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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215939
    작성자 : 루미링ㅇ
    추천 : 14
    조회수 : 1188
    IP : 219.252.***.131
    댓글 : 21개
    등록시간 : 2011/10/05 23:06:47
    http://todayhumor.com/?gomin_215939 모바일
    있었던 일 올립니다. 길어요.
    이 일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키보드를 두들기면서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흡사 사람들 앞에
    발가벗겨진 채로 서있는 기분이 드네요.
    천천히 마음을 정리하면서 미리 써두었던 것이 있는데 놓고왔네요. 아..;;

    일단 굉장히 길다는 거 알려드려요.

    우선 0902님은 고민게시판에서 히키코모리 청산기라는 게시글을 꾸준히 20여개 정도 
    쓰셨던 분입니다.

    그 분 글을 읽어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느낌 자체는 작성자가 굉장히 생각이 깊고 왜 스스로를
    히키코모리라고 지칭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분 글들을 읽다가 댓글을 남기게 되었고, 또 제가 남긴 댓글로
    0902님이 용기 얻으시고 위로받는다고 하셔서 저도 기뻤습니다.

    여느때처럼 댓글 남기고 확인해보니 
    '루미링'이라고 저를 집어 말하며 메일주소를 하나 남기셨더라구요. 메일 보내달라고 하시면서.
    전 거절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 바로 메일을 보냈습니다.

    메일 보내면서 하나 의아하게 여겼던 것은
    메일주소가 보통으로 만들어놓는 주소가 아닌..
    오늘의유머용으로 만들어진 듯한 느낌이 드는 주소였습니다.

    뭐.. 5년동안 은둔생활하셨고 또 따로 있는 메일주소는 업무상이나 그런걸로
    사용하느라 새로 만들어서 사용하시는구나 싶어 의심은 접었습니다.

    메일 보내고 통성명하고(제 메일은 이름으로 닉네임이 지정되어있음) 나이 말씀드리고
    저도 궁금하다고 이름과 나이를 알려달라고 했죠. 
    인터넷이라도 그정도는 알려줄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온 답장에는 그냥 0902로 불렸으면 좋겠다고 이름과 나이는 따로 말씀 안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는데도 알려주지 않는 것에 이상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0902님은 그러한 의심도 할 수 없었습니다. 상처를 많이 받으신 분 같았고
    다시 극복하려고 하시는 와중에 제가 다시 캐묻고 할 수가 없었어요. 핑계라면 핑계겠죠.

    무튼 메일 교환하면서 자연스럽게 언제 한번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0902님이 히키코모리 청산기에 에버랜드 저랑 같이 가고싶다고도 글을 남기셨었는데
    처음엔 조금 무섭더라구요.

    저도 인터넷으로 사람만나고 이러는 거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또 만났다가 안좋게 된 경우가 몇번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어요.

    그래도 0902님은 다를거라고 생각했던 제가 멍청했죠.
    사람에 데여 힘들어도 봤고 그것으로 인해 스스로를 은둔하게 만들었던 것도 비슷하고..
    0902님은 다를거라 생각했습니다.

    망설이고만 있다가 0902님이 저에게 하신 말때문에
    어제 만나기로 약속을 확 잡아버렸습니다.

    제가 어떤 모습이건 상관없다고. 전화번호도 사진조차 달라고 하지 않는데
    걱정말라고..
    어휴

    제가 2년 동안 생활했던 곳 영화관 앞 오후 1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곳에서 생활했을 때도 회사-집-회사-집 루트여서 지리를 잘 몰랐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래도 제 연고가 있는 곳에서 만나는 게 안심이다 싶어
    그쪽으로 장소를 정했던 거구요.

    서로 뭐 입고 있을 건지 서로 알아볼수 있게 인상착의 말해주고
    저는 혹시나 싶어 제 휴대폰 번호 알려드렸습니다.
    제가 핸드폰 인터넷이랑 발신이 끊긴; 상태라 혹시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한쪽이 늦거나 그랬을 때 서로 연락 안되고 그럴까봐 번호 알려드렸구요.

    약속시간 10분 전에 도착해서 만나기로 한 장소를 기웃거렸습니다.
    둘러봐도 0902님으로 보이는 분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10분 정도 찾아봤는데
    옷은 비슷한데 정말.. 이 사람은 아니겠지 하는 분이 계속 서계시더군요.

    그리고 나서 1시 정각에 문자가 왔습니다 0902님이 10번출구 앞 지상이라고.
    제가 '이 사람은 아니겠지'하고 생각했던 그 분이 0902님이 맞았습니다.

    외모가 못생겼다거나 뭐 이런 이유로 그렇게 생각한게 아닙니다.
    20대 후반이거나 30대 초반 정도일 0902님과는 너무나 다르게 
    나오신 분은 정말 젊게 봐야 30대 후반 보통으로 보면 40대 정도로 보이는 분이셔서..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그래도 일단 가서 먼저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오래 기다리셨냐 이런 얘기 짧게 하고는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올라가면서 제가 넌지시 나이를 물어봤습니다.
    스물아홉이라고 하시더군요.

    영화가 2시 10분에 시작하는 거였어요.
    0902님이 티켓끊으셨는데 직원이 cgv포인트 카드 없으면 하나 만들겠냐는 말에
    0902님이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카드 색깔 고르라는 말에
    포인트카드를 처음 보는 것이 확실한 말투와 표정으로 신중하게 카드 고르셨습니다.
    그리고 직원이 카드만드는데 필요한 신청서 쓰라고 주더군요.
    주민번호 적는 란이 있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 거지만
    정말 도저히 스물아홉이 아니신것 같아 안보는 척하면서 주민번호 쓰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0902님이 적으시려고 신청서를 보시더니 갑자기 당황해하시며 
    아 이거 그럼 나중에 만들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는 또 갑자기 이거 수원 씨지비 카드도 다 통용되는 거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직원이 뭐라 뭐라 설명해주자 아 그럼 됐다고 카드 있다고 하시며 안만든다고 하셨어요.
    분명 5년동안 어디 나가지도 않으신 분이 cgv카드가 있으시다니....뭐 이런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금방 접었어요.

    한시간정도 시간이 남아 옆에있는 커피점에서 커피 제가 사고
    같은 건물 서점에 들어가 책구경하다가 0902님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선물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잘 받았습니다.

    그리고도 한 30분 정도가 남아서 티켓박스 옆 의자에 앉아서 얘기나눴습니다.


    아 진짜 머리 차분할 때 미리 적어놓았던 걸 놓고 와서 ㅠㅠ 다시 
    쓰려니 횡설수설하고 뭔가 정리가 안되네요.


    얘기 나누던게 영화 좋아하냐고 물어보셔서 김기덕 영화좋아한다고 하니
    0902님도 그 영화 좋아한다고 영화얘기 조금 하다가
    루미링님이 글에 댓글 남겨준거 고마웠다고 손글씨 댓글 감동이었다고 
    분위기가 제법 훈훈했어요.
    그러다가 0902님이 영화 좋아하시면 이거 보고 오늘 한편 더 보자고 말하셨어요.
    만났던 장소 옆동에 알아봤는데 공주풍으로 꾸며놓은 룸이 있는데
    그게 공주룸이라고 하는데 루미링님이 공주풍 좋아하실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사실 그때 공주 어쩌고 하시길래 잘 안듣고 대충 넘겼습니다.
    보려고 했던 영화가 너무 보고싶었던 거여서 0902님과 만나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무슨 말씀하시는지 주의있게 듣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웃고 넘겼습니다.

    영화 시간 다되어 안으로 들어갔는데
    좌석에 앉아 0902님이 제 손을 잡으셨어요.
    속으로 좀 놀라긴 했는데 뿌리치지는 않았어요. 이게 제 잘못이었겠죠.
    그래도 그 순간에는 초면이라 좀 그렇지만 0902님이 사람들과 다시 만나는 것도 처음이고
    어떻게 하셔야 되는지 갈피를 못잡고 계신 것 같아서 그냥 손 잡힌채로 영화봤습니다.

    영화보는 내내 좀 많이 울었는데
    영화 끝나고 엘리베이터 기다리고 서있었어요.
    0902님이 왜 이렇게 많이 울었냐고 물으시며 슬쩍 슬쩍 말을 놓으시더라구요.
    그러더니 제 어깨에 살짝 손 올리시다가 갑자기 제 허리에 손을 감싸셔서
    너무 놀라 몸을 휙 틀어서 벗어났습니다.

    그때 0902님이 머쓱해하셨어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서로 떨어져서 내려왔습니다.

    그때부터 둔한 제가 좀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려와서 그 근처에 있는 상설 전통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4시 30분 정도여서 저녁먹기는 그렇고
    시장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다가 시장음식으로 간단하게 요기하기로 했습니다.
    시장 구경하고 먹을 것도 먹고 시장 빠져 나왔습니다.

    거리 걸으시면서 0902님이 아까 했던 얘기를 다시 하시더라구요.
    옆 oo동에 있는 곳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냐 위치가 어디냐 이쪽이냐 하시면서
    가려는 듯한 뉘앙스로 물으셨어요. 사전에 전혀 얘기도 없었던 부분이고.
    특히 그 공주룸인지 뭔지가 멀티방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말씀하시면서 주머니에서 종이같은거 꺼내서 확인하시더라구요.
    흘낏 보니까 제 전화번호 적어놓은거랑 그 공주룸 주소를 적어오셨습니다.
    충동적으로 말씀하신 게 아니라 이미 작정하고 주소까지 적어오셨다는 생각에..
    그때 조금 화가 났습니다.


    멀티방이 정확히 뭐하는덴지는 몰라도 디비디방 무슨방 무슨방 섞인 이상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좀 걷다가 바로 말씀 드렸습니다.

    초면인데 멀티방이라는 곳 어감부터 이상하고 나는 가기 싫다
    고 제 입장으로서는 딱잘라서 말씀 드렸습니다.

    그때부터 0902님 표정도 굳어지시더군요.
    그러시더니 미안하다고 초면에 자기가 너무 성급했다고 하시면서
    너무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를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괜찮다고 말씀 드리니 

    그러면 카페에 가서 얘기나 하자고하셨어요.




    아 지금 ........
    저 사이사이에 일이 더 있는데 생각이 안나네요.
    일단 여기까지 쓰고 나머지건 다시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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