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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21595
    작성자 : 티모하향좀
    추천 : 6
    조회수 : 470
    IP : 58.72.***.250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5/08/31 16:57:54
    http://todayhumor.com/?readers_21595 모바일
    그곳의 라면은 식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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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주의.  영 거북하시면 힘들게 비공달지말고 편하게 뒤로가기 버튼 누르십시요.
     
     
     
     
     
     
     
     
    한여름.
    퀴퀴한 한약냄새가 진동을한다.
    ''헉...헉...'' 
    내 바로 옆에는 당장이라도 죽을것처럼 헉헉 대는 남자가있다. 나이는 족히 예순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니 어쩌면 일흔을 넘겼을지도.
    몸은 삐쩍말랐는데다가 얼굴은 죽을상. 거기에 힘에겨워 헉헉대는 숨소리마저 조합되니, 나로하여금 마치 이곳이 예전 노예들을 부려먹던 광산에 온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에 빠져들게끔 만든다.
    내가 이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거라곤 그저 ''됐으니까 잠시 뒤에 가 계세요 . 담배한대 피고오시던가 ..이거 안해본사람이 손대면 완전히 망가지니까 저는 신경쓰지말고 좀 쉬고계세요 .''  라는말 한마디와 이 남자가 해야할일을 내가 대신 두배로 일을해주것 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나지막이 한마디를 하며 뒤로 돌아서는 이 남자의 눈은 이미 반쯤 생기를 잃었다. 자기보다 나이가 적어도 40살가량 젊은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가면서까지 고마워 할일은 아닌데...무엇이 그를 지금 이곳에 오게 만들까. 한약까지 다려먹으면서까지 이곳에 와야만 하는 이유라함은... 백이면백 '돈' 때문이겠지만, 저 남자에게선 무엇인가 슬픈 사연이 있을것같다. 그의 눈이 그렇게 말해주고있다.
    숨쉴때마다 온몸에서 한약냄새가 진동을 하는 이남자는... 지금 나랑같이 '야간 택배상하차 - 상차작업' 을 하고있다. 그리고 여기저기 물류일을 많이 해본사람으로써 말하자면,여기는 다른 대기업 택배물류창고와는 다르게 진짜 힘들다. 나만 보더라도 무지젊고 건강한데다가 운동이라면 빼먹지 않고 꾸준히 해온몸이지만 10시간쯤 일하면 온몸이 퍼져서 숟가락 들 힘조차없게된다. 숟가락 들 힘조차 없다는말을 여기서 처음 체감했었으니까.안해본사람이나 대기업 택배 상하차에서만 일해본 사람은 절대 모르겠지만 중소기업 상하차는 격이다르다. 애초에 일도 일이고 물건도 터지고 썩고 냄새나는 상태로 오기도하고 무겁기까지하다. 그러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는것도 있지만, 더 힘들게 만드는건 이곳의 직원들이다.  흔히 이런일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대체로 말투가 정제되어 있지않다. 조금 전만해도 직원이 잠깐 도와주는 척 와서는 내옆의 할아버지에게 한차례 욕을 쏟아붇고 갔다.
    ''아 .. 할아버지 ! 그거 잠깐 들고 계시라고요 아니 그거 말고요..아니아니 ...들고계시라고요 무겁다고 내려놓으시면 나보고 어쩌라고 ...... 아 씨발 !말귀 존나 못알아 쳐먹네 ..내가할게 나와씨발 .. .. 야! 나오라고.   왜 내라인엔 맨날 힘 다빠진 늙은이들만 쳐 오는건지 원    퉤! ... ..씨발.''
    ''아..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아 됐고 그럴거면 내일부터 나오지마세요 . ''
    그러고선 지가 한대놓곤 하지도않고 바쁘다며 다른곳으로 가버렸다. 잠시후 쳐다보니 직원들끼리 얼음이 동동뜬  냉커피를마시고있었다.
    그리고 약 15분전에도  '' 아니 ...여기 박스에 C-49 라고 적혀있는거 안보여요 ? 제가 C-49는 전부다 저한테 알려달라고 말 안했어요 ?  예? ''라며 그 남자에게 욕을 하기위한 준비태세를 갖췄다. 남자의 대답에따라 욕을 안할수도 있겠지만 대개 한마디해야 직성이 풀리는지 빼먹지않고 욕을 하곤했다.
    그 남자는 정말 죄송한 표정으로, 
    ''....제가 영어를 못읽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생긴건 앞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하다고만 굽신굽신 거린다.
    계속해서 이 남자를 보고있자니 연민이 느껴진다.
    ''아 씨발 늙었으면 동네에서 아파트나 지키던가 왜 이런데와서 남 고생시키냐고? 왜 ? 어 ?  당신때문에 내기지금 두번일하잖아  안그래요 ?''
    ''....죄송합니다.''
    바로옆에서 듣는 나까지 화가나는데 직접 듣는이 심정은 어떠할지 말안해도 뻔하겠지.저걸 저렇게 묵묵히 참아내는것도 한국사회에서 수십년간 쌓아온 능력일것이다.
      내가 옆에서 직원에게 '실수할 수도있지 말씀이 좀 지나치신거 아닙니까? ' 라며 한마디 할 수도있겠지만 여건상 그럴 수 가없다. 나까지 임금도 못받고 쫓겨나는 수가있으니까. 쫓겨나면 답이없다. 어째서인지 이런 물류일들은 하나같이 멀고, 버스도안다니는 곳에 위치해있다. 맨처음 모여서 출발하는 사무실이 수원이면,  일하는 현장은 서울이거나 발안 군포 , 심할땐 대전이나 광주까지 내려가서 일을했다. 웃긴건 서울이랑 군포 인력사무실에가면 현장이 수원인곳에 배치해준다는것. 웃기기 짝이없다. 여튼 그래서 나는 저들의 말에 반박할수도, 따질수도없다. 쫓겨나니까.
    그리고 방금전에 사건이 터지고야말았다.
    너무 힘들어하는 이 남자가  안쓰러워서 내가 잠시 담배한대 피면서 쉬라고했던것이 사건의 발단이였다. 담배피고있는 그 남자를  직원이 보고야 만것이다.
    직원에게 걸리자마자 급하게 담배불을 끄던 남자는 다시 장갑을 끼며 현장으로 돌아가려했다.
    직원은 마치 기다렸다는듯, 퉁명스럽기 끝이없는 말투로 그 남자를 쏘아붙였다.
    '' 뭐하세요 ? 남들 다 일하는데 혼자 뭐하냐고.''
    죽을죄라도 지은 죄수마냥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대답한다.
    '' ..죄송합니다. 바로 일할게요..죄송합니다.'' 라며 그 상황에서 빠져나가려는 남자를 직원이 다시 붙잡았다.
    '' 아니..사람이 말을하면... 얘기가 다 끝나고 가셔야죠. 사람이 얘길하는데 듣는둥마는둥 갈길 가면 나는 뭐가되나? 개가짖나? 개가짖어 ? 내가 개야 ? 짖어줄까 ? 씨발 ? 어 ?''
    처음에는 조곤조곤하게 말하다가 점점 말하면 말할수록 지풀에 지가 화나서 꼭지가 돌아버리는 이 직원을 나는 '기-승-전->개' 라고 별명지었다.
    줄여서' 기개'. 기계같이 일만시킨다는 뉘앙스와 허구헌날 개로 변해서  내가 직접 지어준 별명이다.
    평소보다 욕의 수위가 한단계 높은걸 보고 당장이라도 무슨일이 터질것같아 내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어쩔줄 몰라하는 제스쳐로 최대한 죄송하다는걸 어필해줘야했다.
    ''아니 저기... 저.. 그게아니구요  . 사실은 이번에 온 차가 물량도 별로없고 다음차도 물량이적어서 잠시 쉬라고 말씀드리고 제가 하고있었어요. 다른라인보다 밀리면 제가 더 열심히 할게요. 옆에분이 너무 힘들어하셔서 제가 담배한대 피고오라고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보통은 이렇게 대답하면 조용히 넘어가곤 했다.
    내가 여기서 일을 잘하기로 얼굴이 익혀진것도 있겠지만, 여기사람들은 젊은사람을 제일무서워한다. 젊은게 부러워서인지 나중에 뭐가될지 몰라서그러는건지 요즘 젊은사람들은 배웠다는걸 자기들도 알고있는건지 어쩐진 모르겠다만, 처음온사람이여도 그사람이 젊으면 함부로 대하지못했다. 오히려 나이든 노인들에게 막대했다. 그래서 더 개새끼지만.
    '매일  꼬박꼬박 일하러 나오고, 일잘하는 젊은이' 가 대답하면 보통   '그럼 주성씨가 좀만 힘써줘요. 나중에 확인하러 왔는데 다른라인보다 밀리면 주성씨가 커피사세요.' 라며 유도리있게 넘어가곤했는데, 지금은 상황이달랐다.
    애초에 걸고 넘어진 이유가 첫째로, 남들 다 일하는데 쉬고있는것.   여기까진 내가 좋게 돌려보낼수있다. 근데 두번째가 문제였다.
    둘째, 일 시작한지 한시간 반밖에안됐는데 옆사람이 느낄정도로 힘들어 한다는것.
    아직 일끝나려면 10시간정도 남았는데, 이 직원의 입장은 '힘들어서 일도 못하는사람 남들이랑 돈 똑같이 주면서 우리가 써야하냐 그럴거면 집에가라 나오지마라' 였다.
    ''와 씨발 그러면 벌써퍼진거네? 하 씨발....오늘 액땜 제대로하네 아니 벌써부터 퍼지면 남은물량은 어쩔건데? 주성씨 혼자 잘한다고 15톤트럭 열대를 비울수있는건 아니잖아요 . 이거 꼼짝없이 내가 같이해야 하게생겼네 아 씨팔...''
     그리고 이어진 기개의 한마디가 지금껏 심한 욕에도 잘견뎌왔던 그 남자의 둑을 무너뜨려버렸다.
    ''아 됐고, 집에가세요 퇴근하세요 지금 당장.'' 
    원래 이런말은 일못하는사람한테 일 열심히하라고 한마디 툭 던져주고 지나가는 말이었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진심인것 같았다. 기개가 하는말이 과연 진심인가 아닌가 하는것에 내가 한참 몰두해있을때, 옆에서 우는소리가들렸다.  그 남자였다.
    눈에 눈물이 맺힌정도가아니라 아예 통곡을하며 무릎꿇고 손바닥을 싹싹빌며 사정을하기시작했다.
    ''흑흑...끅.....끅....제발 일하게 해주세요 죄송합니다....한번만 봐주십시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발한번만 봐줍시요 끄윽 끄윽 ..''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며불며 죄송하다고 빌고있었다. 지금까지는 나긋나긋하면서도 약자의 느낌이 물씬 풍겨나오는 목소리였는데, 지금만큼은 목소리가 무척컸다. 온 진심을담아 비는것이 느껴질정도로,
    급작스러운 전개에 기개도 많이 놀랐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저기.. 그러시면...''
    나와 그 남자는 다음말에 집중하며 귀기울여 듣고있었는데, 그 다음말을 듣지못했다. 우리가있는곳 바로 몇발자국 옆에서 큰소리로 유리가 깨지는소리가 났던것. 모두 놀라서 쳐다보니 유리가 잔뜩담긴 박스가 깨져있었다. 여긴 1층이 전부니 누가 던진것이 확실했다. 누가 이런 위험한 물건을 사람옆에 던졌는가에대해 생각할 겨를도없이 유리박스를 던진 당사자가 소리쳤다. 2층은아니고 여기보다 사람 키만큼 높은곳에서 일하던 감독이였는데, 훌쩍 뛰어와서는 다짜고짜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 기개한테.
    ''야이 개새끼야. 너 내가 사람들이랑 노가리까라고 직원시켜줬어 ? 어 ?  어떤 대가리짧은새끼가  형님들 일하시는데 옆에서 노가리 까고앉았냐?  어 ? 일하기 싫어 ? 이씨발 오늘 월요일이라 다른라인 물량 터지는거 알아몰라 ? 씨발 니 라인은 월요일날 편하다 이거야 ? 니만 편하면 다야 씨발? ''
    기개마저도 계급앞에선 어쩔수없는 약자인지 , 애초에 사람이란게 강자한테 약한건지 바로 꼬리내리며 죄송하다고 주의하겠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감독은 ''똑바로해. 여기서 계속 일하고싶으면. 알았어 ?'' 라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툭 던지고선 돌아가려는 찰나, 그제서야 무릎꿇고있는 노인을 보게됐다. 이런일이 흔한건지 어쩐건지 이전의 상황을 다 아는듯이 얘기했다.
    ''어이 형씨. 형씨는 나랑같이 다른곳에 가서 일합시다. 노인이 무슨 상차야 상차는. 시체치우는 꼴 볼일있나.''
    그 남자는 대답도없이  한약냄새를 풀풀풍기며 물병을 챙기고는 찔레찔레 감독을 따라갔다.
    그러고선 야참시간이 되어서야 멀리서나마 그 남자를 다시 볼 수 있었는데, 회사에서 먹으라고 나눠준 육개장 라면을보며 입맛을 다시고있었다.
    사실 여기서 일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여기 라면은 직원들만 먹을수있다. 무슨소리냐면, 모든 인부와 직원들에게 육개장 컵라면을 똑같이 나눠주기는한다.
    문제는 정수기가 단 한대뿐이라 뜨거운물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것.  직원들만 딱 뜨거운물을 붓고나면 그뒤로 백여명에 가까운 인부들은 점점더 차가워지는 정수기물을 받아가곤했다. 베테랑 인부들은 아예 컵라면은 집에가서 먹고 집에서 싸온 빵이나 김밥같은걸로 끼니를 때우곤했다. 뜨거운 정수기물을 손가락을 대보면서 뜨거운지 아닌지 확인하지는 않기때문에, 그 남자같은 멋모르는 신입 인부들은 라면먹을 생각에 굶주린배를 잡아가며 신이나서 정수기물을 받아오곤한다. 그리고선 5분 10분이지나도 익지않는 라면을보고 그제서야 손가락을 담궈본다.  컵라면에 찬물을 부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시간이 아무리지나도 라면이 익지않는다. 딱딱하기 그지없는상태 그대로 유지된다. 불거나 하지도않는다. 그저 차가운물 그상태 그대로 시간만 흐를뿐이다. 먹지못하게 변한 음식이란건 젓가락으로 찔러보기만해도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곳의 라면은 식지않는다' 라고 표현한다.
    익지를않으니 식을일이 없으니까. 10시간이 넘는시간동안 밤을 새가면서 15톤트럭을 비우는데, 식량이라고는 육개장하나. 그마저도 직원외엔 먹지도못한다. 그렇다고 항의하는사람도없다. 표면상으로 자기들이 늦어서 뜨거운물을 못받은 꼴이 되어버리니까. '에이..더러워서 다음부터 싸오고말지' 라고 생각하며 빵이나 김밥같은걸 싸오면 되니까. 웃긴건 인력사무소에가서 내가 이일로 한번 따진적이있다.
    ''소장님, 저희 현장에서 밥으로 컵라면을 하나주는데... 정수기가 뜨거운물이 안나와서 인부들이 먹지를 못해요.  회사측에 말씀하셔서 식단을 바꾸거나 아니면 식비지원을 따로해주시면 안될까요 ?'' 라고하자,  능글맞은 소장께서 들려주는 말이 가관이였다. ''어라? 주성씨 몰랐어요 ? 일당에 식비 포함된 가격인데요 ? ''  어이가없었다. 거기서 일하는사람들이 무슨생각으로 어떻게 견뎌가며 하루하루를 버티는데  그사람들에게 식사랍시고 던져주는건 컵라면하나. 그리고 찬물. 그것마저도 식대가 포함된 거라니...
    ''그래서 식대가 얼만데요 ? '' 나는 이 부조리한 상황을 애써참으며 식대가 1000원쯤되면 수긍할 수 있을것같아. 그래야만 이 상황이 납득이 갈것같아 확인차 물어봤다.
    ''원래 하루 일하는거의 1/10만큼의 가격을 식대로 책정해서 인건비에 포함시킵니다. 일당이 원래 5만원에 식대포함해서 55000원이 지급되어야 하는데, 주성씨가 일하는곳은 회사측에서 아예  지원되는 식비5천원씩을 전부 모아서 따로 식사를 제공하고있거든요. 그래서 일당이5만원이구요. 제가 그때 주성씨한테 말씀 드리지않았나요?'' 듣고보니 소장이 능글맞은게아니라 회사 윗대라기새끼들이 헤쳐드시고있는중이였던것이다. 여기 일하는 사람들은 그것도모르고 하루벌어 하루먹고살면서 개고생하는 사람들이였고, 동시에 호구였다. 그래서 회사가 젊은사람을 무서워했던것같다. 지금 상황만 봐도 잘못된점이나  비리를 들춰낼 수 있는 능력은 '젊은사람'인 내가 가지고있으니까 (능력이래봤자 의구심품고 질문한마디 던지는게 전부지만) . 보통인부들은 이런거에 의문을 품지않는다. 아예 부조리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던습관이 몸에 베어있어 그게 잘못된건지 어쩐건지도 체감하지 못하는것이다. 역치가 높다고나할까. 체감하지 못하니 잘못을 들춰낼 생각은 더더욱  안했을것이고, 그저 회사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돈은 꼬박꼬박 주잖아? 라며 쉬쉬 하는 분위기가 팽배한것도 한 몫 하는것이리라.
      그 남자가 컵라면에 직접 손가락을 넣어보는 장면을 목격했다. 나도 처음엔 저랬었다. 그리고나선 이 엄청난 배신감과 배고픔을 어찌 견뎌야할지 머리를 굴려보지만, 매점도없는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는걸 깨닫는 장면이다. 그리고 매점이있어도 식사시간이 15분이라 컵라면을 못먹은  인부들이 전부다 매점으로 몰릴것이고, 15분안에 먹을것을 사서 다 먹고 다시 라인으로 복귀한다면, 그것은 식사가아니라 차라리 일의 연장선일것임에 틀림없을것이다. 나는 내가 싸온 김밥을 가지고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 일은 좀 할만 하세요 ?''   이 남자덕분에 둘이해야할일을 지금은 나혼자 전부다 해치워야해서 등골이 빠질것같았지만 최대한 이 남자의 입장을 이해하며 말을 걸었다. ''네.. 죄송합니다. 저때문에... 죄송합니다. '' 
    마치 앵무새같았다. 한가지 말을 알려주면 그말만 계속해서 반복해대는 ...... 그래서 듣는사람이 처음엔 신기하다가도 나중엔 짜증나게되는 그런 앵무새같았다. 그리고 그 앵무새가 배운말이라고는  '죄송합니다' 라는 말뿐인 그런 앵무새이고.
    ''아 죄송할건 없고...눈치 봐가면서 일 하세요. 직원들이 너무 뭐라그래도 자기 페이스 유지하면서 일 하세요. 정 힘들면 화장실간다그러고 조금 쉬고와도 되구요..''  나는 물류창고 신입시절 노하우를 알려주며 김밥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저어기...근데.. 라면이 익질않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합니까..?'' 정말 .....진심으로 무엇인가를 걱정하는 표정이였다.
    이 남자에게 마치 이 컵라면 하나가 인생의 일부를 바꿔놓을 정도로 큰 무엇인가라도 되는양  ... 마치  의사에게 한마디 듣고나선 ' 제가...폐암 말기입니까..? 정말인가요 ..?아니죠? 의사선생님 ...아니죠 ?'   라고 말하는 시한부판정을 방금 받은사람의 표정이랄까. 그러니까 이 남자에겐 눈앞에 놓여져있는 '식지않는 라면' 하나가 그렇게 중요한 일인것이다. 나는 최대한 실망시켜 드리지않기위해 최선을 다해 고민해보았지만 '' 어쩔 수 없어요. 버려야죠.'' 라는 말밖에 들려줄 수 없었다.
    그 남자는 산타클로스는 사실 아빠였다는 말을 처음 접한 아이의 표정을 지으며 ''아.. 그렇습니까.....'' 라고 말했는데, 나중에 일이 끝날때까지 그 라면을 버리지않더니 일이 전부 다 끝나고 퇴근준비하며 남들은 버스를기다릴때 혼자 조용히 가서 뜨거운물을 받아서 먹었다. 그때 속으로 '아 저런방법도있구나. 진짜 절실하구나. 근데..아마 상했을텐데.' 라고 느꼈었다. 그렇게 직원들의 욕설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일을 끝마치고 집에돌아오니 09시30분이다. 씻고 아침밥 먹고 침대에 누우면 10시20분 전후로해서 분침이 움직이고있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4시에서 4시반. 씻고 5시반까지 사무실에 가야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30분정도는 멍때리다가 이름 호명하면 버스타는곳으로 가서 버스타고 현장에 도착하면된다. 도착하면 7시30분쯤. 30분동안 짐정리하고 대충 물떠오고 담배한대 피면 8시다. 또 일이 시작한다. 어제봤던 기개는 오늘도역시 기개이고 매일매일 내 부사수(편하게 부사수라 생각했다 나는. 어차피 신입이 오니까)는 맨날맨날바뀌었다. 일이 너무 고돼서 하루하고 그만두는 젊은이들이나 노인들을 보통 내 부사수로 넣어줬는데, 나는 그만큼 고생했었다. 매일매일 똑같은말 또하면서 다시 가르쳐야되고 5시간만지나면 퍼지는 부사수를보고 욕한마디안하면서 묵묵히 내할일 했었다. 이것도 스트레스다. 그리고선 나중에 기개한테 물어보니'' 주성씨가 일을 잘하니까~ 주성씨옆에 못하는사람 넣어주면 다른라인이랑 속도가 딱 맞는다니까 ? 하하하 커피한잔해 ! '' 하며 커피를 내주었었 다. 
     
     
    그리고 집에와서 우연히  뉴스를 보게되면, 높으신분들은 몇억을 무슨 100원짜리 세듯이 꿍쳐드시고 돌려드시고 빼드시고 하시던데  그런  뉴스를볼때면 나와같이 현장에서 일했던사람의 얼굴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참 살곳 못되는구나...' 하곤 했었다.
     
    하루에 5만원. 그곳의 인부들은  그 돈 5만원  벌려고 그 일을했었다. 그리고 아마 아직까지도 그곳에 있는사람들이있겠지. 오늘도 식지않는 라면을 배급 받으며 기뻐할사람이있을까?
    그곳의 라면은 식지않는다.
    익지않으니까.
     
    출처 뇌.
    티모하향좀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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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5/09/01 01:46:20  118.40.***.171  빨간냄비  306738
    [4] 2015/09/01 22:03:09  211.117.***.157  야옹이도있어?  553640
    [5] 2015/09/01 23:33:59  182.229.***.75  petrichor  540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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