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파업시즌이 돌아왔다. 게다가 대선을 앞두고 있으니 그 어느 하투(夏鬪)보다
더 치열하고 더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인지 근래 파업에 대한 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여러 의견들이 오고가는데,
그 글들을 보면 단지 언론에서 흘린 잘못된 기사를 철썩 같이 믿고 쓰거나
자신이 알고있는 이론에 대해서만 줄줄이 나열하는 글이 많은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론이 아니라 과연 파업이 서민과 노동자의 삶의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도움이 되는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판단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써본다.
일단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번 파업은 현대기아자동차만의 파업이 아니고,
금속노조 전체가 하는 총파업이다.
자꾸 언론에서 현기차 파업만을 부각시켜서 본질을 흐리는데 그런 기사에 현혹되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어떠한 파업과 노동운동을 다루면서 언론과 정부는 한 번도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적이 없다.
특히, 언론들 조중동은 언제나 부정적이었고, 공중파는 항상 무관심했다.
이건 비단 이번 정권뿐만이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언론이 노조와 파업을 탄압하는 몇 가지 레퍼토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부디 언론의 뻔한 레퍼토리에 놀아나지 마시길 바란다.
1. 파업하면 기업이 망하고 나라가 망한다?
매년 몇% 성장하고 몇 천억의 흑자를 내는 기업도 노조가 파업을 시작하면 금방 망할 것처럼 엄살을 떨고,
그런 과정에서 매번하는 반복되는 것이 파업으로 인한 손해규모를 보도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현대차는 하루파업에 880억의 손해를 봤다고 언론은 보도했고,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큰 액수의 손해를 보게 됐는지 알아보자.
880억이라는 숫자는 현대차가 주장하는 손해규모로 파업기간동안 생산되는
자동차의 생산대수 * 자동차의 가격으로 엄청나게 단순계산으로 나온 숫자다.
다들 알겠지만 자동차는 제조업이고 제조업의 순이익은
제품의 매출액에서 제조원가를 제한 것이 순이익이다.
그러나 파업을 하면 재료투입도 0, 인건비 및 노무비도 0, 제품생산에 들어가는 경비 및 운송비도 0 이다.
즉, 파업을 하면 제조원가가 거의 투입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만큼의 손해가 발생하려면 자동차 생산과 동시에 소비자가 바로 구매하는 상황이어야 한다.
또한 어느 제조 기업이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대비해 일정량의 재고는 항시 유지하기 때문에
파업으로 인해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 현기차가 파업 때문에 자동차를 원하는 시기에 구매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
어떤 사람은 파업 때문에 기업의 대외적인 이미지 추락으로 인한 손해가 더 크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업을 지나치게 경계하고, 부끄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파업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이고,
노사간의 주장의 불일치가 발생하고 협상과 조정을 거치고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노조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다음 단계가 파업이다.
노사관계에 있어 예측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특정기업과 특정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있는 기업이면 언제든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기업만 파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금속노조 같은 산별노조의 시초는 독일이고 독일내의 거대 산별노조는 50년 무패기록을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다닌다.
또한 미국의 주류노조들은 오바마와 민주당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고,
정략적인 협상도 할 만큼 주류 노조의 힘은 우리 노조와 비교가 되질 않는다..
영국 리버풀의 항만노조는 대처리즘에 맞서 파업을 하면서 항구와 도시자체를 폐허로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많은 나라에 노조가 있고 많은 노조가 파업을 한다.
근데 유독 우리나라 국민과 언론은 파업에 대해 부정적이고 예민하다.
정작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파업이 아니라
“회사 창립 이래 산재가 제로”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기업이고,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과 “최저의 노동생산성”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우리 사회의 노동시스템이다.
2. 귀족노조는 파업하지 말라
며칠 전 각하께서 “고소득 노동자가 파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고 하셨다는 기사를 봤다.
결국 귀족노조는 파업하지 말라는 얘기인데...
다른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각하께서 이런 말을 하셨다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각하는 현대건설에 있던 시절부터 노조를 무지 싫어하셨고, 노동자도 싫어하셨다.
“내 생전에 노조는 없다”를 외치시던 정주영회장의 최측근 딸랑이셨으니 충분히 그럴만하다.
그리고 각하는 한 나라의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뭔지 노동이 뭔지 모르고,
그저 노동자는 천한 머슴이요 노조는 감히 머슴들이 주제모르고 양반에게 덤비는 상놈의 패거리라고
생각하신다.
파업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권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이다.
그러니까 부자든 거지든 상관없이 노동자이고 국민이라면 누구나 파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각하의 말씀은 헌법을 개무시하는 개념찬 말씀이시다.
귀족노조라는 단어는 언제 생겼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파업에 대한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세뇌시키는 것에 정말 많은 일조를 했다.
참 효과적인 단어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귀족노조는 현대기아자동차 노조일 것이다.
그럼 그 사람들이 얼마나 귀족인지 알아보자.
일단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정말 X같다라는 것을 먼저 말해주고 싶다.
예전에 기사를 봤었는데 오래되서 찾지를 못하고 있어 링크가 없는 것이 아쉽다.
그 기사에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을 하는 17년차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을 예로 들었다.
그 노동자의 연봉은 7800만원이었다. 결코 작은 연봉이 아니다.
내 연봉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니까...;;
하지만 이 노동자의 한 달 급여의 기본급은 170만원이고, 시급은 8000원이 되질 않았다.
근데 낮은 기본급과 시급에도 어마어마한 연봉이 나올 수 가 있을까?
다 X같은 임금체계 때문이다.
기본급이 저렇게 적음에도 연봉이 높은 건 임금의 50%이상이 다 수당이기 때문이고,
이러한 X같은 임금체계는 지난 세월동안 악습에 악습이 겹치면서 정말 악습의 결정체가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저 정도 시급에서 저 정도 연봉이 될려면 엄청나게 많은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 노동자의 연 노동시간이 3000시간 가까이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2010년 기준으로 연간 노동시간은 OECD평균은 1750시간 한국 노동자평균은 2190시간이고,
현대차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680시간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다른 나라보다 400시간 이상 일을 하고,
현대차 노동자들은 우리나라 노동자들보다 500시간 가까이 더 일을 한다.
게다가 2680시간 중 절반가까이는 야간노동이다.
더 많이 일을 하니까 임금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17년차 노동자 시급이 8000원이 되질 않는데, 우린 이 사람을 귀족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내 생각엔 저 노동자도 우리와 같은 머슴이다.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관비정도 될 수 있겠다.
그런데 같은 머슴끼리 자기보다 조금 사정이 좋다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귀족노조라며 비난하는데,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더 이상 가진 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귀족노조”라는 단어는 쓰지말자.
3. 정치파업, 불법파업.
파업을 하면 항상 따라 다니는 말들인데..
다행히 이번 파업에는 정치파업, 불법파업이라는 말은 등장하지 않을 것 같다.
파업하기 전 모든 절차를 지켰고, 파업의 목적 또한 근로조건의 개선이 주를 이루니까
이번 파업에는 정치파업 불법파업이라는 걸로 시비를 걸지는 못할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 노조가 법을 꼭 잘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하는 파업이나 노동운동이 내 생각엔 옳다고 생각되는데,
항상 걸리는 것이 법이다. 법!!
그렇다고 파업과 노동운동을 함에 있어
정치파업과 불법파업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냥 정작 중요한 부분이 아닌 사소한 부분에서의 위법이
모든 것을 뒤엎어 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애사심이 너무 깊고, 너무 착하다.
자기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고, 당장 쫓겨나서 노숙자 신세가 될판인데도 회사를 걱정하고,
우리나라 경제를 걱정할 사람들이 많아서 말이다.
이게 우리 기업들이 잘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슨 파업 얘기하는데 맑스가 나오고 사민주의에 노동가치설이 어쩌구 저쩌구...
물론 이런 이론적인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건 우리가 하지 않아도 교수님이나 학자님들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열심히 하니까
우리는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게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속노조가 주장하는 건 크게 나눠서 네 가지이다.
첫 번째가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두 번째가 비정규직철폐
세 번째가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네 번째가 노동악법철폐
일단 위에 나열된 것들은 모두 근로조건 개선에 대한 내용이니까
정치파업이라는 꼬리는 붙이기 어렵고 파업의 정당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저러한 주장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면서
과연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나에게는 어떠한 이득이 있고
손해가 있을지 나아가서는 내 자식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노동자의 생활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과 비정규직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이라는 것을 다르게 말하면 야간(밤샘)노동 철폐라고 말할 수 있고,
현재 제조업의 경우 주야2교대(맞교대)를 하는 사업장이 많다.
3주마다 혹은 심하면 격주로 주단위로 밤샘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밤샘노동은 노동자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증명이 되었고,
국제적으로는 밤샘노동을 유해발암물질과 같은 등급으로 간주하고 있다.
밤샘노동은 가정생활과 일상생활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노동자 입장에선
상당히 고통스러운 노동이다.
이러한 부작용이 심한 밤샘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주간연속2교대제 이다.
주간연속2교대제를 간단히 설명하면
1조는 새벽 5~6시에 출근해 8~10시간을 근무하고 오후 4~5시에 퇴근하고
2조가 4~5시에 출근해 12~1까지 근무하는 시프트다.
결국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적어도 자정에는 퇴근해서
정상적인 수면을 보장해 달라는 당연한 주장이다.
그리고 유럽에서 밤샘노동이 없어진 것이 세계1차대전 이후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이건 너무나 당연한 요구가 아닌가?
하지만 사측은 이러한 당연한 요구를 노동시간 감소로 인한 손실이 발생한다며 거부했고
협상안으로 내놓은 것이 노동시간 감소로 인한 손실을 노동강도를 높이고
잔업과 특근으로 보완하겠다는 협상안을 내놓았다.
결국 노동자들에게 다시 한 번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IMF이후 기업들의 투자기피현상이 지속되면서 투자 규모는 IMF이전보다 절반이상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이 매년 몇%씩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이유는
IMF 때문에 등장한 비정규직제도, 파견제도 덕분에 노동착취가 쉬워지고
그렇게 착취한 노동자들의 피땀이 기업 성장의 중요한 동력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금보다 더 높은 노동강도와 더 많은 노동시간을 요구한다면
노동자들은 앞으로 얼마만큼의 희생을 감내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비정규직문제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보자.
지난 십년동안 그만큼 착취를 했으면 이제 보상을 해줘야 되지 않나 싶다.
물론 비정규직 전체를 정규직화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지만,
그 수가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많으니 수를 대폭 줄이고 처우도 개선해야 될 것이다.
비정규직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이미 사회 전체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기업들만이 고용유연성이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아무런 액션을 취하고 있지 않고 있다.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기업은 고용유연성이라는 명목아래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직원들을 정리해고 해왔다.
그렇게 좋은 구실로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했고, 노동자들은 희생을 받아들였다.
그럼 경영상 어려움이 해소되고 금고 안에 돈이 쌓이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해고된 노동자들을 복직시키는 것이 옳은 처사가 아닌가?
항상 기업들은 자신들이 어려울 때 만 고용유연성을 내세운다.
고용유연성이 너무 한쪽으로만 유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입으로만 상생을 외치지 말고 노동자들이 어렵고 곤경에 처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전환도 하면서,
해고 노동자를 복직시키면서 진정한 고용유연성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노조나 파업을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분명 노조가 항상 옳지도 않고, 명분을 잃은 파업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노조와 파업을 색깔 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파업을 하는 이유가 뭔지, 그들이 하는 주장이 옳은지
그리고 파업으로 인해 우리사회가 얻는 이득과 손실을 객관적으로 잘 따져본 뒤에
지지하던지 욕을 하던지 하자.
I am the way
I am the light
I am the dark inside the night
I hear your hopes
I feel your dreams
And in the dark
I hear your screams
Don't turn away
Just take my hand
And when you make your final stand
I'll be right there
I'll never leave
All I ask of you
Believe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