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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21605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9
    조회수 : 452
    IP : 180.64.***.24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2/12/23 06:54:27
    http://todayhumor.com/?pony_21605 모바일
    팬픽] 굿바이 마이 레리티 (10)
     

    (9)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ony&no=21425&s_no=21425&kind=search&search_table_name=pony&page=1&keyfield=subject&keyword=굿바이

     

    마침내 일을 다 끝냈을 때는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산 뒤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태양이 오늘따라 유독 더 눈이 부셔보였다. 담배 아저씨는 장갑을 벗으며 나에게 담배곽을 내밀었다. 간단히 목례만하고 담배를 물자, 아저씨가 직접 불을 붙여주었다. 그런 뒤 자기도 붙였다.

    "잘 못할 줄 알았는데 무척 잘하네. 땀도 안 흘리고."

     

    나는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네..' 라고 대답했다. 마법의 힘이 도와주었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일런지. 난 담배를 피면서 덩그러니 놓여있는 스포츠백을 보았다. 빼꼼 열려진 지퍼 안으로 레리티의 흰 몸둥아리가 조금 보이는듯 했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참 고마웠다. 집에 가면 라면이라도 끓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배가 고플테니.

    방금 알아챈거지만 모두들 힘이 빠지고 피곤해보이는 기색이었지만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차에서부터 계속 신경이 쓰였던 눈치쟁이였다. 그 사람은 바닥에 퍼져서 눈을 감고 있었다. 어지간히 힘들었나보다. 아마 레리티의 마법이 없었다면 나도 저러고 있을 것이었다.

    일당을 받고 차에 올라탄 우리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 잠을 잤다. 눈치쟁이도 지금만큼은 폰 게임 할 여력도 없는지 차에 타자마자 잠이들어버렸다. 그래서 안심하고 스포츠백을 열어보았다. 수고했다는 인사말이라도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순간, 푸훕; 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 도도한 레리티가 벌러덩 누워서 입을 허벌쭉 벌리고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근새근 거리는 소리가 커서 마치 코 고는 것 같이 들렸다. 망아지 특유의 통통한 배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이 마치 강아지처럼 귀여웠다. 잘자렴. 나의 돈 덩어리. 이렇게 생각하며 깨지 않게 조심해서 지퍼를 잠구었다.

     

    운전사 아저씨는 각자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까지 태워주었다. 내가 내릴 동네가 제일 멀어서 가장 늦게 내렸다, 유감스럽게도 눈치쟁이와 나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다. 눈치쟁이는 내리자마자 폰 게임을 하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시간은 7시 50분. 학교 통학로에 내렸기 때문에 교복 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이 근처는 수연이가 다니는 여고였기 때문에 그 여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혹시나 길을 걷다가 수연이를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만나면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용돈이나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단 슈퍼에 들어가 담배부터 샀다. 나는 오래 살 것이다. 그래서 말보루 라이트를 샀다. 타르 6미리짜리. .

     

    담배를 뻐금거리며 길을 걸었다. 여고생들 무리를 지날 때면 그들은 눈쌀을 찌푸리며 날 빠르게 피해갔다. 그러다가 뒤에서 어떤 애가 담배 연기 때문에 콜록콜록 거릴 때면, 역시 담배를 길거리에서 피는 건 안좋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내 욕구보다는 아래의 위치였기 때문에 죄책감은 들었지만 계속 담배를 피우며 걸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저 멀찍이서 어떤 여자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야 이 개같은 년아! 네가 내 빵 먹었잖아!!!!!"

     

    마치 히스테리 걸린 것처럼 소리지르는 것을 보니 제대로 싸움이 났나보다. 그래서 그곳으로 가보니 몇몇 학생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고 다른 학생들은 '얘네들 싸움 났나봐. 대박..' 이런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그들을 보며 지나갔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안카나."

     

    이렇게 대답한 아이는 대구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 그 히스테리를 들어도 예의있게 받아준 학생이 무척이나 예뻤다. 저렇게 머리를 길게 길러도 되는지 의아할 정도로 긴 생머리는 어깨까지 닿았고 몸매는 날신했다. 눈길은 끈 것은 저 학생이 타고 있는 오토바이였다. 크기로 보아 어림잡아도 250cc는 되어보이는 중형이었다. 남자가 타고 다니는 것은 터프함의 상징이라지만 저것을 여고생이 타고 있으니 왠지 내가 주눅이 드는 기분이었다. 난 저런거 사고 싶어도 못 사는데 하고 생각을 하니, 저 여자애가 새삼스레 부러웠다. 그나저나 저걸 타고 학교를 통학해도 되나? 아니, 그 전에 면허를 저 나이에 딸 수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히스테리 여자애가 소리쳤다.

    "내 빵인지 알고 먹었잖아 쌍년아!"

     

     

    꽥꽥거리며 소리지르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그 학생의 뒷편에 섰기 때문에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앙칼진 목소리로 보아 무척 날카롭게 생겼을 것 같았다.

     

    "네 빵인지는 몰랐다. 그리고 그게 교탁에 있어서 먹었다고 안카나. 너도 잘못했다. 그걸 왜 교탁에 올려놓는데. 내 전에 학교다닐 때는~ 내 후배, 인마들이 빵 사다가 교탁에 올려두면 다 내랑 친구들이 먹었다. 그런 건 줄 알았다고."

     

    와.. 저게 말로만 듣던 빵셔틀이구나. 여고생들도 빵셔틀이 있다니 놀라웠고 흥미로웠다. 저 학생은 말로만 듣던 일진인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바락바락 대드는 이 아이의 깡이 대단해보였지만 한편으로는 무모해보였다.

     

    "애들 빵 뺏어 먹은 게 자랑이냐? 도둑년이네 이거!"

     

    그 말에 오토바이녀도 살짝 신경이 곤두선 듯 했다. 잠깐이었지만 찌푸린 인상이 남자인 내가 봐도 무서웠다. 하지만 역시나 소리 지르지 않고 평상을 유지한 채 받아쳤다.

     

    "난 분명히 몰랐다고 했다. 근데 니 왜 아까부터 계속 욕카는데? 아무리 같은 학년이라고 해도 내가 니보다 언닌데 욕카는건 좀 너무하지 않나."

     

    아... 언니였구나. 그래, 아무리 같은 학년이라도 언니한테 욕은 좀 그렇지. 대충 상황을 들어보니 히스테리녀가 잘못한 것 같았다. 그러나 히스테리녀는 씩씩거리며 이렇게 소리쳤다.

     

    "학교 2년 꿇은 게 뭐가 잘났다고.! 꿇었으면 조용하게 학교 다녀. 깝치지말고!"

     

    내가 이 여자애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단 하나 뿐이었다. '이 구역의 미친 년은 나야!' 이렇게 소리지르는 것 같았다. 이 말은 오토바이녀에게 치명타였는지 그녀는 갑자기 정색하며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해봐라. 니 지금 뭐라고 했나?"

     

    대구 사투리가 이렇게 무섭게 들렸던 건 영화 '친구' 이후로 처음이었다. 싸움이 재밌어지고 있었다. 히스테리녀의 반응이 궁금했다. 저 말에 기가 죽었을까? 생각해보았지만 역시나 이 구역의 미친년은 저 아이였다.

     

    "깝치지 말라고! 재수없는 년아!"

     

    그러자 오토바이녀는 오토바이에서 내려서 이 아이에게 다가왔다. 순간, 한 대 때릴 것 같아서 말려야되나 도망갈까? 지켜볼까? 이런 생각으로 복잡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토바이녀가 다가오자 히스테리녀가 뒷걸음 치다가 내 가슴에 부딪혔다. 걔가 뒤 돌아보자 난 순간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 히스테리녀가 다름 아닌 수연이였던 것이다. 이 녀석도 날 보고서 어지간히 놀랐는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이 녀석의 얼굴은 창백했고 겁에 질려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도 바락바락 대들었던 것이다. 오토바이녀는 내 눈치도 보지 않고 바로 수연이를 낚아채더니 멱살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죽고 싶나? 엉? 맞을래?"

     

    뭐라고 생각할 것도 없이 나는 이 싸움을 말려야했다. 이대로 가다간 수연이가 죽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저기요.. ' 이러면서 멱살을 풀기 위해 오토바이녀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수연이가 문제였다. 내가 딱 중간에 섰을 때, 수연이가 머리로 들이박았다. 호신술이었다. 멱살 잡은 상대의 팔에 자신의 무게를 싣어서 누르고 그 힘의 추진력으로 상대를 가격한다. 유감스러운 것은 그 호신술이 나에게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내 턱에 들어갔고 턱은 수연이의 정수리에 찍혔다. 역시나 같은 핏줄 남매인지라 똑같이 아픈 부위를 잡고 '아야야..; 하고 아픈 소리를 냈다. 그 때였다.

     

    "야!! 니들 뭐해!"

     

    저 멀리서 이 학교의 선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커다란 각목을 들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러자 오토바이녀는 날 의아하게 한 번 쳐다보고 수연이를 한 번 째려보더니 곧장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난 수연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이 자리를 도망치듯 뛰기 시작했다. 가방 속에서 레리티의 몸이 덜컹덜컹거리는 느낌이 났다. 분명히 곤히 자고 있다가 이게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당황하고 있겠지. 뒤를 돌아보니 수연이는 그 선생에게 귀를 잡힌채로 끌려가고 있었다. 영화 아저씨에서 나온 대사가 생각났다. '너무 아는 척 하고 싶으면 모르는 척하고 싶어져....' 그 심정이 이런 느낌일까.

     

    집에 도착해서 현관 문을 열자, 가게로 출근 준비를 마친 어머니가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아들 왔어?"

     

    "다녀왔습니다."

     

    나는 신발을 벗고 들어왔고 어머니는 신발을 신으셨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들 ,수고했어. 아침 차려놨으니 먹고 자."

     

    "엄마, 이거 써요."

     

    봉급으로 받은 편지봉투를 내밀자 어머니는 그것을 받지 않고 나에게 떠밀으셨다.

     

    "됐어. 네 마음만 받을게. 고맙다. 엄마 갈게."

     

    "다녀오세요."

     

    편지 봉투를 묵묵히 쳐다보았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방 문을 열고 가방을 내려놓은 뒤 바로 침대에 누웠다. 이대로 곧장 잠을 자고 싶었다. 수연이에게 무슨 일이었는지 카톡을 보낼 힘도 없었다. 그냥 모든 게 다 귀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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