되고 문 있는 벽은 4미터 좀 안 되는 것 같아.”
“앞이 안 보여서 답답해 죽겠어.”
“승희야 우리도 마찬가지야. 이 방에는 더 이상 찾을 것도 없으니
저 쪽 방이나 한 번 더 살펴보자.”
`쾅쾅쾅`
분명 저 쪽 방 너머에서 소리가 들렸다.
“누구 없어요?”
“아저씨! 저 쪽 방에 아무 것도 없다고 하셨잖아요.”
“일단 가보자.”
참 웃기는 상황이다. 불도 안 켜지는 방에서 지금 세 사람이 헤매고 있고
그것도 다 아는 사이고 이제 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다. 5년 만에
만나는 아저씨와 누나인데 아직 얼굴도 못보고 참나.
“누나. 벽 따라가면 문이 나올 거야. 아니 거기 있어 내가 그리로 갈게.”
“누구요! 여기 사람 세 명 있소!”
아저씨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큰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문을 열고 우리 셋은 더 작은 방으로 들어왔다.
“어디계세요?”
“여기요!!”
아직도 멀리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렇게 멀리는 아니고 바로 옆 방 같다.
`쾅쾅쾅`
또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건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라
분명 문을 두드리는 소리 같다.
“아저씨 이 방에 다른 문이 있나 봐요.”
“이보시오. 당신 어딨소?”
“여기!”
우리 셋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 갔다. 벽을 짚어가며
소리가나는 바로 앞에까지 도착했다.
아무리 더듬어 봐도 손잡이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주위의 벽을 두드려 보고서야 소리가 들려오는 부분만
나무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저씨 여기 나무로 되어있는데요? 원래가 문인가 봐요.”
“이보쇼. 뒤로 물러나시오. 우리가 이거 깨고 그리로 갈 테니.”
“알았어요!”
“한참 물러서시오. 거기는 불이 켜지오?”
“여기는 아무 것도 안 보여요! 이제 한 번 부셔 봐요.”
“아저씨 제가 할게요.”
벽을 몇 번 두드려보니 어느 만큼이 나무로 되어 있는지 짐작이 되었다.
벽을 짚고 붙어서 서서 뒤로 세 걸음 물러났다.
`쾅. 퍽.`
들리는 소리로 봐서는 문이 열려서 반대쪽 방 벽에 부딪힌 듯 했다.
“어디에 있어요?”
“다들 앉아보세요. 난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아니까.”
순간 우리 셋은 얼굴을 마주본다. 아니 그런 느낌이 났다.
꼭 그랬을 것만 같은 분위기이니까.
“그쪽은 왜 여기 불도 안 켜지는 방에 갇힌 건데요?”
누나의 목소리가 왼쪽 편에서 들려온다.
낮은 곳에서 들려오는 걸로 봐서 누나도 이제 앉았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죠?”
누나의 말을 이어서 내가 말을 했다. 그것이 젤 궁금하니까.
“저는 김현철이라고 해요.”
가만, 김현철이라는 이름 왠지 낯설지가 않은데. 내가 아는 사람인가?
“당신 세 명은 아는 사람인가요?”
“네 같이 일 한적 있어요. 램프공장에서요.”
“거기가 대구에 있던 제일램프공장인가요?”
“네 맞아요. 어떻게 알죠?”
“저도 거기서 일했거든요.”
생각났다! 5년 전 그 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 왼쪽 눈 밑에 점이 있었는데.
제길. 어두워서 그 사람인지 확인 할 길도 없잖아.
“당신은 왜 여기 있는지 알고 있다고 했소?”
가만히 듣고 있던 아저씨가 말을 꺼낸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모두 그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군요.”
“그거랑 우리가 지금 여기 있는 거랑 무슨 상관이죠?”
“세 분은 기억 하실지 모르겠는데, 세 분이 일하시는 조에 저도 있었습니다.”
“김현철씨라고 했죠?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한 달도 채 안 있었으니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맞아. 잠깐 우리랑 같이 일하다가 얘기도 없이 그만 뒀었는데.
“제 얘기를 가만히 들어 보시면 기억날지도 모르죠.”
“언제 한 번은 저희 네 명이서 야간 근무를 서야 하는 날이 있었어요.”
“제가 일한지 한 달도 채 안되었는데, 다들 바쁜 일 있다고 근무를 빠졌죠.”
“아저씨는 집에 일이 있다. 승희씨는 남자친구와 약속 있다. 성진씨는
누가 편찮으시다고 했나 뭐랬나.”
내가 그 때 뭐라고 핑계를 댔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우리는 으레 토요일 야간근무는 한 명에게 떠넘기고 빠지곤 했으니까.
사실 토요일 야간근무는 사람이 많이 필요 한 것도 아니었다.
간단한 기계조작만 하면 되고 피곤하게 거기에 다 있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 때 노련했고 일을 제법 배운 신참도 있었으니 누나와 아저씨와
같이 일을 빠졌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일이 왜.
“제가 추워서 옷 하나 덧입으려고 사무실에 가는데 세 분 대화를 들었어요.”
“들어서 좋을 것 하나도 없는 말이었죠. 병신 같은 게 일도 잘 못 배운다는 둥
그렇게 멍청하게 구니까 혼자 남아서 근무나 선다는 둥 말이죠.”
나를 포함한 우리 셋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 날 일이 터졌어요. 혼자서 야간 근무를 서다가 기계를 만졌는데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거예요. 라인으로 들어가서 안절부절 못 하고 있는데
램프가 과부하를 받아서 터져버린 거죠. 그걸 그대로 본 나는 병원에 갔지만
다시는 앞을 볼 수가 없었어요. 회사에서는 입막음으로 돈을 주고 저를 조용히
해고했죠.”
“5년간 암흑 속에서 살았죠. 그 날의 악몽을 꾸면서요. 당신들이 나를 그렇게
만든 거예요. 5년이 지나고 난 수술로 눈을 되돌리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모았죠. 회사에서 준 보상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많은 돈을 주어도 내 눈은 고치지 못한 다는 사실을 들었어요.
절망이죠. 웃긴 것은 그 돈으로 당신들 납치할 사람은 고용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세 분 안전하게 수술해준 사람도 고용했죠. 물론 '눈'말예요.
그 안과의사 말이 단지 안 보이게 하는 건 라식수술보다 쉽다고 통증도 없다더군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걱정하지는 마세요. 제가 고용한 사람은 살인청부업자는 아니니까. 목숨은 제가 보장하죠.
그리고 여기 가둬둘 생각도 없어요. 여기서 나가는 건 어렵지 않을 거예요. 어려운
것은 여기서 나가서 시작이니까.”
“전 먼저 가 볼 테니 암흑의 세계를 마음껏 느껴보세요.”
`틱. 틱. 틱. 틱. 틱. 틱.`
막대 같은 걸로 바닥을 치는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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