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에게 저지른 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베토벤에게서 귀를 빼앗아 간 것이다. - 로망 롤랑 -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



동서고금의 통틀어 가장 위대한 걸작이자 최고봉.



(음악으로서는 유일하게 베토벤의 자필악보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됨)



하지만 이 교향곡은 이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에 더욱 감동적입니다.



이 곡이 작곡될 당시 베토벤은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무한한 고통속에서



더욱 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던 것입니다.



가난한 평민으로 태어나 가난이라는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한 천재적인 작곡가가 30세도 되기 전에 난청이 시작되어



중년에 이르러서는 완전한 귀머거리가 되었으니



참으로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 아닐 수 없지만....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이 잘 나타내듯이 결코 꺽이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맞서 싸운 그의 음악은 웅장하고 격렬하고 장대합니다.








베토벤이 32세 때 청각장애를 절망하여

자살을 결심하고 유서를 썻던 하일리겐시타트의 집



=== 하일리겐시타트의 유서 ===



나의 아우 카를과 요한 베토벤에게,



내가 죽은 후 읽고 이행해주기를 바라며...



내가 심술궂고 고집이 세고 또한 사람들을 멀리 한다고

너희들은 생각하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너희들의 잘못된 생각이다.

내가 그런 인간으로 보이는 숨은 원인을 너희들은 모르고 있다.



<중략>



참으로 슬프다! 그러나, 저 잊지 못할 희망, 적어도 어느 정도는 쾌유하리라 생각하고

이곳으로 왔을 때 가졌던 희망, 그것을 지금은 모조리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을 나뭇잎이 떨어져 시들고 마르듯이 그 희망도 꺾이고 말았다.



<중략>



그 누구보다도 더 완전한 귀를 가져야 할 내가

점점 귀가 들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중략>




다들 잘 있거라. 서로들 사랑해가며 살아가 다오.

모든 친구들, 특히 리히놉스키 공과 슈미트 박사에게 감사를 드린다.

공에게서 얻은 악기는 너희들 중의 어느 누군가가 잘 보관하고

그 때문에 다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무슨 유일한 일에 도움이 될 때는

곧 팔아버려도 좋다.



<중략>



한없는 고통 상태로부터 죽음이 나를 해방시켜주는 것이 될 터이니까.

언제든지 오라. 나는 용감하게 그를 맞이하리라.

잘들 있거라. 내가 죽은 뒤도 나를 잊지 말아다오.

너희들이 행복해지기를 빌어온 나이기에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돼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