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한 핵문제에 대해 주목할 만한 몇 가지 발언을 했다.
미국이 자동차 산업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요구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느냐고 특파원이 물었다.
"에프티에이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문제는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자기네들이 철저히 검토할 것이다. 선거 때 한 발언을 근거로 계속 얘기할 필요가 없다. 오바마 정권이 들어온 이후 정리된 정책이 나왔을 때 우리가 얘기하는 것이다.
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하나. 그렇지 않은가. 표가 나온다면 뭐든 얘기하는 것 아닌가. 세계 어느 나라든지." 오바마의 발언을 '선거용'으로 치부한 것이다. 재협상이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참 편리하다.
자유무역협정 '먼저 비준'에 대해서는, "미국 정권이 이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을 대통령이 말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면서도, "절차상의 문제로 볼 때 미국은 의회를 통과하면 법이 되고, 한국은 23~24개의 법안이 바뀌어야 한다. 세계 모든 나라가 미국과 에프티에이를 할 때 선 통과시킨 뒤 미국과 협의한다"고 말했다. "우리 의회도 너무 여야간에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보다 여야가 은밀한 협력을 해서 절차를 밟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내부적으로 조용히 준비했다가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가 먼저 비준해도 미국 의회를 움직이기 어렵고, 오히려 우리한테 자승자박이 되기 쉽다는 현실에 대해선 역시 고민이 없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느닷없이 한국 언론을 탓했다.
"자동차 재협상과 관련해 언론 보도가 많은데 한국 언론이 추측 보도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 그건 쓸 단계가 아니다. 정부의 뜻도 아닌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런 정보가 미국 정부에 올라갈 텐데 나는 안타깝다. 국회도 국민도 언급할 때가 아니다."
오바마 당선 이후 대미외교 구상에 대한 답변도 매우 비현실적이다.
"오바마는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만나든 어떻든 한국과 철저히 협의하겠다는 생각을 중심에 갖고 있다. (나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본인이 먼저 북핵 해결에서 한-미 간에 철저히 공조하고 협의해서 하겠다고 분명히 전제하고 말했다. 부시 정권이 확답한 것보다도 더 분명하게 본인이 먼저 얘기했다. 그럼에도 혹자는 미국이 직접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면 한국이 소외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데, 외교 문제에서 한-미 관계가 과거와 같은 상황에 있으면 그렇지만, 대한민국 정권이 바뀐 뒤 철저한 공조가 이뤄졌다.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도 남북 문제에서는 철저한 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한마디로 줄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엔 한-미 관계가 나빴지만, 자신이 대통령이 된 뒤에는 좋아졌으므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복잡한 국제정치 현실을 자신과 미국의 관계 복원이라는 하나의 관점으로 합리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집권한 김영삼 정부 시절 미국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와 심각한 마찰을 빚었던 일이나 이에 대한 우려는 외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북정책의 목표에 대해서는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나와서 매년 국민을 남한테 얻어먹이는 신세를 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핵포기 먼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거칠게 표현하면 '핵포기 먼저, 협력 나중'이냐, 또는 '직접대화를 포함한 포괄적 해법 모색'이냐다. 민주당 후보였던 오바마가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오바마 캠프의 북핵팀장이었던 조엘 위트는 최근 < 프레시안 > 에 보낸 글을 통해,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구함으로써 북한 핵문제의 '정치적인 뿌리'를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포용정책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큰흐름과도 엇나가고 있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email protected] 지 입으로 말하고 있어.. 공약은 다 뻥이였던거야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