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저에게는 일년 중 가장 큰 이벤트가 크리스마스입니다.
결혼 후 크리스마스 디너는 항상 집에서 먹는데, 몇달 전부터 메뉴를 정하고 레시피를 정리하는 게 재미라면 재미입니다.
올해의 상차림입니다. 사실 차리던 도중에 사진을 찍어서 좀 엉성합니다.
허기가 져서... 솔직히 사진 찍는 시간이 아까웠다능...
올해는 남편이 "검보 GUMBO"라는 미국 남부 요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자기도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는데, 언젠가 한 번은 먹고 싶었다구요.
나도 메밀 전병은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한 번은 먹고 싶었는데, 만들어줄래....?
검보에 관한 여러 레시피를 찾아보다가 "가장 손과 시간이 많이 가는 레시피"로 만들었습니다.
간단한 레시피로 만들었다가 맛이 없으면 "아... 그냥 좀 힘들어도 제대로 만들걸..."하는 생각이 들까봐서요.
제가 참고한 레시피는 세프 존스의 레시피입니다.
오리다리 대신 닭다리를 썼고 소시지나 새우 종류도 다르지만 뭐...
닭육수부터 직접 만들어서 엄청난 시간이 들었는데, 맛은 그냥... 괜찮은 정도...?
남편은 엄청 맛나다고 잠자다가 일어나서도 먹던데, 제 입맛에는 그냥 그렇습니다.
다음에 간단한 레시피로 다시 만들어봐야겠어요.
로즈마리 디너롤. 굽고나서 표면에 우유 바르는 걸 깜빡했더니 표면이 갈라지고 있네요.
밥도 있고 파스타도 있고 토르티야 칩도 있지만, 맨 마지막에 소스들을 닦아 먹을 디너롤은 빠질 수 없습니다.
바질페스토와 발사믹식초를 섞어 만든 드레싱으로 만든 파스타 샐러드입니다.
파스타+토마토+생바질+모짜렐라 치즈라는 절대로 실패할 수 없는 재료들이 들어가서 역시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집 크리스마스 디너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크리스나스(일본어로 가지를 '나스'라고 해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치즈를 좀 더 구웠어야하는데, 정말 너무 배가 고파서... 좀 덜 구워진채로 먹었습니다...
어차피 안에 들어가는 채소들은 프라이팬에서 한 번 구운거라 괜찮아요.
토마토소스와 그레이비소스가 들어가서 그라탕이라기 보다는 스프같은 느낌입니다.
수제 토르티야 칩과 과카몰리
남편이 듣도보도 못했던 "검보"를 요청한 후, 기왕 이렇게 된 거 크리스마스와 전혀 안어울리는 메뉴들로 상을 차려보자는 생각에 떠올린 과카몰리.
이거 만든다고 며칠 전에 일부러 토르티야 구워서 브리토 싸먹었어요.
남은 토르티야에 올리브오일+레몬즙 섞은 거 살짝 발라서 소금과 후추 뿌려 190도 오븐에 12분 정도 구우면 토르티야 칩 완성입니다.
오로지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 접시를 쓰기 위해 만드는 채소 오븐구이.
소금+후추로 간했지만 소스 찍어 먹어야 맛납니다.
허니머스터드 소스와 참깨 소스 만들어서 푹 찍어 먹었습니다.
후식은 인생 처음으로 만들어본 케이크, 고구마 케이크입니다.
남편이 고구마케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해서 만들어봤습니다.
제가 만들었지만, 그 모양이 너무 비루해서 빵터졌어요.
그나마 백엔샵에서 산 산타모양 장식이 있어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라 말할 수 있긴 하지만 산타의 표정이 뭐랄까.. "여긴 어디? 난 누구?"같아서...
스펀지 케이크가 너무 단단하게 구워졌고, 고구마 무스도 생각보다 무거워서 성공작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맛은 있어요.
고구마가 엄청 들어가서 어마무시하게 무겁습니다. 어림잡아 1.5kg 정도 되는 것 같아요. ㅎㅎ
근데 어제 저녁부터 먹기 시작한 케이크가 벌써 반 넘게 없어졌어요.ㅎㅎ 다 내 살이 되어랏!
레시피는 아래 동영상을 참고했습니다.
상에 오른 음식들만 해도 2인분으로는 많다 싶으시겠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이 만들었어요.
검보는 큰 냄비 한 통, 파스타 샐러드도 4인분 정도 만들어서 남은 건 냉장고에 넣어놨습니다.
저희는 크리스마스 낀 주부터 2주동안 쉬거든요.
한 번에 많이 만들어서 냉장고가 꽉차게 넣어놓고 오며가며 냉장고 열고 "흐흥~~ 뭐먹지~~~ 흐흥~~"하려구요.
원래 연말연시는 살찌라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