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어느날 이었습니다.
어느때와 다름없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기위해 스쿨버스로 향했죠
그때 저는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신입생이었습니다.
중학교를 남중을 다녀서 남녀 공학이 마냥 좋기만 했었죠
여학생과 남학생이 썩여서 스쿨버스로 향하던 중..
누군가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여자: "나 아는 언니가 있는데 너랑 양동생 하고 싶단다.."
나 : "누군지 알아야 양동생인지 하지.."
여자: "버스 같은거 타니까 가르쳐 주께"
나 : "아따.."
저는 경상도사람이고 고딩 시절에는
양동생 양누나 이런게 인기 있었습니다.
그래서 난 머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 그러니까 나도뭐.. 못할것 없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후에 버스에서 만난 그 고3누난 정말.......
평범 했었습니다..
나 : "걍 범생이 같은데.."
여자 :"남자는 거절하는거 아냐... 그냥 해라 너가 남자면.."
나 : "그.... 그러지머"
그렇게 얼렁뚱땅
양누나가 생겨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름 운명적인 인연이 시작 되었죠..
저는 고등학교가 포항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는 곳은 포항과 가까운 경주어느곳이 었구요
그리고 그 누나도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죠
학교가 시외인지라 스쿨버스는
새벽에 오곤 했습니다. 6시쯤에 버스를 탔으니까
5시에는 일어났었네요.
그렇게 새벽에 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하면
6시15분쯤이 되었죠..
그리고..
아침마다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가 있었습니다.
음악실이 제가 있는교실 2층이었으니까 아무도 없는 텅빈 건물에
피아노 소리는 제 귀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누구인지.. 누가 아침에 이렇게 피아노를 치는지...
무척 궁금해 졌었습니다.
아침에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피아노 소리 들으면서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을 기다려요 그렇게 아침을 맞게
해주는 사람이 누군지...
그래서 기다렸습니다.
그 음악실 앞에서..
드뎌 피아노 소리가 그치고 누군가 나왔습니다.
복도끝에서 비취오는 눈부신 햇살 앞에서 내쪽으로 걸어오는
그 누군가는 바로..
저의 양누나 였었습니다.
놀랐습니다.. 그 사람이 이사람이라니..
그 뒤로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이젠 평범한 여학생이 아니게 되었죠.
피아노를 치는 여자와 듣고 있는 남자..
둘은 다른 공간에 있습니다.
마주쳐도 보기만 할뿐 인사한번 건낸적이 없습니다.
둘다 부끄러워해서 일까요?
시간이 갈수록 더 말걸기가 힘들어 졌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인사도 안 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우습습니다.
그렇게 1년이 가고 졸업식이 되었죠.
그 아쉬운 졸업식 내내 한 사람만 봤습니다.
누나 손에 있어야할 꽃다발이 제 손에 들려 있었죠.
끝내.. 졸업식이 끝날때까지 이제 이 학교에서 볼수없게 되었는데
'축하해요'
한마디조차 용기가 없어 건내지를 못했어요.
그렇게 학교를 떠났습니다.
누나가 오지않는 학교에서..
다시는 타지 않을 스쿨버스..
이젠 들리지 않을 피아노 소리..
어디서 마주칠까 하는 기대감..
아무것도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음악실이 다른곳으로 옮겨질때 가장 아쉬웠습니다.
피아노가 팔려갈때도 너무 아쉬웠습니다.
아쉬움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추억도 함께 남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