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대공포게시물님의글입니다
뭐 하는 거예요?"
"예?"
"매일 뭘 그렇게 열심히 쓰는 건가요?"
"그냥 취미생활이요.."
고개를 기웃기웃 모니터를 향하면서 무던히도 볼려고 애쓰더군요.
"볼때마다 항상 뭔가 치고 계시던데...소설 같은거 쓰세요?"
"그건 아니고...좀 무서운 이야기랄까....그런거죠."
"오~ 무서운 이야기?"
"........"
"많이 쓰셨어요?"
"그럭저럭요..."
"저도 무서운거 좋아라 하는데..."
"........"
솔직히 작업(?)에 방해 되는 요소는 사전에 제거해서 항상 쾌적함을 유지하려고 애쓰곤 한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면 여러모로 집중도 저하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서
해결을 해야만 하는 것이었고요.
그런데...
"고딩 때 이런일이 있었죠. 한 번 들어 보실래요?"
"고딩때요?"
"야자시간에 있었던 일인데...."
동료의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때는 여름방학을 얼마 앞두고 다가오는 기말고사 시즌이 바로 코앞에 닥쳤을 때 였답니다.
"반장."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어느때나 다름없는 종례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아 잠깐."
교실문을 열고 나가던 담임이 돌아서더랍니다.
그 때 직감적으로 좋지 않은 뭔가를 느꼈는데...
"야 너희들 오늘 야자 10시 까지다."
'우~~~'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답니다.
'훗 역시나....'
그도 그럴게 항상 9시 까지만 했는데 하는 생각들에 말이죠.
"다음주부터 기말고사고 내일은 주말이고 하니 더 열심히 하라는 차원에서 교무회의 때 정해진거야.
행여나 오늘 9시에 가서 적발되는 놈들. 어제 못 들었어요 하는 변명 따위 아예 말아라! 이상!"
'우~'
문을 닫고 나가는 담임의 등뒤에 좀전 보다 심한 야유가 퍼부어 졌답니다.
"어후 썅. 이놈의 고3은 언제나 끝나는거냐. 오늘은 째지도 못하겠네."
"야야 아서라. 째다 걸림 뒤질게 뻔하지. 접때 끌려가서 맞은거 생각하면 그냥 조용히 있다 졸업하고
싶어."
제 회사 동료와 친한 친구가 너스례를 떨더랍니다.
"야 저녁 뭐 먹을까? 토스트 하나 먹고 올려?"
"쯧....난 됐다 임마."
"놀구있다. 어제도 안쳐먹고 배고파 뒤지겠다고 집으로 째자고 한놈이 누군데?"
"어젠 어제고...."
"좀따 나보고 째잔 이야기나 하지말어. 형은 아무거나 먹고 와야쓰겄다."
그렇게 친구는 휙 나가버리고, 동료는 그냥 잠이나 청하기로 했답니다.
"글케 한참 잔거 같아요. 눈뜨니깐 8시 좀 넘었나..?"
"엎드려서요?"
"예."
"그러고 잠이 오던가요? 저는 엎드려선 10분을 못 자겠던데..."
"아휴 다 적응되요."
슬슬 배가 고파지더랍니다.
'갔다올 걸 그랬나....'
다시 한 번 시계를 쳐다보니 8시는 충분히 넘은시간.
'두 시간만 버티자.'
그렇게 생각하니 막 자다 일어난 터라 입이 텁텁한게 점심 때 사다놓은 캔음료를 찾으려고 책상안을
뒤적거렸답니다.
차갑지는 않은 쇳덩이가 잡히자 그대로 꺼내 한숨에 다 들이키고는 다시 한 번 잠을 청했답니다.
"대단하시네요...저라면 그 자세에서 10분도 못 자고 다시 잔다는 건 엄두도 안 나겠는데."
"다 되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두 번째는 많이 못 잤어요.."
갑자기 소변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넘쳐나더랍니다.
자던 그대로 일어나 반사적으로 교실 뒷문으로 몸이 움직였다네요.
그런데 뭐랄까 평소같으면 그냥 문을 열고 나갔을 텐데 왠지 뒤를 한 번 돌아보고 싶었답니다.
그대로 문을 열다 말고 고갤 돌려 교실을 한 번 쓰윽 돌아보니...
"........"
평소와 전혀 다를게 없는 교실이었다네요.
거의 대부분이 쿠션이나 팔베개를 하고 엎드려 있고, 듬성듬성 빈 자리, 이어폰에 의지해 공부를 하고
있는 몇몇...
별 다른 모습도 없었답니다.
'느낌인가...?'
그 이상은 별 생각이 없었답니다.
그렇게 교실문을 열고 나와 복도에 서자 몸의 방향이 화장실 쪽으로 돌아서는데,
'아!'
하는 생각이 들면서 화장실은 몇일전 부터 공사중이었다는게 생각이 나더랍니다.
"아랫층으로 가야 하나..."
윗층으로 가자니 오르막길 이라 왠지 꺼려지는게, 아랫층으로 가자니 어두운 복도가 생각나 그것도
꺼려졌다네요.
"어차피 올라오고 내려오고는 마찬가진데 왜 그러셨어요?"
"사람 심리가 다 그런건가봐요."
"훗...."
쓴 웃음이 나오더군요.
마찬가지를 가지고 왜 고민을 했을까 하고...
"그 때 분명 선택을 잘못했어요. 그냥 위로 가는 거였는데...."
"뭔일 있었나요?"
"집에 갈때마다 계단 내려갈때는 주위가 시쓸벅적 해서 몰랐는데 혼자 내려가보니 이거 뭐 완전 다른
세상이던데요. 그냥 어둡고 퀭 한게..."
"......."
계단을 반쯤 내려오니 남은 반 저 밑은 어둑어둑해서 다시 돌아올라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야자시간에는 사람이 올일이 없는 곳이라 형광등을 다 꺼놨는데, 그 스위치가 복도 중간에 있어 어떻게
해도 밝은 복도를 지나가기엔 무리가 있었다네요.
'아 쪼금 무서운데...'
머리에 오만가지 잡생각이 들더랍니다.
특히 어렸을 때 본 전설의 고향이라던가 하는 것들이요.
그래도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오직 화장실에 간다는 일념하나로 계단을 내려와 복도와 마주 서게
됐답니다.
'왠지 살벌한데....'
하지만 자꾸 떠오르는 옛 기억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더랍니다.
뒤에서 뭔가 확 나타날 것 같은 생각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고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타일러
봤지만, 계속 돋는 닭살은 돌아본 저만치 멀어진 계단을 보자 더 심해졌다고 하네요.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무일 없이 화장실에 도착해서 시원하게 일을 마칠 수 있었답니다.
"솔직히 화장실 안에서도 많이 쫄았었죠. 일보는데 뒤에서 문이 확 열려지지는 않을까, 갑자기 입구가
닫혀서 갇히는게 아닌가 하고요."
"그렇겠네요...아마 저였어도..."
물론이었죠.
예전 어두운 병원 복도에서 겪었던 두려움이 떠올라 어느정도 실감을 하면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뭔일이 있었냐는 듯 그렇다고 뭔일이 있었던것도 아니었지만, 좀전보다는 약간 후련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계단을 향해 걸었답니다.
그 때 였다나요?
제게 동료가 이야기 한 그대로 설명하자면,
"그게 왜 있잖아요..."
하면서 책상위에 놓인 책자를 하나 집어들더니 자신의 뒷통수 근처로 가져다 대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느낌이 오더라고요...."
저도 한 번 따라해 보았죠.
확실히 뭔가가 스윽 다가와 있다는 느낌이랄까?
내가 직접 가져다 대었음에도 확실히 느낌은 전해져 오더라고요.
무엇이 있던 없던 그건은 상관없이요.
"진짜 섬뜩 했어요. 이 다음 이야기부터는 어디 놀러가서 몇번 이야기 했었는데요.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죠. 무슨 영화 아니냐 그러면서 겁없는 애들은 절 놀리더라고요."
"......어떤 이야기죠?"
"그 느낌이 오고 나서 부터 말예요..."
걸음이 굉장히 무거워졌답니다.
그냥 앞에 보이는 계단만 보고 걸었다네요.
그래도 뒷통수에 정말 뭔가가 있다 라는 생각이 사라지질 않았답니다.
눈꺼풀이 덜덜덜 떨리는데 쳐다는 보고 싶고 그랬다가 정말 흉한 꼴 당할까 싶어 굉장히 망설였답니다.
그러다가 간신히란 말을 사용할만큼 온몸이 저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올라서는 계단 첫칸에 발을
올려놓았답니다.
여차하면 위로 튀어올라 갈 수 있다고 안심이 된건지 아니면 곁눈질에 뒤엔 아무것도 없다라고,
느낀건지 그런 생각을 하니 더더욱 굉장히 의식되어 저 만치 복도끝을 쳐다 보았답니다.
'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쭉 빼며 복도 끝에 있는 뭔가를 살펴보게 되었다네요.
그러나 살펴 볼 필요도 없었답니다.
아니 그러지 말고 그냥 바로 올라갔었어야 했답니다.
희꾸무레한 그것은 저 끝 복도 끝에 분명히 있었답니다.
어두워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에 반사된 그 하얀것이 더 잘보였는데, 분명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옳은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이 들자 계단에 올려놓은 발에 힘이 들어감이 느껴졌고, 그대로 있는
힘을 다해 교실이 있는 윗층으로 전속력을 냈답니다.
그렇게 튀듯이 계단의 반을 올라가 방향을 바꿔 고개를 들아보니 형광등의 불빛이 전혀 안 보이더랍니다.
혹시나하고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복도의 형광등과 교실의 형광등은 전부다 꺼져 있더랍니다.
'뭐야...? 내려온지 10분도 안된거 같은데....벌써 간거야?'
책상위에 두고온 시계 생각이 났답니다.
그러나 그 생각이 다 끝나기도 전에 아랫층에서 본 것이 자신이 서 있는 저 멀리 정면에도 있더라네요.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 딱 그 때였답니다.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으악' 하는 소리가 튀어나갔는데, 공허하게 복도만 울리고는 아무 대답없이
정적이 찾아오자 소름이 확 올라왔다고 하네요.
'어떻게하지....애들 벌써 다 간건가..소리를 들었으면 하나라도 튀어나와야 하는데...'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선은 애써 정면을 피하려고 해도 불안한 마음에 자꾸 보게 되더랍니다.
그러다가 학교 밖으로 빠져나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아래쪽으로 한걸음 내려서면서 복도 끝을 바라보았을
때 였답니다.
'아....!'
덜컥 겁이 나더랍니다.
내려갈려고 계단에 발을 디딘 순간 분명히 그것이 이쪽으로 이동을 했다네요.
'오는 건가?'
또다시 한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네요.
'이렇게 죽을 수는 없지!'
라는 생각이 들자 미친듯이 계단 아래로 내달리는 자신을 알겠더랍니다.
절대 옆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서요.
그렇게 미친듯이 뛰어 1층까지 내려와 저 멀리 정면을 바라보니, 역시나 그것이 저 멀리서 있다고
했습니다.
'미치겠네....도대체 뭐야 저거.'
그정도 쯤 되자 무서움보다는 짜증이 생겼다고 하네요.
하지만 본능적으로 두려운 느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답니다.
'문제는....'
저 가운데에 있는 현관까지 어떻게 가느냐 였답니다.
솔직히 저기 있는 허연것이 뭔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분명 자신에게는 위협적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고,
본능이 계속 호소 했다네요.
'일단 나가고 보자.'
그렇게 한걸음 내딪였고, 이후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딪었답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였을까요?
저 앞에 있는 허연것도 이쪽으로 미끄러지듯 다가오더랍니다.
자신이 나아가고 있어 가까워 지는 것이 아닌 분명 내가 움직일때마다 저것도 같이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는 것이었답니다.
갑자기 온몸에 서늘함이 쭈욱 타고 흘렀다네요.
'가운데까지 가면 정확히 나랑 마주치....'
그는 앞으로 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지 않은 채 뒷걸음질 쳤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우뚝 박혀있더라네요.
'씨발 설마....'
설마하는 생각에 그는 뒷걸음질을 멈추고, 조심스례 앞으로 한 발 내딪었답니다.
'으...으...'
이빨이 부들부들 떨리는 소리가 마치 남의 것인 마냥 들렸다는군요.
앞으로 한 발 내딪자 앞의 그것은 정확히 아니 그렇다고 분명히 느낄 수 있을 만큼 거리를 좁혀오는
것이라했죠.
완전한 공포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답니다.
그 자리에 서서는 꼼짝도 못하겠더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데, 이번엔 그것이 스윽 하고 앞으로 다가왔다고 하네요.
길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답니다.
물론 그랬겠죠.
가지 않아도 오고 있고 간다하면 더 빨리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것..
"너 뭐야 도대체!!!!"
있는 힘을 다해 그것을 향해 소리쳤답니다.
하지만 반응은 없고, 몇걸음 더 좁혀오는 결과만 초래했다네요.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그때 부터는 멈춤없이 다가오고 있었다고 하네요.
미쳐버릴 것 같았답니다.
걷는것도 아니고 몸이 들썩거리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미끄러지듯 이동을 해오는지...
머릿속은 '귀신' 이라는 단어가 넘쳐 흐르고, 온몸에 소름이 돋다 못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도 않고,
뭐라고 소리라도 치고 싶은데 입은 꾹 닫힌채 입술만 부르르 떨리더랍니다.
그리고 슬슬 그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답니다.
아무 생각도 안 났다고 하네요.
나중에 회상해 보아도 그것의 모습이 거의 보일 무렵 이후로는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네요.
그의 말로는 정신을 차린 때가,
"정신 아니 기억이 나는게...음...집으로 가는 골목길하고 팔에서 엄청나게 피가 흘렀던 거 생각나네요.
이거보세요."
그리고 그는 오른팔을 제게 보여주더군요.
한 20cm 정도?
그 정도 길이의 꼬맨 상처자국이 팔뚝의 바깥쪽에 선명하게 보이더군요.
"보이죠?"
"무슨 상천가요?"
"그 때 저는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데...여기도 보세요."
그러고는 머리를 쓸어 올리고 보여준 이마에도 약 5cm 정도의 찢어진 상처자국이 있었습니다.
"술먹고 필름이 나간것 처럼 기억이 없어요. 어머니께서 그때 얼마나 놀라셨는지....저도 정신 차려
보니 집이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앰블런스 타고 있더라고요."
"무슨 일이....?"
"하루 대충 입원해 있다 월요일날 학교에 갔어요. 어머니 말씀으로는 입원한 그 시간동안 말도 없고
그냥 멍하게 앞만 보고 있더래요. 근데 학교에 간 그 때 딱 생각나더라고요."
손바닥을 치며 말하는 모습이 정말 자기 이야기 하는 것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이 당황하면 괴력을 발휘한다는게 맞는건지...생각이 어렴풋 나더라고요. 그...뭐라해야 하나
하여간 그게 눈앞에까지 거의 다 왔다고 느꼈던 그땐가...반사적으로 유리창으로 몸을 날린 것 같아요.
그대로 몸으로 유리창 깨면서 팔하고 이마에 상처가 났고요. 화단으로 몇 바퀴 구른 것도 기억이 나요."
"........."
"월요일날 교실로 간다고 2층으로 올라가다가 깨진 창문 보니 생각나데요 . 그 때 까진 정말 홀린 것
같이 멍해있었어요. 병원에 잠깐 누워있으면서 어머니도 그거 보고 애가 완전히 맛이 갔다고 하하하.
뭐 그 덕분에 2주 정도 야자 안 했죠....도저히 야간에 학교에 남을 자신이 없어서 어머니께 사정사정
했죠. 평소엔 콧방귀도 안 뀌시던 분이 그 날 밤 제가 그런 몰골 하고 온게 많이 걱정되셨던
모양입니다."
라며 웃으면서 말하는 그..
"다시는 겪고 싶지도 않고 그 이후로는 그런일 비슷한 것도 없었죠.
이 나이 먹고도 가끔 밤에 깰 때는 좀 무섭긴 해요. 왠지 오싹한고....정말 또 나올 것 같고...제
평생에 다시는 그런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정말..."
그렇게 말끝을 흐리는 모습이 티비 연기자 같은 느낌이랄까...
회상하면서 어두워지는 모습이 가공적인 인물이다 라는 느낌마저 들게 할 정도로 실감났습니다.
지금은 그 회사를 나와 소식을 모르지만, 뭐 잘 살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