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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215512
    작성자 : 적절한오유인
    추천 : 41
    조회수 : 2526
    IP : 198.109.***.200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8/10/20 14:27:00
    원글작성시간 : 2008/10/20 01:16:47
    http://todayhumor.com/?humorbest_215512 모바일
    미국이야기 - 수요일의 이야기.
    다리가 덜덜 더더덜 덜덜 떨리는걸 잠결에 느끼고 허억 하면서 일어납니다. 몇주전에 발견한 잠깨우는 방법인데, 핸드폰알람을 진동으로 하고 주머니에 넣고 지퍼를 잠궈놓은후 끈으로 묶어서 봉해 놓으면 잠을 잘 깨게 되더군요.

    실과 투닥투닥하고 시간을 확인하니... 8시 30분입니다. 수업은 8시 50분 시작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오늘도 씻을 시간따윈 없는겁니다. 발효과학을 온 표면으로 증명하고 있는 떡진 머리카락은 햇빛에 비춰져 반짝반짝 하는군요. 후드티를 잽싸게 입습니다. 그리고 이 티를 이용하는 가장 큰 포인트인 모자를 씁니다. 패션의 일부? 그런 거 알게 뭡니까 안씻은건 그렇다치고 냄새는 나지 말아야 겠지요. 그런데 교실 다 와갈때쯔음 생각나는게...

    '아, 오늘 프레젠테이션 이었지.'

    발표하는날에 머리도 안감고 옷은 후줄근 하고 아주 나이스입니다. 머리속에는 노래 한가락이 떠오르는군요.
    -내가 미텼어~ 내가 미텼어~

    그러나 지각보단 낫겠죠. 뭐 어차피 옷 안차려 입고 와도 된다고 했으니 상관 없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발표는 시작됩니다. 저의 차례는 맨 마지막이군요. 발표수업의 한줄기 빛이라면, 마지막 주자가 끝나는 순간이 바로 시합종료 라는 겁니다. 그러나 전형적인 A형 남자인 저로서는 매 차례가 넘어올때마다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 이놈의 울렁증은 나날이 증폭되어만 가네요.

    차례가 당도하자, 벙찐 얼굴로 일어납니다. USB를 연결하고 제 이름이 적힌 파일을 엽니다.
    요번 발표의 컨셉은 일단 화려하게 시작하자, 라는거였는데... 제컴에선 몰랐는데 글자가 그림에 먹히는군요. 하하하.

    어? 발표가 끝났습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교수님이 웃고 계시고 아이들도 재밌었다고 합니다.

    "잘했뜸"
    "ㄱ..ㄳ."
    "님 웃겼음"
    "ㄳ?"

    휴우.... 뭐 반응이 좋으니 다행입니다. 글자가 안보이니 최대한 저를 주목하도록 했는데 다행히 잘 먹힌모양입니다.

    1시간이 일찍 끝났군요. 다행입니다. 좀 씻고 뭐라도 먹은 다음 시험을 치러 갈 수 있겠군요.
    3일 내내 씻지 못했지만 뭐 인도의 경험에 비하면 3일은 양반입니다. 하여튼 기숙사로 빨빨거리면서 돌아간 후 샤워기를 틉니다.

    물이 안나오네요.

    ?!

    무.. 물이 왜 안나올까요? 그러고보니 복도에 어렴풋이
    "오늘 10시부터 1시까지 단수임 ㄲㄲ"
    라고 써있었던거 같군요. 공강시간에 1분의 오차도 없이 단수를 때려주네요. 하하하.

    뭐 먹으려 했으나 물이 없으면 라면도 못먹고 컵라면도 못끓이고 스파게티도 못 삶습니다.
    그냥 K모 초꼬렛 바를 집어들어 반으로 자른후 입에 넣습니다.

    계란후라이라도 할까 했더니 전기도 안나온답니다.
    쪼꼬렛은 왜 이리 짠걸까요. 마치 바다를 입에 넣은듯 하군요.

    굉장히 우울한 분위기를 온몸으로 풍기며 시험공부나 합니다. 2시간동안 풀 버닝...은 아니고
    그냥 뭐 이쪽펴봤다 저쪽 펴봤다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시험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긴장감은 커져만 갑니다. 교수님이 들어오고, 시험지를 나눠주십니다. 오오? 다행히 첫문제는 아는 문제입니다.

    ...............................
    ............................................
    ..............................................................
    저번에 놓친 두소절에서 3문제가 나왔습니다. 미약한 상식에 빗대어 찍었습니다만... 뭐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요.

    왠지 피곤합니다. 광합성이 모자란걸까요. 안씻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군요. 일단 가서 샤워를 합니다.
    어째 더 피곤한것 같습니다. 아플때도 먹음으로서 치유했던 저로서는 마지막 남은 방법인 음식투여를 위해 불을 키고 물을 끓입니다.

    그 동안 먹어왔던 빨간 스파게티말고, 오늘은 왠지 흰 스파게티를 먹고 싶군요. 대충 물에 소금좀 치고, 면을 삶고, 그동안 M모 쇼핑몰에서 떨이로 파는 닭가슴살을 오븐에 한두점 굽고, 냄비 옆에는 베이컨을 강불에 익히다가 약불로 자근자근 익혀줍니다. 기름을 빼기 위함인데, 구상한대로는 돼지기름을 약간 써볼까 하여 약간은 남겨놓은후 기름을 버리고 이제 후라이팬에 알맞게 썰은 닭고기, 역시 썰은 베이컨, 버터, 찬물로 헹궈준 스파게티면을 넣어줍니다. 냄새가 좋습니다. 여기에 적당하게 소금,후추를 넣고, 버터가 골고루 코팅되도록 열심히 볶아줍니다.

    이게 뭔 얼어죽을 요리만화 같은 설명입니까. 제식대로 설명하자면 그냥 대충 닭고기 베이컨 익히고 후라이팬에 버터랑 고기랑 면이랑 넣고 간하고 볶고 그릇에 담아 파슬리가루 올리고 냠냠합니다.

    25분정도 투자한 보람은 있군요. 나름대로 사진도 찍고어쩌고 한다음 먹어줍니다. 처음시도한것 치곤 맛있습니다. 물론 양은... 1인분은 절대 아닌 양을 후딱 먹어치우고 설거지후에 치카치카 해주고, 방에 들어가서 마지막 남은 시험인 경영학교과서를 폅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과목이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지요. 하지만 상식이 통한다는 점에서는 법보단 낫고 호불호적인 측면에서는 수학보다 낫습니다. 뭐 하여튼 열심히 책을 읽고, 필기한...타자친 노트를 확인하고, 단어와 개념을 정리하고 외웁니다. 솔직히 외우는건 가장 단순한 노동이지만 시험에 절대적입니다.

    온갖 짓을 다 하면서 외웁니다. 포스트잇에 적어서 이마에 붙인 후 중얼중얼 한다든지, 책을 머리맡에 둔후 내용을 되뇌어 본다든지, 투시력연습을 한다든지. 뭐 하나쯤 이상한게 들어있을수도 있지만 무시하십시오. 실제 저런다는건 아닐테니까요.

    약간 여유가 생깁니다. 3일내내 쉴새 없이 달리기만 했고, 하루 한끼겨우 먹어가며 지낸 한주가 저물어 갑니다.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하나 꺼내어 손에 듭니다. 탄산과 함께 넘어가는 한주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탄산거품 하나, 하나 마다 슬픔, 외로움, 고통, 지겨움, 자괴감.... 그런 것들을 담아 삼킵니다.

    한캔을 비우고 난후, 다시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다시 책을 폅니다. 탄산이 삼켜낸 텅빈 자리에, 또 다른 지식들이 들어와 켠켠이 쌓여만 갑니다.
    --------------------------------------------------------------------------------------------------
    제 글을 패러디 하신 글이 베스트를 가셧더군요. 전 기분이 좋았습니다.
    진리님 재밌게 봐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글을 쓸시간이요? 구상은 짬짬이 쉬는시간에 하는것이니... 글로 옮기고 교정약간만 하면 되니까 그렇게 시간을 쓰는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대한 자주 쓰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즉홍적으로 쓰면 아무래도 문제가 많더군요.

    싸이월드..라는걸 열게 되었습니다. 칙칙한 남자놈의 미니홈피에 뭐 볼게 있으려나요.
    하지만 이런저런 상담이나 질문을 해주시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꼬릿말에 적어놓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적절한오유인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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