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종교가 모태 천주교라 무속 신앙관에 대해서 잘 알 기회가 없어 평상시에 항상 궁금해 하곤 했는데 이번 기회에 좋은 구경을 했던거 같습니다.
여러가지 무속화들과 채록된 무속음악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무속화 몇점을 사진 찍어 왔습니다.
박물관 측에서 무속화 전시를 위해 조명을 좀 어둡게 유지해 뒀는데 그래서 플래쉬를 터트릴 수가 없었고 제가 가진건 비루한 아이폰5s 기본 카메라 뿐이라(ㅜㅜ) 초 발퀼 사진이 나왔네요.
이번 전시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것은 한국 무속이 가지고 있던 습합성 이었습니다.
고래 부터 존재했던 한국 무속은 통일된 종교 교리와 교단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관계로(하기야 그랬으면 무속이 아니죠) 새로운 종교가 들어올때 자신의 형태를 바꿔가면서 해당 종교에 틈입 되거나 반대로 자신의 종교관에 신종교를 흡수 시키는 습합성을 보여왔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잘 알려진 '태평천국운동'이고 한국에는 한국불교의 '칠성각'이나 '삼신각'같은것이 있지요. 일본의 일본불교도 마찬가지로 좋은 예가 되겠고요.
그런데 이번 전시회에서 그런 무속이 한국 불교와 혼합되어 존재하는걸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20세기에 만들어진 여래상입니다. 일단 불상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다 설명에 따르면 불교의 여래 즉, 부처가 맞답니다.
수인은 '전법륜인'을 하고 있는거 같은데 원래 전법륜인은
이런 형태인데 이 불상은 그냥 손을 둘다 내리고 있는 형태 입니다. 애초에 무교에서 불교의 수인 까지 수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모방하는 과정에서 별 의미 없는 손 동작이 나온거 같은데 재밌는 현상인거 같습니다.
2. 삼존불
이번에는 삼존불석도 입니다.
제목 그대로 삼존불을 그린 무속화지요. 불교식 대로라면 좌측 부터 과거불(비로자나불), 현재불(석가모니), 미래불(미륵)인데 뭐 그런 구분은 별 의미 없어 보입니다.
한가지 재밌는건 이 불상들의 머리 부분입니다. 머리가 녹빛이죠? 원래 불상에서 녹빛의 까까머리는 '지장보살'입니다.
바로 이 보살이죠. 머리가 녹빛인게 보이시죠? 원래 삼존불은 경우에 따라서 맨 우측이 지장보살이 배치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애초에 지장보살은 한명 이기 때문에 3명다 머리를 저렇게 색을 칠해 놓지 않는 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걸까요?
그냥 이건 제 생각이지만 지장보살이 가장 친근한데다 무속과 가장 잘 어울려서가 아닐까요?
지장보살의 원래 역할은 지옥에서의 중생 구제입니다. 거기에 지장보살은 원래 부터 불교의 대중화 과정에서 구원자로 널리 퍼진 신앙 대상인 관계로
무속에서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재밌는 점은 삼존불의 머리에 고깔 씌여진게 보이시나요?
아래의 무속화에 더 잘나와 있어요.
이 또한 위와 같은 삼존불을 그려놓은 무속화인데 녹빛의 까까머리는 그렇다 치고 아예 흰무명으로 만들어진거 같은 꼬깔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쪽 무속화는 옷도 아예 무당옷을 입혀 놓고 있네요 ㅎㅎ
이게 무당 꼬갈모자 인데 서로 닮지 않았나요?
아마 지옥에서 중생을 구원하는 지장보살을 무속인들은 자신들 보다 앞선 세대의 '무당'으로 봤던것은 아닐까요?
3. 수월관음도(?)
이번 무속화는 설명이 없어서 정체를 알수가 없는 무속화 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수월관음도가 생각나더군요.
나만 그런가....?
4. 천하신장도
여기부터는 불교과는 관계없는 그냥 무속도입니다.
이 그림은 천하신장도인데 눈이 무섭지 않나요? ㄷㄷㄷㄷㄷ
5. 수신, 천신도
수신과 천신을 모신 그림이라네요.
6. 황해도 무신도
황해도의 무신도 입니다.
사찰의 칠성각이나 삼신각에서 호랑이위에 앉아 있는 신선을 닮지 않았나요?
울진 불영사의 산신각 신선도 입니다. 호랑이만 없다 뿐이지 느낌이 닮지 않았나요?(나만 그런가 ㅎㅎ;;;)
7. 평안도 무신도
평안도의 무신도입니다.
저 두명의 남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수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무섭습니다'
진짜로 무섭게 생겼어요. 사진에는 잘 안나오지만 그림의 눈을 왜 저렇게 그린건지 밤에 보면 진짜 도망칠거 같이 생겼어요.
8. 호구별상
이른바 천연두를 쫒아내 준다는 고마운 무신, 호구별상입니다.
말이 고맙지 사실은 변덕이 죽끓듯 해서 맘에 안들면 바로 천연두를 보내 싹슬여 버려서 무속인들이 가장 귀찮아 하는 대상이라고 하네요 ㅎㅎ
9. 창부대신
무속악의 신이라 여겨지는 창부 대신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무속화네요.
저 풍취 쩌는 자태라니.... 하악하악... 멋져부러...
10. ???
이건..... 그냥 있더라고요?
무속화 뒷면에 쓰여진 모양인데 갑자생이라고 쓰여진거 보니 1984년생 아니면 1924년생이신 주성웅이라는 분의 장수를 위해 쓰여진 거 같네요.
재밌는건 국호인데
'해동조선대한민국'이라고 쓰여있습니다. 1984년이면 해동조선이란 표현을 쓸 이유가 없으니 아마도 1924년에 쓰여진거 같은데 일제강점기에 국호를 대담하게도 '해동조선대한민국'이라고 쓰다니 놀랍습니다.(이것이 한국인의 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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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보고나니 이외의 무속화들은 '관우신장'이랑 '삼국지 민화' 가 남더군요. 물론 이 외에도 이런저런게 많았지만요.
아무튼 재밌게 보고 왔던 전시회였던거 같습니다.
이번달 22일 까지 한다니 여러분도 기회가 되시면 한번 가보시면 좋을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